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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크 ]

재규어 I-페이스, 반나절 달려도 배터리 거뜬..날아가듯 도로 박차고 험로도 OK

by서울경제

세단인듯 매끈한 디자인 눈길

최고 400마력..가속력 뛰어나

한번 충전으로 480㎞ 내달려

1억 안팎..올 가을 국내 출시

재규어 I-페이스, 반나절 달려도 배

전기차(EV)의 미래를 의심하는 사람은 이 차를 타보면 생각이 달라질지 모른다. 차 좀 안다는 사람들이 흔히들 “전기차 한번 사 본 사람들은 내연기관 차로 못 돌아온다”고 하는데 이 차를 타보니 정말 내연기관 차 더 이상 필요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영국 프리미엄차 브린드 재규어가 만든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I-페이스(PACE)’ 얘기다. 최근 포르투갈 남부 라고스에서 열린 재규어 주최 I-페이스 국제 기자 시승회에 참가해 이 차를 경험하고 전기차의 미래에 대해 듣고 왔다.

 

재규어 I-페이스, 반나절 달려도 배

◇전기차·SUV 대세의 교집합을 찾아라=현재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는 거대한 물결이다. 그러나 전기차 시장은 양극화돼 있다. 미국 등 선진국에는 테슬라를 중심으로 한 고급 전기차 시장이 형성돼 있고 중국에는 도심 주행용 저가형 전기차가 대거 보급된 상태다. 그 중간에 있는 차는 정부·지자체 보조금이 없으면 안 팔린다.

 

그 이유는 배터리 값이 높기 때문이다. 제대로 달릴 차를 만들려면 아예 최고급 차를 제작해 차 값에 배터리 값을 희석시켜야 한다. 반대로 도심에서 적당한 단거리를 달리는 전기차는 각종 사양을 낮춰 판매가를 최대한 낮게 책정해야 판매가 된다.

 

재규어는 프리미엄 브랜드인만큼 고급 전기차 전략을 택해 I-페이스 개발을 선언하고는 “테슬라를 잡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한다. 재규어는 여기서 한 발 더 나가 I-페이스를 SUV로 만들기로 한다. 최근의 대세인 SUV 선호 트렌드에까지 올라타겠다는 전략이다. 재규어는 원래 전통의 스포츠 세단 메이커다. 그러다 수년 전부터 스포츠카의 성능과 감성을 SUV에 이식해 ‘F-페이스’, ‘E-페이스’ 등 ‘페이스 패밀리’를 구축 중인데 여기에 전기 SUV인 I-페이스를 추가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재규어 관계자는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와 SUV 비중이 동시에 커지고 있었는데 그 교집합에 해당하는 차를 만들기로 한 전략에서 나온 차가 I-페이스”라고 설명했다.

재규어 I-페이스, 반나절 달려도 배

◇진보적인 디자인, 나는 듯한 가속력=실제로 본 I-페이스는 SUV이면서도 세단의 분위기가 났다. 묘한 디자인이다. 통상의 SUV보다 전고를 낮추고 쿠페 형식의 루프 라인을 택했기 때문이다. 사이즈는 길이 4,682㎜, 폭 1,895㎜, 높이 1,565㎜로 현대자동차 ‘싼타페’(4,770㎜×1,890㎜×1,680㎜)와 비교하면 높이가 확연히 낮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극도로 짧은 앞 뒤 오버행(범퍼부터 바퀴까지의 거리) 때문에 더욱 스포티해보인다. 차 전체적으로 재규어 스포츠 세단의 디자인 DNA가 반영됐다.

 

이 차는 90kwh 용량의 리튬이온 배터리를 차의 바닥, 즉 앞 뒤 구동축 사이에 배치했다. 무게가 많이 나가는 배터리를 아랫부분에 깔아 주행 안정성과 운동성능을 높였다. 모터는 앞 뒤 차축에 하나씩 달았다. 두 모터가 동시에 작동하는 4륜구동 시스템. 앞 뒤 무게 배분도 50대 50이다.

 

포르투갈 파루 공항에 내려 준비된 시승 차량에 탑승했다. 전기차이기 때문에 시동 버튼을 누르면 계기반과 센터 디스플레이에 불이 들어올 뿐 어떠한 소리도 나지 않는다. 서서히 속도를 높일 때도 전기차 특유의 높은 토크를 느낄 수 있다. 쭉쭉 뻗는 느낌이다. 고속도로에 들어서면 차가 새처럼 날아간다는 느낌이 든다. 내연기관 차에서는 쉽게 느낄 수 없는 가속력을 지닌데다 엔진 소리가 나지 않아 운전자도 모르는 사이에 시속 200㎞인 안전 제한속도에 도달한다.

 

이차의 모터는 최고 출력 400마력에 71.0㎏·m의 토크를 낸다. 출력은 가솔린 고성능차, 토크는 디젤 스포츠카 수준이다. 제로백은 4.8초. 이런 차인지 모르고 옆 자리에 탄 사람은 무서울 수도 있을 정도로 잘 달린다.

재규어 I-페이스, 반나절 달려도 배

◇반 나절 내내 타도 끄떡없는 배터리 용량=한국의 전기차 판매 분포를 보면 대부분 판매량이 서울과 제주도에 몰려있다. 주행 거리의 한계 때문이다. 경기도에서 서울 출퇴근하는 사람은 전기차를 사지 않는다.

 

I-페이스는 한 번 충전하면 유럽 기준 480㎞를 달린다. 전기차는 제원상의 거리와 일상 주행에서의 거리 차이가 심해 ‘체감 거리’가 중요한데 이 차는 에어컨을 켜고도 반나절 시승에는 문제가 없었다. 서울 강남에서 인천공항 출퇴근하는 사람도 걱정 없이 탈 수 있겠다 싶다.

 

이번 시승에는 이곳의 유명 레이싱 트랙인 알가르베 레이싱 서킷 드라이브와 산 하나를 넘는 오프로드 주행도 있었다. 레이싱 트랙 주행 능력과 산악 험로 돌파 능력을 동시에 갖춘 차가 있다는 것도 놀라운데 그 차가 전기차라니 세상 바뀐 것을 실감하게 된다. 트랙과 험로 주행 중엔 차에 상당한 비틀림 압력이 작용하기 마련인 데 그 때는 94% 알루미늄으로 된 이 차 보디 프레임의 단단함과 가벼움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차는 올 가을 국내에 출시된다. 가격은 1억1040만~1억2,800만원. 국고 보조금 1,200만원과 최대 1,000만원 정도의 지자체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라고스(포르투갈)맹준호기자 nex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