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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한 스타트업의
'100% 원격근무'라는 실험

by플래텀

블록체인 공부를 더는 미룰 수 없다고 느꼈던 순간, 스터디파이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오프라인 모임이 없어서’였다. 회사 일을 마치고 사람이 붐비는 학원가에 꼬박꼬박 도장을 찍는다는 것이 얼마나 피곤하며 지속 불가능한 일인지, 수년간의 경험을 통해 깨우쳤기 때문이다. 그리 비싸지 않은 가격으로 일주일에 한 번, 온라인으로 모여 공부하는 흉내라도 낼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이었다.

 

수강을 시작하고 나니, ‘완주하면 5만 원을 환급해주겠다’는 솔깃한 제안이 내 등을 떠밀었다. 준다는데, 받아야지! 5만 원을 돌려받겠다는 야심 하나로, 피곤에 절은 날에도 눈을 비비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그런데 강의가 아닌 스터디였기 때문에, 참여자인 내가 끊임없이 질문하고 답을 해야만 했다. 공부해 가지 않으면 바보처럼 멍하니 화면만 보다가 ‘수고하셨습니다’ 한마디만 남기고 퇴장해야 했다. 그런 상황이 싫어 몰아서라도 자료들을 한 번씩 훑고 모임에 참여했다. 그리하여 결과적으로 꽤 열심히 공부하게 됐다. 수료증과 환급금도 쟁취해냈다. 애초에 그렇게 열심히 할 생각은 없었는데 말이다.

 

스터디파이는 ‘온라인으로 끝까지 공부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교육 플랫폼이다. 내가 경험해 본 바로, 그 구호는 거짓이 아니다. 실제 스터디파이는 환급 제도와 같은 몇 가지 장치를 통해 평균 5%인 온라인 학습의 완주율을 50%까지 끌어올렸다. 원격 교육의 새 지평을 열어가고 있는 이 팀은, 더 나아가 스스로를 100% 원격근무 조직체로 키워나가기 위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스터디파이는 온라인으로 일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을 찾아낼 수 있을까? 김태우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완주하면 돈 돌려준다’는 신개념 온라인 스터디 플랫폼 스터디파이

한 스타트업의 '100% 원격근무'라

스터디파이 김태우 대표/사진=플래텀DB

이번이 두 번째 창업이죠. 그래서인지 업계에서 발도 넓으시고요.

 

2010년도에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모글루라는 기업을 창업했어요. 스타트업 자체가 얼마 없었고, 스물 세 살 젊은 창업가는 아주 드문 시기였죠. 당시 GS홈쇼핑으로부터 투자도 유치했었는데, 벤처 투자 자체가 활발하지 않았던 때여서 더 주목을 받았던 것 같아요.

 

모글루는 어떤 기업이었고, 왜 실패했다고 생각하시나요.

 

인터랙티브 전자책 저작 도구를 만드는 기업이었어요. 디자이너나 출판사가 전자책을 손쉽게 만들 수 있게 하는 서비스였죠. 스타트업위켄드(Startup Weekend)라는 해커톤에 참여했다가 팀원들을 만나게 됐고요. 저희는 그 시장이 커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예상과 달리 영상과 게임 사이에서 인터랙티브 전자책 자체가 자리를 못 잡았습니다. 전자책 자체가 인기가 없으니 저작 도구는 당연히 인기가 없었고요. 총 4년간의 도전이었습니다.

 

첫 도전으로부터 8년이 지나 스터디파이를 만드셨네요. 사실 스터디파이가 기업이 되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게 재밌었어요. 처음에는 작은 온라인 스터디를 몇 개 운영하는가 싶었는데, 어느 순간 회사가 되어있더라고요.

 

중간에 병특 요원으로 세 개의 스타트업에서 근무했어요. 관심이 많았던 교육, 콘텐츠 기업들을 거쳤죠. 저에게는 두 번째 도전을 하기 위한 준비 기간이었던 셈이고요. 아이템을 고민하다가 성인 교육 시장에서 기회를 발견했습니다. 저는 배움의 욕구가 많아서, 이것저것 시도해보는 편이에요. 그런데 늘 끝까지 해내기가 어렵더라고요. 학원도 가보고, 온라인 강의도 들어보고, 시험에 응시해 강제성을 부여해봐도 늘 중도 포기해서 성취감을 느끼기 어려웠어요. 처음엔 제 의지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주변에서도 다들 같은 문제를 겪고 있더군요. 고민 끝에 ‘학습 완주율’을 높이는 데에는, 마감 시스템과 환급 모델이 효과적일 거라는 가설을 세웠습니다.

 

개인 SNS를 통해 블록체인 스터디 참여자를 모으면서 시작했던 것으로 기억해요.

 

맞아요. 온라인 그룹 스터디 형태, 과제 시스템, 환급 모델(학습 완주 시 일정 금액 환급)이라는 기본 뼈대만 구상을 했고요. 그다음부터는 혼자서 그룹 스터디를 운영하며 이게 사업이 될 수 있을지 시험해봤어요. 당시 블록체인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서, 열 명 정도 모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십 명 정도가 참여했죠. 이미 웹상에 양질의 교육 콘텐츠가 많이 나와있기 때문에, 저는 그것들을 주 단위로 큐레이션해서 스터디원들이 잘 소비할 수 있게 하는 데에 집중했습니다. 결과적으로 학습 완주율이 50% 정도 되는 것을 보고 기존의 방식보다 혁신적이라는 것을 확신했어요. 온라인 교육의 평균 완주율이 4~5% 수준이니 10배 정도 높은 수치였죠. 도전해볼 만한 의의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다음 단계의 확장은 어떻게 이루어졌나요.

 

블록체인이 아니어도 잘 될 것인가? 내가 아닌 사람이 스터디 진행을 해도 잘 될 것인가?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했죠. 블록체인 다음으로는 머신러닝 스터디를 열었어요. 블록체인 스터디도 저 말고 다섯 명의 운영자가 함께 진행해봤고요. 결국 두 실험 모두 성공했습니다. 타 교육 서비스의 경우, 강사의 실력이나 유명세에 의존하는 쉐프(Chef) 모델이 많아요. 그런데 스터디파이에서는 콘텐츠 큐레이션, 과제 시스템, 환급 모델이라는 구조 자체가 학습자의 교육을 돕습니다. 요식업으로 비유하자면 일종의 프랜차이즈처럼 기본 형식과 수준이 갖춰져 있는 거죠. 여러 실험 끝에 충분히 사업화해도 되겠다는 확신을 갖게 됐고, 지난 9월에 법인 설립을 했습니다.

 

저도 한 스터디를 수강했었어요. 환급 모델이 학습자 입장에서 가장 매력적인 요소였고요. 그런데 스터디파이의 수익 구조가 궁금해지기는 하더라고요.

 

스터디마다 수강료가 다르기 때문에 편차가 있지만, 평균 10% 정도 남습니다. 모든 수강생이 환급에 성공하면 남는 게 거의 없는 게 맞는데, 그런 경우가 많진 않아요. 또 타 기업의 경우 매번 새로운 고객을 데려와야 하기 때문에 마케팅 비용을 과도하게 지출하다가 실패하는 경우가 많죠. 저희는 지인 추천, 재등록 비율이 30~40%로 매우 높은 편이기 때문에, 스터디 개수가 늘어날수록 수익성은 점점 더 좋아질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오롯이 자신의 호흡으로 일하고 쉴 수 있는 조직’ 만들기 위한 100% 원격근무 실험

한 스타트업의 '100% 원격근무'라

협업 도구 ‘슬랙’을 활용하는 스터디파이 스터디는 매일 일정 시간 학습 – 주간 과제 제출 – 온라인 스터디 참여 – 완주시 환급 의 순서로 이루어진다.

현재 스터디는 몇 개 정도 운영되고 있나요.

 

지금은 53개 정도입니다. 이번 달 내로 70개 강좌를 열고, 다음 달까지는 100개로 늘리는 게 목표에요.

 

다섯 명의 팀원으로 감당해내기가 점점 어려워지겠군요. 대다수 팀원이 이전 창업 멤버라고요.

 

현재 개발자와 운영 담당을 합쳐서 총 다섯 명이 일하고 있는데, 한 분을 제외하고는 모두 모글루 때 함께했던 분들이에요.

 

‘스터디파이는 어떻게 일하는가’라는 제목의 채용 공고를 인상적으로 봤어요.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역시나 ‘100% 원격근무’에 대한 대표의 강한 의지였습니다. 쉽지 않은 선택이라고 생각하는데,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저는 사람마다 일하는 리듬이 다르다고 생각해요. 어떤 사람은 오전에 일이 잘되고, 어떤 사람은 저녁에 일이 잘될 수 있죠.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모여서 일하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일하는 시간과 성과가 정비례한다고 생각하지 않고요. 스터디파이가 온라인 스터디의 장점을 부각한 서비스인만큼, 온라인 원격근무도 무조건 매력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또 ‘채용’이라는 기업 간 전쟁 속에서 우리를 선택해야 하는 명확한 이유도 필요했고요.

 

장점이 많은 만큼 리스크도 커서 100% 원격근무를 시도하는 스타트업은 많지가 않잖아요.

 

해외에서는 이미 워드프레스 등 수천 명 규모의 회사도 원격근무를 도입해 잘 운영되고 있어요. 불가능한 일은 절대 아닌데, 어렵긴 하죠. 부분 원격근무를 하다가 100%로 전환하는 건 정말 힘들 거예요. 그래서 하려면 아예 설립 첫날부터 해야겠다고 마음먹었고요. 요즘엔 좋은 협업 도구들도 많이 나와 있으니, 원격근무에 적합한 인재를 잘 뽑으면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장거리 소통에 따라오는 불편함이나 문제점은 어떻게 방지할 수 있을까요.

 

채용 공고에도 적었지만 ‘오버 커뮤니케이션(Over Communication)’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이를 위해 최소 월 1회 정기 회의를 갖고, 분기마다 1박 2일의 워크숍을 가려고 합니다. 6개월에 한 번씩은 전 팀원이 해외 특정 도시에 모여 2주 정도 함께 일하고 워크샵하는 시간도 가질 계획입니다. 내년 1월 모임지는 호주 브리즈번으로 결정되었고요. 사실 대면 소통을 한다고 해도, 열 명만 넘으면 정보 전달력이 급격히 떨어져요. 함께 모여 회의를 해도, 각자 결론을 다르게 이해하는 일이 반드시 생깁니다. 회의에 참여하지 않은 나머지 팀원에게 내용 전달이 안 되는 경우도 많고요. 온라인에서도 수신자를 명확히 하지 않으면, 정보가 목적지에 닿지 않고 스쳐 지나가는 일이 생겨버리죠. 결국 오프라인이건 온라인이건 소통의 장애가 없기 위해서는 ‘문서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채용 지원서를 장문의 에세이 형식으로 받고 있습니다. 글로 본인의 생각을 잘 표현하는 사람이 원격근무에도 잘 적응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지원서는 어떤 문항으로 구성되어 있나요.

 

본인이 주도적으로 일해서 성과를 낸 경험, 자신의 실패를 인정한 순간 등 다양한 질문을 드렸어요. 2주 만에 50명이나 지원을 해주셔서 제가 일일이 검토하고 있습니다. 글이 장황하긴 한데, 이야기 핵심을 찾기 어려우면 감점이 되죠. 서류 면접 다음에는 화상 면접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완성이 완벽보다 낫다(Done is better than Perfect)’는 정신을 중요하게 생각하신다고.

 

지금 저희 서비스를 소프트웨어로 비유하자면, 제품을 아직 정식 출시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베타 테스트를 냈는데 매출이 나고 있는 구조예요. 아직 사이트에 회원가입과 결제 시스템도 붙질 않았으니까요. 결국 아직까진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여러 결정을 내려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가급적이면 빠르게 시도를 해보고 개선점을 찾아 나가야 합니다. 초기 스타트업이기 때문에 자잘한 행정 처리나 수동 업무도 많은 편이고요. 너무 이상적인 그림을 그리는 인재는 지금 단계에서는 맞지 않죠.

 

특히 스타트업의 조직 문화는 대표의 철학이나 성향으로부터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됩니다. 김태우 대표는 어떻게 일하는 사람인가요?

 

일과 쉼의 경계가 모호한 편이에요. 일만 한다기보다는, 일하면서 노는 것을 더 재밌어한달까요. ‘여기까지는 일, 여기서부터는 휴식’이라는 경계선이 없습니다. 그런데 과거 창업 경험이나 주변 대표들의 모습을 통해, 지속 가능한 일의 방식을 고민하게 됐어요. 속도를 지나치게 내다가 소진되는 경우를 많이 봤거든요. ‘오롯이 본인의 호흡으로 일하고 쉴 수 있는 삶’을 저도, 팀원들도 누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것이 100% 원격근무를 시행하는 이유이고요. 장기적으로 3년 정도 지났을 때는 각 팀원이 석 달 정도 휴가를 가도 회사가 돌아갈 수 있게 만들어 놓는 게 우리 팀 전체의 미션이라고 생각해요.

 

앞서 말씀하셨던 것처럼 아직 서비스를 정식 출시하지도 않은 상태인데, 알토스벤처스로부터 투자를 유치하셨어요. 어떤 과정이 있었나요.

 

알토스벤처스로부터는 이전 창업 때 몇 번의 퇴짜를 맞았어요. 매년 정기적으로 찾아갔거든요. 사실 이번엔 기대하지 않고 편한 자리에서 뵈었는데, 알토스 자체가 성인 교육 시장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었고 여러가지 타이밍이 맞았습니다. 다른 곳과 다르게 오직 온라인으로만 교육 서비스를 운영해 매출을 내고 있다는 점도 좋게 평가받은 것 같아요.

 

지금까지의 과정을 보면, 해외 진출도 굉장히 빠르게 시도하실 것 같네요.

 

유데미(Udemy), 코세라(Coursera)와 같은 온라인 공개 수업(MOOC) 플랫폼들의 평균 완주율이 4~5% 정도입니다. 이들도 완주율 문제를 해결하려고 고민은 하고 있는데, 현재 모델로도 매출이 잘 나고 있는 상황이라 선뜻 저희 같은 모델로 바꿀 것 같진 않아요. 그 사이에 저희가 빨리 커야겠죠. 현재 스터디 진행자 중에서도 미국에 계신 분들이 있고, 영어로 진행을 하시려는 분도 계세요. 해외에는 큐레이션 할만한 콘텐츠도 굉장히 많기 때문에, 현지인 진행자를 섭외하는 것도 어렵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영어권 국가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시장을 고려하고 있어요.

 

스터디파이가 성장해나가는데 가장 큰 리스크가 있다면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역시 사람에 관한 것이겠죠. 저희 서비스 자체가 교육 분야에서 실험적인 모델인데, 조직 문화적으로도 새로운 실험을 해보는 것이니까요. 아직 국내에는 벤치마킹할 수 있는 사례가 없어서, 시행착오도 계속 겪어야 할 거예요. 최대 한 달에 한 명 채용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복사, 붙여넣기 한 이력서는 아예 받지 않는 대신 열심히 써서 지원해주시면 제가 직접 읽고 하나하나 답장을 해드립니다. 평가라기보다는 서로의 의견을 나눌 기회기도 하니까 무겁지 않은 마음으로 많이 지원해주세요.

 

마지막으로 스터디파이의 중장기 목표를 말씀해주세요.

 

현재 대학이 가지고 있는 취업사관학교적 요소를 스터디파이가 전부 대체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연구 기관이었던 대학이 지금은 취업 사관학교가 돼버렸죠. 하지만 대학 졸업장이 그 사람의 실력을 보장하진 못하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여전히 채용이 어려워요. 스터디파이에서 1년 정도의 개발 과정을 수료한 사람이라면, 웬만한 컴퓨터 공학과 4학년생보다 더 뛰어난 실력을 갖출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채용 연계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어려울 수 있어요. 하지만 근시일 내에 스터디파이 수료증이 오픽이나 토플처럼 지원자의 실력을 검증해주는 하나의 지표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추후에는 같은 강의를 듣는 사람끼리 서로의 지식을 공유할 수 있는 쿼라(Quora) 같은 커뮤니티도 만들어볼 생각입니다. 최종적으로는 주니어는 물론 시니어의 재취업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교육 플랫폼으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정새롬

기자 / 영양가 있고 재미있는 스타트업 이야기를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sr.jung@platu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