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 가기

[ 푸드 ]

이젠 인권의 문제…학교에서의 ‘채식’ 급식 가능할까?

by리얼푸드

[리얼푸드=고승희 기자]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단 한 끼도 채식인 날이 없어요. 국을 포함해 모든 반찬에 조금씩 고기와 달걀이 들어가요. 디저트로도 유제품이 나오고요.”


다큐멘터리 영화 ‘잡식가족의 딜레마’의 황윤 감독은 8년 차 채식인이다. 초등학교 3학년이 된 그의 아들 역시 95% 비건. 황윤 감독은 최근 리얼푸드와의 인터뷰를 통해 “요즘 가장 큰 스트레스 중 하나는 학교 급식”이라고 말했다. 육류 중심의 급식으로 인해 아들 도영 군이 학교에서 ‘먹을 음식’이 없다는 고심이 깊다. 

다큐멘터리 영화 ‘잡식가족의 딜레마’의 황윤 감독과 아들 도영군

다큐멘터리 영화 ‘잡식가족의 딜레마’의 황윤 감독과 아들 도영군

황윤 감독은 “너무나 고기를 강요하는 사회”라고 꼬집으며 “아이들에게 육류 중심으로 제공하다보니 비육류를 먹고자 하는 사람들에겐 밥에 깁치만 먹으라는 것이다. 소수자의 인권을 배려하지 않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20대 채식인 단체인 너티즈(Nutties)의 이혜수 씨는 고등학교 시절 채식을 시작했다. 그는 “고등학교 1학년 때 개고기 영상을 접한 뒤 페스코로 시작했는데, 학교에선 주는 대로 급식을 먹어야 하는 것이 힘들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학교에선 ‘선택의 자유’가 없었다.


채식 인구가 나날이 늘며 교육현장에서의 채식 선택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 10여개 채식단체가 발족한 ‘2018 지방선거를 함께하는 한국채식단체연대’(이하 채식연대)에선 13일 전국 지방교육청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학교급식에서의 채식선택권 및 기타 채식과 관련된 정책들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채식연대는 먼저 동물성 식품(육류, 어패류, 계란, 유제품) 섭취로 인한 한국인의 만성질환 증가, 공장식 축산과 양식업의 문제, 이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이 야기하는 기후변화, 환경변화 문제를 꼬집으며 채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건강과 환경을 위해 채식을 선택하는 어린이는 학교에서 먹을 반찬이 없어 맨밥만 먹고 와야 하는 불평등과 배고픔을 감수해야 한다”며 “채식은 이제 건강권을 넘어 인권 문제로 불거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이유로 2017년 3월 포르투갈 의회에서는 학교, 병원, 교정시설 등 모든 공공기관 구내식당에서 ‘동물성 식품이 전혀 포함되지 않은’ 채식 메뉴 제공을 의무화한 ‘공용매점 및 식당의 채식 메뉴 선택사항 구비 의무에 관한 법률’이 통과되기도 했다.


채식연대의 질의서는 총 6개 문항으로 작성됐다. ①채식에 대한 후보자의 견해 ②학부모, 학생, 교직원 대상의 채식먹거리교육과 홍보 ③학교 급식에서의 채식 선택권 보장 ④주 1회 이상 채식급식 장려 및 지원 ⑤현미 중심의 건강한 채식식단에 대한 매뉴얼 제작과 급식비 지원 ⑥우유 급식을 대체할 채소 과일 급식 등이다.


답변을 받은 총 14개 지역, 15명의 후보들의 답변은 대부분 긍정적이었다. 특히 많은 후보들은 “채식을 실천하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인권’ 차원의 배려가 필요하다”는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한국채식단체연대 제공

한국채식단체연대 제공

■ 채식에 대한 견해, 채식 교육


교육감 후보들은 과도한 육식으로 인한 건강문제, 환경오염, 기후변화, 생명학대 등의 문제 해결을 위해 채식이 중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또한 학생, 교사, 학부모에 대한 채식 교육에 대해서도 대체로 공감을 표했다. 인천 도성훈, 충남 김지철, 전북 김승환, 전남 장석웅, 경남 박종훈 후보는 건강, 생태, 비폭력 생명문화의 관점에서 필요성을 언급해 채식교육의 취지를 잘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 최태영 후보는 채식교육을 정규수업에 포함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가장 적극적인 답변을 내놨다.

한국채식단체연대 제공

한국채식단체연대 제공

■ 채식 선택권 보장


현재의 학교급식 여건 상 어려움은 있으나, 건강이나 환경, 생명권을 이유로 채식을 실천하는 학생들을 위해 적절한 채식메뉴를 제공하는 것에 대부분의 후보들이 공감했다. 인권과 다양성 측면에서 중요하다는 답변이다.


특히 광주 장휘국, 광주 최태영, 충남 김지철, 전남 장석웅, 경북 이찬교 후보는 수요가 있을 시 채식메뉴를 제공하도록 하겠다는 가장 적극적인 답변을 내놨다.


■ 주 1회 채식


대부분의 후보들이 주 1회 채식 운동의 취지에 공감했다.


이미 자율적인 주1회 채식사업을 실시하고 있는 부산, 광주, 전북 지역 후보들은 이를 더욱 확대하겠다고 답변했다. 이외의 지역들은 학부모와 학생, 학교의 실무 담당자의 준비 정도와 요구도를 감안하여 실시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답변을 내놨다.


■ 현미 중심의 건강한 채식식단에 대한 매뉴얼 제작과 급식비 지원


모든 후보들은 현미 중심의 건강한 채식식단에 대한 매뉴얼 제작과 급식비 지원에 동의했다.


서울 조희연, 부산 김석준, 경남 박종훈 후보는 ‘학교급식 레시피 개발’, ‘학교밥상경진대회’, ‘백리식단’(40km 이내 생산된 식재료로 학교급식운영) 사업의 일부로서 현미밥과 채식 메뉴를 개발해 보급할 수 있다는 구체적인 답변을 내놨다.


■ 우유 급식을 대체할 채소 과일 급식


우유 급식을 대체할 채소 과일 급식에 대해 대부분의 후보들은 현재의 우유급식이 학생들의 선택에 의해 진행되고 있으나, 학생들의 선택권 차원에서 채소 과일 급식을 진행하겠다는 답변을 했다. 부산 김석준 후보는 이미 학생들에게 채소와 과일을 제공하는 ‘채소과일 데이’ 사업에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고 답했다.


경상북도 이찬교 후보의 경우 “경북에서 생산되는 포도즙, 사과즙, 복숭아즙, 배즙 등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구체적인 답변을 내놨다. 경기 송명주 후보는 “일부 돌봄 교실에서 실시하는 (채소)과일 급식은 학생과 학부모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s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