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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아이 캔 스피크' 이용수 할머니 "할 말·들을 말 남았다…200살까지 살 것"

bySBS funE

'아이 캔 스피크' 이용수 할머니 "

"제 이름은 위안부 피해자가 아닙니다. 저는 이용수입니다"

 

36명. 국내에 등록된 239명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중 생존자 수다. 이 두 자리 숫자는 해결되지 않은 숙제를 반드시 풀어야 할 당위를 제공한다. 이들은 살아있는 역사고, 치유받아야 할 피해자다.

 

영화 '아이 캔 스피크'(감독 김현석)에서 나옥분(나문희) 할머니는 "일본의 만행을 알리고 진심 어린 사과를 받기 위해 200살까지 살 것"이라고 울먹인다.

 

이 말은 인권운동가로 활동 중인 이용수 할머니(90)가 과거 인터뷰에서 실제로 한 말이다. 이용수 할머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로서 90년대부터 일본의 만행을 전 세계에 알려왔다. 영화가 소재로 삼은 2007년 미 하원 의회 공개 청문회에도 직접 참석해 증언했고, 일본군 위안부 사죄 결의안(HR21)이 통과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김현석 감독과 함께 11일 오후 SBS '주영진의 뉴스 브리핑'에 출연해 영화 '아이 캔 스피크'를 본 소회와 위안부 합의 문제에 대한 자신의 목소리를 냈다.

'아이 캔 스피크' 이용수 할머니 "

이용수 할머니는 "국내 개봉 후 일주일 후 (인권 운동차) 미국에 머물 때 영화를 봤다. 평소에 늘 '(일본의 만행에 대해) 이야기해야지. 할 수 있다'라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말할 수 있다'라는 뜻의 제목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위안부 피해자'라고 불려온 지난날에 대해 "나는 위안부 피해자이기 전에 이용수"라며 "밤에 가미가제 부대에 끌려갔다. 그때는 왜 그랬는지도 몰랐다. 오랫동안 어디 가서 말할 수도 없고 마음에만 품고 있었다. 언젠가는 말해야지라고만 생각했다"고 한평생 가슴에 품어온 한을 밝혔다.

 

'아이 캔 스피크'는 가슴에 응어리졌던 한을 풀어준 작품이다. 이용수 할머니는 "부모한테도 말 못하고 60~70년간 마음에 담고만 있었다. 영화가 그런 내 마음을 알아주는 것 같았다. 감동에 겨워서 잠을 못잤다"고 제작진과 출연진에게 고마워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코미디와 드라마를 섞은 영화의 색깔과 구성에 대해 깊은 만족감을 표하며 "맨날 울고불고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웃음이 있으면서도 메시지를 잘 전달해서 좋았다"고 호평했다.

'아이 캔 스피크' 이용수 할머니 "

김현석 감독은 "쉽지 않은 소재였다. 무엇보다 무거운 소재를 코미디로 풀어내는게 어찌 보면 위험한 선택이기도 했는데 진심을 알아줘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영화의 흥행을 보면서 할머니들에게 누를 끼치진 않았구나 여겨져 기뻤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용수 할머니는 영화 속 최고의 장면을 꼽아달라는 주영진 앵커의 질문에는 "우리는 숨기고 살았던게 아니었다. 일본 대사관 앞에서 눈이 오나 비가 오나 26년간 외쳤다. 우리에게 사죄하고 법적 배상하라고 말이다. 그런 활동들을 영화가 조명해줘 좋았다.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나아가 세계에 진실을 알리는 것 같아 가슴이 뭉클했다"고 답했다.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서는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이용수 할머니는 "(우리 정부가)돈 십만엔에 나를 팔아먹었다. 그것이 가장 분하다"면서 "일본은 처음부터 끝까지 거짓말만 했다. 우리의 자라나는 세대가 거짓말로 역사를 배워서 어떡하냐. 바른 역사를 알아야 한다"고 일본의 사과와 보상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를 강조했다.

'아이 캔 스피크' 이용수 할머니 "

더불어 "감독님한테 부탁을 드릴 게 있다. '아이 캔 스피크'를 1편으로 끝내지 말아달라. 10편까지 만들어 달라. 역사에 대해 제대로 알려야 한다. 나는 아직 할 말이 남아있다"고 속편 제작을 부탁했다.

 

김현석 감독은 "일본의 만행을 전 세계에 알리고 진심 어린 사과를 받기 위해 200살까지 살겠다고 말씀하신 인터뷰를 감명 깊게 봤고, 영화 대사로도 썼다. 저희에게 못다 한 이야기를 계속해달라. 좋은 작품으로 보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아이 캔 스피크'는 동네 골목 대장을 자처하는 나옥분(나문희) 여사와 9급 공무원 민재(이제훈)가 영어를 통해 교감하고, 힘을 합쳐 역사의 진실을 알리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지난달 21일 개봉한 영화는 전국 3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의미 있는 결실을 맺었다.

 

김지혜 기자 ebada@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