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차가워질수록 공연장은 ‘따뜻한 난로’가 된다. 그동안 소원했던 가족과 연인, 친구, 직장 동료들이 오손도손 공연을 관람하며 훈훈한 정을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발레와 음악회를 함께 즐기다 보면 그간 서운했던 감정도 훌훌 털어내게 마련이다. 그렇게 한 해를 마감할 수 있기에 12월 공연은 유난히 일찍 매진된다. 올해도 예술의전당에서 국립발레단의 <호두까기인형>과 <2019 예술의전당 제야음악회>, <파리나무십자가소년합창단> 특별 초청공연, <크리스마스 콘서트 : 유키 구라모토와 친구들>, 리처드 용재 오닐 <선물> 등이 관객
“당신은 이런 사람을 알고 있나요?” 얼마 전 영국 BBC는 ‘오늘의 단어’로 ‘꼰대(Kkondae)’를 선정했다. 영국식 표현에 의하면 꼰대는 언제나 자신이 옳다고 믿는, 그리고 항상 타인은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나이 든 사람이다. 한편, 우리나라에서 꼰대는 ‘늙은이’와 ‘학교 선생님’을 이르는 은어로 정의된다. 꼰대의 어원에는 몇 가지 설이 있다. 그중 가장 흥미로운 것은 백작을 가리키는 프랑스어 ‘콩테(Comte)’다. 일제강점기에 백작과 같은 작위를 받은 친일파들이 자신을 콩테라 불렀는데, 이들을 비웃기 위해 사람들이 일본식
허구와 실재, 결핍과 욕망. 이 미묘한 경계를 넘나드는 자가 있다. 연극 <맨 끝줄 소년>의 17세 소년 클라우디오다. 소년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경계 위에 호젓이 서 있는 것 같다. 그렇게 관객을 강렬하게 매료시킨 클라우디오가 2년 만에 돌아온다. 스페인 극작가 후안 마요르가 원작의 연극 <맨 끝줄 소년>은 2015년 초연에 이어 2017년 재연에서도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독창적인 서사 구조와 연극적 화법으로 관객으로부터 큰 호평을 받았다. 그 중심에는 클라우디오가 있다. 소년은 늘 남의 눈에 잘 띄지 않는 교실 맨
「인형의 집(Et Dukkehjem)」은 노르웨이 극작가 헨리크 입센(Henrick Ibsen)의 대표작이다. 서이숙 배우와 「인형의 집」을 함께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140년 전 노라도 요즘 우리처럼 마카롱을 좋아했다. 하지만 노라는 마카롱을 남편 토르발트 몰래 숨어서 먹고, 먹었냐고 다그치는 남편의 질문에는 안 먹었다고 거짓말을 한다. 관객은 의심한다. ‘남편에게 숨기는 게 있는 이 여자는 아무래도 뭔가 문제가 있군.’ 역시나 비밀이, 그것도 상당히 심각한 문제가 있다. 노라는 과거 토르발트가 위독했을 때 의사의 처방에 따라
스페인을 대표하는 현대 극작가 후안 마요르가는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와, 그 세계 안에 살고 있는 우리에 대해 매우 철학적이면서도 지극히 연극적인 질문을 던진다. 그만큼 마요르가에게 지적 사유와 연극 보기는 긴밀한 관계를 가진다. 2006년 초연한 <맨 끝줄 소년>에서 마요르가는 글쓰기라는 소재를 매개로 보는 것과 보이는 것, 가짜와 진짜, 예술과 현실의 본질을 검은 유머를 통해 캐묻는다. 한 소년이 있다. 말수도 적고, 친구도 적은 그는 항상 교실 맨 끝에 앉는다. 아무도 보지 않는 그곳에 앉아 그는 모든 것을 바라본다
음악을 사랑하는 많은 애호가에게 가을은 가장 행복한 계절이다. 음악계에선 여름을 ‘비수기’라 일컬을 정도이다 보니 제대로 된 공연을 보기 위해서는 가을이 오기까지 몇 달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날씨가 덥고 태풍도 많던 지난한 여름을 지나고 다가온, 이번 가을 우리 가슴을 뜨겁게 해 줄 네 편의 공연을 알아본다. 뮌헨 언론은 ‘까다롭고 지나치게 독일 정신을 강조하며’ 한때 카라얀의 부지휘자로도 활동한 베를린 출신 틸레만이 정말 뮌헨에 적합한 지휘자인지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틸레만은 푸르트벵글러와 크나페르츠부슈 음반을 들으며 성
국립현대무용단 예술감독 안성수와 작곡가 라예송이 오는 11월 1일부터 3일까지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에서 신작 <검은 돌: 모래의 기억>을 선보인다. 춤과 음악의 완벽한 합일을 추구하는 두 사람이 신작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우연은 시간 위에 흔적을 남긴다. 단단한 돌이 한줌 모래로 흩어지기까지 숱한 우연이 그 시간을 채우는 것처럼. 시간에 새겨진 우연은 우리 각자의 존재를 고유하게 만든다. <검은 돌: 모래의 기억> 속 모래의 비유는 곧 사람이다. 작품은 모래가 자신의 과거를 되짚는 과정을 그린다. 바람에 의해, 때로는 물에
바야흐로 축제의 계절이자 결실의 계절이다. 여름내 더위를 감내한 벼가 황금빛으로 결실을 맺듯이 여기 예술의전당에서도 학생들의 땀과 노력이 축제라는 이름으로 결실을 맺는다. 올가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이 또 한번 젊음으로 가득 찬다. 올해로 여섯 번째를 맞이한 <대학오케스트라축제>가 그 주인공이다. 예술의전당의 봄에 <교향악축제>가 있다면, 예술의전당의 가을에는 <대학오케스트라축제>가 있다. 늘 엄숙하고 긴장감이 가득한 콘서트홀 백스테이지가 어느 때보다 활기를 띠는 주간이기도 하다. 축제라는 이름은 늘 설레고 신나지만, 봄의 축제와 가
올해 72주년을 맞이한 <영국 에든버러페스티벌>은 ‘지구상에서 가장 큰 예술 축제’로 불린다. 매년 기네스북의 기록을 자체 경신할 만큼 방대한 공연 작품과 각국 공연 단체들의 꿈의 무대로 세계에서 가장 큰 예술축제로 자리잡았다. 예술의 경계를 허물고 춤·음악·연극·오페라 등 다양한 문화예술 공연을 선보이는 에든버러에 다녀왔다. 휴가와 방학 시즌인 8월이 되면 영국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도시 전체는 공연장으로 변신한다. 인터내셔널페스티벌(Edinburgh International Festival)(이하 ‘인터내셔널’), 프린지페스티벌(
올해는 프랑스 작곡가 자크 오펜바흐(1819~1880) 탄생 200주년의 해다. 국립오페라단은 이를 기념해 그의 대표작 <호프만의 이야기>를 10월 24일부터 27일까지 오페라극장 무대에 올린다. 제목 속 호‘ 프만’은 독일 낭만주의문학 초기에 독특한 판타지 장르를 개척한 E.T.A. 호프만(Ernst Hoffmann)(1776~1822)을 가리킨다. 그의 단편 세 편을 옴니버스로 묶으면서 원작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이다. <호프만의 이야기>는 우리 관객에게 낮선 편이지만 세계적으로 인기인 오페라다. 1951년에는 영국 영화로 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