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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한라산 소주 수입 과정에서 정리한 비즈니스 계약의 4가지 법칙

byㅍㅍㅅㅅ

한라산 소주 수입 과정에서 정리한 비

전 회사에서 내가 마지막으로 계약을 맺은 건 한라산 소주의 필리핀 판권이었다. 개인적으로 한국 한라산 소주의 무한한 가능성을 믿고 있으며 가장 뿌듯하고 기쁜 성과였다. 파이널 계약서에 사인하고 초도 물량 오더가 들어가기까지 장장 1년의 시간과 엄청나게 많은 사람의 공이 들어갔고, 몇 번 엎어질 뻔한 상황들도 있었지만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이 계약을 진행하는 동안 한라산 소주 말고도 여러 제품의 수입을 생각했다. 대기업/중소기업 가리지 않고 다양한 회사와 접촉을 시도했으며 계약 진행 시도 및 만남을 가졌다. 어떤 경우는 테스트 제품까지 나왔지만 결국 한라산 소주를 제외하고 단 한 건도 파이널 계약서에 사인하지 못했다. 그뿐 아니라 비즈니스로 연결되었던 관계도 전부 정리했다.


그때 참 많은 걸 깨달았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때 그렇게 관계가 정리된 회사들과 앞으로 계약을 맺을 확률은 전혀 없다. 심지어 어디보다 더 좋은 조건과 가격, 컨디션을 준다 해도 난 그 회사 및 제품을 누구에게도 소개하지 않을 생각이다. 그리고 그 담당자분이 그 회사를 떠나고 다른 담당자가 와도 그 회사와 연을 맺을 생각은 1% 가능성도 열어두지 않았다.


이렇게까지 단호하고 확고한 이유는 간단명료하다. 중국 회장님으로부터 배운 계약 관련 조언 4가지와 함께 설명해보겠다.

1. 절대 쉽게 계약하지 않는다

한라산 소주 수입 과정에서 정리한 비

쉽게 계약서에 사인하지 않고, 농담으로라도 ‘하겠다/사겠다’는 말을 내뱉지 않는다. 우리는 한라산 소주의 계약서만 최소 10번 이상 검토하고 샘플 및 테스트 작업을 수십 번 했으며 계약 후 우리에게 보일 수출용 라벨링 작업까지 해보았다.


고객에게 어떻게 보일지, 우리와 정말 어울릴지 실제로 시제품을 받아보기도 했다. 한라산 소주를 가져올 경우 우리 고객사가 될 분과의 테스트는 물론 쉐프들과 함께 한라산 소주와 안주의 페어링 테스트까지 진행했다.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을 총동원해서 이 물건을 가져오기로 마음’만’ 먹기까지 6개월이 걸렸다.

2. 최소 물량만 받는다

아무리 제품이 좋고 테스트했다 한들 그 나라 시장에서 잘 되는지 알려면 제품을 실제로 깔아보고 고객의 반응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잘되길 진심으로 바라지만 잘 되지 않았을 경우 남는 재고 처리 및 비용 등의 문제도 생각해야 한다. 우리는 리스크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첫 번째 오더는 최소 물량만 진행한다.

3. 모두가 만족하지 않으면 계약하지 않는다

내가 일하던 회사에는 보더 멤버처럼 제품 하나에 의견을 내는 최소 인원이 늘 정해져 있었다. 회장, 나와 동생, 부회장 두 명, QA, 일본에서 태어나서 나고 자라 프랑스에서 공부하고 별 5개 호텔에서 일했던 마케팅 및 미디어 홍보 실무자까지 6명이 마주 앉는다.


6명이 음식이든 제품을 테스트하고 그 자리에서 바로 찬반 결정하든지, 찬성이지만 이런 건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피드백을 공유한다. 합의를 끌어내지 못하면 그 물건이 채택될 확률은 없다. 심지어 회장의 마음에 든 제품이라도 멤버들이 NO라면, 그 이유를 전부 귀 기울여 듣고 자신의 결정을 조정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한라산 소주 수입 과정에서 정리한 비

4. 불발되어도 좋은 관계를 유지해둔다

다리를 태우지 마라(Don’t burn the bridge).

가장 중요한 핵심으로 늘 내게 해주셨던 말이다. 이번 계약이 안 됐다고 바로 등 돌리거나 뒤에서 험담하거나 연락을 끊지 않는다. 당사자와 직접 계약하는 게 아니라도 그 사람을 통해 소개로 연결될 수도 있고, 회사가 제품 하나만 판매하는 것이 아니니 다른 제품으로 다시 마주칠 수 있다. 기대했던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친절과 미소를 잃지 말고 언제나 가장 친한 친구처럼 표현하고 안부를 물으며 인연을 끊지 말라 하셨다.


그런데 한국 회사들과 계약 때문에 미팅을 진행하다 보면 처음에 기대감이 하늘을 찌른다. 이미 당연히 된 것처럼 생각하고 다 도와주고 다 해줄 것처럼 한다. 그러다 계속 제품의 불만족스러운 피드백이 나오고 자신들이 생각했던 예상 기간보다 길어지면 금세 실망해서 자신의 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상대방 입장에서 그 감정 표현을 받아들이고 미팅하는 건 굉장한 감정 노동이다.


시제품 이제 겨우 2~3번 테스트했을 뿐인데 “너희가 원하는 제품은 ‘언젠가’ 꼭 만들어줄 테니 자기 봐서라도 우선 사인부터 하자”고 우기는 상황이 빈번했다. 그렇게는 못하겠다고 하면 지금까지 너희 회사에 들어간 샘플값이 얼마인지 아느냐며 생색내거나 불쾌해한다. 샘플링 작업에 들어가는 돈을 안 내겠다는 것이 아니다. 만약 회사에 돈을 요청할 상황이면 오피셜 레터로 요구하는 게 맞지 카톡이나 전화로 서운함을 표출하는 것은 비즈니스 매너가 아니라 생각한다.


결국 쌍방 합의점을 찾지 못해 계약이 불발되면 갑자기 냉랭해지고, 연락을 끊는다. 그리고 뒤에서 이상한 소문을 내거나 험담을 한다. 신기한 건 결국 그게 돌고 돌아 당사자 혹은 회사에까지 들린다는 점이다. 우리는 다신 그 회사와 신뢰와 신용을 이어갈 수 없다 판단해 계약 혹은 만남 가능한 회사 리스트에서 지워버린다.

한라산 소주 수입 과정에서 정리한 비

돌아갈 다리를 스스로 태워버린 셈이다

여기까지가 이성적으로 쓴 거라면 감정적인 경험을 하나 더 덧붙일까 한다. 비즈니스에서 계약이 되는 경우의 수보다 계약이 불발되는 경우의 수가 훨씬 많지 않을까. 아무리 내가 개인적으로 상대방을 알아 너무 도와주고 싶어도, 회사에서 그 제품이 만족스럽지 않아 계약 못 하겠다 하면 나도 더 이상 도와줄 수 없다. 이건 개인적인 일이 아니라 비즈니스다.

 

게다가 도와주기 전에 우선 제품이 만족스러워야 하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진리 아닌가? 그런데 비즈니스와 회사를 위한 선택의 결과가 계약 불발이면 상호 간 이해관계 및 팩트를 빼고 뒤에서 나나 회사를 비난하고 욕하더니, 자신이 더 좋은 회사로 옮겼다며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언제든지 자신에게 연락 달라고 내 전 회사 회장님께 개인 카톡을 보내는 건 대체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다.

참조

논란이 되어 덧붙입니다. 저희 측에서 샘플을 요청할 때 당연히 서플라이어는 샘플 비용 인보이스를 청구하고 저희는 비용을 정산합니다. 하지만 한국 업체 중 요청한 것 외의 제품을 많이 들고 오고 샘플 비용을 청구하지도 않는 곳들이 있더라고요. 샘플은 당연히 비용이 발생되는 것이 맞습니다. 육류를 포함한 쌀, 야채 또한 샘플 비용 인보이스 처리를 합니다. 

필자 안태양 (블로그)

동남아, 해외진출, 브랜드 기획 및 마케팅 by. foodculture la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