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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100원 딜’의 비밀

byㅍㅍㅅㅅ

메일이 하나 왔다. 메일을 살펴보니 유명 카페의 빙수를 100원에 판단다. 이게 웬 떡? 들어가서 장바구니에 물건을 넣고 계산을 하려 하니, 진.짜 100원이다. 마침 빙수를 먹으러 갈 일이 있었던 나는 속으로 ‘나는 오늘 매우 합리적인 소비를 했구만’라고 생각하며 나 자신을 칭찬한다.

‘100원 딜’의 비밀

‘100원딜’ 이 인기다. 특정 인기 품목을 100원에 판매하여 많은 사람들이 홈페이지에 들어오게 하기 위한 전략 중 하나인데, 이 혜택을 보기 위해선 1년 동안 구매 이력이 없거나 홈페이지에 처음으로 가입해야 하는 조건을 건다. 아무나 구매할 수는 없지 않은가.

 

우리가 합리적인 소비를 했다고, 물건을 싸게 사는 스마트한 소비자라고 생각하면 이 글을 통해 그 생각을 다시금 해 보길 바란다. 100원딜 속에는 사실 꽤 치밀한 넛지 전략이 숨어 있으니 말이다.

 

이 글에서는 100원딜이라는 행사가 결과적으로 무엇을 가져오는지, 우리는 그들에게 무엇을 제공하는지에 대해 중점적으로 살펴보려고 한다.

당신은 당신도 모르게 회원 가입을 한다

이 요거트빙수 하나를 100원에 사기 위해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하는지 살펴보자.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하게 되는지 깨닫게 된다면 100원딜 속에 숨겨진 넛지 전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이것을 사기 위해 반드시 해야 하는 과정이 있다. 바로 ‘회원 가입’ 이다.

‘100원 딜’의 비밀

회원 방문 숫자는 쇼핑몰 사이트에서 가장 중요한 성장 지표 중 하나다. 일종의 오프라인 쇼핑몰에서 사람이 많고 없고를 생각하면 좀 더 이해가 빠를 것이다. 여러분이 보기에 사람이 많은 곳이 장사가 잘 될 것 같은가, 사람이 없는 곳이 장사가 잘 될 것 같은가? 우리는 보통 전자가 장사가 잘 될 것이라고 말하지만, 사실 매출전표를 보기 전까지는 모르는 일이다.

 

방문하는 사람은 많지만, 매출이 없을 수도 있고 사람이 잘 오지 않지만 오는 사람들은 무조건 구매하는 단골고객이 많은 가게일 수도 있으니까. 실질적인 고충은 표현할 수 없지만, 표면적으로 봤을 때 회원 수가 많다는 것이 그렇게 나쁜 것은 아니다. 사람이 많이 올수록 제품이 판매될 확률이 높아지고, 더불어 자연스럽게 쇼핑몰에서 물건을 파는 사람 또한 방문자 숫자를 보고 찾아올 수 있다.

 

즉, 회원 수가 늘어난다는 것은 방문객 수가 늘어나는 것뿐만 아니라 판매자의 증가, 광고제휴의 증가, 시장 선점 등의 이점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물건을 100원에 파는 이유는 소비자들에게 회원가입을 강요할 수 없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자연스럽게 쇼핑몰의 회원이 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100원딜은 다른 제품과 달리 비회원이 구매할 수 없다. 그 이유는? 쇼핑몰은 100원딜을 통해 당신이 회원가입 버튼을 아무렇지 않게 누를 수 있도록 일종의 넛지 전략을 구사한 것이라고 보면 되겠다.

당신도 모르게 당신은 쇼핑몰의 마케팅 전략에 동의한다

회원가입뿐만 아니다. 당신은 당신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쇼핑몰의 마케팅 대상에 노출되게 된다. 당신이 회원가입을 할 때 무의식적으로 지나치는 ‘이메일, SMS 수신여부’ 에 주목하라.

 

당신은 회원 가입을 할 때, 앞서 주민등록번호와 휴대폰 인증, 집 주소, 휴대폰 전화 등을 쓰느라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왠지 귀찮고 빨리 회원가입 절차를 마쳐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는가?

‘100원 딜’의 비밀

당신이 그 생각을 하는 이유는 회원가입 절차가 복잡해서가 아니다. 회원가입을 많이 해 봤기 때문이다. 반복되고 정형화된 절차를 지속적으로 밟을수록 사람들은 그 절차에 대해 지겹고 따분한 것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100원이라는 가격에 시간이 지나기 전에 소비하겠다는 마음을 먹고 있는 소비자들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그들은 이 절차를 얼른 지나가고 싶은 마음에 무의식적으로 수신동의의 버튼을 누른다. 어차피 메일이 오나 문자가 오나 자신들에게는 잃을 것이 없고 정 귀찮으면 지우면 되니 그런 생각을 했으리라 생각한다. 나도 때로 그런 적이 있으니까.

 

당신이 만일 수신 여부에 동의한다면, 당신은 당신에게 맞는 물건을 추천하는, 할인행사 등의 이벤트가 진행될 때마다 문자나 이메일을 수신하는 잠재적인 고객이 된 것이다. 즉, 100원딜이 아니더라도 할인쿠폰이나 반값행사 등을 진행할 때 다시 적극적으로 소비의 과정에 참여할 사람이 된 것이다.

 

쇼핑몰이 원하는 것은 사실 잠재적인 고객이다. 충성스러운 고객도 좋지만 잠재적인 고객이 많을수록 전체적으로 좋은 마케팅 효과나 장기적인 매출을 가져올 수 있을 테니까. 당신은 100원딜을 통해 회원가입을 할 뿐만 아니라, 기업의 잠재적인 고객이 되는 것에도 동의했다. 이 역시 쇼핑몰이 노리는 넛지 전략에 해당한다.

 

물론 100원이란 가격은 원가에 비해서도 매우 낮은 가격이며, 대개 이 행사는 처음 구매를 하는 사람들이 이용하기 때문에 ‘이것만 사야지’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이렇게 소비에 있어 채찍질을 한다는 것은 좋은 현상이지만, 이로 인해 막상 수신동의란 등의 사소한 디테일을 잘 신경 쓰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당신이 수신 동의를 누른 순간, 그 날부터 당신에게는 할인행사를 하고 있는 상품들이 매일 몇 번이고 이메일을 뒤덮게 된다. 그리고 동시에 수많은 메일 중 하나에 반응하여 물건을 구매한다면, 쇼핑몰은 실질적으로 잠재적 고객의 지갑을 ‘100원딜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열어 버렸다는 것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당신도 모르게 당신은 휴면고객에서 돌아온다

100원딜의 조건을 다시 보자. 행사 조건 중 ‘신규 고객과 구매 후 1년 이상이 지난 고객’을 명시했다. 이들을 명시한 이유는 휴면고객의 수를 줄이고 쇼핑몰에서 휴면고객들이 소비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넛지 전략이다. 즉, 떠나간 고객을 다시 부르기 위한 넛지 전략인 것이다.

‘100원 딜’의 비밀

당신이 만일 1년 동안 구매 이력이 없었다고 가정해 보자. 이는 기업의 입장에서 당신이 우리가 아닌 다른 플랫폼이나, 오프라인 매장으로 떠나 버렸다는 증거 중 하나이다. 만약 구매를 열심히 한다면 1년이나 구매를 하지 않았을리는 없지않은가? 그렇다면 그들을 어떻게 다시 부를 것인가?

 

다시 오라고 메일로 간절하게 호소를 할까? 사람들은 생각보다 바쁘고 산만해서 그런 메세지 전략은 통하지 않는다. 귀찮게 치근덕대는 것보단 획기적인 매력을 통해 사람을 오게 하는 것이 그들의 입장에서는 더 자연스런 전략이라고 평가를 했던 것이다.

 

그들은 다른 곳으로 떠나간 사람들을 모으기 위해, 휴면 고객에게 더 많은 할인혜택과 할인쿠폰을 장전한 뒤, 100원딜이라는 치명적인 유혹으로 사람들이 다시 돌아오게끔 유도하는 것이다. 그들이 떠나간 고객을 다시 부르는 이유는 앞서 이야기하듯 쇼핑몰에선 고객의 수가 어느 정도 영향력 있는 수치이기 때문이다.

결국 100원딜은 쇼핑몰이 고객을 구매하는 넛지다

5,000원 하는 가격을 100원으로 대폭 낮춘다면 수익이 나올까? 당연히 나오지 않는다. 이 행사는 대개 마케팅 비용으로 쓰이기 때문에 수익을 위해 진행하는 행사가 아니다. 결론적으로 봤을 때 쇼핑몰은 100원딜을 매개로 쇼핑몰 내의 회원수를 늘리고, 마케팅 대상자를 늘리고, 그리고 떠나간 고객들을 다시 부르는 것이다.

 

즉, 그들은 마케팅 비용으로 ‘고객’ 을 구매한 것이다. 이렇게 효과적이고 탁월한 넛지가 이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그들은 강제적인 움직임 하나 없이 고객들이 스스로 자신의 행사를 홍보하고 참여하게 만들었다.

필자 고석균 (블로그, 페이스북)

세상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자. 행동경제학과 사회심리학을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