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순수한 음색의 조우

[컬처]by 예술의전당

<2018 클래식 스타 시리즈 – 바이올린 임지영 & 피아노 문지영> 12.13(목) IBK 챔버홀

이토록 순수한 음색의 조우 이토록 순수한 음색의 조우

두 사람은 1995년생이다. 같은 해에 태어난 이들은 2015년 세계적인 콩쿠르에서 각각 우승했다. 한 사람은 부조니국제피아노콩쿠르, 또 한 사람은 퀸엘리자베스콩쿠르 바이올린 부문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자에 이름을 올렸다. 두 사람이 이뤄낸 성과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재학생으로 국내파 연주자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컸다.

 

지난해 9월에는 비슷한 시기에 데뷔앨범도 발매했다. 이름마저 같다. 피아니스트 문지영과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의 얘기다. 예술의전당이 소개하는 <클래식 스타 시리즈> 올해의 마지막 순서는 두 ‘지영’이다. 두 사람이 한 무대에 서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 다닐 때도 학년과 악기가 달라 가깝게 지낼 기회가 많지 않았기에 사실 개인적 친분은 없었다.

 

그럼에도 이들의 연주는 관객들에게 기대를 안기기에 충분하다. 두 사람의 바쁜 연주 일정으로 인해 아쉽게도 함께 만날 수는 없었지만 이메일을 통해 소감을 미리 물을 수 있었다. (이하 임 은 임지영, 문 은 문지영)

 

: 정말 기대가 돼요! 예전에 지영 언니의 협연을 보러 갔을 때, 공연장 전체를 장악한 듯한 파워풀한 연주에 감명받았거든요. 서로 성향이나 스타일에서 비슷한 점도, 반대인 점도 있을 텐데 함께하면 어떤 연주가 나올지 기다려져요.

 

: 저도 어떤 연주를 만들어낼지 기대하고 있어요. 오랜만에 저의 의도가 아니라 프로젝트로 만난 파트너예요. 그래서 완전히 처음부터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 될 것 같아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시간을 들여서 여러 생각들을 같이 맞춰나갈 거예요.

 

두 사람의 연주를 듣고 같은 감탄사를 내뱉은 적이 있다. ‘이토록 순수한 소리를 내는 연주자라니.’ 문지영은 지난해 9월 서울 시립교향악단과 베토벤 협주곡 3번을 연주한 후 앙코르로 ‘엘리제를 위하여’를 선곡했다. 투명하고 영롱한 건반 소리가 객석으로 흘러왔다. 임지영은 데뷔앨범에 모차르트 소나타를 담았다. 내면적으로 가장 가깝게 느껴진다는 작곡가의 음악을 자신의 말대로 직관적이고 행복하게 연주했다. 순수한 소리와 순수한 소리가 만나면 어떻게 어우러질까. 두 사람은 프랑크의 바이올린 소나타를 선택했다. 대등한 비중을 이루고 있는 피아노와 바이올린의 감성이 두 사람을 잡아끌었다. 선곡을 할 때도 무리 없이 의견이 일치했다고 한다.

 

: 프랑크 소나타는 바이올린 소나타 중 완성도가 매우 높은 곡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음악적 감성이 풍부하면서, 형식 구조도 논리적이에요.

 

: 저도 아주 완벽한 작품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아름다운 선율은 한 번만 들어도 쉽게 잊을 수 없어요. 마음을 울려요. 또 두 악기가 너무도 잘 어우러지게 작곡됐어요. 단순하면서도 복잡하고, 동시에 열정적이라 누구에게든 사랑받지 않을 수 없는 곡이에요.

 

: 악장마다 뚜렷한 색채가 있어요. 피아노와 바이올린이 교감하며 감정을 다채롭게 표현하는데, 희로애락이 농축돼 있는 곡 같아요.

 

: 처음 곡을 정할 때 둘이 통한 듯이 이 곡을 골라서 신기했어요.

 

프랑크 소나타에 앞서 두 사람은 각각 이자이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5번과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소나타 2번을 들려준다. 자신의 매력을 발산할 수 있는 무대다.

 

: 바이올린 독주 레퍼토리 중 오프닝으로 할 수 있으면서 마지막 곡인 프랑크와도 연결이 된 곡을 고민해봤는데 프랑크와 같은 벨기에 출신인 이자이가 떠올랐어요. 또 프랑크가 바이올린 소나타를 이자이의 결혼 선물로 주기도 했잖아요. 두 사람의 밀접한 관계를 통해 연결된 느낌을 주고 싶었습니다.

 

: 최근 독일 작곡가의 곡에 치우쳐 연주해온 경향이 없지 않아요. 그만큼 독일 음악가들을 좋아하긴 하지만, 그래도 여러시대의 다양한 작곡가들의 곡을 다뤄보고 싶었어요. 김대진 선생님께서도 이 곡을 제안해주셨어요. 6년 만에 다시 공부하는데, 새로운 접근으로 곡에 스며들어 연주하고 싶어요.

 

임지영과 문지영의 하모니는 12월 13일(목)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만날 수 있다. 앞으로의 연주가 더욱 기대되는 두 사람이 그리고 있는 미래를 물었다.

 

: 어떤 수식어나 틀에 갇히지 않고 여러 가지를 시도하고 경험하려고 해요. 하지만 음악에 대한 마음과 태도는 변하지 않는 사람이고 싶어요.

 

: 늘 깨어 있고 배움의 자세를 유지하며 발전하는 연주자가 되고 싶어요. 항상 내면에 집중하며 진중하게 음악을 해나가고 싶어요. 다양한 작곡가의 곡을 연주해보며 표현의 스펙트럼을 더 넓힐 수 있도록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글 양진하 한국일보 문화부 기자

 

위 글은 월간 「예술의전당과 함께 Beautiful Life!」 2018년 12월호에서 전재한 기사입니다.

2018.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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