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을 이끄는 부드러운 힘

[컬처]by 예술의전당

비올리스트 김상진 인터뷰

관객을 이끄는 부드러운 힘

ⓒSangmooh Han

매달 둘째 목요일 오전 11시. 아주 이른 오전도, 활기찬 한낮도, 여유로운 주말도 아닌 이 시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은 음악회를 즐기려는 관객들로 늘 문전성시를 이룬다. <11시 콘서트>는 ‘애매한 시간에도 관객이 모일까’라는 초창기 우려가 무색하게 매회 2000여 석이 꽉꽉 차는 예술의전당 대표 인기 공연으로 자리 잡았다. 국내 클래식 음악계의 낮 공연 시대를 열어젖힌 시리즈이기도 하다. 음악회 전 빵과 커피로 브런치를 즐기는 낭만도 있지만, 쉽고 재미있는 공연 해설이야말로 <11시 콘서트>를 10여 년째 이끌고 온 힘이다.

 

올해 15번째 시즌을 맞이한 <11시 콘서트>가 새 해설자를 맞이하게 됐다. 비올리스트 김상진이 그 주인공이다. 그는 피아니스트 김용배, 아나운서 유정아, 첼리스트 송영훈, 피아니스트 박종훈·조재혁 등의 뒤를 잇게 됐다.

 

지난 1월 10일 올해 첫 <11시 콘서트> 무대를 마치고 그는 “공연을 편하게 이끌려다 보니 자꾸 삼천포로 빠진 것 같다”며 아쉬운 기색을 보였다. 그러나 그의 우려와는 달리 객석은 그의 편안한 수다에 연신 웃음을 터뜨렸다. 솔직하고 유쾌한 입담으로 능숙하게 콘서트홀의 분위기를 이끌며 관객과 교감하는 해설자 김상진의 장점이 돋보이는 순간이기도 했다.

 

“작곡가가 몇 년도에 태어나서 몇 개의 작품을 썼다는 식의 정보는 관객들에게 그리 중요하지 않을 것 같아요. 인터넷 검색으로 줄줄이 뜨는 정보보다는 대외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작곡가나 작품의 뒷이야기를 전하고 싶어요. 작곡가들의 일기나 편지, 관객이 아닌 연주자로서 느끼는 작품의 특징 등을 솔직하게 나눠 보고자 합니다. 저 자신도 그런 부분에 흥미를 느끼고 있고요.”

 

편안하면서도 자연스러웠던 그의 진행이 대본 한 장 없이 이뤄진 즉흥 해설이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그는 EBS 라디오의 첫 클래식 음악 전문 프로그램인 ‘클래식 드라이브’, 고양아람누리 렉처 콘서트 시리즈 <김상진의 음악선물> 등에서 해설 경험을 쌓아온 베테랑이다.

 

“<11시 콘서트> 관객 대부분이 주부와 중장년층이다 보니 반응이 솔직하고 즉각적이에요. 그런 의미에서 <11시 콘서트>는 관객들과의 합작품입니다. 관객분들의 반응에 따라 제 해설은 달라질 수밖에 없고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작곡가와 작품에 대해 숙지를 하되 정해진 대본은 없이 그때그때 관객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드리고 싶습니다.”

 

올해 12차례 열리는 <11시 콘서트> 역시 명곡 퍼레이드가 될 전망이다. 무겁고 난해한 프로그램보다는 귀에 익으면서도 흥미로운 레퍼토리들이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첫 연주회는 주페의 ‘경기병 서곡’으로 시작해 피아니스트 이택기가 협연자로 나선 그리그의 피아노 협주곡, 차이콥스키의 <잠자는 숲속의 미녀> 중 ‘왈츠’,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 등으로 이어졌다. 2부에서는 대중음악인으로도 친숙한 정재형이 등장해 직접 작곡한 ‘비올라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안단테’를 연주하며 관객들의 눈길을 끌기도 했다. 김상진의 비올라와 정재형의 피아노 협연은 낯설면서도 흥미로운 무대였다. 2월 14일에 열리는 두 번째 공연에서는 베토벤의 ‘로망스’ 1·2번, 생상스의 피아노 협주곡 2번, 슈만 교향곡 1번 ‘봄’ 등을 감상할 수 있다.

 

김상진은 클래식 음악을 와인에 비유했다. “와인은 그냥 마셔도 맛있지만 품종에 따라 어떻게 맛이 다른지, 또 스페인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산지별 와인의 특징을 알고 마시면 그 맛을 더 풍부하게 느낄 수 있어요. 음악도 마찬가지입니다. 바로크와 고전, 낭만 등 시대별 지식 정도만 알고 들어도 클래식 음악이 훨씬 재미있고 쉽게 들리실 거예요.”

 

그럼에도 그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해설자의 모습은 충실한 ‘보조자’여야 한다는 것이다. 연주자와 관객이 주연이고, 해설자는 이들을 위한 조연 역할을 하는 무대를 꿈꾼다. “<11시 콘서트>의 해설자는 관객 여러분의 음악 여행을 돕는 가이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여기서 사진 찍으시고요, 저기에서는 이것을 꼭 드셔야 합니다’ 식의 여행 가이드는 저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결국 음악을 듣고 느끼는 분들은 관객이니까요. 저는 그옆의 ‘두루뭉술한 가이드’가 되고 싶습니다.”

 

글 임수정 연합뉴스 기자

 

위 글은 월간 「예술의전당과 함께 Beautiful Life!」 2019년 2월호에서 전재한 기사입니다.

2019.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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