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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특별한 장소'를 소재로 한 책 4 - 지친 마음을 녹이는 치유의 공간들

by책식주의

안녕하세요. 책식주의입니다. 오늘은 추운 몸을 녹이고 지친 마음을 치유해주는 책 속의 '특별한 장소'들을 소개해드릴게요.

01. 그 겨울의 일주일 (메이브 빈치)

첫 번째로 소개해드릴 책은 아일랜드의 국민작가, 메이브 빈치의 유작 『그 겨울의 일주일』입니다.

 

이야기는 아일랜드의 작은 해안 마을, 스토니브리지에서 시작됩니다. 편물공장에 취직해 평범한 삶을 살던 스무 살 치키는 여행 온 미국 청년 월터를 만나 그야말로 불 같은 사랑에 빠집니다. 6주 동안 찬란한 사랑을 한 그들은, 가족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인생’을 찾아 뉴욕으로 떠납니다. 하지만 장밋빛 인생이 펼쳐질 거란 치키의 기대와 달리 둘의 사랑은 그리 오래가지 못합니다. 월터는 “그동안 아주 행복했지만 이제는 끝났다”는 말을 남기고는 홀연히 떠나버립니다.

 

이 소식을 가족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던 치키는 계속 월터와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는 것처럼 가족을 속이며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합니다. 마음 속으로만 고향을 그리워하던 치키는 어느덧 마흔이 되죠. 그러던 중, 스토니브리지의 허물어져가는 대저택 스톤하우스를 호텔로 개조해 운영해달라는 미스 퀴니의 부탁을 받고 드디어! 고향으로 돌아갑니다.

나도 내 인생이 이렇게 될 거라는 생각은 못했지.

하지만 살다가 어느 시점이 되면 우리도 정리할 건 정리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해.

'특별한 장소'를 소재로 한 책 4

실연의 아픔과 상처를 감춘 채 고향으로 돌아온 스톤하우스의 호스트 치키를 중심으로 이 호텔에는 각기 다른 사연을 지닌 사람들 10명이 모입니다. 이들은 일주일 동안 같은 공간에서 식사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게 되죠. 누구도 말하라고 강요하지 않지만, ‘낯선 장소’에서 ‘낯선 사람들’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으며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낍니다. 아주 친한 친구보다 나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솔직한 이야기를 털어놓는 것이 편할 때가 있잖아요.

 

타고난 이야기꾼으로 유명한 저자의 필력 덕에, 게스트 7팀이 가진 사연에 격하게 감정이입을 하며 책을 읽었습니다. 평범한 듯 특별한 이야기가 마치 내 이야기, 우리 가족의 이야기, 친한 친구의 이야기인 것 같았거든요. 스톤하우스 같은 곳이 실제로 있다면 딱 일주일만 그곳으로 떠나보고 싶네요.

 

추운 겨울, 몸도 마음도 힐링이 필요한 분들이라면 책으로나마 스톤하우스의 온기를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누구의 삶도 평범하지 않아요. 우리는 모두 운명과 이겨내야 할 결점을 지닌 주인공들이에요. - 작가의 말 중

'특별한 장소'를 소재로 한 책 4

그 겨울의 일주일

저자 메이브 빈치
출판 문학동네
발매 2018.01.12.

02. 카모메 식당 (무레 요코)

두 번째 책은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윤식당>의 모티브가 된 『카모메 식당』입니다. 영화로 더욱 유명한 이 소설은, 영화 <카모메 식당>의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이 영화를 만들기 전 무레 요코에게 집필을 의뢰하며 탄생했습니다.

 

책에는 영화에서는 다루지 않은 등장인물들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자세히 나와있어서 마치 영화의 에필로그를 보는 느낌입니다.

'특별한 장소'를 소재로 한 책 4
화려하게 담지 않아도 좋아. 소박해도 좋으니 제대로 된 한 끼를 먹을 만한 가게를 만들고 싶어.

사치에는 겉모습만 화려한 가게들로 넘쳐나는 도쿄에 질려 핀란드로 향합니다. 소박하지만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손님들이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식당을 만들기 위해서죠. 음식만 맛있으면 손님이 올 것이라는 근자…자신감으로 헬싱키에 식당을 차렸지만, 손님은 한 명도 찾아오지 않습니다.

 

그런 나날이 반복되고 있을 즈음, 사치에는 서점에서 미도리라는 여자를 만나게 됩니다. 21년 동안 다니던 회사가 문을 닫자 허무한 마음에 핀란드로 온 미도리는 사치에의 집에 머물며 카모메 식당에서 함께 일을 하게 됩니다. 가족의 족쇄에서 벗어나 핀란드로 온 마사코도 이들과 함께 하게 되죠.

 

그들은 손님들을 위해 항상 정성이 가득한 음식을 내놓습니다. 그리고 손님들의 사연에 끊임없는 관심을 기울이죠. 때론 깊이 공감하고 위로하며 말이에요. 그들의 진심 어린 마음이 사람들에게 전해지며 카모메 식당을 찾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납니다. 이방인을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던 사람들의 시선도 어느새 사라졌습니다.

 

세 여인이 그려나가는 이야기는 가끔은 지루하게 느껴질 정도로 평범하고 소박합니다. 하지만 그들의 긍정적인 태도와 밝은 에너지가 지면을 통해 전해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언젠가 ‘카모메 식당’을 방문하게 되면 사치에가 만들어주는 오니기리를 꼭 먹어보고 싶네요.

'특별한 장소'를 소재로 한 책 4

카모메 식당

저자 무레 요코
출판 푸른숲
발매 2011.03.03.

03. 동전 하나로도 행복했던 구멍가게의 날들(이미경)

이번 책은 유년 시절 추억의 장소, ‘구멍가게’를 그린 그림을 담은 에세이입니다. 도시 개발로 인해 구멍가게가 사라지는 게 안타까워 구멍가게들을 그리기 시작했다는 이미경 작가는, 지난 20년 간 전국의 구멍가게를 찾아 다니며 총 200여 점이 넘는 그림을 그렸습니다. 『동전 하나로도 행복했던 구멍가게의 날들』은 그 중 80여 점의 그림과 자신의 이야기를 함께 엮은 책입니다.

 

백 원짜리 들고 구멍가게로 달려가 군것질을 하거나, 가게 앞 작은 오락기에 모여 친구들과 게임을 했던 기억, 다들 있으실 텐데요. 작가의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잊혀진 어린 시절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가게 앞에서 뛰놀던 아이들, 평상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던 어머니들의 모습…

'특별한 장소'를 소재로 한 책 4

ⓒ 이미경

펜으로 섬세하게 그린 그림을 보는 재미와 더불어 저자가 들려주는 구멍가게에 얽힌 이야기를 듣는 재미가 상당합니다. 안타깝게도 이제는 많은 구멍가게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거나, 건물만 남아있다고 해요. 한 자리를 수십 년씩 지켜오던 가게들이 ‘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사라져 가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저자는 우리 주변에서 사라져가는 것들에 한 번쯤 관심을 가져 볼 것을 조언합니다. 오랜 세월동안 한자리를 지켜온 존재들에게는 감히 우리가 흉내 낼 수 없는 연륜과 감동을 발견할 수 있다며 말이죠.

 

이 책은 빠른 변화가 익숙한 우리들에게 잠시 제동을 걸고 쉬어갈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줍니다. 여태껏 쉼 없이 달리기만 했다면, 저자의 추억을 공유하며 잠시 호흡을 고르는 건 어떨까요?

우리 주위에 늘 함께해서 낯익은 것에 눈을 돌리자. (…) 가만히 들여다보면 거기엔 시간의 흔적이 있고 따스함이 있다. 기억 속 한구석에 자리하고 있던 구멍가게로 가는 길, 모퉁이를 돌면 그곳에는 소박하고 정겨운 행복이 있다. - 작가의 말 중

'특별한 장소'를 소재로 한 책 4

동전 하나로도 행복했던 구멍가게의 날들

저자 이미경
출판 남해의봄날
발매 2017.02.10.

'특별한 장소'를 소재로 한 책 4

동전 하나로도 행복했던 구멍가게의 날들

저자 이미경
출판 남해의봄날
발매 2017.09.10.

04. 츠바키 문구점 (오가와 이토)

마지막으로 소개해드릴 특별한 장소는, 편지를 대신 써주는 문구점입니다. 『츠바키 문구점』은 일본에서 드라마로 제작되기도 했는데요, 소박하면서도 잔잔한 일본 소설 특유의 느낌을 느낄 수 있는 작품입니다.

 

대필을 가업으로 하는 집안에서 자란 포포는 어릴 적부터 가업을 물려받기 위해 엄격한 훈련을 받습니다. 할머니 때문에 자신의 어린 시절이 엉망진창이 되었다고 생각한 포포는 결국 가출해 외국으로 떠나버리죠. 할머니가 입원을 했을 때도 고향에 돌아오지 않던 그녀는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야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고향인 가마쿠라로 돌아옵니다. 포포는 결국 ‘대필’을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대필가가 됩니다.

 

다른 사람의 편지를 대신 써주기 위해서 포포는 의뢰인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데요, 어떤 이유이건 포포는 그들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줍니다. 편지를 대신 쓸 때는 어떤 붓을 사용할지, 어떤 종이는 선택할 지, 어떤 우표를 붙일 지 세심하게 고민하죠. 작은 편지 한 통이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마음을 전하는 유일한 수단일 수도 있으니까요.

“평범한 편지도 써주십니까?”

소노다 씨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저 내가 살아 있다는 것을 전하고 싶습니다.”

조용하고 차분한 목소리는 마치 아름다운 언덕을 지나가는 한줄기 바람 같았다.

자신의 아픔에만 관심 있었던 포포는 다른 사람들의 편지를 써주기 시작하면서 타인을 이해하기 시작합니다. 아픈 사람은 자신뿐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죠. 또 자신을 힘들게 했던 할머니의 삶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앞으로 포포는 어떻게 성장해 나가게 될까요?

 

소설의 배경이 된 가마쿠라는 ‘츠바키 문구점’을 제외하고는 책에서 소개된 장소들이 모두 실제로 존재한다고 하는데요, 책에 딸린 작은 지도를 들고 그곳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별한 장소'를 소재로 한 책 4

츠바키 문구점

저자 임현
저자 오가와 이토
발매 2017.09.15.

다음에도 좋은 북큐레이션으로 찾아올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