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 가기

[ 비즈 ]

그 재킷을 사지 말라던
파타고니아의 오랜 진심

byㅍㅍㅅㅅ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

파타고니아라는 이름이 생소한 사람이라도 너무도 유명한 이 광고는 아마 들어봤을 것이다. 2011년 블랙프라이데이 때 뉴욕타임스에 전면으로 게재 된 ‘Don’t buy this jacket’은 파타고니아를 일약 스타덤에 올린 광고다. 옷을 파는 회사가 옷을 사지 말라니 이 얼마나 도발적인 카피인가. 그것도 미국 리테일 시장에서 가장 빅시즌이라는 블랙프라이데이에. 도대체 이게 무슨 소리였을까.

대략 주요 내용만 발췌하자면,

  1. 파타고니아는 이 세상을 우리 아이들이 좀 더 살만한 곳으로 남기고 싶은 기업이다. (그러므로 당신이 환경에 영향을 주는) 재킷이나 어떤 것이든 사기 전에 깊게 생각하고 적게 소비하기를 바란다.
  2. 광고에 사용된 R2재킷은(친환경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많은 자원이 소모된다.
    1. 물 135리터가 소비되며 이는 45명이 하루 3컵씩 마실 수 있는 양이다
    2. 원산지에서 Reno 창고까지 오는 데 20파운드에 가까운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이는 완제품 무게의 24배나 해당한다.
    3. Reno 창고로 오는 길에 이 재킷 무게의 2/3만큼 쓰레기가 버려진다
  3. 이 재킷은 아주 높은 기준으로 견고하게 만들어졌다. 그러니 이 재킷을 대체할 새 제품을 자주 살 필요가 없다.
  4. 우리는 자연을 위해 많은 일을 했다. 하지만 여전히 해야 할 일이 많다. 그러니 당신이 필요하지 않은 제품이라면 사지 마라.

 

없던 지갑도 열린다는 블랙프라이데이에 ‘Don’t buy this jacket’이라고 말하는 것은 어쩌면 ‘나는 돈을 벌기 싫어요’라고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잘 알다시피 2011년 블랙프라이데이 광고 이후 파타고니아의 매출은 오히려 늘었다.

 

이 파격적인 광고를 보며 누군가는 ‘위선적’이라고 했고 누군가는 ‘고도의 상술 혹은 마케팅’이라고 평가절하하기도 했다. 만약 파타고니아가 갑자기 Don’t buy this jacket이라는 말을 꺼냈다면, 그렇게 평가할 수도 있다. 그러나 파타고니아가 걸어온 길을 조금만 살펴보면 그들의 진심을 단순히 상술이라고 폄하할 수는 없다.

당신은 당신의 가치를 위해 핵심사업을 포기할 수 있습니까?

Patgonia 창업자 Yvon Chouinard

파타고니아의 창업자이자 산에 미쳐있었던 이본 쉬나드(Yvon Chouinard)는 본인이 필요한 등산장비(피톤)를 만들면서 회사를 시작했다. 그의 회사가 제작한 피톤은 워낙 제품력이 뛰어나 1970년에 회사를 미국에서 가장 큰 등반장비 회사로 성장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의 견고한 피톤으로 인해 그가 사랑하는 바위가 흉측하게 망가지는 걸 목격하며 그는 큰 결심을 한다. 바위를 망가뜨리는 피톤 사업을 포기하기로. 당시 그의 회사는 피톤을 주력으로 생산, 판매하는 회사였다.

 

사업적으로 거대한 위험이 따르는 결정이었지만 그는 해야만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주력사업을 포기했다. 과연 그가 매출과 이익에만 초점을 맞추고 상술을 쓰는 사람이었다면,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었을까?

 

향후 그는 아웃도어 의류 시장에도 진출했다. 끊임없이 신소재를 적용하고 기능성 의류를 제작하며 제품력을 키워갔다. 그 덕분에 주요 사업을 포기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승승장구하며 회사의 매출은 고공 성장할 수 있었다. 승리감에 취하거나 자만심에 빠지기 쉬운 바로 그때, 그는 이런 생각을 한다.

테이블 10개로 운영하는 별 3개짜리 프렌치 레스토랑에 테이블을 50개 더 갖다 놨을 때, 그 세 번째 별이 계속 남아 있을 것인가? 회사도 키우고 별도 많이 다는 것이 가능할까? 또한 이러한 성장세를 유지한다면 자연훼손을 더 확대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는 통제되지 않은 성장이 파타고니아를 성공으로 이끌어 왔던 가치관을 흔들어 놓는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회사의 모든 결정은 자연을 최우선으로 하기로 결심하고 이를 기업경영에 공식적으로 반영했다.

 

과도한 성장 속도에 취해 흔들거리기보다 그들만의 중심을 더욱 단단히 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직원들과 기업의 가치와 미션을 정리하며 활쏘기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과녁의 한복판을 맞힌다는 생각을 버리고 활을 쏘는 일련의 동작 하나하나에 정신을 집중한다. 기본자세를 정확히 한 다음 화살통에서 화살을 집어 시위에 걸고 호흡을 가다듬고 시위를 뒤로 당겨서 화살을 놓아준다. 이런 과정을 정확히 하면 과녁의 한복판을 맞히지 않을 도리가 없다. 이 철학을 적용하기가 가장 적합한 곳이 바로 비즈니스의 세계다. 일단 목표를 확정한 후에는 다 잊어버리고 과녁을 향해 자세부터 모든 과정을 충실히 밟아 가는 거다.

그에게 비즈니스란 자신이 사랑하는 자연을 더 아름답게 남기기 위해 화살을 집고 시위를 뒤로 당기는 일련의 과정이었을 뿐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피톤을 포기한 이후에도 反GMO 광고, Vote our planet 캠페인까지 그 정신을 쭉 이어가고 있다. 그러니 Don’t buy this jacket은 갑작스럽기보다 원래 그들이 계속 해오던 일의 연속선상에 있을 뿐이다.

1등이 전혀 부럽지 않은 행복한 2등

네… 있더라고요

파타고니아는 Private Company이기 때문에 매출을 공개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정확한 매출을 알 수는 없지만, 파타고니아는 매년 매출의 1%를 환경보호를 위해 기부하므로 이를 기반으로 매출을 추정해 볼 수 있다.

 

파타고니아의 대략적인 매출은 약 8억~10억 달러(한화 약 8,000억~1조 원)로 예측된다.(2017년 기준) 이 정도 매출 규모라면 파타고니아는 미국 아웃도어 업체 중 2위이다.

 

그렇다면 1위는 누굴까? 1위는 10억~20억 달러(1조~2조 원)의 노스페이스다. (노스페이스는 VF Corporation이 소유한 여러 브랜드 중 하나기 때문에 명확한 매출액은 공개되지 않는다) 많은 2등 기업들이 그러하듯이 파타고니아는 노스페이스의 아성을 넘고 1위가 되어 업계 최고가 되고 싶지는 않을까?

우리는 베니티 페어(Vanity Fair)나 지큐(GQ) 같은 잡지 혹은 시내버스 같은 곳에 광고해서 청소년들로 하여금 노스페이스나 팀버랜드 제품을 사지 말고 우리 회사 물건을 사게 하는 식으로 인위적인 수요를 만들어 내지 않는다. 그냥 우리 옷을 가졌으면 하는 고객이 아니라 정말로 우리 옷을 필요로 하는 고객을 원하는 것이다. 우리는 대기업이 되기를 바라지도 않는다. 가장 좋은 회사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고, 아무래도 가장 좋은 대기업보다는 가장 좋은 작은 기업이 되기가 용이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파타고니아의 목적은 매출이 가장 큰 의류회사가 되거나 브랜드 가치가 가장 높은 회사가 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파타고니아가 가진 사명을 ‘We’re in business to save our home planet’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실제로 이를 위해 The Activist company로서 역할 한다.

콜라 회사들끼리 불필요하게 싸우면서 주장하는 것과는 달리 우리 회사는 고객들에게 정말 가치 있는 것을 더 보태려고 노력하고 있다. 우리는 야외에서 제대로 기능을 하는 질긴 고급 상품을 만드는 것이다. (…) 나아가 최고급을 말로만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것이 정말로 최고급인지를 조목조목 따져서 실제로 보여 주려 한다. 수명이 오래가는 것과 환경적 영향은 당연히 그런 조목 중 하나가 된다.

최고의 제품을 만들 되 불필요한 환경 피해를 유발하지 않으며, 환경 위기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해결방안을 실행하기 위해 사업을 이용한다. 이것이 파타고니아가 사업을 하는 이유이다.

 

VF Corp. 같은 일반적인 주식회사들은 Annual Report에 매출과 영업이익 추이 혹은 자신의 회사와 다른 기업 간의 비교 같은 Financial Performance에 집중한다. 그러나 파타고니아의 Annual Benefit Corporation Report는 조금 다른 것에 집중한다.

 

파타고니아 매출의 1%를 환경보호를 위해 기부하는 1% for the planet이 누구에게 어떻게 전달됐는지라든가 한 해동안 얼마나 친환경적인 소재를 더 많이 사용했는지 같은 지표들을 알리고자 한다.

 

파타고니아가 굳이 돈을 들여 이러한 지표들을 공시할 의무는 법적으로 전혀 없다. 하지만 자신들의 가치를 얼마나 잘 실현 해내가고 있는지 고객과 함께 나누고자 하는 그들만의 투명성(Transparency: 일반적으로 부정을 방지하기 위해 재무회계를 얼마나 투명하게 공개하는지로 쓰임)을 보여주는 사례다.

기침이나 사랑처럼 절대로 숨겨지지 않을 파타고니아의 진심

사람이 절대 숨길 수 없는 두 가지는 기침과 사랑이라고 했다. 나는 장기적으로는 숨길 수 없는 한 가지가 더 존재한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은 진심이다. 내가 누군가를 좋아한다면, 아무리 아닌 척해도 결국엔 들통나고 만다.

 

마찬가지로 내가 무언가를 싫어한다면, 아무리 아닌 척해도 언젠가는 결국엔 드러나게 돼 있다. 한두 번이야 속일지 몰라도 장기간 계속 속일 수는 없다. 기업활동도 마찬가지다. 진심이 아닌 그럴싸한 포장은 결코 오래 지속될 수 없다. 언젠가는 어떤 방식으로든 그것이 거짓임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

 

누가 믿어주든 믿어주지 않든 본인의 진심을 분명히 지키고 그 진심을 향해 활을 쏘듯 끊임없이 활시위를 당기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 진심은 여러 가지 활동으로 발현된다. 그런 여러 가지 활동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진심은 굳이 의식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느낄 수 있다.

 

브랜드, 혹은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누군가에게 컨설팅받은 그럴싸한 수식이나 있어 보이는 디자인으로 완성될 수 없다. 오랜 시간 지속적으로 나의 진심을 지켜왔을 때만 비로소 자연스럽게 만들어질 수 있다.

 

40여 년의 세월을 우직하게 진심으로 지켜온 파타고니아가 그랬던 것처럼. 그렇기에 파타고니아가 그 재킷을 사지 말라고 해도 소비자에게는 그 말이 그저 그런 말장난이나 상술로 보이지 않는다. 당시 주력사업이던 피톤을 포기할 때부터 끊임없이 보내온 파타고니아의 진심 때문이다.

 

장사도 별반 다르지 않다고 믿는다. 내가 진심으로 고객을 접객할 때, 내 진심이 목소리에서, 손짓에서 눈빛에서 모두 드러나고 결국 진심이 전달된다고 믿는다.

 

또 내가 진심으로 우리 동네에서 가장 소중한 가게가 되기 위해 기획하는 고사리 희망장터나 십시일반 같은 행사들, 매번 세일문자를 보낼 때마다 끝에 함께 보내는 짧은 연애편지들까지도 시간이 지나며 많은 사람들이 그 진심을 알아주고 있음을 매일매일 발견한다.

 

점점 더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이다. 인스턴트 진심은 급조된 만큼 빠르게 식을 수밖에 없다. 밥은 끓을 만큼 끓어야지 밥이 된다. 재촉한다고 생쌀이 갑자기 밥이 되거나 누룽지로 변신 할리 없다. 진심은 조급증으로 전달할 수 없다.

 

활을 쏘듯 끊임없이 활시위를 당겨야 한다. 과녁을 맞히려고 욕심내지 않고 하나씩 하나씩 내 행동 하나하나에 집중하며 기초를 탄탄히 다져가야 한다. 그 노력이 축척됐을 때 그 끝에는 반드시 진심에 다다를 수 있다고 믿는다.

필자 김경욱 (블로그)

파트타임 소상공인. 풀타임 몽상가. 답 없는 세상에서 나름의 답을 찾기 위해 발버둥 치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