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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드 ]

공유주방이 유독 한국에서 뜬 이유

by리얼푸드

[리얼푸드=고승희 기자] 강남역에서 역삼역, 선릉역으로 이어지는 강남 일대에만 무려 20여개.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요즘 강남 부동산에 들리면 ‘공유주방 자리 보러 왔냐’는 이야기를 가장 먼저 듣는다”고 말했다.


지난해 차량 공유 회사 우버의 창업자인 트래비스 캘러닉(Travis Kalanick)이 한국에서 ‘공유주방’을 열겠다고 발표한 이후 공유주방에 대한 관심은 부쩍 높아졌다. 트래비스 캘러닉 창업자는 한국 시장에서 검증한 뒤, 아시아 전역으로 진출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공유주방은 주방 설비와 기기가 갖춰진 공간을 외식 사업자들에게 대여하는 서비스다. 현재 국내엔 다수의 공유주방 업체가 생겨났다. 국내 최초의 공유주방 스타트업 기업인 심플프로젝트컴퍼니가 2015년 10월 ‘위쿡’을 연 이후 배민키친, 먼슬리키친, 심플키친 등 대표 ‘공유주방’이 등장했고, 최근엔 서울 만남의 광장과 경기도 안성 휴게소에도 공유주방이 생겼다.

[사진=서울 종로구 사직동에 위치한 공유주방 ‘위쿡’]

[사진=서울 종로구 사직동에 위치한 공유주방 ‘위쿡’]

▶ 공유주방은 왜 떴을까?=2017년 국내에서 개업한 음식점의 수는 무려 18만여 곳. 반면 폐업 신고를 한 음식점은 16만여 곳에 달한다. 외식업의 창업 후 5년 생존율은 18.9%로, 5명 중 4명은 폐업으로 이어지는 것이 국내 외식업계의 현실이다. 인구 70명당 식당이 1개씩 존재하는 포화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 찾아낸 것이 바로 ‘공유주방’이다.


공유주방이 성장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식품업계의 빠른 변화에서 찾아볼 수 있다.


김기웅 심플프로젝트컴퍼니 대표는 “모든 산업은 소비자의 행동이 바뀌고, 구매 패턴이 바뀌면 구조도 달라진다”며 “온라인 식품 구매의 증가와 배달앱의 증가는 공유주방 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온라인으로 식품을 구매한다는 것을 상상도 못 했던 과거와 달리 현재는 ‘새벽배송’ 트렌드를 몰고 온 신선식품 배송업체 마켓컬리를 중심으로 온라인 식품 구매는 점차 활발해지고 있다. 특히 업계에선 1인가구의 증가로 인한 식생활 패턴의 변화는 공유주방 시장을 키울 촉매제로 보고 있다.


김기웅 대표는 “온라인 식품 판매 시장의 규모는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며 “이젠 전통적인 상권이나 입지보다는 생산과 배송의 거점으로서의 공간의 필요성이 더 커지고 있고, 이것이 메가 트렌드라고 확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배달 시장의 성장 역시 공유주방의 성장을 견인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배달음식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약 15조원이다. 배달앱 시장은 더 빠르게 성장 중이다. 국내 배달앱 이용자는 2013년 87만 명에서 지난해 2500만 명으로 증가했다.


F&B(식음료) 생태계가 빠르게 변화하는 한국에서 공유주방의 등장은 필연적이었다. ‘실패 없는 창업’을 꿈 꾸는 사람들에게 임대료와 초기 설비 투자 비용의 부담을 줄이며 삶의 터전을 마련해주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주방을 갖춘 식당을 창업하기 위해선 보증금과 주방 설비 등 최소 5000만원~1억 원이 필요하다. 한 공유주방의 사업설명회에서 만난 30대 초반 김모 씨는 “외식업을 준비하던 중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공유주방을 생각하게 됐다”며 “주방만 빌려 음식을 만들고, 온라인으로 식품을 판매하면 잘 될 수도 있겠다는 희망이 생겼다”고 말했다.


▶ “공유주방은 초영세 자영업자들의 출구”=전 세계적으로 공유주방의 형태는 식품 제조 가공업과 배달 전문 음식점의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국내의 경우 위쿡은 식품제조형 서비스로 음식 개발부터 유통까지 한 곳에서 이뤄진다. 그 외에 다른 공유주방의 형태는 주방을 빌려 음식을 만든 뒤 배달을 할 수 있는 방식이다.


위쿡의 경우 국내 공유주방에선 찾아보기 힘든 ‘인큐베이팅 센터’를 통해 외식업에 뛰어들고자 하는 사람들을 체계적으로 교육한다. 메뉴 개발부터 판매까지 관리하고, 시장 반응을 미리 경험하게 하는 일종의 파일럿 프로그램과도 같다. 2019년 3월 기준 위쿡 인큐베이팅 센터에는 450여 팀이 가입해 외식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이산호 위쿡 인큐베이팅 센터장은 “인큐베이팅 센터에선 가입한 사람들을 매니지먼트해 필요한 요리부터 판로 확보까지 관리하고 있다”며 “이 과정을 통해 사전 테스트를 해보며 외식 시장에서 실패확률을 줄이고 성공 가능성을 높이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줄줄이 생겨나고 있는 공유주방으로는 다양한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신규 창업자는 물론 기존 사업자도 공유주방의 고객이다. 소규모 사업자가 공유주방을 통해 사업을 확장하고자 하는 경우도 있다. 7평 짜리 공간에서 시작해 공유주방 위쿡을 거쳐 단독 생산 공장까지 세운 샐러드 배송업체 프레시코드도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공유주방은 경력 단절 여성, 창업을 고민하는 학생이나 퇴직자 등 자본이 없어도 좋은 아이디어와 레시피를 가지고 있다면 창업을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다”며 “공유주방 자체가 초영세 자영업자들의 훌륭한 출구이자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s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