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교향악축제 미리 보기, 교향곡 감상의 일곱 가지 길

[컬처]by 예술의전당

4.1(금) - 4.22(금) 콘서트홀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고 했던가. 꽃이 피고 봄바람이 불어도 <교향악축제>가 시작되지 않았다면 음악 애호가들의 마음은 아직 봄이 아니다. 전국의 교향악단이 한자리에 모이는 스물여덟 번째 <교향악축제>가 4월 1일부터 22일까지 여정에 오른다. 폭넓은 연주곡목을 통해 음악에 매료되는 시간, 축제의 꽃이라 할 수 있는 교향곡을 중심으로 미리 살펴본다.

탄생 110주년을 맞이한 ‘그 남자’의 교향곡 : 쇼스타코비치 1번, 5번, 10번

2016 교향악축제 미리 보기, 교향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 DMITRII SHOSTAKOVICH

1906년부터 1975년까지 영화 같은 인생을 산 구소련의 작곡가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 그는 평생 열다섯 개의 교향곡을 썼다. 중요한 전기적 사건들이 교향곡 작곡 시점과 때를 같이하기에 더욱 흥미롭다. 탄생 110주년을 맞는 올해, 그의 인생 서주와도 같은 교향곡 1번, 위기 이후에 영광을 되찾아준 5번, 그리고 스탈린이 사망한 해에 쓴 10번이 무대에 오른다.

 

열아홉 살의 쇼스타코비치는 음악원 졸업 과제로 첫 교향곡을 완성했다. 이 곡이 초연되자 구소련의 청중들은 재능 있는 신인 작곡가의 등장에 환호했고, 발터나 토스카니니 같은 지휘자들이 이 곡을 연주하면서 서구권에도 그의 이름이 알려졌다. 효과적으로 쓰인 타악기나 질주하듯 힘찬 현악기처럼 그가 평생 교향곡에서 일군 특징들을 미리 보여주고, 피아노의 활약이 빛나는 스케르초 악장에서는 작곡가의 위트도 엿보인다. 그가 주목받기 시작한 건 교향곡 1번을 만들고부터였는데, 그것은 스탈린 치하에서 비판과 찬사를 넘나드는 외줄 타기 인생의 시작이기도 했다.

 

4.13(수) 지휘 성시연 연주 경기필하모닉 협연 첼로 김두민

 

1936년 흥행하던 오페라 <맥베스 부인>이 부르주아적이며 당의 사회주의 리얼리즘 정책에서 벗어난다는 강한 비판을 받았다. 두려움을 느낀 쇼스타코비치는 이미 완성된 교향곡 4번을 서랍에 넣고, 새로 쓴 교향곡 5번을 발표했다. ‘정당한 비판에 대한 소비에트 예술가의 답변’이라는 그의 말처럼, 이 곡은 일사불란하게 같은 음을 연주하는 현의 유니즌으로 시작해 베토벤을 연상시키는 영웅적인 승리로 끝을 맺는다. 초연 당일, 장송곡 풍의 3악장을 들으며 많은 청중이 눈물을 흘렸다고 하니, 시대의 두려움을 모두가 공감하는 순간이 아니었을까? 쇼스타코비치는 이내 지위를 회복했으나 통제당하는 음악가의 삶은 여전히 위태로웠다.

 

4.10(일) 지휘 박영민 연주 부천필하모닉 협연 피아노 문지영

4.14(목) 지휘 최희준 연주 전주시립교향악단 협연 첼로 송영훈

 

이후에도 쇼스타코비치는 당의 요구에 맞는 곡과 ‘서랍을 위한 곡’을 썼다. 교향곡 9번 이후 멈췄던 교향곡 작곡은 8년만인, 1953년 스탈린이 세상을 떠난 뒤 재개됐다. 일시적으로 찾아온 해빙기, 그가 내놓은 교향곡 10번은 대규모 악기 편성과 한 시간에 달하는 거대한 곡이었다. 어둡고 느린 1악장은 울부짖고 몰아치는 2악장 스케르초와 대조를 이룬다. 3악장과 4악장에는 그의 이름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에서 딴, ‘D(라)-S(E♭=내림마)-C(다)-H(B=나)’음으로 만든 동기가 쓰였다. 작곡가가 작품에 남긴 음악적 서명을 그의 교향곡 10번에서 만날 수 있다.

 

4.6(수) 지휘 서진 연주 과천시립교향악단 협연 바이올린 홍종화 피아노 이혜전

위대함을 품은 교향곡 : 베토벤 3번 ‘영웅’, 생상스 3번 ‘오르간’, 프랑크 교향곡

2016 교향악축제 미리 보기, 교향

카미유 생상스 CAMILLE SAINT-SAËNSS

음악적 승리를 들려주는 베토벤의 교향곡 3번, 생상스가 오르간으로 이룩한 교향곡의 새로운 세계, 그리고 프랑스가 사랑하는 프랑크의 유일한교향곡이 무대 위에 펼쳐진다.

 

베토벤은 1800년에 교향곡 1번을 초연하며 19세기 교향곡 세계의 문을 열었다. 그리고 1805년에는 짧고 강한 두 개의 화음으로 시작하는 3번 교향곡을 선보였다. 이 곡은 치밀한 구조와 짜임새가 주는 긴장감, 거대한 코다와 극적인 피날레로 강한 카타르시스를 일으킨다. 귀가 들리지 않는 절망이나 창작의 고통, 시대의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는 베토벤의 의지가 느껴지는 부분이다. 그가 수정한 악보 표지에는 ‘보나파르트’라고 적었다가 지운 흔적이 남아 있다. 황제가 된 나폴레옹에 대한 그의 복잡한 심경이 느껴지는 듯하다.

 

4.3(일) 지휘 줄리안 코바체프 연주 대구시립교향악단 협연 첼로 양성원

 

이번 <교향악축제>에서는 오르간의 웅장한 울림도 콘서트홀을 채운다. 큰 폭의 크레셴도로 상승하는 현과 관의 소리가 오르간을 만나 폭발에 이를 것으로 기대한다. 바로 프랑스의 19세기 작곡가 카미유 생상스의 세번째 교향곡 ‘오르간’이다. 이 곡은 두 악장으로 이루어지는데, 후반부에 오르간이 압도적인 순간을 만들기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 곳곳에서 악기들이 쌓아 올리는 푸가는 훌륭한 오르가니스트였고 대위법에 능통했던 생상스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4.5(화) 지휘 김홍재 연주 울산시립교향악단 협연 피아노 한상일

4.12(화) 지휘 류성규 연주 청주시립교향악단 협연 플루트 김유빈

 

생상스가 교향곡에 오르간을 도입한 때로부터 2년 뒤, 그와 함께 프랑스에서 활동하던 세자르 프랑크는 자신의 하나뿐인 교향곡에 종교적인 엄숙함을 더했다. 그가 삶을 2년여 남긴 1888년에 쓴 3악장의 교향곡 d단조는 오늘날 베를리오즈 이후 프랑스가 가장 내세우는 교향곡으로 손꼽힌다. 저음의 현악기에서 시작된 주제는 전체를 촘촘히 엮으며 거대한 곡을 하나로 만든다. 장송곡 풍의 2악장을 시작하는 하프의 주제가 여러 악기를 거치며 변화를 거듭하는 순간이나 다채로운 전조의 순간들이 이 곡의 백미다.

 

4.17(일) 지휘 정치용 연주 인천시립교향악단 협연 아벨 콰르텟

교향곡, 그 낭만에 관하여 : 브루크너 4번 ‘로맨틱’, 라흐마니노프 2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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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 SERGEI RACHMANINOFF

안톤 브루크너의 교향곡 가운데 4번에만 유일하게 ‘낭만적’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 평생 구도자 같은 삶을 산 그를 떠올리면 쉽게 다가오지 않는 제목이다. 모호하게 시작하는 1악장과 송가를 주제로 삼은 4악장에서는 베토벤의 교향곡 9번 ‘합창’의 영향이 느껴진다. 또한 현의 트레몰로로 시작하는 ‘브루크너 개시’와 사분음표 두 개와 사분음표 셋잇단음표로 된 ‘브루크너 리듬’처럼, 자신의 스타일을 드러내기 시작한 곡이다. 한 시간이 넘는 긴 연주 시간 동안 청중은 곱게 빚은 음향과 웅장한 몰아침이 그려낸 음악적 풍광에 빠져든다.

 

4.7(목) 지휘 김성향 연주 대전시립교향악단 협연 피아노 조재혁

 

‘20세기 최후의 낭만주의자’로 불리는 러시아의 작곡가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는 감성을 어루만지는 음악을 교향곡에 담았다. 그의 교향곡 2번은 1906년, 복잡한 고국을 떠나 독일 드레스덴에서 쓴 것이다. 그가 피아노 협주곡 2번으로 슬럼프를 극복하고 첫 번째 글린카 상을 받은 데 이어, 교향곡 2번은 그에게 두 번째 글린카 상을 안겨주었다. 더불어 교향곡 작곡가로서의 명성도 가져왔다. 얽혔다 풀리는 음의 복잡한 타래들이 특징인데, 특히 유명한 3악장 아다지오는 아름다운 선율과 달콤한 화성으로 가득 차 있다.

 

4.8(금) 지휘 김대진 연주 수원시립교향악단 협연 바이올린 임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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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자르 프랑크 CÉSAR FRANCK

동유럽과 북유럽의 작곡가들

19세기 교향곡은 서부 유럽 중심에서 벗어나 민족과 지역의 특색이 반영된 음악으로 퍼져나갔다. 19세기 말 체코의 드보르자크, 북유럽의 작곡가 시벨리우스와 닐센의 교향곡도 <교향악축제>에서 연주된다.

 

체코 비소카 산간에 별장을 짓고 휴가를 보내던 작곡가 안토닌 드보르자크는 1889년 그곳에서 전원이 담긴 교향곡 8번을 썼다. 새소리와 햇살, 초목이 덮은 보헤미아 산간을 세밀히 그린 2악장을 들으면 ‘고향에 있어도 고향에 가고 싶은’ 향수를 느낄 것이다. 작곡가 말러는 이 곡을 “말 없이도 노래하는 교향곡”이라 평했다. 그의 찬사를 직접 확인할 기회다.

 

4.19(화) 지휘 김홍식 연주 군산시립교향악단 협연 바이올린 백주영 첼로 백나영

 

<핀란디아> 같은 교향시로 먼저 이름을 알린 핀란드의 작곡가 얀시벨리우스는 30대 중반이던 1899년, 자신의 첫 교향곡을 발표했다. 팀파니 소리 위에 클라리넷의 독백으로 시작하는 1악장부터 같은 주제를 다시 들려주는 4악장까지, 모든 악기군이 부지런히 연주하면서 음악적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특히 차근히 쌓아 올렸다가 속이 시원하도록 터뜨리는 부분이 악장마다 기다리고 있으니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4.16(토) 지휘 금난새 연주 성남시립교향악단 협연 비올라 이한나

 

시벨리우스와 동갑내기인 작곡가, 덴마크의 카를 닐센은 우연히 만난 흥미로운 그림을 소재로 그의 두 번째 교향곡에 착수했다. 오늘날의 ABO식 혈액형이 알려지기 전에는 히포크라테스가 주장한 네 가지 체액에 따른 분류를 따랐다. 닐센은 여행지에서 이 네기질의 사람을 그린 그림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 교향곡 2번의 각 악장에 ‘화를 잘내는(담즙이 많은)’, ‘냉정하고 진지한(점액질)’, ‘우수에 젖은(우울질)’, ‘다혈질의’라는 지시어를 써넣었다. 악장마다 다양한 분위기와 표정을 보여주는 오케스트라의 변신이 흥미롭다.

 

4.9(토) 지휘 김광현 연주 원주시립교향악단 협연 피아노 박종화

러시아가 자랑하는 교향악 작곡가 : 차이콥스키와 스트라빈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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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트르 일리치 차이콥스키 P. I. TCHAIKOVSKY

차이콥스키의 후기 교향곡 4, 5, 6번은 그의 개성과 극적인 특성을 보이며 연주회의 고정 레퍼토리가 됐다. 모두 단조 조성인 세 곡 가운데 두 곡이 콘서트홀 무대에 오른다. 장조로 끝나는 4번과 어둡고 깊은 단조로 침잠하는 6번이다.

 

먼저 교향곡 4번은 그가 아내와의 불화, 자살기도의 위기를 겪고 난 1878년에 쓴 곡이다. “마디마다 나의 심연을 반영한다”는 그의 말처럼, 악장 안에서도 요동치는 감정의 변화가 들린다. 금관의 불길한 팡파르로 시작하는 1악장은 이후 춤곡이나 러시아 민속음악 같은 달콤한 주제로 눈을 돌린다. 영롱한 울림의 현악기 피치카토로 채운 3악장을 지나, 아직 희망이 남은 듯 화려한 축제가 펼쳐지는 장조의 피날레 악장으로 맺는다.

 

4.2(토) 지휘 류석원 연주 강릉시립교향악단 협연 바이올린 술리만 테칼리

 

차이콥스키는 1893년에 6번 교향곡 ‘비창’을 완성했다. 어둡고 음울한 1악장으로 시작 하지만 이내 밝은 부분이 등장해서 삶에 공존하는 희비를 보여주는 듯하다. 4분의 5박자 러시아 왈츠 2악장에 이어, 패기 넘치는 행진곡 3악장은 마치 곡이 끝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음악은 계속되고 ‘죽어가듯이morendo’라는 지시어가 달린 4악장에서 더 낮고 깊은 곳으로 저물어간다. 초연 이후 그가 갑작스럽게 사망하자, 이 곡의 두 번째 공연은 작곡가의 추모 공연이 됐다.

 

4.20(수) 지휘 이종진 연주 춘천시립교향악단 협연 바이올린 권혁주

 

사육제가 열리는 시장, 발레리나 인형을 두고 흑인과 페트루슈카 인형이 결투를 벌인다. 그리고 급기야 끔찍한 치정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러시아의 20세기 작곡가 이고르 스트라빈스키가 발레 뤼스(러시아 발레단)를 위해서 쓴 발레곡 ‘페트루슈카’다. 그는 러시아 민요와 약동하는 리듬, 원시적인 음향을 재료로 이 기괴한 이야기를 음악에 옮겼다. 그의 감각적인 관현악 표현은 당시의 비평가들과 청중을 사로잡았는데,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해 보인다.

 

4.21(목) 지휘 김덕기 연주 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 협연 피아노 이효주

관현악의 마법사가 빚은 작품 : 베를리오즈와 라벨

베를리오즈는 다룰 줄 아는 악기가 거의 없었고, 라벨은 음악원의 문제 학생이었다. 두 사람은 오늘날 감각적이고 화려한 색채의 프랑스 교향악을 대표하는 작곡가로 꼽힌다. 노력이 일군 감각과 취향의 결과였다.

 

19세기 작곡가 엑토르 베를리오즈는 자신의 연애 실패담을 바탕으로 ‘환상 교향곡’을 썼다. 실연으로 음독한 젊은이가 꾸는 기괴한 꿈속에서 연인은 정해진 선율로 등장하는데(고정악상 기법), 상황에 따라 아름답게도 때로는 왜곡되거나 흐릿하게도 변한다. 그는 왈츠와 행진곡을 교향곡의 악장으로 도입했고 장례식 종소리와 ‘분노의 날’ 성가를 재료로 썼다. 이 곡을 비판했던 당대 비평가들도 뛰어난 악기 조합과 독특한 음향만은 인정할 만큼 관현악의 색감이 돋보이는 곡이다.

 

4.15(금) 지휘 임헌정 연주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협연 클라리넷 김현곤

 

모리스 라벨은 1922년에 무소륵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을 관현악으로 편곡했다. 무소륵스키가 친구 빅토르 하르트만의 유작전에서 영감을 받아서 쓴 피아노 모음곡을, 오케스트라의 다채로운 색감으로 되살렸다. 원곡이 흑백사진이라면, 라벨의 편곡은 디지털 수정을 거친 컬러사진의 느낌이다. 기괴한 ‘바바야가의 오두막’이나 웅장한 ‘키예프의 대문’에서는 교향악이 지은 소리의 상찬에 놀라게 된다. 그의 관현악법은 오늘날 작곡 수업의 교과서로도 쓰인다.

 

4.1(금) 지휘 요엘 레비 연주 KBS교향악단 협연 피아노 백혜선

봄, 교향악으로 피어나다 : 슈만 1번 ‘봄’

1841년, 슈만이 교향곡 1번을 썼다. 클라라와의 결혼으로 안정을 찾고 뛰어난 가곡들을 선보인 이듬해였다. 봄을 앞둔 1월, 그는 나흘 밤낮을 새워 네 악장의 스케치를 완성했고 2월에는 오케스트레이션을 마쳤다. 그리고 3월의 마지막 날, 멘델스존이 지휘하는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가 이 곡을 초연했다. 초연할 당시 슈만은 약간의 우울감에 시달렸는데, 당일 공연장에서 따스한 환대를 받으면서 마음의 병을 잠시 잊었을 수 있었다고 한다. 슈만의 음악 인생에서 ‘봄’ 같은 순간이었다. 현의 활발한 움직임과 역동적인 리듬, 교향악으로 봄이 피어난다.

 

4.22(금) 지휘 최수열 연주 서울시립교향악단 협연 오보에 함경

 

글 김지현 (KBS 1FM 클래식 음악 작가)

 

위 글은 월간 「예술의전당과 함께 Beautiful Life!」 2016년 4월호에서 전재한 기사입니다. 

2016.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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