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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친절한 경제

'공제율 40%' 제로페이, 외면 받는 이유

bySBS

<앵커>


금요일 친절한 경제, 권애리 기자 나와 있습니다. 권 기자 어제(25일) 세법 개정안이 나왔는데 신용카드 소득공제가 줄어들지는 않았군요.


<기자>


네. 살았습니다. 현행 그대로로 가게 됐습니다. 지난 3월에 홍남기 부총리가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콕 짚어서 얘기를 해서 아예 공제가 사라지지는 않더라도 공제폭은 좀 축소되는 방향으로 갈 거라는 전망이 컸습니다.


그런데 워낙 신용카드가 활성화돼 있죠. 연말에 소득공제 받을 때 거의 절반 가까이가 신용카드 소득공제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공제 폭을 축소하면 사실상 세금이 오르는 거나 마찬가지라는 여론의 반발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하던 대로 공제율 15%를 유지하게 됐습니다.


반면에 상당한 혜택을 주기로 확정한 게 제로페이입니다. 소상공인들을 돕기 위해서 연간 매출이 8억 원 이하인 가게에서는 전혀 수수료를 받지 않는 간편결제 서비스죠.


지난해 말에 시작됐습니다. 서울시와 정부가 만들었습니다. 이 제로페이에 대해서는 소득공제율을 무려 40%까지 적용해 주기로 했습니다.


<앵커>


40%라면 소비자들이 남은 기간에라도 제로페이를 사용하면 좀 더 큰 혜택을 볼 수 있는 건가요?


<기자>


그런데 여기서부터는 계산이 좀 복잡해집니다. 소비자로서도 그렇고 소상공인을 돕고 싶은 착한 시민으로서도 좀 그렇습니다.


일단 소비자로서는 무엇으로 돈을 내든 번 돈의 25%를 초과하는 돈을 써야 그 초과분에 대해서만 비로소 소득공제가 시작됩니다. 돈을 꽤 써야 혜택이 시작되는 거죠.


그리고 제로페이는 신용카드랑 비교하는 게 사실 맞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건 정부와 지자체가 만든 모바일 체크카드 같은 거거든요.


신용카드처럼 외상 결제, 무이자 할부 이런 거 안 되고 제로페이랑 비교해야 맞는 체크카드는 지금도 소득공제율이 30%입니다.


10% 포인트 차이 나는 건데 소비자 입장에서는 소득공제도 공제지만, 당장 신용카드나 민간 체크카드를 간편결제 앱에 등록해서 쓰면 여러 가지로 중복해서 받을 수 있는 마일리지, 캐시백, 할인 혜택 같은 걸 쓰는 게 더 유리할 수 있는 거죠.


소상공인을 돕고 싶은 시민 입장에서 봐도 지금 전국의 제로페이 가맹점이 출시 7개월이 지났는데 26만 곳에 그칩니다. 홍보를 참 많이 한 편인데도 가맹률이 여전히 저조합니다.


게다가 이번 주에 제로페이에서 정의하는 소상공인, 연간 매출 8억 원 미만의 동네 마트 회원이 상당수인 한국마트협회라는 곳은 지금으로선 제로페이 활성화 정책에 참여할 뜻이 없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앵커>


수수료 혜택이 굉장히 클 텐데, 왜 이런 반응이 나오는 거죠?


<기자>


가장 큰 이유로는 지금도 민간 결제랑 제로페이의 수수료율 차이가 별로 안 난다는 데 있습니다.


정부가 소상공인 카드 수수료 부담을 계속 낮춰왔고 카드 매출액 부가세 공제라는 것까지 감안하면, 연간 매출 5억 원까지 가게는 신용카드도 실질적인 수수료율이 마이너스입니다. 환급된다는 겁니다.


5에서 10억짜리 가게도 0.1에서 0.4% 수준입니다. 그럼 체크카드는 더 커지는 겁니다. 또 제로페이도 모든 가게들에 수수료가 없는 건 아닙니다. 일반 가맹점으로 분류되면 1.2% 있습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얘기죠. 어려운 소상공인도 아닌데 세금으로 수수료를, 사업하는 비용을 대신 내줄 일은 아니니까요.


그런데 3개월 이상 일하는 상시근로자가 5명 이상이면 일반 가맹점에 포함되거든요. 매출 10억 원 이하 동네 마트 중에 이런 데들 있습니다.


이런 데는 지금도 민간 수수료가 제로페이보다 쌉니다. 그래서 "우린 안 써도 되는데" 이렇게 된 겁니다.


지금 상황이 정부가 연 매출 30억 원 사업자까지, 그러니까 전체 카드 가맹점의 96% 정도가 카드 수수료를 전보다 낮춰 낼 수 있도록 정책을 펴는 대신에 카드사들 이익이 크게 감소한 데 대한 대책으로 마케팅 비용을 너무 많이 쓰지 못하게 했습니다. 그래서 올해 소비자 혜택이 많기로 유명했던 카드들이 사라지기 시작한 겁니다.


소비자이자 시민으로서 소상공인을 도울 수 있다면 쓰던 카드 혜택이 줄어드는 걸 감수할 수 있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또 다른 소상공인 지원책으로 제로페이까지 나온 거고요, 제로페이는 그동안 이렇게 다른 정책들이 나오다 보니 민간이랑 수수료율에서 큰 차이가 없게 됐는데 정부가 줄 수 있는 소득공제 같은 지원책도 40%를 받으면서, 민간 결제 업자들의 도움도 받으면서, 세금을 써서 정부, 지자체가 민간 결제업체들과 경쟁하는 모양새입니다.


올해 예산이 98억 원이었는데, 추경안에도 76억 원이 잡혀 있습니다. 금융연구원이 최근에 제로페이가 확산도 쉽지 않겠거니와 지급결제시장에서 정부의 중요한 역할은 고용을 많이 창출하는 민간끼리의 경쟁이 효율적으로 되게 하는 게 아니겠느냐고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제로페이 도입 취지 자체는 많은 분들이 공감할 만하지만 금융연구원의 지적도 귀 기울여 들어볼 만하지 않나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