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하면 오페라하우스밖에 모르던 당신을 위한 색다른 여행 제안

[여행]by 예술의전당
시드니 하면 오페라하우스밖에 모르던

1. Sydney Lyric Theatre/ 2. Roslyn Packer Theatre/ 3. Museum of Contemporary Art Australia/ 4. Sydney Opera House/ 5. Genesian Theatre Company/ 6. The State Theatre/ 7. Art Gallery of New South Wales/ 8. Hayes Theatre Co/ 9. The Metro Theatre/ 10. Capitol Theatre/ 11. Oxford Art Factory/ 12. Eternity Playhouse/ 13. SBW Stables Theatre/ 14. Seymour Centre/ 15. Belvoir St Theatre/ 16. Allianz Stadium/ 17. Hordern Pavilion/ 18. The Enmore Theatre/ 19. Newtown Social Club/ 20. New Theatr

시드니. 호주, 아니 오세아니아 대륙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사는 도시. 비록 이곳 사람들은 점점 더워지는 도시 날씨를 걱정하고 있지만, 시드니는 여전히 온화한 기후를 자랑하며 지구상에서 살기 좋은 도시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시드니와 근교 지역을 합친 그레이터 시드니The Greater Sydney의 면적은 약 12,000제곱킬로미터로 매우 넓은 편이지만, 정작 시드니 시는 25제곱킬로미터로 우리나라의 종로구 정도이다. 서울시의 면적이 약 600제곱킬로미터인 것을 생각해보면 관광객들이 주로 방문하는 시드니는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인지 시드니를 방문하는 여행객들은 하버 브리지와 오페라하우스를 감상하고 약간의 쇼핑과 시내 관광을 즐긴 후 자연과 해양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교외로 떠나거나, 다른 도시로 이동한다. 실제로 호주정부관광청의 분석에 따르면 호주를 찾는 한국인들은 자연, 해양 스포츠, 야생, 해변 등과 관련된 매력을 기대한다고 하니, 하버 브리지와 오페라하우스의 야경이 시드니의 전부가 되어버린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닌 듯하다. 특히 오페라하우스는 200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이래, 아트센터이자 랜드마크로서 전 세계 관광객들을 반기고 있지만 한편으로 오페라하우스라는 거대한 이름 때문에 이 도시의 다른 문화적인 매력이 가려지는 것도 사실이다.

7일간의 시드니 여행을 위한 가상 일정

시드니 하면 오페라하우스밖에 모르던

시드니오페라하우스

6박 7일의 일정으로 시드니를 방문했다고 생각해보자. 물론 대체로 일주일이나 시드니에 머무는 관광객은 없다. 시드니를 거쳐 멜버른이나 브리즈번, 혹은 케언스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일 것이며, 어떤 이는 대자연을 느끼기 위해 울룰루로 길을 떠날지도 모른다. 그러니 6박 7일의 시드니 여행은 비교적 가능성이 적은 계획이겠지만, 문화예술 그리고 공연을 좋아한다면 충분히 가치 있는 일주일이 될 것이다.

 

2월의 어느 토요일 아침, 추운 서울의 밤공기를 뚫고 시드니의 맑고 푸른 여름 하늘 아래 도착한 당신은 체력적인 여유가 있다면 트레인을, 만사가 귀찮다고 느낀다면 우버Uber나 택시를 타고 30분 만에 시드니 시내의 호텔에 도착할 것이다. 대부분의 관광을 걸어서 할 수 있는 이 도시에서 중심가에 묵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지만, 하버 브리지와 오페라하우스가 보이는 서큘러 키Circular Quay 선착장 인근은 높은 숙박비로 악명이 높다. 따라서 당신은 시내 어느 곳이든 손쉽게 걸어갈 수 있는 센트럴역이나 시청역 근처에 숙소를 정할 것이다. 짐을 내려놓고 가볍게 차이나타운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캠벨 거리에 위치한 캐피톨 시어터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차이나타운에서 간단하게 점심을 해결한 후 캐피톨 시어터에서 낮 공연을 관람한 당신은 그제야 밤 비행의 피로를 느끼며 호텔로 돌아와 쓰러지듯 잠이 든다.

Tip) 캐피톨 시어터는 객석 수 2천여 석의 극장으로, 대형 뮤지컬을 주로 무대에 올린다. 현재는 디즈니 뮤지컬 '알라딘'이 상연 중이며, 3월부터 '킨키부츠', 8월부터 '마이 페어 레이디'가 예정되어 있다.

여행 둘째 날, 아침에 눈을 뜬 당신은 여행 책자에 나오지 않은 지역을 방문해보기로 한다. 바로 시내 동쪽에 위치한 서리 힐스Surry Hills와 달링허스트Darlinghurst 지역이다. 이곳은 신사동 가로수길을 연상시킬 만큼 다양한 카페와 레스토랑, 소규모 공연장이 자리하고 있으며, 문화예술업계 종사자들이 선호하는 주거 지역이기도 하다. 또한 매년 세계 최대의 성 소수자 축제인 마디그라 축제Mardi Gras Parade가 열리기도 하는 이 거리를 천천히 둘러보다가 마음에 드는 카페에서 여유롭게 브런치를 즐긴 다음 벨보어 스트리트 시어터 혹은 이터니티 플레이하우스에서 연극 한 편을 관람 할 수 있을 것이다. 유쾌한 연극이 끝난 후 트렌디한 음악과 함께 시원한 맥주를 마신 당신은 여행 두 번째 날이니 무리해서라도 공연을 한 편 더 보고 싶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매일 밴드의 공연이 펼쳐지는 옥스퍼드 아트 팩토리에서 신나는 일요일 밤을 마무리 할 것을 추천한다.

Tip) 벨보어 스트리트 시어터와 이터니티 플레이하우스는 각각 벨보어 시어터 컴퍼니Belvoir Theatre Company와 달링허스트 시어터 컴퍼니Darlinghurst Theatre Company의 전용 극장으로 수준 높은 연극 공연을 제공한다. 이외에도 실험극 위주의 레퍼토리를 선보이는 그리핀 시어터 컴퍼니Griffin Theatre Company의 전용 극장인 SBW 스테이블스 시어터, 인접한 포츠 포인트Potts Point 지역에 위치하여 소규모 뮤지컬 작품을 주로 무대에 올리는 헤이즈 시어터 등도 눈여겨볼 만 하다.
시드니 하면 오페라하우스밖에 모르던 시드니 하면 오페라하우스밖에 모르던

캐피톨 시어터 / 벨보어 스트리트 시어터

셋째 날인 월요일, 당신은 조금 더 자신만의 여행지를 찾아보기로 한다. 숙소에서 버스를 타고 서북쪽으로 약 15분 거리에 있는 뉴타운 지역은 시드니 시내를 벗어나, 보다 여유롭게 생활하고 싶은 젊은이들이 모인 거리이다. 홍대의 연남동이나 종로의 익선동을 연상케 하는 자유로운 분위기의 가게들이 모여 있어서 색다른 느낌을 준다. 젊은 연극을 한 편 더 보고 싶다면 뉴 시어터를 찾을 것이고, 전 세계의 인디 밴드들이 공연을 펼치는 클럽인 뉴타운 소셜 클럽에서 식사와 함께 근사한 밤을 보낼 수도 있을 것이다.

Tip) 그 외에도 뉴타운에 위치한 엔모어 시어터에서 라이브공연을 관람할 수 있으며, 시내와 뉴타운 사이에 위치한 시드니 대학교의 시모어 센터는 세 개의 공연장을 갖춘 종합 아트센터로 다양한 장르의 공연들을 만날 수 있다.

여행 넷째 날, 하루 정도 교외로 나가고 싶다면 렌터카를 이용할 것을 추천한다. 서쪽으로 한 시간 반 정도 거리에 위치한 블루마운틴 산악 지대에서 케이블카를 타거나, 북쪽으로 약 두 시간 거리에 있는 포트 스티븐스Port Stephens에서 돌고래를 보고, 스노클링을 즐길 수 있으며, 남쪽으로 두 시간 거리인 울런공Wollongong에서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구멍을 통해 웅장한 파도 소리를 들을 수도 있다.

Tip) 이 외에도 호주 3대 와인 산지 중 하나인 헌터 밸리Hunter Valley 와이너리 투어를 통해 맛있는 식사와 와인을 함께 즐길 수 있다. 단, 술을 마셔야 하기 때문에 일일 투어 버스를 이용하는 것이 좋겠다.

다섯 번째 날인 수요일, 드디어 한국 음식이 생각나는 당신은 한국 음식점이 많은 피츠 거리Pitt Street 인근의 한국식 중국 음식점에서 짬뽕과 탕수육으로 배를 채운 후 쇼핑에 돌입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쇼핑몰로 불리는 퀸 빅토리아 빌딩, 최첨단 쇼핑몰인 웨스트필드 혹은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고풍스러운 매력이 있는 더 스트랜드 아케이드를 돌아보고 잠시 망설일 수도 있다. 달링하버를 지나 자리한 시드니 리릭 시어터의 뮤지컬, 메트로 시어터와 스테이트 시어터의 다양한 공연들, 그리고 아마추어 극단으로는 지명도가 높은 제네시안 시어터 컴퍼니의 연극까지, 선택지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Tip) 시내의 북동쪽에 위치한 알리안츠 경기장과 호던 경기장은 유명 팝 가수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최근 콜드플레이와 가비지가 공연을 한 바 있으므로 대형 콘서트와 시기가 맞는다면 꼭 방문해 보길 바란다.
시드니 하면 오페라하우스밖에 모르던 시드니 하면 오페라하우스밖에 모르던 시드니 하면 오페라하우스밖에 모르던

SBW 스테이블스 시어터 / 시드니 리릭 시어터 / 로즐린 패커 시어터

관광을 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인 목요일, 드디어 시드니가 자랑하는 하버 브리지와 오페라하우스를 보기 위해 서큘러 키로 향한다. 오페라하우스까지 걸어가서 그 모습을 사진에 담는 것도 좋지만, 선착장의 반대편인 더 락스The Rocks 지역에서 바라보는 모습도 일품이다. 더 락스에 위치한 호주 현대미술관의 잔디밭을 지나 최상층의 카페에서 여유롭게 브런치와 경치를 즐기고 무료 상설전을 관람하고 나면 또 한 번 고민의 순간이 다가온다. 총 여섯 개의 공연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매일 밤 다양한 장르의 공연이 무대에서 펼쳐지는 오페라하우스와 시드니를 대표하는 극단인 시드니 시어터 컴퍼니Sydney Theatre Company가 주로 활동하는 로즐린 패커 시어터는 둘 다 매력적인 공연장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신은 로즐린 패커 시어터에서 오후 시간대의 연극을 한 편 보고, 저녁에 오페라하우스의 존 서덜랜드 시어터Joan Sutherland Theatre에서 오페라를 감상하기로 한다. 오페라가 끝나고 극장 밖으로 나와 바라보는 야경은 정말 멋질 것이다. 와인이라도 한잔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만, 현지인 친구는 말할 것이다. ‘오페라하우스의 야외 카페인 오페라 바Opera Bar는 어떤 메뉴를 팔아도 장사가 잘된다’고. 그 말은 오페라 바의 메뉴가 가격대비 훌륭할 가능성이 작다는 이야기이다. 현명한 당신은 시드니에서의 마지막 밤, 오페라하우스의 야경을 눈에 담은 채 숙소 근처로 돌아와 시끌벅적한 펍에서 맥주를 마시며 금요일 아침 비행을 준비할 것이다.

Tip) 호주 현대미술관 외에도 왕립식물원Royal Botanic Gardens 옆에 자리한 뉴사우스웨일스 주립 미술관 역시 다양한 소장품을 보유하고 있는 뮤지엄으로 많은 사람이 찾는 명소이다.

물론 이것은 가상의 일정이다. 시드니에 7일이나 머무르는 관광객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여행 계획으로 시드니라고 하면 오페라하우스밖에 모르던 당신에게 색다른 선택지가 주어졌음을 부인할 순 없을 것이다. 그 작은 가능성만으로도 시드니라는 도시는 여행자들에게 새롭게 다가갈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글·사진 김정호 (예술의전당 음악부)

 

위 글은 월간 「예술의전당과 함께 Beautiful Life!」 2017년 2월호에서 전재한 기사입니다.

2017.03.04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Copyright © ZUM internet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