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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쉼-경북 포항

기암절벽·12폭포 벗삼아...
걷다, 쉬다, 놀다

by서울경제

신라 진성여왕도 반했다는 내연산

굽이굽이 수려한 산세에 탄성 절로

괘불탱 등 보물 5개나 있는 보경사

형산강 수로 되살린 운하도 가볼만

기암절벽·12폭포 벗삼아... 걷다,

내연산 12폭포중 첫 번째 폭포인 상생폭포.

아주 오래전에 와봤던 포항은 구룡포 인근이었다. 바닷물은 깨끗했고 백사장의 경사가 완만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그 후로도 산업 시찰 등 업무와 연관된 일로 몇 차례 들렀지만 여행 취재 목적으로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구 50만명의 대도시 포항 관광은 도시탐방일 것으로 기대했으나 기대는 크게 빗나갔다. 처음 찾은 내연산 풍광은 규모만 작을 뿐 웬만한 국립공원 못지않았다. 12폭포를 품고 있어 경북 8경의 하나로 꼽힌다는 청하골 계곡의 산세는 예상 밖의 절경이었다.

 

내연산의 청하골은 남쪽에 버티고 선 천령산 줄기와 맞닿아 계곡을 이루고 있다. 내연산의 원래 이름은 종남산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신라의 51대 진성여왕이 적군에게 쫓겨 이 산에 숨어들었을 때 산의 아름다움에 끌려 더욱 깊숙이 들어가 내연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설이 있을 정도로 산의 자태가 빼어나다.

기암절벽·12폭포 벗삼아... 걷다,

벼랑위에 서있는 내연산 선일대.

진성여왕이 풍경에 마음을 빼앗긴 지 1,200여년이 흘렀어도 산의 자태는 여전하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해 52만명의 관광객들이 이 산을 찾아 풍광을 만끽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넉넉히 입증된다. 내연산은 초입인 보경사 경내를 흐르는 청하골을 거슬러 오르게 되는데 계곡 곳곳에 12개의 폭포가 이어져 아름다운 산세를 과시한다.

 

그래서 청하골은 12폭포골 또는 보경사 계곡이라고도 불리는데 관음폭포·연산폭포·상생폭포·은폭포 등 12개의 폭포와 협암·기와대·선일대·비하대·학소대 등 바위들이 계곡 주변을 에워싸고 있다. 김경화 문화관광해설사는 “특히 첫 번째 폭포인 상생폭, 제2폭포 보현폭, 제3폭포 삼보폭, 네 번째 잠룡폭, 다섯 번째 무풍폭에서 여섯 번째 폭포인 관음폭과 7폭포 연산폭에 이르는 경관이 수려하다”며 “관음폭은 쌍굴인 관음굴, 폭포 위로 걸린 연산구름다리 등이 조화를 이루며 아름다운 풍광을 연출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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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현폭포는 바위가 커튼처럼 펼쳐진 모습이 비경이다.

내연산을 찾은 날 포항의 하늘은 가을 하늘 같았다. 기온도 한여름 날씨 못지않게 더워 산을 오르며 등줄기가 땀으로 흠뻑 젖어들었다. 가파른 산길을 따라 연산폭포 위쪽에 생긴 전망대로 향했다. “내려다보이는 전망이 일품”이라고 김 해설사가 추천했기 때문이다. 올라보니 아닌 게 아니라 연산폭포를 타고 흘러내리는 하얀 물줄기의 얼개가 한눈에 들어왔다. 계곡으로 내려가서는 도저히 볼 수 없는 풍경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굽이굽이 이어지는 구간은 약 3㎞ 거리로 왕복 두 시간이면 산행을 마무리할 수 있는 거리다.

 

내려오는 길에 관음폭포 밑의 소(沼)에 발을 담그고 아래로 떨어지는 물줄기를 올려다봤다. 모처럼 갠 하늘이 눈이 시리도록 파랗게 다가왔다. 계곡 한쪽으로는 조금 전 우리가 올랐던 전망대의 데크와 아크릴 난간이 햇볕을 튕겨내고 있었다.

 

한참을 그렇게 앉아 있다 젖은 발이 마를 즈음 양말을 신고 산 아래로 향했다. 산을 내려와 보경사를 지나면서 김 해설사는 “경내에는 포항이 가지고 있는 보물 여섯 개 중 다섯 개가 있다”며 “보물들은 나라를 대표하는 승려인 왕사를 마다하고 중창불사에 전념한 원진대사와 관련된 것들로 원진국사비(보물 제252호)와 적광전(보물 제1868호), 괘불탱(보물 제1609호), 승탑(보물 제430호), 서운암 동종(보물 제11-1호) 등이 그것들”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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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운하는 길이가 1.2km에 불과하지만 좌우로 볼거리가 많고, 정비가 잘 돼있다.

산행을 마친 후에는 포항운하를 찾았다. 포항운하는 국내 최대 어시장인 죽도시장에 인접한 동빈내항과 포항시민의 젖줄인 형산강 수로를 되살려 ‘생명의 물길’을 잇는 도심재생 환경재생 프로젝트로 건설된 관광명소다.

 

김태균 포항시 관광마케팅 팀장은 “전국 최초의 도심 속 관광레저형 운하로 해도동 형산강 입구에서 송도교에 이르는 1.3㎞ 구간에 폭 15~26m로 건설됐다”고 설명했다. 기자는 지난겨울 홋카이도의 오타루운하를 다녀왔는데 그때 봤던 풍경보다 포항운하의 모습이 더 아름다웠다. 운하 주변에는 죽도시장을 비롯해 선착장과 이제는 퇴역한 초계함 포항함 등 볼거리가 풍부하다. 운하를 돌아보려면 관광유람선을 타면 된다. 배는 17인승 리버크루즈와 동빈내항을 거쳐 송도 앞바다까지 한 바퀴를 돌아오는 46인승 연안 크루즈가 운행되고 있다. 유람선은 여름방학과 피서철에 한 해 영일만 밤바다의 낭만과 포스코 야경을 즐길 수 있도록 야간에도 운행된다. (054)253-4001

 

/글·사진(포항)=우현석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