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스포트라이트 속 피아니스트의 묵묵한 한걸음

[컬처]by 예술의전당

<조성진 피아노 리사이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속 피아니스트의

Seong-Jin Cho 조성진 ©Harald Hoffman / DG

이번에도 단 ‘1분’이었다. 2500석 규모의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예정된 이틀간의 <조성진 피아노 리사이틀>티켓은 역시나 판매 시작과 동시에 매진됐다. 서울뿐 아니라 부산, 전주, 대전 등 전국 4개 도시에서 열리는 조성진의 국내 투어 전체 공연이 판매 시작 후 수 분 만에 모두 팔리며 대형 팝스타 내한공연 부럽지 않은 예매 열기를 자랑했다. 2015년 10월 한국인 최초로 쇼팽국제피아노콩쿠르(이하 쇼팽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한 조성진의 ‘팬덤’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아니, 점점 더 확장 중이다.

날마다 성장하는 아름다운 청년, 조성진

콩쿠르 직후였던 2016년 2월 열린 <쇼팽 콩쿠르 우승자 갈라 콘서트> 당시에는 50분 만의 매진 사례도 화제가 될 정도였지만, 이젠 그가 출연하는 연주회는 협연이든 독주든 수 초, 수 분 내 ‘게임 종료’다. 출중한 연주력에 조용하고 바른 성품, 소년 같은 외모는 기존 클래식 애호가 뿐 아니라 일반 대중들까지 매료시켰다. KBS2의 <유희열의 스케치북> 같은 음악 방송은 물론 MBC 인기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등까지 가세해 그를 섭외하려 애쓰지만, 이 청년은 ‘스타’가 아닌 ‘피아니스트’로서의 길을 묵묵히 걷고 있을 뿐이다.

 

조성진은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는 미디어와 팬의 반응에도 무덤덤하다. 그는 최근 한국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어느 연주회를 가도 홀 안의 관객 2000명 모두가 음악적으로 전문적이진 않다. 나 역시 관객을 즐겁게 하려고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작곡가가 쓴 위대한 작품들을 연주하면서 행복감을 느끼기에 연주를 한다. 피아노가 좋고, 공연장 음향이 좋고, 관객이 내 연주에 집중을 해주면 좋다. 그 관객이 누구인지, 어떤 이가 들어오는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답변한 바 있다. 대신 그는 조용히 대형 콘서트 피아니스트로서의 커리어를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 그가 늘 ‘꿈’으로 꼽았던 뉴욕 카네기홀 데뷔와 베를린필하모닉오케스트라(이하 베를린필) 협연 무대를 올해 모두 이뤄냈다.

 

그를 향한 거장 음악가들의 신뢰도 탄탄하다. 조성진과 처음 협연한 베를린필 상임지휘자 사이먼 래틀은 그를 ‘건반 위의 시인’이라고 불렀다. 래틀에게 조성진의 연주를 꼭 한번 들어봐야 한다고 추천한 이는 ‘피아니스트들의 피아니스트’로 불리는 크리스티안 지메르만이다. 래틀이 “스스로를 포함한 모든 피아니스트에게 비판적인 지메르만이 조성진에 대해 칭찬을 해 ‘이 친구 어디 아픈가’ 생각을 했다”고 말했을 정도다. 지메르만이 조성진의 쇼팽콩쿠르 결선 연주가 끝나자마자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에게 “저 친구 누구지? 금메달이네”란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는 일화도 유명하다. 올해 4월에는 세계적 바리톤 마티아스 괴르네와 오스트리아 빈 슈타츠오퍼에서 공연하고, 오는 9월에는 정경화와 함께 예술의전당 30주년 기념 듀오 무대에 오른다.

 

조성진은 이처럼 지금 현재 가장 뜨거운 피아니스트이자, 가장 빠르게 성장 중인 피아니스트다. 최근 5년간 거주한 프랑스 파리에서 독일 베를린으로 거처를 옮기며 또 다른 레퍼토리와 연주 일정을 기대하게 한다. 이미 오래전 매진을 기록한 이번 독주회에서는 베토벤 소나타 8번과 30번, 드뷔시 「영상」 2집과 쇼팽 피아노 소나타 3번을 선보인다. 조성진은 자신이 좋아하는 곡들로 독주회 프로그램을 구성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 중에서도 베토벤 8번과 30번은 그가 사랑하는 곡으로 빠지지 않고 거론됐던 곡이다. 드뷔시 「영상」 2집은 그가 최근 도이치 그라모폰을 통해 발매한 두 번째 정규앨범 「드뷔시」의 수록곡이기도 하다.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은 이 「드뷔시」 앨범 리뷰 기사에서 “조성진이 어떻게 작은 조각들을 완전한 캔버스로 만들어내는지 알 수 있다. 모든 빠르기나 강약 조절이 전체적인 균형을 유지하도록 섬세하게 계산돼 있다”고 평했다. 쇼팽 피아노 소나타 3번은 ‘쇼팽콩쿠르 우승자’로서 빠뜨릴 수 없는 레퍼토리다. ‘티켓 전쟁’을 뚫고 이번 공연을 찾는 관객들에게 조성진은 어떤 밤을 선사할까. “음악가로서 항상 발전하는 연주를 하고 싶다”는 그의 또 한 뼘 성장한 모습을 기대해본다.

 

글 임수정 (연합뉴스 문화부 기자) 사진 크레디아

 

위 글은 월간 「예술의전당과 함께 Beautiful Life!」 2018년 1월호에서 전재한 기사입니다.

2018.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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