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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초여름 펼쳐지는 발레의 향연, 클래식부터 모던까지

by예술의전당

<제8회 대한민국발레축제>

5 . 3 1 ( 목 ) - 6 . 2 4(일) 오페라극장·CJ 토월극장·자유소극장

초여름 펼쳐지는 발레의 향연, 클래식

초여름 밤을 수놓는 ‘춤의 향연’이 올해도 어김없이 펼쳐진다. 5월 말부터 6월 말까지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대한민국발레축제>가 그 주인공이다. 2011년 시작되어 클래식 발레부터 모던 발레에까지 이르는 다채로운 레퍼토리, 스타 무용수와 안무가들의 폭넓은 참여로 한국을 대표하는 발레 페스티벌로 자리매김했다. 올해는 총 열 개 단체가 참여한다.

‘초청 안무가 시리즈’ 김세연·김용걸

기획공연 ‘초청 안무가 시리즈’에서는 스페인국립무용단 수석 무용수로 활약 중인 신인 안무가 김세연과 발레리노 겸 안무가로 활동하고 있는 김용걸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의 작품을 선보인다. 두 사람 모두 이 <대한민국발레축제>(이하 <발레축제>)와 인연이 깊다. 우선 김세연은 작년 이 시리즈를 통해 안무가로 깜짝 데뷔했는데, 올해에도 다시 ‘초청 안무가’로 선정되며 2년 연속 안무작을 공연하는 행운을 누리게 됐다. 올해 초 스페인국립무용단과 마드리드에서 초연한 네오 클래식 발레 <트리플 바흐Triple bach>를 무대 위에 올린다. 본래 15분짜리 공연이었지만 이번 무대를 위해 길이와 내용을 두 배로 늘리는 ‘업그레이드’ 과정을 거쳤다. 밝고 경쾌한 바흐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에 무용수들의 군더더기 없는 움직임이 딱딱 맞아떨어지면서 춤과 음표가 한데 어우러진다. 김용걸은 2011년부터 작년까지 <발레축제>의 모든 회차에 참가한 인연이 있다. 늘 공모에 참여했던 그가 ‘초청 안무가’로 선정돼 무대를 꾸미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의 작품은 <더 타입 BThe type B>. 자신의 인생을 한마디로 표현해달라는 질문에 망설임 없이 ‘발레’라는 답변을 내놓는 전형적인 ‘B형’ 발레리노 김용걸의 다양한 고민을 무대 위로 옮겨놓았다.

국내 양대 발레단 국립발레단·유니버설발레단

초여름 펼쳐지는 발레의 향연, 클래식

국립발레단 '안나 카레니나'

초여름 펼쳐지는 발레의 향연, 클래식

유니버설발레단 '발레 춘향'

한국 발레의 양대 산맥이라 할 수 있는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이하 UBC)의 대표 레퍼토리는 초청작으로 축제와 함께한다. UBC의 창작 <발레 춘향>은 고전 「춘향전」을 발레라는 그릇에 담아낸 작품이다. 2007년 초연된 이후 꾸준히 안무와 의상, 음악 등을 다듬어 완성도를 높여왔다. 춘향과 몽룡의 아름다운 사랑의 2인무, 남성 군무의 폭발적인 역동성이 느껴지는 암행어사 출두 장면, 화려하고 농염한 기생들의 ‘디베르티스망’(극 전개와 상관없이 재미로 선보이는 춤) 등은 이 작품의 명장면으로 꼽힌다. 국립발레단은 드라마 발레 <안나 카레니나>로 축제의 대미를 장식한다.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의 1,200쪽에 달하는 동명 소설을 두 시간짜리 발레로 압축한 작품으로, 작년 평창동계올림픽 성공 개최를 기원하며 국내 초연됐다. 19세기 러시아의 귀부인 ‘안나’가 안정적인 가정 대신 뒤늦게 찾아온 운명적인 사랑 ‘브론스키’를 택하며 사회적으로 파멸을 맞는 이야기가 모던한 안무와 독창적인 군무로 펼쳐진다.

‘색깔’ 다른 남녀 안무가 작품을 한 무대에

초여름 펼쳐지는 발레의 향연, 클래식

서울발레시어터 '빨간구두-영원의 춤'

초여름 펼쳐지는 발레의 향연, 클래식

김지안발레단 '윤이상의 귀향'

초여름 펼쳐지는 발레의 향연, 클래식

임혜경 le ballet '이야기가 있는 발레 Part 2'

이번 <발레축제>의 또 다른 특징은 남녀 안무가의 작품을 한 무대 위에서 비교·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다. ‘초청 안무가’로 선정된 김세연-김용걸 무대를 비롯, 공모로 선정된 나머지 작품들도 모두 남녀 안무가의 조합으로 한 무대가 구성된다. 차진엽-정형일, 김지안-김성민, 임혜경-윤전일의 안무작이 짝을 이뤄 공연된다. 서울발레시어터의 <빨간구두-영원의 춤>은 평창동계올림픽 개폐회식 안무감독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안무가 차진엽이 창작진으로 참여한 작품이다. 말을 듣지 않는 소녀 ‘카렌’이 빨간구두를 신게 되며 끝없이 춤추는 저주를 받는다는 내용의 안데르센 명작 동화를 비틀었다. 감각적이고 스타일리시한 안무를 선보여온 정형일의 <더 세븐스 포지션The Seventh Position>은 발레의 가장 기본이 되는 다섯 가지 포지션에서 벗어나 새로운 움직임과 가능성을 찾는 무용수들의 도전을 그린다. 실험적인 작품들도 펼쳐지는데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김지안발레단의 <윤이상의 귀향>이다. 최근 독일 베를린에서 고향 통영으로 유해가 옮겨진 세계적 작곡가 윤이상의 굴곡진 삶을 드라마 발레로 풀어낸다. 광주민주항쟁을 청각적으로 기록한 윤이상의 교향시 <광주여 영원히> 등이 음악으로 활용된다. 이와 함께 공연되는 김성민 안무의 <콤비네이션 2Combination 2>는 단조롭던 음계가 쌓이고 간결했던 움직임이 폭발적인 군무에 도달하는 과정을 담는다. UBC 수석 무용수 출신 임혜경의 <이야기가 있는 발레 Part2>와 국립발레단 무용수 출신 윤전일의 <사랑에 미치다>도 초연작이다. 임혜경은 이야기와 발레를 친근하게 엮은 작품을, 윤전일은 불치병에 걸린 여자와 이를 모른 채 사랑에 열중하는 남자의 절절한 사랑 이야기를 발레·한국무용·현대무용으로 풀어낸다. 스타 무용수 김현웅, 신승원, 한선천 등이 출연해 그의 첫 안무작을 지원 사격한다.

다채로운 부대 행사도 마련

축제 기간 동안 다양한 부대 행사도 마련된다. 올해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발레체험 클래스’다. 참여자의 연령대, 경력을 고려해 총 3등급으로 세분화해 클래스를 운영한다. 국립발레단 수석 무용수 출신 김주원, 안무가로도 참여하는 발레리노 윤전일, 뮤지컬<빌리 엘리어트> 트레이너를 맡았던 발레리노 신현지가 각각 성인고급, 성인 초·중급, 학생반 클래스를 연다. ‘발레리나와 사진 찍기’는 매년 가장 인기 있는 이벤트다. ‘튀튀’(발레 치마)를 입은 발레리나들이 예술의전당 곳곳에서 관객들과의 즐거운 포토타임을 준비한다. 자유소극장에서 독창적이고 실험적 작품들을 선보인 안무가들과의 대화가 총 4회에 걸쳐 진행되고, 무용수 전문 재활 트레이너 박태순은 직접 따라 해보는 무용 재활 클래스를 연다.

interview - 기획공연 '초청 안무가 시리즈' 김세연-김용걸 인터뷰

초여름 펼쳐지는 발레의 향연, 클래식

김세연 “<발레축제>의 안무가로 서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죠”

 

스페인국립무용단 수석 무용수 김세연은 아직 ‘신인 안무가’란 호칭을 들으면 “오그라든다”고 웃었다. 그러나 그는 작년 안무가 데뷔 무대에 이어 올해까지 연속 2년 ‘초청 안무가’로 선정되며 신선한 감각을 인정받고 있다. 안무 데뷔작 <죽음과 여인>을 본 스페인국립무용단이 그의 안무가로서의 자질을 인정하며 올해 초 15분짜리 <트리플 바흐>를 안무할 기회를 줬다. 그리고 이 작품을 본 <발레축제> 사무국은 올해 다시 이를 초청하게 됐다. 길이를 두 배로 업그레이드한 버전으로 선보여지는데, 무용 외적 요인을 최대한 배제하고 무용수들의 순수한 움직임에 집중한 작품이다. 바흐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에 딱딱 맞아떨어지는 몸짓이 객석에 신선한 쾌감을 전한다. “대단히 새로운 움직임을 보여주는 작품은 아니에요. 무용수들이라면 이미 다 배운 동작들, 즉, 돌고, 뛰고, 들어 올리고, 미끄러지는 기본 동작들에 집중했죠. 인위적인 춤이 많은 요즘이라 오히려 딱 기본에만 초점을 맞춘 작품이 더 튀어 보였던 것 같아요.” 그는 모험과 도전을 즐기는 무용수다. UBC 수석 무용수로 한창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그는 2004년 훌쩍 미국 보스턴발레단으로 떠났다. 이후 스위스 취리히발레단, 네덜란드국립발레단 등을 거쳐 2012년부터는 스페인국립무용단 수석 무용수로 활약 중이다. “제가 <발레축제>에 안무가로 참여하게 되리라곤 상상 못했어요. 아직까진 안무가 참 재밌어요. 다만 제 꿈은 ‘좋은 안무가가 되는 것’이 아닌 ‘좋은 공연을 만드는 것’ 쪽에 가까워요. 춤을 추든 안무를 하든 기획을 하든 좋은 공연을 무대 위에 올리는 게 궁극적 목표죠.”

초여름 펼쳐지는 발레의 향연, 클래식

김용걸 “저의 민낯을 무대 위로 꺼낸 뜻깊은 작품입니다”

 

이원국 등과 함께 ‘1세대 스타 발레리노’로 활약했던 김용걸은 어느덧 국내에서 가장 주목받는 안무가 중 한 명으로 자리 잡았다. 2011년 시작된 <발레축제>에 올해까지 매년 참가한 단체는 그가 이끄는 김용걸댄스씨어터가 유일하다. 국립발레단을 거쳐 세계 최정상급 발레단인 파리오페라발레단에 한국인 최초로 입단해 솔리스트 자리까지 올랐던 그간의 경험이 그의 안무에 녹아들어 있다. 그는 “파리오페라발레단 시절 윌리엄 포사이스, 이리 킬리안, 피나 바우슈 등 세계적 안무가들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며 큰 충격을 받았다”며 “이 경험들이 자연스럽게 날 안무가로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사회적 이슈에 대한 꾸준한 관심, 세련된 감각, 음악을 시각화하는 탁월한 능력 등은 그의 안무 특징으로 꼽힌다. 이번에 선보일 <더 타입 B>에 대해서는 “제가 생각해온 것들, 무대 위에 옮기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할 것 같았던 것들, 사람들이 생각하는 저에 대한 선입관 등을 무대 위로 꺼낸 작품”이라고 밝혔다. “제가 전형적인 B형 발레리노거든요.(웃음) 이랬다가 저랬다가 잘하고 변덕스러운 데다가 즉흥적인 구석도 많아요. 반면 남에게 폐 끼치는 걸 싫어하고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기도 하며 엉뚱한 상상도 잘하죠. 그런 제 ‘민낯’을 무대화했어요. 제가 늘 그렇듯 ‘왜’라는 질문도 많이 던지는 공연이 될 겁니다.”

 

글 임수정 연합뉴스 문화부 기자 사진 대한민국발레축제 사무국

 

위 글은 월간 「예술의전당과 함께 Beautiful Life!」 2018년 5월호에서 전재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