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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영화관이 도서관으로? …
돈 들여 마케팅하는 이유

bySBS

<앵커>

 

친절한 경제, 권애리 기자와 소비자 트렌드 알아보겠습니다. 권 기자, 어서 오십시오. (안녕하세요.) 도서관이 아무래도 우리나라에 좀 부족하다는 얘기가 많이 있는데, 요새는 어떻게 회사들이 도서관을 짓는 경우가 꽤 많다면서요?

 

<기자>

 

최근 국내 유통 기업들이 2~3년 사이에 지은 대형 쇼핑몰에서 공통적으로 화제가 되는 공간들이 바로 도서관입니다.

 

유통기업뿐만 아니라 다양한 소비재 기업들이 라이브러리 마케팅이라고 할 정도로 공통적으로 도서관을 앞다퉈서 짓고 있습니다.

 

[임재나/성남시 분당구 : 쇼핑도 같이할 수 있고, 놀다가 배고프면 식품관 같은 데서 밥도 먹을 수 있고….]

 

방금 보신 어머니가 아이와 같이 찾으신 곳은 2년 전에 경기 남부에 새로 생긴 한 대형 백화점의 어린이책미술관입니다.

 

우리나라 최초로 책을 주제로 한 1종 미술관으로 등록되기도 했는데요, 주로 어린이들 눈높이에 맞춘 예술 도서를 중심으로 6천 권을 갖췄습니다.

 

여기는 입장료도 6천 원을 받는데도 인근 주민들에게 인기가 많습니다. 이 지역이 수도권에서 비교적 어린 자녀를 둔 젊은 부부들이 많다고 꼽히는 지역이거든요. 이 백화점을 찾을 방문객들의 특성을 감안해서 기획을 한 거죠.

 

또 올해 5월 말에 문을 연 서울 강남의 한 대형 쇼핑몰 도서관도 무려 5만 권의 책을 갖춘 2층 규모로 조성됐습니다.

 

이 중에 4만 권은 기부를 받아서 기업들이 가장 바라는 화제를 모으는 데도 성공했고요. 명사들을 초청해서 특강을 여는 공간으로도 활용되면서 서울 남쪽 지역의 명소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앵커>

 

2층까지 지었으면 거기에 가게를 넣었으면 훨씬 돈을 많이 벌 텐데, 재미있는 마케팅인 것 같고, 영화관이나 자동차 전시장 같은 데도 책을 넣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고요?

 

<기자>

 

말씀하신 대로 전 같으면 그런 상업 효율을 생각해서 도서관이 있긴는 힘들지 않을까 생각되는 곳들에 경쟁적으로 무료 도서관을 갖춰서 마케팅 포인트로 삼고 있는데요, 공간 성격에 확실히 맞춘 테마 도서관들로 조성하는 게 특징입니다.

 

지금 보시는 곳은 서울 명동에 있는 한 영화관입니다. 2년 전에 여기서 가장 큰 200석 규모 정도의 상영관을 통째로 도서관으로 리모델링했습니다.

 

영화 관련 서적, 잡지, 대본집 같은 책들을 중심으로 1만 권 넘게 소장하고 있고요. 이 영화관에 영화를 보러 왔던 관객이라면 관람 전후 한 달 동안 무료입장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서울 강남에 있는 국내 자동차업체의 쇼룸 건물도 5층 건물인데, 이 중에 한 층을 차와 관련된 도서관으로 할애했습니다.

 

이 업체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 만드는 쇼룸도 똑같은 콘셉트로 도서관을 꼭 넣어서 짓고 있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에 여기서도 그냥 집 근처 호텔 같은 데서 푹 쉬는 호캉스 얘기 한 번 드린 적 있는데요, 호텔들이 그런 호캉스 기획하면서 요즘 자주 하는 게 책 읽으면서 쉬는 북스테이가 많습니다.

 

머무는 기간 동안에 읽을 책을 골라주는 기획 많이 하는데, 서울 광진구에 있는 한 특급호텔은 지난 연말부터 아예 국내 대형 출판사와 같이 호텔 본관 안에 도서관을 따로 조성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책을 파는 건 아니고 그냥 와서 책을 보라는 건데 저렇게 돈 들여서 마케팅을 하는 이유가 뭘까요?

 

<기자>

 

4년 전부터 해마다 테마 도서관을 한 곳씩 지으면서 국내 기업 도서관 붐을 일으켰다고 할 수 있는 카드사가 있습니다. 여기 관계자 얘기 같이 들어보시죠.

 

[차경모/'테마 도서관 설립 카드사' 관계자 : 디지털 세상에선 책을 읽는다는 행위 자체가 새로운 감성이 되는 것 같더라고요. 아날로그에 대한 일반 고객들의 니즈가 커졌고요. 그걸 저희가 먼저 좀 간파를 했죠.]

 

한 마디로 좀 더 느리게, 차분하게 가고 싶은 고급스러운 문화공간에 대한 갈망이 있고 그 점을 공략한 게 주효했다는 거죠.

 

이 카드사 도서관의 경우에는 회원들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데, 벌써 이용자가 51만 명이 넘습니다.

 

이런 식으로 브랜드 충성도에도 기여를 하는 바가 있고요. 느긋하게, 그러면서도 좀 알찬 듯하게 쉬고 싶은 사회인들의 마음을 헤아린 유행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권애리 기자 ailee17@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