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전당과 함께 한 해를 마무리하는 연말 공연

[컬처]by 예술의전당

예술의전당 & 국립발레단 <호두까기인형> 12.14(토)-25(수) 오페라극장

<파리나무십자가소년합창단> 특별 초청공연 12.21(토) 콘서트홀

<크리스마스 콘서트 : 유키 구라모토와 친구들> 12.22(일) 콘서트홀

리처드 용재 오닐 <선물> 12.25(수) 콘서트홀

< 2019 예술의전당 제야음악회> 12.31(화) 콘서트홀

 

날씨가 차가워질수록 공연장은 ‘따뜻한 난로’가 된다. 그동안 소원했던 가족과 연인, 친구, 직장 동료들이 오손도손 공연을 관람하며 훈훈한 정을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발레와 음악회를 함께 즐기다 보면 그간 서운했던 감정도 훌훌 털어내게 마련이다. 그렇게 한 해를 마감할 수 있기에 12월 공연은 유난히 일찍 매진된다. 올해도 예술의전당에서 국립발레단의 <호두까기인형>과 <2019 예술의전당 제야음악회>, <파리나무십자가소년합창단> 특별 초청공연, <크리스마스 콘서트 : 유키 구라모토와 친구들>, 리처드 용재 오닐 <선물> 등이 관객을 기다린다.

겨울 공연의 스테디셀러

2016 예술의전당 & 국립발레단 <호두까기인형> ⓒBAKi

<호두까기인형>은 겨울 공연의 대명사로 자리 잡은 스테디셀러다. 예술의전당이 1994년부터 연말 가족 프로그램으로 공연해왔으며, 2000년부터는 국립발레단과 공동으로 주최해 관객에게 사랑받아왔다. 올해도 국립발레단 대표 무용수들이 주인공 마리와 왕자로 춤춘다. 박슬기-이재우, 박예은-허서명, 김리회-박종석, 정은영-김기완, 조연재-이재우, 김희선-하지석, 심현희-하지석, 신승원-김태석 등이 주인공 커플로 다채로운 호흡을 보여줄 예정이다.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오케스트라 연주로 생동감을 더하는 것이 특징이다. 정치용과 김종욱이 지휘하는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가 반주를 책임진다.

ⓒBAKi

<호두까기인형>은 독일 작가 E.T.A 호프만의 소설 「호두까기인형과 생쥐 왕」을 토대로 만든 작품으로, 러시아 작곡가 차이콥스키가 곡을 쓰고 전설적 안무가 마리우스 프티파와 레프 이바노프가 안무해 1892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극장에서 초연했다. 크리스마스이브에 호두까기인형을 선물 받은 소녀 클라라가 꿈속에서 왕자로 변한 호두까기인형과 함께 과자 나라를 여행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국립발레단 <호두까기인형>은 유리 그리고로비치가 볼쇼이발레단 예술감독 시절에 안무한 버전으로, 주인공 소녀 이름을 클라라 대신 마리로 바꿨다. 호두까기인형을 선물하는 마리의 큰아버지 드로셀마이어를 법률가이자 마법을 쓰는 신비로운 인물로 설정하는 등 각 등장인물에 구체적 설정을 더해 극의 개연성을 높였다.

 

드로셀마이어는 크리스마스 파티가 한창인 마리네 집 거실에서 아이들에게 마술을 보여주고, 커튼 뒤에 숨겨둔 태엽인형도 꺼내 보인다. 높이 점프하는 할리퀸과 빙그르르 도는 콜롬빈, 깜짝춤을 보여주는 악마인형을 보자 아이들은 박수를 치며 좋아한다. 드로셀마이어는 가면을 벗어 박수에 화답하고 크리스마스 선물을 전달한다. 마리의 선물은 호두까기인형이었다. 샘이 난 프리츠가 장난을 치다 호두까기인형을 망가트리자 마리가 눈물을 쏟는다. 밤이 깊자 어른들은 축배를 들며 마지막 춤을 춘 뒤 아이들을 재우러 간다.

 

호두까기인형을 품에 안고 스르르 잠에 든 마리는 꿈나라를 여행한다. 크리스마스트리가 점점 커지고 그 밑에 놓여 있던 인형들도 생명을 얻어 살아 움직인다. 그때 갑자기 생쥐들이 나타나 인형들에게 겁을 준다. 호두까기인형은 병정들을 이끌고 생쥐들과 전쟁을 벌인다. 마리는 드로셀마이어가 가르쳐준 대로 불붙인 초를 쥐 왕에게 던져 쥐 떼를 전멸시킨다. 마리와 인형들이 쓰러진 호두까기인형을 일으키려는 순간, 갑자기 주위가 캄캄해지며 호두까기인형은 왕자로 변신한다. 마리와 왕자는 마법의 눈송이들을 만나 함께 춤을 추고, 해저나라를 지나 하늘로 올라간다. 눈송이 요정들의 춤은 마치 흩날리는 눈송이처럼 가벼우면서 역동적인 군무를 보여준다. 난이도 높은 테크닉과 화려한 군무로 관람객들의 탄성을 자아내는 대목이다.

 

2막에서는 각국의 인형이 펼치는 다채로운 춤과 ‘꽃의 왈츠’가 백미다. 스페인, 인도, 중국, 러시아, 프랑스 인형들이 차례로 등장하며 각 나라의 특징이 담긴 화려한 춤을 선보인다. ‘꽃의 왈츠’는 공연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장면으로, 무대 위에 웅장하고 화려한 구성이 펼쳐진다. 어린이 무용수가 직접 목각 호두까기인형을 실감나게 연기해 관람객에게 놀라움과 재미를 안기는 것도 볼거리다.

새해 소망과 함께하는 2019년의 마지막 공연

올해 마지막 날에 열리는 <예술의전당 제야음악회>는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 축제로 자리매김해왔다. 2019년 12월 31일 오후 11시 59분 카운트다운이 시작되고 새해 소망을 빌면 2020년 1월 1일을 맞는 화려한 불꽃놀이가 펼쳐진다.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지휘자 정치용

올해 무대 서막은 정치용이 지휘하는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가 독일 국민 오페라의 창시자 베버의 ‘무도회의 권유’ Op.65로 연다. 무도회에서 신사가 숙녀에게 춤을 청하는 모습을 정교하게 담은 왈츠곡이다. 굵직하고 활발한 연주로 관객과 거리를 좁혀온 피아니스트 박종훈과 조재혁은 플랑크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 d단조 Fp.61을 협연한다. 훈훈하고 생동감 넘치면서 낭만적인 곡이다.

피아니스트 박종훈

박종훈은 화려한 테크닉과 학구적 면모, 높은 인지도 등을 두루 갖춘 연주자다. 2009년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 전곡을 완주했으며, 2017년부터 작곡가별 클래식 음악 작품과 그가 직접 작곡한 정통 클래식 음악을 연주하는 작곡가별 창작 리사이틀 시리즈를 5년 동안 계속해오고 있다. 2014년 하반기부터 2016년까지 예술의전당 <11시 콘서트> 해설과 진행을 맡은 데 이어 SBS 드라마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 등에도 출연해 대중적으로 얼굴을 알렸다.

피아니스트 조재혁 Ⓒ오중석

조재혁은 감성과 지성, 통찰력을 겸비한 연주자로 연간 60회 이상 무대에 오르고 있다. 2017년부터 1년간 예술의전당 <11시 콘서트> 호스트로서 연주와 해설을 이끌었으며, 올해는 아트센터인천의 <조재혁의 뮤직 인사이트> 연중 시리즈를 진행하고 있다.

(좌) 테너 정호윤 (우) 소프라노 황수미

세계 오페라 무대에서 주인공을 맡아온 테너 정호윤과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올림픽 찬가’를 부른 소프라노 황수미는 오페라 아리아로 송년의 아쉬움을 달랜다. 정호윤은 크리스마스 공연으로 자리매김한 푸치니 오페라 <라 보엠> 중 ‘그대의 찬손’, 베르디 오페라 <리골레토> 중 ‘여자의 마음’ 등을 들려준다. 그는 2006년부터 오스트리아 빈 국립오페라극장 전속가수로 발탁돼 한국인 테너로는 처음으로 베르디 오페라 <리골레토>의 만토바 공작 역할로 데뷔했다. 2007년에는 이 극장에서 푸치니 오페라 <라보엠>의 로돌프 역과 마스네 오페라 <마농>의 데그리에 역으로 호 평받았다. 이후 런던 로열오페라하우스와 코벤트가든, 독일 베를린 도이치오퍼, 드레스덴 젬퍼오페라하우스 등에서 활약했다.

 

황수미는 푸치니 오페라 <라 보엠> 중 ‘내 이름은 미미’, 카탈라니오페라 <라 발리> 중 ‘그렇다면, 멀리 떠나겠어요’ 등을 들려준다. 2014년 벨기에 퀸엘리자베스콩쿠르에서 우승한 그는 서정적인 목소리로 독일 본극장의 솔리스트 등으로 활약하고 있다. 2016년 모차르트 오페라 <마술피리>의 파미나 역할로 제네바국립오페라극장에 데뷔했고, 최근에는 세계적인 가곡 반주자 헬무트 도이치와 함께 도이치 그라모폰 데뷔 음반 「Songs」를 발매했다.

 

독창을 번갈아 부르는 정호윤과 황수미는 푸치니 오페라 <라 보엠> 중 ‘오 사랑스런 아가씨’ 이중창으로 호흡을 맞춘다. 마지막 무대는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가 차이콥스키 교향곡 4번 f단조 Op.36 4악장으로 장식한다.

평화와 희망의 메시지

파리나무십자가소년합창단

1907년 창단된 파리나무십자가소년합창단은 112년간 단련된 하모니를 들려준다. 교황 비오 12세가 부여한 ‘평화의 사도’라는 별칭에 걸맞게 합창 음악을 통해 평화와 사랑,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15~16세기 그레고리안 성가 등 종교음악에 집중하던 이 합창단은 1924년 페르낭 마이유 신부가 지휘를 맡으면서 프랑스 작곡가 드뷔시, 라벨 등의 현대 작품과 세계 각국 민요 등으로 레퍼토리를 넓혀나갔다. 1931년에는 미국 뉴욕 카네기홀에 데뷔해 세계적 명성을 얻기 시작했으며 아시아와 아프리카 주요 도시 등에서 공연해왔다. 1953년 클로뉴 국제평화회의, 1956년 파리 평화회의, 1965년 베들레헴 성탄절특별공연 등에서 천상의 화음을 선사했다. 이들의 공연은 변성기가 오면 들을 수 없는 소년의 목소리여서 더 고귀하게 느껴진다.

 

이번 내한 무대에서는 13세기 아카펠라 최초 음악인 ‘별은 빛나고(Laudemus-Stella splendens)’ 등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850년 동안 울려 퍼졌던 노래를 재현한다. 또 보이 소프라노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목소리를 위한 협주곡(Concerto Pour Une Voix)’과 ‘고양이 이중창(Le Duo Des Chats)’도 들려준다. 크리스마스 캐럴과 ‘그대가 나를 일으켜(You Raise Me Up)’ 등의 팝송, ‘레스페랑스(L’esperance)’ 등의 프랑스 민요, 한국노래 앙코르도 선물할 예정이다.

영원한 사랑을 주는 친구들

유키 구라모토 ⒸHaphotostudio

유키 구라모토는 2009년 이후 매해 연말 한국 관객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담아 <유키 구라모토와 친구들>이라는 타이틀로 크리스마스 공연을 선보여왔다. 그의 피아노곡과 함께 오케스트라와 클래식 음악 연주자들이 친구들로 출연해 다채로운 무대를 꾸민다.

 

올해의 초청 연주자들은 섬세하지만 매서운 활의 카리스마를 보여주는 바이올리니스트 장유진, 퀸엘리자베스콩쿠르와 독일 뮌헨 ARD콩쿠르 등에서 수상한 피아니스트 한지호다. 디토오케스트라와의 협연으로 장유진은 베토벤 바이올린 로망스 2번 Op.50을, 한지호는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3번 K.488을 들려줄 예정이다.

 

유키 구라모토는 20여 년에 걸쳐 사랑받아온 그의 베스트 명곡들과 함께 매해 새로 선보이는 레퍼토리, 캐럴 편곡을 선사한다. 그는 1986년 발매한 첫 피아노 솔로 앨범 「레이크 미스티 블루(Lake Misty Blue)」 수록곡 중 ‘레이크 루이즈(Lake Louise)’가 크게 히트하면서 유명해졌다. 아사히TV의 <호텔>, NHK의 <한 번 더 키스를> 등의 드라마와 영화음악 외에도 일본항공 등 항공사의 ‘인 플라이트 뮤직(In Flight Music)’으로도 각광받아왔다. 2011년 7월에는 뮤지컬 작곡에 도전해 일본 창작 뮤지컬 <폭풍의 언덕> 전곡을 선보였다. 지한파 피아니스트로 통하는 그는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소프라노 조수미, 가수 신승훈 등과도 활발히 교류하고 있다. 2012 여수엑스포에서 일본관의 모든 파빌리온 음악을 작곡, 연주하기도 했다.

(좌) 장유진 ⒸDario Acosta (우) 한지호

2016년 일본 센다이 국제음악콩쿠르에서 우승한 장유진은 학구적 곡 해석과 폭발적 기교로 관중의 눈과 귀를 무대로 집중시키는 걸출한 연주자로 평가받는다. 한지호는 2013년 중국과 2015년 일본연주 투어를 비롯해 오스트리아 빈 뮤직페어라인 황금홀, 독일 베토벤할레,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뮌헨 헤라클래스홀, 스위스 취리히 톤할레 등 세계 유명 콘서트홀에서 연주하면서 입지를 넓혀왔다. 또한 2017년 2월 쇼팽과 슈만의 피아노 작품을 담은 음반을 독일 아코우젠체 클라식스 레이블에서 발매했다.

리처드 용재 오닐의 성탄절 종합 선물 세트

디토오케스트라 ⒸStudiobob

올해 국내 데뷔 15주년을 맞은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은 12월 25일 크리스마스에 종합 선물 세트 같은 무대를 마련한다. 앙상블디토를 함께 이끌어온 바이올리니스트 스테판 피 재키브, 클래식기타 요정 박규희, 하모니시스트 박종성, 디토체임버오케스트라와 함께 준비한다.

(좌) 리처드 용재 오닐 (우) 스테판 피 재키브 ⒸSangwook Lee

(좌) 박종성 ⒸKeunho Jung (우) 박규희 ⒸMinok Lee

리처드 용재 오닐은 비올라 대신 바이올린을 들고 스테판 피 재키브와 바흐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을 연주할 예정이다. 박규희와는 타레가의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을, 박종성과는 무디의 ‘톨레도 스페인 환상곡’과 피아졸라의 ‘그랑 탱고’로 호흡을 맞춘다.

디토체임버오케스트라 ⒸStudiobob

디토체임버오케스트라와는 텔레만의 비올라 협주곡을 들려준다. 리처드 용재 오닐은 앙상블 디토 예술감독을 맡았으며, 다문화 소외 계층 아이들로 이뤄진 오케스트라를 지휘한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안녕?! 오케스트라>로 2013년 국제 에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스테판 피 재키브는 한국 대표 문인 고故 피천득의 외손자로 빈틈없는 기술과 시적 연주로 청중을 사로잡아왔다. 박규희는 벨기에 프렝탕 국제기타콩쿠르에서 최초의 여성 우승자이자 아시아 최초 우승자로 이름을 올렸다. 박종성은 세계적인 크로매틱 하모니카 연주자이자 독일 호너 콘서바토리 전 교수 와타니 야스오로 부터 “새 시대를 짊어질 대스타가 될 것”이라는 극찬을 받았다.

 

글 전지현 매일경제신문 기자

사진 국립발레단, 크레디아인터내셔널, 에스피에이엔터테인먼트

 

위 글은 월간 「예술의전당과 함께 Beautiful Life!」 2019년 12월호에서 전재한 기사입니다.

2019.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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