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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준비하시고 쏘세요" 전국민 설레게 했던 추억의 복권이 사라진 이유

by피클

당첨될 확률을 계산해 보면, 복권을 사는 건 밑지는 장사라는 확신이 듭니다. 그럼에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희망을 사듯 매주 복권을 사는 분들이 있죠. 지금이야 '복권'하면 로또부터 떠올리게 되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닙니다. 2002년 처음으로 로또가 발행되기 전까지 매주 국민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던 주택복권이 있었으니까요. 특유의 멘트와 추첨 방식으로 아직도 많은 분들이 기억한다는 주택복권의 역사, 지금부터 한번 살펴볼까요?

한국 최초의 정기 복권

경향신문

주택복권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69년 9월의 일입니다. 그전에도 전쟁 복구비를 충당하기 위해 탄생한 애국복권, 박람회 개최 자금을 마련을 위한 산업박람회 복표 등이 있었지만, 정기적으로 발행하고 추첨하는 정기 복권은 주택복권이 최초였죠. 초기에 월 1회만 추첨하던 주택복권은 1972년 6월부터 월 3회로, 다시 1973년 3월부터는 주 1회 추첨으로 변경되었습니다.

국가기록원

주택복권을 발행한 주체는 한국 주택은행이었습니다. 복권 발행의 목적은 '군경 유가족과 월남전 참전 장병 등 무주택 저소득층을 위한 아파트 건립 기금 마련'이었죠. '주택복권'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가 두 가지나 있었던 셈입니다.

tvN 응답하라 1998

주택복권은 1983년 4월부터 1988년 12월까지 올림픽 복권으로 대체되는데요. <응답하라 1988>에서 정봉이(안재홍 분)이 당첨된 복권이 바로 올림픽 복권입니다.

준비하시고~ 쏘세요!

스타뉴스

"준비하시고~쏘세요!" 주택복권을 사 본 적은 없어도, 이 멘트를 기억하고 있는 분들은 많을 겁니다. 이 멘트가 울리고 나면 유니폼을 입은 도우미들이 손에 들고 있던 버튼을 눌렀고, 돌아가는 과녁판에 화살이 꽂히면 그 숫자를 차례로 이어 당첨번호를 확정했죠. 하지만 이런 추첨 방식이 쭉 지속된 것은 아닙니다. 1979년 박정희 대통령 시해 사건 이후 "쏘세요"라는 멘트가 총탄 발사를 연상시킨다는 이유를 들어 공 추첨 방식으로 바뀌기도 했죠. 그러다 1992년부터는 다시 화살 발사 방식으로 돌아왔다고 하네요.

인터뷰 365

주택복권의 초기 액면가는 100원으로, 당시 물가로 담배 한 갑을 살 수 있는 금액이었습니다. 1등 당첨금은 300만 원이었는데요. 당시 아담한 서민주택 가격이 200만 원 정도였다고 하니, 당첨되면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고도 남는다는 계산이 나왔죠. 15일 동안 서울지역에 한정해 판매했던 1회 주택복권의 당첨자는 청량리 시장 내 과자가게를 운영하던 허모 씨였다고 하네요. 이후 1000만 원에서 3000만 원으로 오른 1등 당첨금은 1983년 1억 원까지 오르게 됩니다.

우표처럼 수집하는 복권

로또야 언제 사든 같은 모양이지만, 주택복권은 매회 다른 테마와 다양한 도안으로 발행되었습니다. 때문에 당첨이 되지 않았더라도 우표 수집하듯 주택복권을 모아두는 사람도 있었죠. 복권 판매 촉진을 위해 1회부터 300회까지의 복권을 모두 소지한 사람에게 냉장고나 텔레비전 등 고가의 사은품을 내걸기도 했다네요.

MBN

추첨 방송을 진행하는 방송사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달라졌습니다. 기본적으로는 KBS에서 추첨이 이루어졌지만, 1973년에는 잠시 MBC에서 추첨을 진행하기도 했죠. 1993년 KBS 1TV에서 KBS 2TV로 넘어갔던 추첨방송은 2005년부터 MBN에서 진행되었다네요.

주택복권의 몰락

이코노미톡 뉴스

1990년대는 이런저런 복권의 등장으로 뜨거워집니다. 90년대 초반에는 즉석복권인 엑스포 복권이, 후반에는 밀레니엄 복권이 인기를 얻었죠. 하지만 주택복권의 쇠락을 가져온 것은 누가 뭐래도 2002년 12월 처음 등장한 로또였는데요. 당첨금 규모가 어마어마한 로또에 대적하기 위해 당첨 금액을 5억 원까지 올려도 봤지만, 큰 효과는 없었습니다. 2006년 4월, 대세 복권의 자리를 로또에 내어준 주택복권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말죠.

SBS funE

1969년부터 2006년까지, 무려 37년 동안 서민들을 웃기고 울린 주택복권은 그러나 아직도 사람들의 뇌리에 깊이 각인되어 있습니다. 복권을 사지 않은 이들도 일종의 오락으로 TV에서 방영되는 추첨 생방송을 보곤 했는데요. 현재 연금 복권 추첨도 화살 발사 방식으로 이루어진다고 하니, 주택복권 추첨 방송에 향수를 느끼는 분들이라면 시청해 보시는 것도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