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진화하는 ‘도시락’…추억을 넘어 산업이 되다

[푸드]by 리얼푸드

-김정덕 단지FnB 대표

초등학교 시절 4교시가 끝날 즈음 난로 위에 올려진 양은 도시락에서 올라오는 누룽지 냄새가 교실 안에 가득할 때가 있었다. 그저 반찬이라고는 김치와 검은 콩자반, 계란말이가 전부였던 시절이었다. 가끔 소시지 반찬이 담겨져 있을 때면 친구들과 나눠 먹기보다는 하나라도 더 먹으려 애썼던 기억이 있다. 나름 못 살던 시절이지만 추억 가득한 얘기다.

지금의 젊은 세대에게 도시락하면 연상되는 첫째는 아마 편의점일 것이다. 아니, 백종원과 혜리, 김혜자 같은 도시락 모델일지도 모른다. 언제나 그렇듯 외식업 아이템은 저렴한 아이템으로 바람몰이를 시작하지만 결국 소비자 트렌드는 가성비를 뛰어 넘어 가심비로 이어지기 때문에 마지막에는 차별화나 프리미엄이란 이름으로 포장된 제품들만 살아남게 돼 있다.


도시락의 유행은 오래되지 않았다. 불과 몇년 전만 하더라도 도시락은 프랜차이즈 전문점에서 구매해야 했다. 당시만 해도 도시락 대부분은 반조리 된 냉동 제품 등을 간단하게 튀기거나 해동해 구색을 갖춰 매장에서 포장 판매하는 것이 전부였다. 그에 비하면 지금의 편의점 도시락은 당일 배송 시스템이라는 물류시스템으로 완벽하게 극복했다. 일일 배송으로 완제품 도시락을 진열 판매하는 방식은 도시락의 신선도와 안정성, 그리고 고객의 요구까지 만족시키고 있다. 체계적인 물류시스템을 발판으로 유명인 광고모델의 힘과 젊은 고객들의 자발적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포스팅으로 편의점 도시락의 시대는 성큼 우리 곁에 다가왔다.


도시락은 이미 진화를 시작했다. 주변 식당 영업을 위협할 만큼 그들은 엄청나게 진화하고 있다. 음식의 가치는 음식뿐만 아니라 친절한 직원, 편안한 자리, 분위기 좋은 인테리어, 매장 음악 등 그 외의 것들을 포함한 모든 부분이 음식 값의 가치이다. 이에 비하면 도시락에 지불하는 가격은 생각만큼 저렴하지 않다. 하지만 고객들은 이미 음식점이 가지고 있는 내외부적인 가치를 포기할 만큼 편의점 도시락에 열광하고 있다. 


최근 고급 도시락 시장에 진출하는 프랜차이즈 업체도 많다. 건강한 죽으로 성공을 앞세운 본죽은 이미 도시락 브랜드로 전국에 많은 매장을 확보하고 있다. 가격대는 편의점 도시락 보다 고가이지만 즉석 조리 제품의 수와 양을 늘리고, 건강하고 영양 만점의 도시락으로 차별화 시켰다. 스트릿테이블은 갈비 도시락이라는 아이템으로 프랜차이즈화에 성공하고 있다. 이 브랜드의 전신은 갈비 전문 프랜차이즈 업체인데, 이를 발판으로 한 끼를 먹더라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갈비와 찌개 등을 구현한 푸짐한 박스 형태의 도시락으로 각광받고 있다. 


도시락의 진화는 끝이 없다. 가깝게 일본 도쿄역 주변만 보더라도 100년 이상을 유지해 온 도시락 매장들이 꽤 있다. 긴 역사를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도시락이라는 작은 상자 안에 그들이 추구하는 음식 이상의 가치를 담을 수 있었기 때문이고 고객이 그 가치를 인정해 주었기 때문이다. 


도시락이라는 아이템이 과연 어디까지 진화할지는 전적으로 공급자의 역할에 달려 있다. 정크푸드를 넘어 작은 도시락 상자 속에 고객이 만족할만한 충분한 가치를 담아낼 때 비로소 도시락도 외식업 한축을 담당하는 산업이 될 것이다.

2018.05.25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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