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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9개국 앱스토어 1위 먹은 앱 ‘구닥’, 딴짓하다 만들었어요”

by플래텀

24장의 사진을 찍고, 3일을 꼬박 기다려야 내가 어떤 사진을 찍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뷰파인더도 새끼 손톱만하고 프리뷰 기능도 제공되지 않는다. 심지어 유료(1.09달러)다. 필름카메라 시대의 이야기가 아니다. 올해 7월 출시된 사진 앱 ‘구닥(Gudak)’이야기다. 이 아날로그 앱 서비스는 세계 9개 국 앱스토어 전체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구닥을 만든 스크루바(Screw Bar)는 각자 본업이 따로 있는 4명의 회사원이 모여 만든 파일럿 프로젝트 팀이다. 주 1회 만나서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평소에는 온라인 협업 도구로 일을 한다. 이미 제2, 제3의 구닥을 준비 중이라는 스크루바 팀의 조경민 마케터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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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하고 재미로 만든 앱 ‘구닥’

대표가 현재 미술학원 원장이라고?

 

맞다. 압구정 아트필 유학 미술학원이라는, 국내에서 가장 큰 유학 미술 학원이다. 강상훈 대표는 미국의 쿠퍼유니언(Cooper Union)을 졸업하고 순수 미술을 전공했다. 학원에서 입시생들을 가르치며 간간히 학생들과 팀을 만들어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와 같은 해외 시상식에 참가했다. 스크루바라는 팀도 하나의 프로젝트팀이다. 나 역시 7년 전 미대 입시생이었고, 강 대표에게 그림을 배웠다.

 

사제 관계인 건가.

 

그렇다. 마음을 바꿔서 경영대에서 마케팅을 전공하긴 했지만, 그 뒤로도 10년 동안 연락을 주고받았다. 어느 날 나에게 ‘같이 해보자’고 설득을 하시더라. 당시 한 기업의 마케팅팀장으로 일하고 있었고 일도 워낙 많아서, 회사 다니면서는 못하겠다고 했더니 미술 학원의 온라인 마케터 자리를 제안했다. 프로젝트만으로는 생활이 불안정할 테니까. 월급이 반 토막 나니까 부모님과 친구들이 모두 반대했다. 하지만 구닥 프로젝트가 너무 재밌을 것 같아서 학원의 온라인 마케터 자리로 이직을 했고, 구닥 일을 함께 시작한 거다.

 

다른 팀원들도 모두 본업이 따로 있나.

 

그렇다. 현재 4명이 원격으로 일을 하고 있는데, 각자의 본업이 다 따로 있다. 대표와 나는 미술 학원에, 개발자와 유통 담당자는 각자 회사에 다닌다. 다 대표님의 동기 혹은 제자들이다.

 

구닥이 스크루바의 첫 프로젝트였나.

 

아니다. 첫 프로젝트는 컵 홀더였다. 뱅글처럼 손목에 낄 수 있는 홀더였는데, 열충전이 돼서 휴대용 배터리로도 쓸 수 있는 제품이었다. 그걸 제안하려고 대표님이 스타벅스 미국 본사까지 다녀왔다. 거절당하긴 했지만.

 

첫 프로젝트와 분야가 전혀 다른 사진 앱은 어떻게 만들게 된 건가.

 

우리 팀은 일주일에 하루 식당이나 까페에 모여 대화를 나누는데, 반절 이상이 아무 이야기다. 일 얘기는 아주 잠깐 하는데, 별별 아이디어가 다 쏟아져 나온다. 그렇게 뱉어놓고서 꼭 개발자 눈치를 본다. 못 만든다고 하면 그만이니까. 구닥은 개발자가 서버 비용도 안 들고, 제일 만들기 쉽다고 해서 도전해본 아이템이다. 처음엔 ‘누가 돈 주고 사겠어?’ 하는 마음에 무턱대고 유료로 올렸다. 이렇게 잘될 줄은 몰랐다.

 

수치 기록이 어떻게 되나.

 

7월 7일 앱 공식 출시를 했고 홍콩, 브루네이, 대만, 태국, 마카오, 필리핀, 싱가폴, 말레이시아, 한국 총 9개 국가에서 앱스토어 전체 카테고리 1위를 했다. (2017.08.22 기준) 고유 사용자는 42만5천 명 수준이다.(2017.08.20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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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루바의 각국 앱스토어 순위 목록 (자료 제공 = 스크루바)

‘얘기할 거리’에 반응한 40만 사용자 마케터가 흥행 요인

흥행의 요인은 무엇이었다고 생각하나.

 

마케팅적 관점에서 보면, 제품 안에 ‘이야깃거리’를 잔뜩 넣으려고 노력했다. 구닥 앱은 사실 옆 사람과 얘기할만한 요소가 많다. 뷰파인더도 말도 안되게 작고, 프리뷰 기능도 없다. 어떻게 찍힐지, 찍혔는지를 알 수가 없다. 할 말 없을 때, ‘이거 봤어?’하면서 대화를 시작하는거지.

 

솔직히 ‘약올리는 것도 아니고’, 이런 생각도 했다.

 

그러니까. 처음 몇몇 커뮤니티 반응을 살폈는데, ‘똥고집 작작 부려라’, ‘그렇게 불편한 거 좋아하면 물 길어다가 씻지 그러냐’ 등 80%가 악플이었다. 근데 그런 논란 덕분에 인기 게시글이 되어 결과적으로 이득을 봤다. 이후 구닥을 써본 사용자들이 지인에게 소개를 하면서, 본격적으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한 번에 24컷만 찍을 수 있다는 컨셉이 굉장히 특이하다.

 

요즘엔 사진을 너무 쉽게 찍고 못 나오는 건 버려 버리지 않나. 우리는 사진을 찍는 행위 자체도 굉장히 소중하다고 봤다. 피사체를 발견하고, 담는 과정의 가치를 살려보자는 걸로 처음 시작했다. 일회용 필름 카메라를 오마주 했고, 구닥이라는 이름은 ‘코닥(Kodak)’을 흉내 냈다. ‘구닥다리’라는 뜻이다.

 

3일을 꼬박 기다려야 사진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도 재밌다. 답답하기도 하고.

 

3일이라는 시간에도 나름의 의미가 있다. 첫 번째로는 과거 사진관에서 필름을 인화하면 딱 3일이 걸렸다. 그런 따뜻한 감성을 상기시키고 싶었다. 또 3일이 망각의 시간이라고 한다. 3일이 지나면 많은 기억이 잊히는데, 그 전에 한 번 더 반복하면 장기 기억으로 저장이 된다.

 

핵심 기억이 되는 건가? 그렇게 심오한 철학이 담겨있는 줄은 몰랐다.

 

장난 같지만 생각을 많이 했다. 사실 팀 내에서는 이 스토리를 굉장히 좋아해서, 앱 내에 설명을 넣을까 고민했다. 결론적으로 앱에는 구구절절 풀지 않았지만, 구닥을 사용하는 인플루언서 등을 통해 이야기가 퍼져 나가게 했다. 우리 마케터가 몇 명인지 아나?

 

혼자 하시는 거 아닌가.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나는 구닥의 마케터가 40만 명이라고 생각한다. 구닥을 사용해 본 사람은 꼭 주변 사람에게 이야기를 퍼뜨리기 때문이다. 얘기할 거리를 주었다는 점이 가장 큰 흥행 요인이었던 것 같고, 그에 못지않게 기능적으로도 신경을 많이 썼다. 대표님이 필름 사진 몇천 장을 분석해 아날로그 필름을 디지털상에서도 보여줄 방법을 연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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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닥을 통해 보정한 필름 카메라 느낌의 이미지 (자료제공= 스크루바)

‘회사’가 아니라서 24시간 일할 수 있다

파일럿 팀으로 시작했지만, 일이 이렇게까지 되었으니 스크루바는 이제 정식 회사가 되나.

 

아니다. 당장 사무실을 구하거나, 모든 팀원이 상근하게 되진 않을 거다. 구체적 금액을 밝히기는 힘들지만, 앱 비용과 다운로드 수를 계산해보면 우리 매출을 추산해볼 수 있다. 예기치 않게 팀에 돈이 많아진 건 사실이다. 근데 우리는 아직도 해보고 싶은 게 너무 많다. 구닥 수익으로는 지금까지 해보고 싶었지만, 자금 문제로 할 수 없었던 제품을 계속 만들어 볼 계획이다. 협업 도구로 일하기 때문에 굳이 함께 모일 장소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원격으로 일을 하려면 데드라인과 같은 규율을 지키는 게 중요하겠다.

 

대표가 제일 경계하는 것이 팀원들에게 스트레스 주는 거다. 재밌게, 길게 가는 게 목표이기 때문에 강압적인 지시를 내린 적은 한 번도 없다. 사실 그동안은 딱히 데드라인이라 할 것도 없었는데, 구닥이 잘 되고 나서는 서로 일정을 맞추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나도 예전에 회사 다닐 때는 퇴근 후에 잔업하는 걸 그렇게 싫어했는데, 스크류바 일을 하면서부터는 24시간 일을 하게 되더라. 그렇게 모든 팀원이 퇴근하고 나서 자발적으로 자기 맡은 분야를 책임지고 끝낸다.

 

분업이 철저한 자발적 조직은, 어떤 창업자라도 만들고 싶어할거다.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나.

 

가장 실질적인 이유는 각자 본업이 따로 있기 때문이 아닐까? 회사였다면 이렇게 못했을 거 같다. 개발자가 우스갯 소리로 ‘만약 우리가 회사였다면 구닥은 뜯어말렸을 것’이라고 하더라. 항상 우리 자체도 재밌게 일하고, 사용자에게도 재미를 줄 수 있는 걸 추구하다 보니 스트레스 안 받고 일할 수 있었다.

 

원래 딴짓하는 게 제일 재밌긴 하다.

 

맞다.

 

올해 다른 목표가 있나.

 

우리는 사실 벌써 다른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구닥이 막 잘되기 시작했을 때부터 몇 가지 아이디어를 더 발전시키기 시작했다. 분야는 딱히 정해져 있지 않다. 완전 비아이티 계열의 제품 디자인 쪽으로 갈 수도 있다. 보통 우리 경쟁사를 ‘아날로그 필름’이라고 말하던데, 그렇게 생각하진 않는다. 굳이 따지자면 게임 기업들이 우리의 경쟁사다. IT, 비 IT를 떠나 일상의 행위에서 오락적 재미를 주는 제품을 만드는 게 우리의 목표다. 지켜봐 달라.

 

글: 정새롬(sr.jung@platu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