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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

‘그알’ 이국종 교수 비망록에 적힌 권역외상센터의 암담한 현실

bySBS funE

‘그알’ 이국종 교수 비망록에 적힌

“그들은 죽음을 달고 내게로 와 피를 쏟았다. 으스러진 뼈와 짓이겨진 살들 사이에서 생은 스러져갔다. 내게 오는 대부분의 환자들은 늘 긴박했고 산다해도 많은 경우 장애가 남고 후유증의 위험이 도사렸다. 승리가 담보되지 않는 싸움이다.”(이국종 교수의 비망록 중 일부)

 

SBS ‘그것이 알고싶다’가 이국종 교수의 비망록 101장 전문을 입수해 공개했다. 그 비망록에는 권역외상센터 안에서 벌어지는 경악스러운 기록이 담겨 있었다. ‘그것이 알고싶다’는 대한민국 권역외상센터의 민낯을 조명하며 암담한 의료 현실에 경종을 울렸다.

 

앞서 북한 귀순병사 오청성이 권역외상센터에서 받은 수술 등이 담긴 영상이 ‘그것이 알고싶다’를 통해 방송된다. 오청성은 이국종 교수 팀에게 수술을 받은 뒤 생명의 위기를 넘겼다. 뜨거운 스포트라이트와 예산 증액에도 이국종 교수는 좌절했다.

 

이 교수는 이후 인터뷰에서 “정치권에서 응답해 예산을 200억이나 늘려줬는데 정말 좌절스럽다.”면서 “2011년을 보는 것 같다.”며 6년 전 아덴만 작전에서 총상을 입은 석해균 선장을 살려냈던 일화를 떠올렸다. 당시에도 이교수가 국민영웅으로 떠올랐고, 이명박 전 대통령은 전국 종합병원 다섯곳에 권역외상센터를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권역외상센터에는 외과, 흉부외과, 신경외과 등 각과의 협진이 바로 이뤄진다. 병원 도착 후 30분 안에는 필수적 수술이 가능하도록 했다. 권역외상센터는 2017년 현재 전국 17곳이 지정돼 있고 9곳이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이국종 교수는 현실은 달랐다고 폭로했다. 그는 “아직도 생각난다. 우리 병원에는 오지도 않은 헬기가 다른 병원 옥상에 올라가 있는 사진과 ‘이국종의 꿈이 이루어졌다’ 톱기사로 났었다. 이번에도 예산 나온다고 하자마자 헬기부터 얘기한다.”면서 “더 큰 문제는 앞으로 내다봐도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냉장하고 진정성 가지고 리뷰하지 않는 이상 가망성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권역외상센터의 내부 운영의 문제는 더욱 산재해 있다. 국고의 지원을 받으면서도 실제로 근무하지 않는 의료진이 버젓이 홈페이지에 게재되어 있었고, 보건복지부는 이를 감시와 처벌, 지원하는 기능이 사실상 작동하고 있지 않다.

 

'그것아 알고싶다' 제작진은 전국 권역외상센터 138명의 의료진을 대상으로 근무 환경에 대해 조사했다. 하루 평균 12시간 이상 근무했다는 의료진들이 60.9%, 한 달 중 야간 근무를 한 횟수는 7일~10일이 42%로 가장 많았다. 여기에 권역외상센터의 척바한 현실과 처우에서 일을 하려는 의료진이 없다는 것 역시 대한민국이 마주한 의료계 현실이었다.

 

권역외상센터의 실태를 제보한 한 제보자는 “병원 응급실에서 응급의학과 의사를 뽑질 않았다. 월급이 나가는거고 외상센터는 국고지원이 되니까 외상센터 인원을 응급의학과처럼 같이 돌렸다.”면서 오히려 이를 거부하는 전문의의 계약을 해지했다고 폭로했다.

 

이러한 참담한 현실이 이국종 교수가 국민청원이 빗발치고 정치권의 러브콜이 이어지는 현 상황을 비판적으로 보고 있는 이유다. 실제로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다고 하더라도 예비타당성 조사 없이 예산만 투입했다가는 돈만 쓴 채 상황은 계속 악화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이 교수는 예상했다.

 

이국종 교수는 “선택과 집중을 못하면 예산만 흩뿌려질 거다. 국민들은 몇 년 뒤에서 문제는 터져나올 거고 그러면 ‘국민청원해서 예산 늘렸는데 뭐한거야?’라고 하실 거 아니냐.”며 절실하게 호소했다.

 

권역외상센터 운영의 모순 해결, 응급의학과 의료진 확충, 의료진 복지 향상 등 숙제가 산적해 있다. 권역외상센터가 유례없이 큰 관심을 받은 최근, 하지만 이번에도 참담한 현실은 외면한 채 반짝 주목에서 그치는 건 아닐까.

 

[SBS funE l 강경윤 기자] kykang@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