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카드를 쓸 수밖에 없는 이유

[자동차]by ㅍㅍㅅㅅ

시간이 날 때, 당신의 지갑을 살펴보라. 당신은 보통 현금을 얼마나 넣어놓고 사는가? 1만 원? 5만 원? 과거 카드가 활성화되지 않았을 때, 우리는 통장을 들고 다니며 은행에 가서 돈을 빼고, 돼지저금통을 갈라서 넣은 돈을 빼서 지갑에 지폐 더미를 두둑이 넣어 다니며 살았던 추억이 있다.

 

그 두둑한 지갑을 볼 때마다 오늘도 사회인으로서 살아간다는 자부심에 참 좋았던 시절이었다. 2017년, 우리는 현금을 잘 가지고 다니지 않는다. 왜냐하면 지갑 안에는 이제 현금 대신 카드가 있기 때문이며 심지어 최근엔 모바일 페이의 발달로 인해 지갑도 없이 휴대폰 안에 카드를 넣어놓고 결제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

우리가 카드를 쓸 수밖에 없는 이유

그렇다면, 우리는 현금을 쓸 수는 없을까? 카드나 현금이나 어쨌든 돈을 쓰는 구조는 비슷하다. 물건을 사고 대가를 지불하고 물건을 소유하는 구조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매장이나 기업은 현금보다는 카드를 통해 물건을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성향이 매우 강하다.

 

물론 카드 계산이 편해서 그런 부분도 있겠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우리는 어쩌면 ‘카드’를 쓰도록 유도당하는 것은 아닐까? 나는 이 부분에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매장에서의 계산대의 위치, 가격 정책 등을 분석했는데, 그 결과 나는 ‘카드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오늘은 ‘카드를 사용하도록 유도하는’ 넛지 전략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다.

들어가기 전: 사람들은 현금보다 카드로 더 많이 소비한다

사람들은 카드를 통해 구매할 때 더 많이 소비하는가, 현금을 통해 구매할 때 더 많이 소비하는가? 답을 아는 사람도 있겠지만, 사람들은 현금보다 카드를 사용할 때 더 많이 소비한다. 다시 말해 현금을 사용할 상황보다는 카드를 사용하는 상황에서 사람들이 더 많이 소비하도록 유도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현금 계산 대신, 카드를 사용할 때 소비를 더 많이 하게 되는 것일까?

우리가 카드를 쓸 수밖에 없는 이유

카드를 사용하면 덜 ‘고통’ 스럽다. 카드를 사용하게 되면 현금처럼 잔액이 줄어드는 ‘고통’을 면할 수 있다. 소비할 때, 현금을 사용하는 경우와 카드를 사용하는 경우 사람들의 사고는 어떻게 달라지는지 한 번 예측해 보자. 당신은 10만 원의 돈이 있으며, 9만 원짜리의 물건을 구매했다고 가정해 보자. 당신이 각각 현금과 카드를 사용했을 때, 사람들의 사고는 다음과 같이 돌아간다.

현금 : 현금 10만원 – 9만원 지출 – 1만원 잔액 남음 →”돈이 별로 안 남았네”
카드 : 카드 1개 – 9만원 지출 – 카드 1개 그대로 →”소비의 느낌이 없네”

현금과 카드를 쓸 때 가장 큰 차이점은, 소비를 통해 줄어드는 잔액을 보느냐와 보지 않느냐에 대한 차이이다. 현금을 사용할 때에는 당신이 소비라는 과정을 통해 물건을 구매하고, 돈의 잔액이 줄어드는 생생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지폐나 동전이라는 수단이 당신의 잔액을 확인시켜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카드는 다르다. 당신이 10만 원을 결제하든 100만 원을 결제하든 액수에 따라 카드가 마모되는 상황은 절대 발생하지 않는다. 무엇인가 줄어든다는 경험은 굉장히 고통스럽다. 카드는 이러한 과정을 과감하게 생략시켜주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결국, 카드는 현금이 없어지는 과정을 보여주지 않기 때문에 카드로 구매할 때는 더 많이 구매하게 되며, 더 서슴없이 구매할 수밖에 없게 된다.

현금과 카드, 카드를 선택하게 만들자!

소비자가 아닌 기업의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인간적인 미’가 아니다. 똑같은 상황이 주어졌을 때 더 많이 소비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그들의 입장에서는 현금구매보다는 카드구매를 유도해야 사람들이 더 많이 소비할 수 있으며, 소비의 과정에서 겪는 갈등을 감소시켜 변심과 같은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것이 그들이 가장 먼저 완수해야 할 제1의 과제다.

우리가 카드를 쓸 수밖에 없는 이유

그렇다면 현금과 카드라는 두 가지 선택지 중 카드라는 선택지를 매력적으로 만드는 방법, 즉 선택을 유도하는 넛지는 무엇일까? 지금부터 현금이 아닌 카드를 구매하는 방향으로 소비자들을 유도하는 몇 가지 방법을 알아보도록 하자.

현금지불 옵션을 아래에 넣어 버리기

우선 우리가 온라인에서 무엇인가를 구매할 때의 결제 화면에 주목하라. 거의 대부분의(99.5%) 사이트는 현금 옵션(직불결제, 실시간 계좌이체)보다 카드나 휴대폰 결제 등을 잘 보이게 걸어 놓는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첫 번째에서 두 번째로 제시된 것에 대해 다른 것보다 더 잘 기억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심리학적 용어로 ‘초두 효과’라고 한다.

우리가 카드를 쓸 수밖에 없는 이유

초두 효과란, 처음 제시된 정보 또는 인상이 나중에 제시된 정보보다 기억에 더 큰 영향을 끼치는 현상을 이야기한다. 즉, 내가 강조하려고 하는 메시지를 처음에 제시하면 다른 것보다 처음의 메시지를 더 강렬히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초두 효과에서 가장 유명한 실험은 솔로몬 애쉬가 진행했던 실험인데, 처음의 메시지가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해 알아보자.

 

애쉬는 실험참가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두 사람의 특징을 묘사한 뒤, 두 사람의 호감도를 조사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제시된 예시는 다음과 같았다.

엘렌 : 똑똑하다—근면하다—충동적이다—비판적이다—고집스럽다— 질투심이 많다
벤 : 질투심이 많다—고집스럽다—비판적이다—충동적이다—근면하다 —지적이다

실험참가자들은 어떤 선택을 했을까? 놀랍게도 그들은 벤보다 앨렌에 더 호감을 느꼈다. 그런데, 특징을 다시 한번 보라. 벤과 엘렌의 성격은 똑같다. 즉, 다른 점이 있다면 순서만 바뀌었을 뿐이다. 그런데 그 ‘순서’, 즉 처음 나타나는 몇 가지 단어가 둘의 호감도를 결정하는 결정적인 요소로 자리 잡은 것이다.

 

카드와 휴대폰 결제의 옵션을 위에 놓게 되면, 사람들은 다른 옵션보다 한 가지나 두 가지 옵션이 주는 강렬한 느낌으로 인해, 다른 옵션과의 차이점과 상대적 이익을 고려한다기보단 강렬한 느낌을 받는 것을 선택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현금을 통해(계좌이체)를 통해 구매하는 옵션은 위의 옵션보다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카드지불옵션에 인센티브 제공하기

만약 현금지불옵션을 아래에 둘 수 없는 상황, 즉 온라인처럼 인터페이스 조정이 불가능하다면 기업은 ‘카드 혜택’이라는 인센티브를 추가함으로써 카드 옵션이 상대적으로 매력적인 선택지로 보이도록 만드는 전략을 사용한다.

우리가 카드를 쓸 수밖에 없는 이유

대표적인 것이 ‘구매 혜택’ 을 제공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당신이 2만 원짜리 제품을 구매할 때, 다음과 같은 옵션이 있다. 당신은 현재 현금 2만 원을 가지고 있고 카드에 여분의 2만 원이 남아 있는 상황이다. 즉 현금이나 카드 둘 중 하나를 선택해 물건을 구매하려고 한다.

A : 현금 2만 원 지불
B : 카드로 2만 원 지불

앞선 예시에서, 두 옵션이 큰 차이가 없다면, 현금을 지불하는 옵션을 모두 선택하지는 않겠지만 굳이 카드로 지불해야 할 필요성이 없다면 현금을 지불하는 사람들이 발생할 것이다. 그런데 만약 B의 옵션에 다음과 같은 인센티브가 붙는다고 가정해 보자.

A : 현금 2만 원 지불
B : 카드로 2만 원 지불 + 구매의 10% 적립(2,000 마일리지 적립)

마일리지라는 인센티브가 붙었을 때, 물론 사람들이 결제한 금액은 2만 원으로 동일하지만, 결과적으로 인센티브로 인해 소비자들은 20,000원이 아닌 18,000원에 제품을 구매한 것과 같은 인식을 하게 된다. 왜냐하면 2,000마일리지라는 인센티브를 받았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효용이 더 큰 것이 사람들이 소비를 하게 된다면, 사람들은 카드 구매라는 옵션을 선택할 확률이 높다.

카드로 결제하는 과정을 간단하게 만들기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불문하고, 기업이 고려해야 하는 요소 중 하나는 결제의 과정을 복잡하게 만들면 절대 안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당신이 제품을 결제할 때 결제 과정이 복잡하다면 제품을 구매하다 열이 받아 컴퓨터를 부술(?) 확률이 더 높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구매의 과정에서 구매를 포기하는 소비자들이 발생할 수 있다.

우리가 카드를 쓸 수밖에 없는 이유

기업은 카드 구매의 비율을 더 높이기 위해 카드 구매의 과정을 획기적으로 단축해 버렸다. 예를 들어 구매의 시간을 10초로 줄인다거나, 복잡한 공인인증서의 과정을 폐지하고 로그인 하나만으로 결제를 가능하게 만들어 버린다거나 등, 우리가 편리하고 획기적으로 느꼈던 모든 과정은 사실 우리가 소비의 과정을 빠르게 만들어 소비에 대한 고민과 갈등을 줄이도록 하는 전략이다.

 

만약 우리가 빠르게 무엇인가를 구매하여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을 때, 즉 직관적이고 간단하게 무엇인가를 경험하여 꽤 큰 만족감을 느꼈을 때, 다음 선택에서 당연히 과거의 좋은 기억이 있는 옵션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결론: 당신만의 ‘소비습관’을 찾아라

사실 당신이 합리적으로 소비하기 위해서는, 당신의 소 습관을 체크하고 이에 맞는 전략을 선택하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재 대부분의 결제 과정은 현금이 아닌 카드에 특화되어 있다.

 

물론 카드를 사용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카드 사용이 편리한 부분에서 사용하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중요한 것은 이러한 분위기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인식하고, 이에 휘둘리지 않는 소비습관을 가지는 게 소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져 본다.

 

카드를 유도하는 우리 곳곳의 넛지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는 나 자신만의 소비습관을 찾아 실천하는 과정이 가장 중요하다. 또한, 소비과정을 여과 없이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과정도 중요하다. 당신의 소비습관을 보는 것은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도구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쩌면 카드 지배시대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당신이 어떤 방법으로 소비하든, 중요한 것은 소비의 본질을 깨닫는 것이다. 현재 우리는 소비의 아픔을 느끼지 못하도록 하는 전략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소비의 아픔을 깨닫자. 그러면 답이 보일 것이다.

필자 고석균 (블로그, 페이스북)

세상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자. 행동경제학과 사회심리학을 좋아합니다.

2017.11.27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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