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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사이코패스의 취업

byㅍㅍㅅㅅ

※ BRIGHT SIGHT에 기고된 「What Are the Most Popular Jobs Among Psychopaths?」를 번역한 글입니다.

 

사이코패스는 은밀하고 정교하여 겉보기엔 완벽히 보통 사람으로 보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그들을 찾아내는 것은 의외로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들에게도 작은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직업을 선택하는 경향성 같은 것 말이죠.

 

영국의 심리학자이자 작가인 ‘케빈 더튼(Kevin Dutton)’은 다년간 사이코패스에 대해 연구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오랜 연구를 토대로 『사이코패스의 지혜서(The Wisdom of Psychopaths)』라는 책을 출간했는데, 그 책의 내용에 따르면 사이코패스의 직업에도 선호도가 있다고 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사이코패스에게 가장 인기 있는 10가지 직업’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왜 그들에게 이 직업들이 매력적인지, 그 안에서 이들은 어떻게 자신을 발현하는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글을 정리하면서 각 직업에 대한 오해가 생기진 않을까 걱정이 되더라고요.

 

해외의 사례이고, 각 직업의 본래 의미가 아닌 ‘사이코패스에게 있어 해당 직업이 갖는 의미’에 대한 해석이니 가볍게 읽어주세요.

10위. 공무원

사이코패스가 선택하는 직업의 10위는 ‘공무원’이 차지했습니다. 공무원 내에서도 행정처리 부서보다는 정책적으로 좀 더 많이 관여할 수 있는 부서를 선호한다고 해요. 자신에게 필요한 권력과 통제력을 좀 더 수월하게 얻을 수 있기 때문이죠. 아마도 가장 효과적인 위치는 국회의원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놀랍게도, 2014년 영국 정부에서는 위기상황에서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사이코패스를 의도적으로 고용한 사례가 있다고 합니다. 이들은 타인에 대한 우려라던가 도덕적인 망설임이 없기 때문이죠. 그저 명확하고 논리적입니다. 자신의 일만 정확하게 수행합니다.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부수적인 것들에 휘둘리지 않고 가이드라인대로만 일할 수 있는 이들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9위. 주방장

우리가 잘 아는 요리사 고든 램지는 “요리사는 제정신이 아니다”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요리사는 우아하고 섬세하지만 한편으로는 스스로에게 아주 집요합니다. 업무 시간도 상당하죠. 일주일에 약 100시간을 일합니다. 일부러 치열한 분위기를 조성하기도 합니다. 바쁠 때의 주방은 실제로도 정상이 아닌 것처럼 보일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주방장이 9위를 차지했습니다. (칼이나 불에 접근하기 쉬워서가 아니라) 사이코패스는 일반인에 비해 스트레스 상황을 매우 잘 견디고, 오히려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더 잘 발현되기 때문이죠. 정신없이 돌아가는 주방의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그들이 잘 적응하는 이유라고 하네요.

8위. 성직자

종교단체에 종사하는 사람은 타인에 대한 친절과 봉사하는 태도로서 주변의 귀감이 되고자 합니다. 이는 해당 종교로 외부인이 유입되는 계기를 만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모든 종교인이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베테랑 FBI인 ‘조 나바로(Joe Navarro)’는 사이코패스가 종교단체에서 일하려는 이유를 설명한 바 있습니다.

 

주된 이유 중 하나는 해당 단체 내에서 그들이 원하는 것들을 합법적으로 행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어떤 위치에 있냐에 따라 자신의 목적을 교리의 그림자에 교묘하게 숨길 수 있는 것이지요. 국내에서도 사이비교주의 믿기 어려운 사건들이 종종 있었는데, 이런 관점에서 보면 좀 더 이해가 됩니다. 뿐만 아니라 단체 내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정보도 이들에겐 유용하다고 합니다. 해당 정보를 이용하여 그 사람을 다루거나 협박할 수 있으니까요.

7위. 경찰

경찰이 이 순위에 있다니 놀라운 일입니다. 하지만 오히려 확실한 자료는 경찰 관련 프로파일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위험한 지역에서 일하거나 그곳을 급습해야 하는 경찰들은 사이코패스의 성향을 가지고 있을 확률이 높다고 기재되고 있습니다. 이들은 위험하거나 스트레스가 심한 상황에서 침착함을 유지하는 법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위험한 상황에 처했을 때 오히려 즐거움을 느끼기도 합니다.

 

관점이 다소 비약적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사실이나, 실제 통계로도 경찰의 가족 중 40%가 가정폭력으로 고통받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합니다.

6. 기자

사이코패스를 대표하는 강점인 ‘매력, 건방짐, 잔인함’ 등은 기자로서의 삶을 살기에 매우 유용한 성향이라고 합니다. 더불어 자신의 이름을 매일 새로운 기사의 하단에서 보게 된다면 지극히 평범한 사람조차 자기중심적인 사람으로 변모하게 될지 모릅니다. 나르시시스트인 그들에게 매력적인 직업일 수밖에 없죠.

 

한편, 기자는 단기간 내에 많은 양의 좋은 기사거리를 찾아내야 합니다. 굉장한 스트레스가 요구되며, 치열한 경쟁 속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하죠. 사이코패스를 위한 완벽한 근무환경입니다.

5. 외과 전문의

정신 분석가 ‘칼 스워드’는 자신과 대화했던 외과 전문의가 “나는 내가 수술하는 사람들에게 동정심을 가지지 않는다. 수술을 하는 동안 나는 냉정심을 유지해야 한다. 마치 메스를 들고 있는 기계처럼 움직여야 한다.”라고 말했다고 했습니다.

 

관련 연구는 외과 전문의가 다른 의사들에 비해 사이코패스화 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결과를 나타냈습니다. 연구자들이 언급한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이들이 일반적인 도덕성에 어긋나는 신속하고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할 때가 많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항상 생사의 기로에 있는 사람들을 대해야 하니까요.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직업 중 하나인 이유입니다.

4. 세일즈맨

『괴물과의 업무: 회사에 있는 사이코패스로부터 어떻게 나를 보호할 것인가』라는 책의 저자는, 팀 내 사이코패스가 매출을 크게 증가시킬 수 있다고 말합니다. 자신감 있고 매력적이며 사람을 잘 다룰 수 있는 능력 덕분에 이들은 최고의 세일즈맨이 될 수 있습니다. 이들은 경쟁을 사랑하기도 하죠. 라이벌을 쉽게 이깁니다. 일부 고용주에게 있어 이러한 성향은 딱 그들이 원하던 자질일 것입니다.

 

2001년 실시한 세일즈맨 연구에 따르면, ‘이달의 직원’으로 선정된 직원들은 이따금 나르시시즘과 ‘인지적 공감*’을 나타낸다고 하는데요. 이는 사이코패스가 잘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들이 이 직업을 갖게 된다면 말이죠. 그러나 이러한 성향을 가진 이들의 경우 장기적인 관점에선 고객의 신뢰를 잃곤 합니다.

 

※ 인지적 공감: 타인의 상황이나 표정, 말투, 태도 등을 통해 그들의 생각을 추론할 수 있는 능력. 다른 공감 요소인 정서적 공감, 신체적 공감과는 다르다.

3. 방송

방송계 직업이 3위로 선택되었습니다. 특히 아나운서, MC 등의 역할은 청중 앞에서도 침착하게 말하고 행동해야 하기 때문에 그들에게 선호도가 높다고 합니다. 특히 자기애나 매력적인 언변은 이 직업군에서 매우 유용한 능력이고, 그들의 커리어를 빠르게 성장시키는데 도움이 됩니다.

2. 변호사

영화 <데블스 에드버킷, 1997>을 보셨다면, 변호사로서 일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많은 스트레스를 요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타고난 매력과 대중 연설 능력, 도덕적으로 온전한 선택을 하는 능력도 중요하죠. 덕분에 꽤 많은 사람들이 변호사는 도덕적 양심이 없는 거짓말쟁이이며 자신의 이득에만 집착한다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심리학자에 따르면, 변호사로서의 성공을 위해서는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거짓말을 할 수 있어야 하며, 자신의 양심에 주의를 기울여서는 안 된다고 합니다. 성공적인 변호사였던 한 사이코패스는 인터뷰를 통해 “내 안 어딘가에 연쇄살인범이 숨어있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1. CEO

사이코패스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 기분이 더 고양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그들은 종종 일부러 혼란스러운 상황을 만들기도 합니다. 라이벌을 이기기 위해서, 한편으로는 다른 사람의 눈에 잘 띄기 위해서 말이죠. 많은 사이코패스가 이 방법을 통해 높은 자리로 오르곤 합니다. 연구에 따르면, 대기업 CEO 중 4%는 실제로 사이코패스이며, 그들 중 20%는 더 강한 경향성을 갖고 있었습니다.

마치며: 본문에 대한 첨언

미국정신의학회가 2013년 개정한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편람 제5판(DSM-5)>에 따르면, 사이코패스(반사회적 인격장애, Antisocial personality disorder)의 행동양식은 위에서 언급되는 모습과는 조금 다릅니다.

 

1. 반복적인 범법행위로 체포되는 등 법률적∙사회적 규범을 따르지 않는다.
2. 거짓말을 반복하거나 가명을 사용하거나 자신의 이익이나 쾌락을 위해 다른 사람을 속이는 사기성이 있다.
3. 충동적이거나, 미리 계획을 세우지 않고 행동한다.
4. 쉽게 흥분하고 공격적이어서 신체적인 싸움이나 타인을 공격하는 일이 반복된다.
5. 자신이나 타인의 안전을 무모하게 무시한다.
6. 시종일관 무책임하다. 예컨대 일정한 직업을 꾸준히 유지하지 못하거나 당연히 해야 할 재정적 책임을 다하지 못한다.
7. 다른 사람에게 해를 입히거나 학대하거나 또는 다른 사람의 물건을 훔치는 것에 대해 아무렇지도 않게 느끼거나 합리화하는 등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다.

 

데이터에 따르면 이들은 타인의 감정에 대한 관심이나 걱정이 없으며, 어렵지 않게 거짓말을 하고, 자신으로 인한 타인의 피해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합니다. 다른 사람의 권리를 무시하는 무책임한 행동도 쉽게 드러내죠. ‘매력, 자신감’으로만 그것들을 감추기엔 위의 직업을 유지하기 쉽지 않습니다. 특히나 이들은 충동적인 성향으로 인해 사회적, 가정적으로 제 역할을 잘 수행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아마도, 위의 직업군에서 이들이 안정적으로 진입하여 제 역할을 하고 있다면, 사이코패스로서의 성향 일부를 스스로 개선했거나 이겨냈다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사이코패스의 비율이 감소한다는 통계 결과가 있는데, 이들 중 상당수가 사회적인 경험을 토대로 자신의 행동을 교정하기 때문이죠.

 

한편, 심리학자들은 위에 언급한 10가지 직업이 사이코패스만의 직업이라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자신감, 겁 없음, 정서 부족, 매력’ 등 그들의 사회적 강점이 이러한 직업에 유용하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정도입니다. 성공할 가능성도 높고 말이죠.

 

사이코패스와 직업을 연결한 것이 흥미로워서 소개했는데, 재밌게 읽으셨는지 모르겠어요. 사실 꼭 위의 것들에 해당되지 않더라도, 회사에 가면 “저 사람은 분명히…”라고 생각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인 것 같아요. 딱히 해결할 수 방법은 많지 않죠. 사표를 던지거나, 내가 사이코패스가 되거나. 그렇게 오늘도 두 가지 방법 모두 포기한 채 굳건히 침만 꼴딱 삼키고 계실 모든 분들, 힘내세요.

부록: 가장 인기 없던 직업 10가지

한편, 사이코패스에게 가장 인기 없는 직업 10가지도 있다고 하네요. TOP 10에 올랐던 직업들과 비교해보면 다수의 타인에게 좀 더 밀접하게 연결되어 지원하거나 돌보는 직업이 주를 이루는 것 같습니다.

 

1. 간호조무사 (Nursing assistant)
2. 간호사 (Nurse)
3. 치료사 (Therapist)
4. 기술자, 공예가 (Engineer, Craftman)
5. 스타일리스트 (Stylists)
6. 자선단체 (Charity worker)
7. 선생님 (Teacher)
8. 창의적인 직업들 (Creative jobs)
9. 의사 (Doctor)
10. 회계사 (Accountant)

필자 왕고래 (블로그)

왕고래입니다. 심리학을 전공했고 소심합니다. 사람에 대한 글을 씁니다. 『소심해서 좋다』, 『심리로 봉다방』을 썼습니다. 어릴 적, 꿈을 적는 공간에 '좋은 기분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쓴 적이 있습니다. 아직 변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