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머신, 사실 19세기 ‘고문바퀴’였다?

[테크]by ㅍㅍㅅㅅ

현대의 러닝머신, 혹은 런닝머신은 유산소운동과 근력운동, 다이어트용으로 사용되는 운동기구입니다. 러닝머신도 런닝머신도 한국에서 만들어진 한국식 영어니 표준어는 트레드밀(Treadmill)입니다.

 

러닝머신은 1970년대 유산소운동과 에어로빅 열풍이 불면서 현재의 형태로 전 세계에 퍼졌습니다. 마땅히 달리기할 곳이 적당치 않은 도시인에게 헬스클럽이나 가정 등에서의 조깅은 건강을 위한 투자입니다.

러닝머신, 사실 19세기 ‘고문바퀴’

그런데 지금은 건강을 위해 애용하는 러닝머신이 사실 19세기의 고문기구였다는 말이 있습니다.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원리가 비슷하긴 합니다. 일명 고문바퀴 또는 계단차라고도 불리는 트레드밀, 러닝머신의 유래는 1800년대의 영국 교도소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지금과 똑같은 것은 아니었으며, 운동을 위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때의 트레드밀은 죄수에게 고통을 주고 노동력을 착취하기 위한 도구였습니다. 당시의 죄수들은 막힌 공간에서 반복된 노동 때문에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렸습니다. 현대에는 돈을 내고 고문기구에서 운동을 하고 있는 셈이죠.

러닝머신이 고문기구가 된 유래

1800년대, 즉 19세기의 영국에서는 범죄자를 국외추방하기도 했지만 사형과 교도소 수감 중에 선택할 수 있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지금에는 사형과 교도소 수감에 큰 차이가 있지만 당시에는 교도소 자체가 워낙 비위생적이고 가혹했기 때문에 사형과 교도소를 선택하는 상황이 가능했습니다.

 

1778년 이후 영국은 죄수들에 대한 중노동 법이 있었습니다. 감옥살이 동안 모든 죄수는 의무적으로 노동을 해야 했죠. 1818년 윌리엄 큐빗이라는 영국의 한 기술자가 죄수는 당연히 중노동을 해야 한다는 당시 인식에 따라 중노동 고문기구 트레드밀을 고안했습니다. 죄수들은 가로로 누인 원통 모양 계단차 위에서 계속 걸으며 물레방아처럼 원통을 돌렸습니다.

러닝머신, 사실 19세기 ‘고문바퀴’

교도소에서 사용되었으나 물레방아처럼 노동력을 이용하는 형태였다.

트레드밀형 고문기구가 개발된 후 16세 이상의 죄수들은 최소 3개월 이상 ‘고문바퀴’에서 일해야 했습니다. 원통에는 계단이 있어서 하루 종일 고층빌딩의 계단을 올라가는 것과 같은 중노동의 형벌이 되었습니다. 이 회전을 이용해서 물을 퍼 올리거나 곡식을 빻는 데 사용했습니다. 트레드밀의 어원을 잘 살펴보면 Tread(밟다) + Mill(공장, 반복기계)의 뜻이 있습니다.

러닝머신, 사실 19세기 ‘고문바퀴’

1850년의 소규모 트레드밀 사진. 칸막이 사이에 죄수들이 올라가서 계단을 밟으면 원통이 돌아가며 곡식을 빻게 설계되었다.

이 고문기구는 1842년 이후 영국 내의 다른 교도소에도 퍼져서 10년 만에 전국 50곳 이상의 교도소에서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앞서 말했듯 영국의 재판에서는 사형과 교도소 생활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했고, 죽는 것보다는 낫겠다고 생각한 죄인의 경우 교도소에서 고문기구를 돌렸습니다.

 

이 고문기구는 죄인에게 엄청난 고통을 주기보다는 심리적이고 지속적인 고통을 가하는 형벌의 하나였습니다. 영국은 1898년 인권 보호를 위한 교도소 법이 통과되면서 고문기구 노동이 폐지되었습니다.

러닝머신, 사실 19세기 ‘고문바퀴’

당시 교도소의 강제노동 장면. 대규모로 운영되었으며 죄수들에게 심리적 공포와 스트레스를 주었다.

또 다른 고문기구

역사적으로 트레드밀보다 더 오래된 러닝머신의 유래는 고대 로마 시대에 사용되었던 ‘폴리스파스토스(Polyspastos)’와 ‘트레드휠(Treadwheel)’입니다. 트레드휠은 긴 봉을 일으켜 세워서 돌을 들어 올리는 역할을 했습니다. 지금의 트레인같은 기능으로 ‘콜로세움’을 건설하는 데도 사용했다고 합니다.

 

트레드휠의 긴 봉에는 다람쥐 쳇바퀴 형태의 물레방아가 연결되어 있습니다. 여기에 사람이 들어가서 걸으면서 돌렸다고 합니다. 트레드밀은 원통 위에 사람이 올라가지만 트레드휠은 아예 안에 사람이 들어간다는 것이 차이점입니다.

러닝머신, 사실 19세기 ‘고문바퀴’

폴리스파스토스와 트레드휠. 로마 시대에 인간의 노동력을 이용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1800년대 영국에서 죄수들에게 형벌처럼 사용하기 위해 개발된 고문바퀴는 회전하는 거대한 원통 위에 10-20명의 죄수가 올라가서 계단을 밟으며 돌리는 구조였습니다. 그들은 하루 6시간씩 매주 5일 동안 이 위에서 등산을 하는 듯한 노동을 해야 했습니다.

 

계산한 바로는 하루 노동량이 오르막길을 평균 2.5Km, 최대 4km까지 걷는 것과 같다고 합니다. 이 거리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인 ‘에베레스트산’ 높이의 절반에 해당합니다. 부실한 식사와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매일 에베레스트 산을 등산하는 셈이었습니다.

러닝머신, 사실 19세기 ‘고문바퀴’

손목에 쇠사슬이 채워진 채 에베레스트 산 절반에 가까운 중노동에 힘겨워하는 죄수를 표현한 작품.

처음 개발했을 때 의도는 죄수의 노동력을 이용하자는 것이었지만 고문기구의 영향은 심리적인 부분에 더 크게 작용했습니다. 죄수들의 노동력을 이용한 것 치고 효율은 그리 높지 않았습니다.

 

원통 위에는 마치 현대의 투표소처럼 앞과 좌우가 막힌 칸막이가 있어서 이곳에 들어서면 타인과 단절된 채 묵묵히 계단을 돌려야 했습니다. 죄수들에게 형량보다 더한 고통과 스트레스를 주는 고문인 셈입니다. 교도소는 이렇게 단조로움 속에서 반복 노동을 강제해 공포를 조장했습니다.

러닝머신, 사실 19세기 ‘고문바퀴’

트레드밀에서 고문과 같은 중노동을 받는 장면을 묘사한 사진. 장시간 혼자만의 반복 노동은 심리적 스트레스를 준다.

현대의 트레드밀

러닝머신의 조상이 고문기구라고는 해도 원리만 비슷할 뿐 직접적인 모양은 똑같지 않습니다. 로마 시대에 있었던 트레드휠이 19세기에 영국 교도소에 나타났다면 이것이 현대의 운동기구로 다시 나타난 것은 한 독일인의 기록이 시초가 됩니다. 한국으로 치면 ‘차력 쇼’를 해 수입을 벌었던 그 독일인은 하체 근육을 키우기 위해 트레드밀과 유사한 기구를 사용했습니다. 인력으로 벨트를 돌리는 것은 전동모터로 돌리는 것과 큰 차이가 나기 때문에 현대의 러닝머신과도 역시 차이가 있었습니다.

 

실질적으로 러닝머신이 현대적으로 변화하는 과정은 1952년 워싱턴대학의 한 교수에 의해서 심장과 폐 질환 진단 도구로 개발된 후입니다. 너무나 비쌌기 때문에 현재의 첨단의료기기처럼 의과대학에서나 사용했습니다.

러닝머신, 사실 19세기 ‘고문바퀴’

1950-1960년대 탄생한 현대의 트레드밀. 출처: NASA

한편 유산소운동을 강조하며 에어로빅을 창안하기도 했던 케네스 쿠퍼가 1968년 만든 트레드밀이 미국 NASA의 우주인 훈련기구로 공급되었습니다. 1970년대 이후 조깅 열풍이 불면서 건강과 운동을 향한 관심이 높아졌고 이때부터 본격적인 러닝머신의 대중화가 이루어졌습니다.

 

현재 러닝머신은 밖에서 운동하기 어려운 현대인에게 매우 효율적인 운동기구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러닝머신이 없더라도 자연에서 마음껏 뛸 수 있는 여유 시간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합니다.

러닝머신, 사실 19세기 ‘고문바퀴’

필자 Seven Kiss (블로그,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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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08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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