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원산지, 지속가능성, 저당...지금 초콜릿 트렌드”…스테판 루흐 셰프

[푸드]by 리얼푸드

[리얼푸드=고승희 기자] 부드러운 곡선의 아름다움을 살린 경복궁 모형 앞으로 사람들의 시선이 쏠렸다. 스타 셰프의 작품을 담기 위해 휴대폰이 분주히 움직였다. 경복궁을 만드는 재료가 된 것은 오로지 초콜릿이다.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3일. 스테판 루흐(Stéphane Leroux) 셰프는 한국에 도착한 후, 매일 아침 7시부터 밤 12시까지 초콜릿 쇼피스(showpiece : 설탕, 초콜릿, 밀가루, 과일 등 먹을 수 있는 음식 재료로 만든 공예작품)에 매달렸다. 

프랑스 최고 장인을 뜻하는 MOF(Meilleur ouvrier de France) 타이틀을 보유한 스테판 루흐 셰프가 최근 한국을 방문, 경복궁 쇼피스를 선보였다.

프랑스 최고 장인을 뜻하는 MOF(Meilleur ouvrier de France) 타이틀을 보유한 스테판 루흐 셰프가 최근 한국을 방문, 경복궁 쇼피스를 선보였다.

“35년간 초콜릿을 다루며 그간 만들지 못했던 기술을 경복궁 작업을 통해 많이 배웠어요. 한국의 미를 표현하는 완벽한 곡선을 보여주는 것이 쉽지 않았죠.”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지붕의 곡선 처리와 그 끝에서 이어지는 직선, 다양한 디테일의 만남은 장인에게도 힘든 과제였다.


“근정전은 다른 나라의 건물 양식과 비교해 곡선을 지지하고 있는 내부 구조가 굉장히 디테일해요. 건물 외부 역시 동물 문양 같은 세부 문양들이 많아 관찰을 많이 했어요.” 약 80㎏의 초콜릿으로 만든 경복궁의 자태는 우아하고 당당했다. 

스테판 루흐 셰프는 현재 전 세계 초콜릿 업계의 트렌드로 “원산지, 지속가능성, 저당 열풍”을 꼽았다.

스테판 루흐 셰프는 현재 전 세계 초콜릿 업계의 트렌드로 “원산지, 지속가능성, 저당 열풍”을 꼽았다.

한국에선 6년 만에 열리는 2018 벨지안 초콜릿 나잇(Belgian Chocolate Night) 행사를 위해 한국을 찾은 스테판 루흐 셰프를 만났다. 그는 ‘프랑스 최고 장인’을 뜻하는 MOF(Meilleur ouvrier de France) 타이틀을 보유한 세계적인 제과제빵 전문가로, 현재 초콜릿 커버춰 브랜드인 벨코라데에서 셰프로 활동 중이다.


스테판 루흐 셰프는 벨코라데 행사의 일환인 ‘벨지안 초콜릿 나이트’를 위해 전 세계 각국을 방문할 때마다 특별한 예술작품을 선보인다. 각 나라의 문화와 전통을 보여줄 수 있는 건축물은 그가 영감을 얻는 주요 소재다. 칠레를 방문했을 때는 모아이 석상을, 태국을 방문했을 때는 방콕 왕궁을 초콜릿 쇼피스로 선보였다.


“처음엔 경복궁과 인천공항이 후보였어요. 한국 문화를 좀 더 잘 보여줄 수 있는 것을 생각하다 보니 경복궁을 만들게 됐죠. 초콜릿 쇼피스로 만들어내는 것 자체가 두 개의 문화가 만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한국의 전통문화와 벨기에의 문화가 만나는 장을 표현한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어요.”


35년간 초콜릿과 함께 쌓아온 그의 이력은 화려하다. 스테판 루흐 셰프가 파티시에( Patissier)의 꿈을 키운 것은 여섯 살 때였다. 초콜릿 맛을 감별해내는 손주의 특별한 재능을 알아본 할머니의 적극적인 지지가 있었다. 그 날 이후 달려온 긴 시간 동안 스테판 루흐 셰프는 ‘셰프들의 셰프’로 불릴 만큼 인기가 높다. 이미 장인의 반열에 올라 있다.


파티시에로 시작한 스테판 루흐 셰프가 초콜릿 쇼피스를 본격적으로 하게 된 건 2002년 무렵이었다. “프랑스를 대표해 월드 페이스트리 챔피언십, 초콜릿 피스 분야를 준비하면서 초콜릿 쇼피스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더 매진하게 됐어요.” ‘디저트의 나라’ 프랑스를 대표한 얼굴은 세계에서도 단연 일등이었다. 그는 이 대회에서 초콜릿 피스 부문 1위를 차지했고, 2004년엔 MOF를 받았다. 

수십년간 초콜릿 업계에 몸 담은 그는 이 시장의 크고 작은 변화를 몸소 겪었다. 초콜릿 시장 역시 커피 시장처럼 보다 세분화되고 다양해지는 추세다. 전 세계 초콜릿 시장에도 눈에 띄는 트렌드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스테판 루흐 셰프는 “원산지, 지속가능성, 저당 열풍”의 세 가지라고 봤다. 식품업계의 트렌드와도 맞닿아있다.


원산지의 중요성은 보다 까다로워진 소비자 취향을 반영한다. 그는 “최근엔 소비자들이 카카오빈이 어디에서 오는가에 대한 관심이 높고, 이것에 대한 의식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속가능성 역시 스테판 루흐 셰프가 꼽은 중요한 트렌드 중 하나다. 그는 “식품 산업계에선 원료와 그것의 제조과정, 생산자, 제조업자가 상당히 중요하다”며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벨코라데에서 생산되는 초콜릿 중 다크 오리진 베트남73 제품은 ‘카카오 트레이스(Cacao Trace)’ 인증을 받았다. 카카오 발효기술을 농부들에게 전수하는 것은 물론 발효과정을 직접 관리해 안정된 카카오 품질을 유지하게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농부들이 생산한 카카오의 판매수익을 농부들에게 되돌려주는 과정까지 관리하고 있다.


“사실 코코아라는 원재료는 굉장히 취약한 재료예요. 그렇기 때문에 직접 생산하고 관리하는 모든 공정에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죠. 맛이나 발효 정도. 풍미만 판단하고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재배하는 과정에서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을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고 있어요.”


초콜릿은 달달한 맛이 최고의 매력이지만 ‘저당’ 열풍은 이 업계에도 불고 있다. 스테판 루흐 셰프 역시 ‘저당 트렌드’를 적극적으로 지지한다는 입장이다.


“저당 트렌드의 이유는 두 가지예요. 맛과 건강 때문이죠. 특히 설탕의 양을 줄이면 맛이 좋아져요. 설탕을 많이 넣으면 (식품의) 고유의 맛이 설탕 뒤로 숨어버려요. 하지만 설탕을 줄이면 풍미가 살아나고, 설탕 뒤로 감춰진 미묘한 맛을 찾아낼 수 있어요.”


스테판 루흐 셰프는 초콜릿 본연의 맛을 살리기 위해 설탕이 첨가된 밀크 초콜릿보다는 다크 초콜릿을 선호한다고 한다. 최근엔 다크 초콜릿의 건강상 효능이 강조되며, 카카오 함량이 높을수록 ‘좋은 초콜릿’이라는 믿음도 생겼다. 하지만 이에 대한 스테판 셰프의 입장은 다르다.


“일단 카카오 함량을 나타내는 퍼센트 자체는 절대로 믿지 마세요. 수치는 아무 의미가 없어요. 정말 중요한 것은 균형이에요.” 코코아매스, 코코아버터, 설탕이 얼마나 잘 조화를 이루느냐가 ‘좋은 초콜릿’을 결정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스테판 루흐 셰프는 “그 중 버터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코코아버터는 입안에 풍미를 돌게 하고 잘 녹게 만들어준다”고 말했다. 특히나 맛있는 초콜릿을 고르는 방법을 귀띔했다.


“초콜릿을 잘랐을 때 경쾌하게 ‘딱’ 소리를 내며 잘라지면 밸런스가 잘 잡힌 맛있는 초콜릿이에요.”


shee@heraldcorp.com

2018.04.26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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