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를 알 수 없는 명품 악기의 가치로 네 사람이 빚어내는 최상의 하모니

[컬처]by 예술의전당

스트라디바디 콰르텟 & 피아니스트 허승연_ 스트라디바리 콰르텟

4.27(수) 오후 8시 콘서트홀

한계를 알 수 없는 명품 악기의 가치

스트라디바리 콰르텟 STRADIVARI QUARTETT

이름만으로도 황홀한 스트라디바리가 넉 대가 모이면 어떤 앙상블을 이루게 될까? 지난 2007년 스위스 취리히에서 창단한 스트라디바리 콰르텟이 한계를 알 수 없는 명기의 가치를 전하기 위해 오는 4월 27일 서울을 찾아온다.

넉 대의 스트라디바리로 구성된 드림팀

‘명필은 붓을 가리지 않는다能書不擇筆’는 말이 있지만 적어도 음악에서만큼은, 특히 현악기 연주자들은 다른 생각을 할 것이다. 17~18세기 바이올린 제작의 메카였던 이탈리아 북부 크레모나에서 만들어진 악기들은 수백 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연주자들에게 단순한 악기 이상의 영감과 의미를 주고 있다. 아마티, 스트라디바리, 과르니에리 등의 명장들이 제작한 명기들을 향한 동경과 열망은 수그러들 기미가 없다.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1644~1737)와 그 일가가 제작한 바이올린 족 악기는 천 대가 넘는다고 전해진다. 그 가운데 지금까지 남아 있는 악기는 600여 대. 그것도 대다수는 바이올린이고 연주가 가능한 비올라나 첼로의 수가 극히 적기 때문에, 스트라디바리만으로 구성된 현악 4중주 연주를 듣는다는 것은 몹시 귀한 일이다. 일본 재단의 후원을 받은 도쿄 콰르텟이 전설적인 ‘스트라디바리 파가니니 세트’로 연주하며 각광을 받았지만 아쉽게도 2013년에 은퇴했다. 오늘날 음악계는 2007년 스위스의 하비스로이팅거Habisreutinger 재단에 의해 결성되어 매년 40~50회 정도의 연주를 소화하고 있는 스트라디바리 콰르텟에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스트라디바리 콰르텟은 루체른 페스티벌, 위그모어홀, 취리히 톤할레 등 세계 유수의 실내악 무대에 꾸준하게 모습을 드러내면서 앙상블에서 스트라디바리 명기들이 어떻게 공명하는지를 증명해왔다.

 

그렇다면 스트라디바리 콰르텟을 구성하는 악기들의 면면을 살펴보자. 먼저 제1 바이올린 ‘아우레아Aurea’는 스트라디바리의 황금기인 1700~1720년 사이에 최적의 수학적 비율에 근거해 제작되었기 때문에 ‘황금 바이올린golden violin’이라고도 부른다. 제2 바이올린 ‘킹 조지King George’는 악기를 소유했던 사람인 잉글랜드 왕 조지 3세의 이름을 딴 것인데, 1815년 워털루 전쟁에서도 무사히 살아 돌아온 행운의 악기이다.

 

한편 비올라는 오늘날 실제 연주되고 있는 스트라디바리 비올라가 두세 대에 불과한데, 그중 하나인 ‘깁슨Gibson’이다. 스트라디바리가 아흔 살에 완성한 비올라로, ‘깁슨’이라는 이름은 세계적인 명성을 구가했던 요아힘 4중주단의 비올리스트 조지 알프레드 깁슨George Alfred Gibson에게서 가져온 것이다. 마지막으로 첼로는 ‘보나미 도브레-수지아Bonamy Dobree-Suggia’라는 긴 이름을 갖고 있는데, 영국인 학자 보나미 도브레가 처음 소유했던 악기로, 디바의 매력이 다분했던 포르투갈의 여성 첼리스트 귀헤르미나 수지아Guilhermina Suggia를 거쳐 현재는 스트라디바리 콰르텟의 유일한 여성 멤버인 마야 베버가 연주하고 있다.

한계를 알 수 없는 명품 악기의 가치

마야 베버

“제가 연주하는 ‘수지아’는 세계 최고의 첼로이고, 다른 석 대의 스트라디바리 모두 굉장히 섬세합니다. 하지만 최고의 악기라고 해서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악기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능숙하게 다루기까지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죠. 충분한 시간을 갖고 길들인 뒤에야 비로소 스트라디바리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스트라디바리는 한계를 모르는 악기이기 때문입니다.”

 

마야 베버를 비롯한 스트라디바리 콰르텟의 멤버들은 ‘스트라디바리’라는 화려한 명성에만 기대어서는 자신들의 정체성을 확립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다.

 

“넉 대의 악기는 동일한 힘과 음색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모든 악기가 굉장히 폭넓은 특성들을 아우르고 있죠. 우리 멤버 모두 4중주 연주가 아닐 때에도 스트라디바리우스를 들고 무대에 오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지만 스트라디바리 네 대가 한 번에 모였을 때의 느낌은 또 다릅니다.”

 

이러한 첼리스트 마야 베버의 의견에 비올라 ‘깁슨’을 연주하는 비올리스트 레흐 안토니오 우스친스키도 공감하며 현악 4중주의 본질과 매력을 다음과 같이 덧붙인다. “음악가로서 개인의 성취도 물론 중요합니다. 그렇지만 여럿이 함께 협력할 때 터져 나오는 시너지 효과는 또 다른 감동을 줍니다. 현악 4중주와 같은 실내악이 가진 아름답고 특별한 매력이죠.”

이상적인 소리, 최상의 조화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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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흐 안토니오 우스친스키, 제바스티안 보헤렌, 왕 샤오밍 (왼쪽부터)


단체의 창립 멤버로서 남다른 책임감을 가진 마야 베버는 지난 10여 년의 적응 과정을 통해 실내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다고 한다.

 

“콰르텟에 새로운 멤버가 필요한 경우 연주자들을 수소문하고 섭외하는 일에도 직접 관여했어요. 하나의 팀을 이뤄 함께 연주할 동료를 찾는 것이니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죠. 앙상블의 멤버를 선발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선별기준은 바로 ‘조화’입니다. 빼어난 실력을 갖춘 연주자 개개인의 역량이 어떻게 하나의 유기체처럼 조화롭게 어우러지는가가 관건이죠. 최상의 하모니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다 보면 충돌이 생기기도 하죠. 그럴 때는 한걸음 물러설 줄도 아는 덕목을 갖추어야 합니다. 다행히 현재 스트라디바리 콰르텟은 최고의 진용을 갖추었다고 생각합니다. 완벽한 캐스팅이에요!”

 

그 어느 때보다 완벽한 호흡을 자신하는 스트라디바리 콰르텟이 이번 내한 연주회에서 첫 곡으로 선보이는 작품은 모차르트 현악 4중주곡 21번 D장조 K.575이다. 제1바이올린을 맡은 중국인 바이올리니스트 샤오밍 왕은 특별히 모차르트 음악에 애정이 많다.

 

“제게 있어서 모차르트는 음악의 궁극적 활력이며 완성이라 할 수 있는데요. 이 곡은 지난해 말 저희 4중주단이 발표한 새 음반 「The Prussian Quartets from Mozart」에도 수록된 곡입니다. 모차르트가 남긴 환상적인 작품이 스트라디바리우스 그리고 우리 멤버들에 의해서 어떻게 완성되었는지 한국 관객들에게도 선보이고 싶어 이번 공연 레퍼토리에 포함했어요. 또 레코딩 작업을 한 작품은 작품을 이해하고 연구하는 과정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기 때문에 그렇지 않은 것에 비해 더 좋은 실연을 보여드릴 수 있으니까요.”

 

이들이 준비한 또 다른 작품은 대중에게 친숙한 사무엘 바버의 현을 위한 아다지오 Op.11과 스위스 취리히 음악원의 부총장으로 재직 중인 피아니스트 허승연이 합류해 연주할 슈만의 피아노 5중주 Op.44이다.

 

“3년 전 한국에서 연주한 적이 있습니다. 한국인 연주자 윤소영이 우리 멤버로 활동하던 시기였죠. 굉장히 생기 있고 북적이고 즐거웠던 공연장 분위기 등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이번에도 좋은 연주로 한국 관객들과 소통하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지난번 내한연주를 좋은 추억으로 회상하는 첼리스트 마야 베버에게 마지막으로 스트라디바리 콰르텟이 추구하는 궁극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물었다.

 

“우리가 연주하는 스트라디바리는 특별한 악기입니다. 독특한 동질성을 가진 네 대의 악기죠. 그리고 그 악기로 연주하는 우리는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네 명의 음악가입니다. 우리는 이 조합이 만들어낼 수 있는 이상적인 소리, 최상의 조화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특별한 경험을 더욱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습니다. 동료 음악가들 그리고 나아가 대중과 소통하고 의견을 나눌 수 있다는 점은 우리 단체가 음악 활동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됩니다.”

 

글 양인용 (KBS 1FM 작가) 사진 빈체로 

 

위 글은 월간 「예술의전당과 함께 Beautiful Life!」 2016년 4월호에서 전재한 기사입니다. 

2016.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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