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 심하면 심할수록 지갑이 열린다?

[비즈]by SBS
더위 심하면 심할수록 지갑이 열린다?

<앵커>


'친절한 경제' 목요일엔 권애리 기자와 함께합니다. 권 기자, 어서 오세요. (안녕하세요.) 폭염이 이렇게까지 길어지면 날씨가 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것 같은데 그렇게 좋은 영향만은 아닐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기자>


일단 너무 고통스러울 정도로 더운데 오늘(26일) 더위랑 소비에 집중해서 보면요. 일단 소비에는 이 더위가 그래도 좀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측면이 많을 거라는 기대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이번 더위가 소비에도 우리에게 숙제를 남길 걸로 보이는데요, 일단 혹한, 너무 추운 날씨는 일부 온라인판매를 제외하고는 소비심리가 위축되지만, 심한 더위에는 지갑이 열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당장 생각할 수 있는 계절상품, 에어컨 같은 가전이나 음료 같은 게 잘 팔리죠. 일본에서 최근에 한 민간연구소가 지난 20년간의 여름 기온을 분석했더니 기온이 1도가 오르면 가계 소비가 0.5% 상승하는 효과가 있었다.


그래서 일본은 2010년이 기록에 남게 더운 해였습니다. 이때 가계지출이 크게 상승한 걸로 나옵니다.


당장 우리도 크게 더워지기 시작한 지난주잖아요. 이때 온라인몰들 매출도 물론 늘었지만, 최근에 계속 고전했던 오프라인 매장들이 오랜만에 폭염 특수를 살짝 누렸습니다.


국내 가장 큰 대형마트의 매출을 보면 태풍 영향이 컸던 이달 첫째 주는 지난해보다 매출이 전반적으로 안 좋았는데요, 슬슬 더워지기 시작한 둘째 주부터 하락 폭이 작아졌습니다.


그리고 온라인 판매는 급등하기 시작하죠. 그러다 폭염이 절정으로 치달은 지난주에 드디어 오프라인 매장까지 플러스로 전환된 걸 볼 수 있습니다.


<앵커>


너무 더우니까 나와서 에어컨 같이 어쩔 수 없는 것부터 시작해서 이것저것 산다. 많이 소비가 늘어난다. 이 말씀인데, 저 같은 경우는 더우면 집에서 안 나가고 싶거든요. 그런 경향도 좀 있지 않나요?


<기자>


네, 그런 경향이 보입니다. 방금 말씀드린 곳들은 대형 매장이잖아요. 집에서 자가용을 가지고 나와서 바로 시원한 매장으로 들어갈 수 있는 구조입니다.


한마디로 더위에 노출되는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는 곳들은 손님이 왔습니다. 그런데 지상의 작은 매장들, 영세매장들은 번화가도 요즘은 그냥 걸어 다니는 사람이 적습니다.


그렇다 보니까 아직 정확한 집계가 나오진 않았지만, 안 그래도 소비심리가 위축돼 있는데 영세 오프라인 매장들 같은 경우는 지금 폭염 특수마저도 비켜간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그리고 이제 진짜 7말 8초잖아요. 내일부터가 여름 휴가철 소비가 판가름 나는 기간입니다.


그런데 교통연구원이 설문 조사한 걸 보면 일단 지난해보다 휴가를 떠나신다는 분들은 10% 정도 늘었는데요, 국내에서 그 휴가를 보내시겠다는 분들은 지난해보다도 살짝 줄었어요.


그리고 휴가지를 개별적으로 보면 남해안, 서해안, 제주 쪽으로 가신다는 분들이 약간 감소했습니다.


지금 유커를 비롯해서 해외 관광객들이 여전히 아직 충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내 여행객들이 얼마나 소비를 하실까가 관건입니다.


많이 덥고, 최근 몇 년 사이 추세대로 해외로 계속 나가기에는 소비심리가 많이 위축돼 있기 때문에 그래도 국내에서 조금 돈을 쓰실지, 아니면 그것도 시원치 않을지 곧 볼 수 있겠습니다.


<앵커>


사실 요즘 밥상물가도 심상치 않은데 이게 정작 지금보다도 나중에 추석에까지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이런 걱정이 크잖아요. 지금.


<기자>


네, 지금까지 1990년 이후에 우리나라 여름을 봤을 때 여름 물가와 폭염 기간의 관계를 본 연구가 있습니다.


올해처럼 더위가 길면 요즘 얘기가 많이 나오는 1994년, 그리고 2004년, 2013년, 2016년 이런 해들인데요, 공통적으로 여름물가가 높아집니다.


평범한 여름에는 오히려 다른 계절보다 물가가 살짝 낮아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폭염이 길어지면 그 반대라는 겁니다.


그러다 날씨 때문에 특히 영향을 많이 받는 신선식품, 농·축·수산물 물가는 가을에 접어들어서 많이 안정됩니다.


문제는 먹을 거 가격이 제일 중요한 추석은 초가을에 있잖아요. 그런데 폭염이 긴 여름 이후에 추석이 오면 특히 축산물 물가가 크게 올라있었다는 겁니다.


가을 전체적으로 보면 안정이 되지만, 제일 중요한 추석 때 여전히 물가가 높다는 거죠. 벌써 추석 물가까지 이렇게 예상이 되는 만큼 미리미리 정부에서 모니터링을 해서 올해 기록적인 폭염에 대비를 하는 게 필요해 보입니다.

2018.08.26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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