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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유기농 생리대로
美 아마존 정복한 한인 여성 창업가들

by플래텀

아마존 검색창에 ‘유기농 생리대(organic sanitary pads)’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가장 먼저 라엘(Rael) 제품이 뜬다. 이 제품은 ‘아마존 초이스’ 뱃지도 달았다. 이는 아마존이 구매 고객에게 만족도를 조사한 후, 그 결과를 바탕으로 가장 우수한 제품에 수여하는 상이다. 놀랍게도 미 최대 온라인 쇼핑몰에서 유기농 생리대라는 한 카테고리를 잡아먹은 이 브랜드는 네 명의 한인 여성들이 만들었다.


어떻게? 라는 질문이 먼저 떠오른다. 실마리를 찾기 위해 팀 구성원을 살펴보자. 아네스 안(Aness Ahn) 대표는 여성계발서 수 권을 집필한 작가다. ‘여성을 위해 좋은 것을 팔아보자’는 작가의 상상력에 공동 창업자인 원빈나 최고제품책임자(CPO)가 색을 입혔다. 여기에 디즈니 배급팀 디렉터 출신의 백양희씨가 최고운영책임자(COO)로 팀에 합류하며 라엘은 전 세계 출항 준비를 마쳤다. 안 대표가 건넨 라엘을 직접 사용해 본 고윤미 전 변호사는 로펌을 그만두고 마지막으로 배에 올라탔다.


대단한 숙련자들의 조합이다. 하지만 그것이 성공을 담보한다고 할 순 없다. 그렇기 때문에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어떻게?’ 라는 질문을 가지고 아네스 안 대표와 원빈나 CPO를 만나봤다.

유기농 생리대로 美 아마존 정복한 한

(왼쪽부터) 고윤미 사업개발 디렉터, 백양희 COO, 아네스 안 대표, 원빈나 CPO

제품 출시 6개월 만에 20억 매출, 철저한 아마존 공략이 비결

작가 출신의 창업가라는 점이 흥미로웠다. 첫 창업 아이디어는 어디서 시작된 것인가.


아네스 안 대표(이하 안 대표) : 오랜 기간 기자 생활을 했다. 그 과정에서 여성 명사들을 인터뷰하며 얻은 통찰을 기반으로 여성 자기계발서를 여러 권 쓴 것이다. 늘 여성의 삶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었는데, 창업 또한 그 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여성에게 도움이 되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자’는 결심을 했고, 오랜 기간 출판 과정에서 합을 맞춰 본 원빈나 CPO와 그 생각을 구체화했다.


원빈나 최고제품책임자 (이하 원 CPO) : 그렇게 2년 전 집을 사무실 삼아 시장 조사를 시작했다. 유기농 생리대는 여러 개의 아이템 후보군 중 하나였다. 우리는 아마존에 시험적으로 다양한 여성 관련 제품을 올렸고, 그중 유기농 생리대가 가장 반응이 좋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라엘이라는 여성 위생용품 브랜드를 만들게 된 것이다.


작년 한 해 동안 한국의 여성 소비자로서 ‘생리대 파동’은 가장 불쾌한 사건이었다. 당시 생리대 독성 물질 논란이 터졌을 때, 두 사람은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안 대표 : ‘터질 줄 알았다’가 우리의 반응이었다. 예견된 결과였다. 사실 우리는 시장 조사를 통해 이 시장이 곧 움직이겠다는 걸 느끼고 있었다. 생리대 파동 이전부터 우리는 이미 아마존에서 1등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때 한국의 해외 직구족들이 우리 제품을 찾으면서 한국 시장에도 이름을 알리게 됐다. 타이밍이 잘 맞아 떨어진 셈이다. 미국에서는 대기업 P사의 생리대가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데, 구글에 그 성분을 검색해보면 폐타이어, 아세톤 등 각종 유해 물질로 가득하다. 한국도 미디어를 통해 이러한 사실이 폭로된 뒤, 여성 소비자의 권리 차원에서 이 문제가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미국도 유사한 문제 제기가 곧 일어날 거라고 본다.


의외다. 북미, 유럽 지역의 여성 인권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여성용품에 대해 관심도 많고 시장의 제품 개발력 또한 더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진 않은가 보다. 


원 CPO : 북미, 유럽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생리대가 유럽 공장에서 생산된다. 이 공장들은 긴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그만큼 생산 기계가 낙후됐고 생산 기술에는 발전이 없다. 발전의 의지조차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수많은 브랜드가 같은 공장에서 찍어낸 같은 제품에 이름만 바꿔달고 있다. 비록 원료 측면에서 문제가 있었지만, 생리대를 만드는 방직 기술 자체는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뛰어나다. 공장 시설도 최신식이고.


안 대표 : 케이뷰티가 강한 이유는 혁신을 계속하기 때문이다. 한국에는 까다로운 소비자들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제조 현장에서도 더 많은 연구 개발을 통한 기술 향상이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는 텍사스에서 원료를 수급해, 한국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한다.


어떤 분야든, 제품 양산은 스타트업에게 있어서 쉽지 않다. 양산 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


안 대표 : 맞다. 제조업으로 스타트업이 성장하기가 굉장히 어렵다. 생리대 역시 수억 원의 초기 자본금이 필요했다. 투자를 받으려면, 우리의 가능성을 투자자에게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앞서 원 CPO가 말했듯, 우리는 처음부터 자체 브랜드를 만들지 않았다. 기성품인 면 생리대, 여성 속옷, 유아 속옷 등을 먼저 팔아봤는데, 당시 면 생리대 판매를 우리가 정말 잘했다. 현재도 면 생리대 분야에서 1등을 차지하고 있다. 그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에 우리를 자금 뿐 아니라 전략적으로도 도와줄 수 있는 투자자를 만날 수 있었다.


생리대는 신체에 직접 닿는 제품이기 때문에, 그 인증 과정이 더 까다로울 것 같다.


안 대표 : 만들 때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미국에서 유기농 제품 인증을 받으려면, 최소 3년 동안 농약을 뿌리지 않은 땅에서 특정한 방식으로 길러진 원료를 사용해야 한다. 그 밖에도 모든 유통 과정에서도 유기농 인증을 매년 받아야 하기 때문에 까다롭다. 2017년에 라엘 브랜드를 정식 런칭하기는 했지만, 우리는 2년 전부터 그 모든 인증 과정을 준비해온 셈이다.


원 CPO : 지금까지는 미국이 주요 시장이었기 때문에 FDA 인증을 이미 받았고, 한국 식약청 인증도 받은 상태다. 고객들이 충분히 신뢰할 수 있을 정도의 제품을 만들었다.


출시 6개월 만에 20억 매출을 올렸다. 그 비결은 무엇인가.


원 CPO : 철저하게 아마존이라는 채널을 공략한 덕분이다. 아마존은 한국의 이커머스 채널과 다른 점이 많다. 아마존의 소비자들은 브랜드 인지도보다는 실제 구매 고객의 평을 더 중시한다. 따라서 대기업 제품이 아니더라도, 제품력이 좋다면 승부를 걸어볼 만 한 곳이다.


안 대표 : 아마존의 고객 여정을 따라가 보면 먼저 키워드를 검색한 뒤, 첫 페이지에 오른 제품의 구매평을 보고 구매를 결정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광고나 마케팅보다는 고객 평을 신뢰하는 집단이다. 아마존 내에서는 구매 고객이 단 한 건의 평을 쓸 수 있기 때문에 리뷰 조작이 불가능하다. 라엘이 출시되자 별다른 마케팅을 하지 않았는데도, 구매가 발생하고 좋은 고객 평이 달리기 시작했다. 전혀 신기하지 않았다. 우리는 이미 여러 실험을 통해 유기농 생리대의 잠재성을 확신하고 있었고, 공을 들여 좋은 제품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그 고객 평이 차곡차곡 쌓여 현재의 카테고리 1위라는 성과를 만들어냈다. 창업 초기부터 아마존이라는 채널 안에서 다양한 시도를 해봤기 때문에 그 특성을 우리가 잘 파악하고 있었고, 이것이 성공적인 판매의 비결이었다고 본다.


왜 아마존이었나.


안 대표 : ‘아마존이 세상을 삼키고 있다(Amazon is eating the world)’는 말이 있지 않나. 유럽, 아시아 등 전 세계로 뻗어 나가고 있는 기업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그 본거지인 미국 아마존에서 자리를 잡으면, 이들이 사세를 넓힐수록 자연스레 우리 브랜드도 커질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 많은 스타트업이 과도한 마케팅 비용 지출로 망한다. 그런데 ‘아마존 1위’보다 더 좋은 마케팅 문구가 어디 있겠나. 이렇게 구축한 신뢰와 브랜드력을 기반으로 얼마 전에는 겟라엘이라는 자체 홈페이지를 만들었다. 소비자들과 직접 만날 수 있는 창구가 될 것이다.

유기농 생리대로 美 아마존 정복한 한

라엘은 ‘진짜의(Real)’라는 뜻을 가진 브랜드명이다. 라엘은 생리대뿐 아니라 탐폰, 여성 청결제, 마스크 팩 등 다양한 여성 관련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미국 유기농 상거래의 달인들로부터 투자 유치

앞서 전략적으로도 도움을 줄 수 있는 투자자들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고 말했다.


원 CPO : 지금까지 스트롱벤처스(Strong Ventures), 프라이머(Primer), 소프트뱅크벤처스, 어니스트컴퍼니(The Honest Company)를 제시카 알바와 공동 창업한 리차드 준 대표의 뱀벤처스(Vam Ventures) 등에서 투자를 받았다. 온라인 유기농 신선 식품계의 스타 기업인 스라이브마켓(Thrive Market)도 우리에게 투자했다. 유기농 이커머스를 너무 잘 알고, 관련 네트워크도 많은 투자사로부터 투자를 받다 보니 홍보 효과도 있었고, 전략적으로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


좋은 투자자를 알아보고, 또 그들이 라엘에 투자하게 만드는 노하우가 있다면 알려달라.


안 대표 : 역시 ‘아마존 1위’라는 객관적인 결과물을 보여줬던 것이 유효했다. 또 초기 창업 팀원들 모두가 사회 초년생이 아니라 각 분야에서 전문 경력을 쌓은 사람들이라는 것도 중요했던 것 같다. 투자자들과 만날 때는 항상 문제가 발생했을 때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 팀인지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스타트업은 끊임없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조직이니까. 동시에 이 과정에서 조언을 구할 수 있고, 전략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투자자들과 연을 맺었다. 돈만 받으려고 투자를 유치하는 경우는 없었다.

이달 한국 지사 설립, ‘함께 할 인재 찾는다’

국내에서도 이미 라엘 생리대가 판매되고 있다. 생리대 파동 이후로 한국 진출을 계획한 것인가.


원 CPO : 생리대 파동 전에도 한국 기업 여러 곳으로부터 제품 수입 제안을 받았다. 당시엔 거절하고 적절한 시점을 찾고 있었는데, 파동 이후로 우리가 직접 진출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네 명 모두가 한국 사람이고, 한국 시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모두 해외 직구 형태로 판매가 됐는데, 4월부터는 한국용 제품을 정식 출시한다. 한국 지사도 설립한다.

유기농 생리대로 美 아마존 정복한 한

라엘 미국 본사 사무실 전경

한국 지사 설립 계획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말씀해달라.


원 CPO : 미국에서처럼 자체 채널을 만들지는 않고, 도매 형태로 진행할 계획이다. 이미 많은 유통 채널로부터 협업 요청을 받았는데 한국에서는 티몬과 그 시작을 함께하게 됐다. 이후에도 우리와 합이 맞는 유통 채널을 선별해 판매 접점을 넓혀나갈 계획이다. 미국의 경우 20명 정도의 팀이 갖춰져 있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좋은 인재들과 함께 아시아 시장의 거점이 될 한국 지사를 만들어나가고 싶다.


어떤 직무의, 어떤 인재를 기다리고 있나.


원 CPO : 디지털 마케팅, 온오프라인 MD, 글로벌세일즈 분야의 인재를 기다리고 있다. 미국 본사와도 긴밀하게 교류할 수 있고, 직무에 따라 본사에서의 업무 기회도 주어진다. 라엘코리아의 초기 팀원으로서 라엘의 한국 진출을 성공적으로 이끌어가고 싶으신 분이 있다면, 이메일(binna@getrael.com)로 지원을 부탁드린다.


향후 구체적인 해외 진출 계획은 어떻게 되나.


안 대표 : 이제 막 세계적으로 유기농 생리대 시장에 대한 인식이 열렸다. 이번 한국 진출을 계기로 장기적으로는 중국,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뻗어 나가는 것이 목표다. 이 과정에서 7년 넘게 디즈니에서 근무하며 스타워즈를 배급했던 경력이 있는 백양희 COO, 법적 문제를 해결해줄 고윤미 사업개발 디렉터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라엘의 소비자인 전 세계 여성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안 대표 : 생리대라는 제품의 역사 자체가 100년도 채 되지 않았다. 당연히 이에 대한 연구 결과도 부족한 상태다. 각종 미용에 대한 정보는 넘쳐나지만, 정작 여성의 건강과 직결된 각종 진실들은 의지를 가지고 찾아보지 않으면 알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라엘은 기존 생리대의 유해성과, 그 대안책을 교육하는 것에 대한 의무감도 가지고 있다. 이에 대한 대중적인 접근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앞으로 많은 여성 유명인들과도 협업을 해나갈 예정이다.


원 CPO : 몸에 좋고, 기능도 좋은 제품을 개발해 여성 고객들에게 안겨주는 것이 우리의 숙명이고 임무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지속해서 고객들의 의견을 반영하며 제품을 개선해나가고 있다. 세계의 여성들이 라엘 제품을 사용해, 더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글 : 정 새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