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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 취재파일

전직 한림성심병원 간호사의 고백…"내가 이러려고 간호사가 됐나"

bySBS

인터뷰가 끝나고 궁금한 점이 더 많아졌습니다. 카메라를 끈 상태로 커피를 사왔습니다. 30분쯤 더 이야기를 나눴을까요, 사실 아직도 이해는 안 갑니다. 제가 인터뷰한 여성은 한림대 성심병원에서 근무했던 간호사였습니다.


*전직 한림대 성심병원 간호사들을 인터뷰 한 내용으로 작성했습니다

 

23살 첫 직장, 그는 딱 6개월 정도 병원에서 버텼다고 말했습니다. 그에게 한림대 병원은 ‘잊고 싶은 기억’이었습니다. 

전직 한림성심병원 간호사의 고백…"내

"한동안은 아예 평촌역에서 내리질 않았어요. 병원 근처에 가질 않았어요. 일부러 한 정거장을 더 가서 내려서 걸어갔어요. 집까지. 보기가 싫어서. 너무 보기가 싫어서. 보기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리고.."

 

그래도 첫 직장인데, 아쉽지는 않았냐고 물어봤습니다.

"아쉬워요”

 

생각했던 이유와는 달랐습니다. "욕이라도 좀 해주고 나올 걸. 그냥 이렇게 너무 조용히 나와 가지고.. 욕이라도 좀 해줄 걸 이런 생각"

 

먼저 최근 논란이 됐던 '섹시 댄스 강요'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한림대 병원은 매년 10월에 ‘일송 가족의 날’ 행사를 엽니다. 그때 간호사들을 나눠서 체육대회 연습을 시키거나 댄스 연습을 시킵니다.

 

"라운드 테이블 있고 의사들 있고.. 아브라카다브라랑 누구는 소녀시대 뭐를 추고, 춤 학원 가서 배워요. 하루 정도 단기속성으로 해주는 게 있어요. 그런 곳 가서 다 같이 배우고 그 다음에 노래방에서 노래 틀어놓고 계속 연습하고" 

전직 한림성심병원 간호사의 고백…"내

장기자랑에 참여했던 다른 성심병원 전직 간호사와도 통화가 됐습니다. 그 역시 ‘섹시 댄스’ 얘기를 먼저 꺼냈습니다.

 

"저희가 처음에는 90년대 유행했던 노래들을 모아서 재미있게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그런 것 보다는 좀 선정적인 걸 요구하셔서 EXID '위아래'를 췄었거든요." 

전직 한림성심병원 간호사의 고백…"내

"의상도 컨펌을 받아야 되요. 다 경쟁을 붙이니까 옷도 다른 병원보다 더 야하게 더 벗기고 최종적으로 마지막에 한 건 하얀색 와이셔츠만 입고 밑에는 하의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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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스만 문제가 아닙니다. 재단 소속 6개 병원이 경쟁하는 체육대회 우승을 위해 간호사들은 근무 시간 외에 강제로 연습에 동원됐습니다. 제가 인터뷰한 간호사는 ‘피구 담당’이었습니다.

 

"데이 근무가 끝나면 보통 3시잖아요. 매일 매일 나와서 피구 연습을 해야 되는 거예요. 빨리 옷 갈아입고 나가서 공터에 모여서. 저는 피구 연습하는 사람이었거든요. (항의 하는 사람이 없었어요?) 없죠. 조용히 나가야죠. 그런 분위기에요"

 

"저 사표 세 번 썼어요. 6개월 동안. (그런데) 안 받아줘요. 다 그만두니까 사람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결국 도망 나왔어요. 안 받아줘서. 그런데 저기는 (간호사들이) 다 그렇게 나가요. 제 동기 오빠는 차라리 군대를 다시 가겠다고 하고 그만뒀어요."

 

이들이 기억하는 한림대 병원 ‘일과 시간’은 어땠을지 궁금했습니다.

 

"어떤지 진짜 얘기해드릴까요?"

 

"환자 이동식 변기 닦는 것도 다 간호사가 해요. 일요일에 이동식 변기를 싹 다 수거해 가지고 오물 처리실 가서 닦아서 널어 놓고 다 간호사가 했어요. 환자들 약 주고 혈당을 재면서도 그런 일을 해야 되고요"

 

"매주 일요일은 휠체어 찾으러 다니는 날이에요. 물품 카운트를 하는데, 웬만하면 다 있거든요. 없어지는 건 거의 휠체어, 전 병원을 다 다니다가 없으면 나가서 공원 같은 데까지 다 뒤져야 돼요. 그거 없으면 집에 못 가요. 찾아야 돼요" 

전직 한림성심병원 간호사의 고백…"내

간호사들 사이엔 이른바 ‘태움’ 문화가 있습니다.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의미. 간호사 선배의 괴롭힘, 혹은 집단 괴롭힘을 말합니다.

 

"저는 일하면서 뒷목 잡혀서 끌려간 적도 있어요. 선배 간호사한테. 수액 있잖아요. 그거 정리하다가 자기가(선배 간호사) 화가 난 거예요. 제가 빨리 이렇게 달라붙어서 도와줘야되는데 안 그랬다고. 그러니까 저한테 그 수액을 막 던지면서 미친X, X발X, X 같은 X 막 이러면서 던지는 거예요"

 

다른 간호사의 말도 비슷했습니다.

 

"체육대회나 회식이나.. 빠지면 안 되거든요. 절대로. 빠지면 공식적인 왕따가 되죠. 좌천되거나. 사정 때문에 (회식에) 2시간 앉아 있다가 도저히 길어질 것 같아서 먼저 일어나야겠다고 했더니 선배 간호사들이 단톡방 있는데 거기서 나가라고. 너와 공유하고 싶지 않다 단톡방에서 당장 나가라고 하고"

 

"솔직히 저 주변에 정신과 다니면서 일하는 사람도 많았어요. 일만 해도 힘든데 사람이 힘들게 하니까. 도저히 방법이 없으니까 정신과 상담 받고 항우울제 이런 것도 먹고 하더라고요. 일을 하려고 먹고 살아야하니까.."

 

저희와 직접 만나 인터뷰한 여성은 인터뷰가 끝나고 바로 병원에 가야 한다고 했습니다. 치료를 받으러 가야했습니다. 그는 한림대 병원에서 나온 지 8년째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고 했습니다.

 

"어깨가 망가졌어요. 어깨랑 목이랑 다 망가져서 주사바늘을 찔러도 느낌이 없을 정도에요"

 

한림대 성심병원 관계자는 최근 논란이 된 여러 사안에 대해 "조직 차원에서 그런 지시는 없었다. 경쟁이 심화되고 대중문화가 섹시 어필하니까 쫓아가서 그렇게 된 것 같다"며 "결과적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해 죄송하고 물의를 일으켰던 ‘일송 가족의 밤’ 행사를 폐지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림대 병원은 현재 일과 후 춤, 체육대회 연습 강요 등에 대해 고용노동부의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엄민재 기자 happymj@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