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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

“이재명 찍지 말자”더니…경기 무효표 4년 전보다 4만 표 줄었다

by세계일보

실체 없었던 반이(反李) 네티즌 무효표 운동


“투표자 대비 무효표 1.8%.”

 

각종 논란에도 경기지사 선거에 이변은 없었다. 여론조사 1위를 놓치지 않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경기지사 당선인은 56.4%의 투표율을 기록해 남경필 자유한국당 후보를 크게 따돌리고 승리했다. 이 당선인은 선거기간 내내 ‘여배우 스캔들’, ‘혜경궁 김씨 논란’ 등 이슈에 휩싸이며 온라인상에선 일부 반이 유권자들의 무효표 운동까지 번졌지만 실제 투표자 대비 무효표 비율은 1.8%로 지난 2014 지방선거보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명 찍지 말자”더니…경기 무효표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일인 13일 오후 서울 영등포다목적매드민턴체육관에 마련된 영등포구선거관리위원회 개표소에서 개표사무원들이 개표작업을 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빈수레가 요란했던 무효표 운동

지방선거 선거막판인 6월 이 당선인은 ‘여배우 스캔들 의혹’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 당선인은 “증거도 없이 주장만 내놓는다”며 관련의혹을 전면 부인했지만 배우 김부선씨는 “자신이 ‘살아있는 증인’”이라며 재반박했다.

 

공지영 작가, 평화운동가 고은광순씨, 전직 병원이사장 이창윤씨 등도 이 당선인을 둘러싼 의혹을 제기하며 사안은 일파만파 커졌다. 김씨의 딸 이미소씨가 삭제했다는 김씨와 이 당선인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둘러싼 진실공방도 오갔다.

 

스캔들은 선거 직전까지 번졌다. 누리꾼 사이에선 “상식적으로 남경필, 이재명을 찍을 수 없다”며 “도지사는 보이콧하고 각 시·군 단체장에 좀 더 관심을 갖자”는 일명 ‘무효표 운동’ 얘기가 돌기 시작했다.

 

이에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0일 경기도 유세에서 “요새 젊은 친구들이 자꾸 이상한 데 관심을 쏟고 있다. 1번과 2번 사이에 찍어서 무효표를 만들겠다고 한다”며 “그렇게 어깃장을 놓으면 안 된다”고 선거를 독려했다.

“이재명 찍지 말자”더니…경기 무효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운데)가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선거상황실을 찾아 선거개표종합상황판에 당선 확실로 개표결과가 집계된 이시종 당선자 사진 옆에 당선표를 붙이고 있다. 허정호 선임기자

4년 전 지방선거보다 4만표나 줄어

유시민 작가는 MBC 개표방송에서 이 당선인 개표 현황을 보며 “무효표가 얼마나 나올지 지켜봐야한다”고 말했다. 이는 반이 네티즌들의 무효표 운동을 고려한 발언으로 보인다.

 

하지만 개표 후 결과는 반전이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경기지사 선거의 무효표는 10만 9428표로 나타났다. 이는 투표자 대비 1.8% 수준이다. 경기도의 무효표 발생률은 무효표가 가장 많이 발생한 전남 지역(투표자 대비 4%)보다 현저히 낮았다. 이번 경기도 투표율도 57.8%로 2014년 투표율(53.3%)보다 4.5%p나 증가했다.

 

2014년 당시 새누리당 남경필 후보와 새정치민주연합 김진표 후보가 맞붙었던 경기지사 지방선거에선 무효표가 14만 9886표(경기지역 투표자 대비 2.9%) 발생했다. 결국 4년전 지방선거보다 4만여표의 무효표가 줄어든 셈이다.

“이재명 찍지 말자”더니…경기 무효표

당선이 확실시 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경기지사 당선인이 13일 오후 경기 수원 팔달구 명캠프에서 부인 김혜경 씨와 함께 손을 맞잡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전문가들 “후보 이재명 아닌 문재인 대통령 보고 뽑은 것”

이 당선인은 337만표(56.4%)를 받아 남경필 후보(212만표·33.5%)를 크게 앞질렀다. 전문가들은 이 당선인을 둘러싼 여배우 스캔들, 혜경궁 김씨 논란이 남북관계 개선으로 인한 민주당 바람을 넘어설 수 없었다고 분석한다. 후보 이재명보다 문재인 대통령, 더불어민주당을 보고 한표를 행사했다는 것이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무효표를 주장했던 사람들이 실제 다른 후보에게 표를 행사했을 수 있다”고 했다. 무효표를 행사하는 것은 사실상 당락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김 원장은 “무효표 운동은 민주당 내부에서 나온 얘기”라며 “실제 중간층들은 후보를 선택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정치학)도 “통상 네거티브는 5~10% 투표율로 선거에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져 있는데 남북정상회담으로 인한 북풍이 이 모든 걸 삼킬 정도의 이슈였다”며 “이재명이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을 보고 찍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