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보다 더 많은 돼지"… 환경오염 우려 커지는 스페인

[이슈]by 세계일보

스페인에서 처음으로 돼지가 사람보다 많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가축업자들이 돼지를 더욱 많이 기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돼지 사육 등이 지구 온난화에 악영향을 끼치는 만큼 적절한 규제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19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스페인 환경부가 펴낸 자료를 인용해 최근 스페인의 돼지 수가 5000만 마리에 달한 것으로 나타나 인구수(4650만여명)를 뛰어 넘었다고 전했다. 스페인에서 돼지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데 2013년과 비교하면 900만마리가 증가했다.

"사람보다 더 많은 돼지"… 환경오염

사진=옵서버, 가디언

가디언은 스페인에서 돼지 사육이 증가하면서 환경 문제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규제를 지키지 않은 채 마구잡이로 돼지를 키우고 불법 유통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돼지의 증가는 지구 온난화의 원인이 된다. 지구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을 순위별로 보면 교통, 전기 생산 및 산업에 이어 가축 사육은 4번째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 해마다 가뭄이 찾아오는 스페인에서 돼지는 하루에 15리터의 물을 소비하고 있어 돼지의 증가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물 부족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가디언은 분석했다. 돼지가 하루에 소비하는 물은 자라고자, 세비야, 알리칸테 등 세 개 도시를 합한 것보다 많은 상황이다. 또 돼지의 부산물에 포함된 질산염은 지하수를 오염시키는 원인도 된다.


아울러 돼지 유통과 관련한 각종 사기 범죄도 나타나고 있다. 올해 초 한 소비자가 프랑스 체인 까르푸에서 벌레가 든 햄을 발견해 신고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후 경찰은 조사에 착수해 시중에 폐기돼야 할 50톤가량의 불량 햄이 새 라벨을 붙인 채 유통된 사실을 확인하기도 했다.


스페인에서는 현재 이 사건 외에도 고급 햄인 ‘이베리코 드 베요타 하몽’의 품질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 햄은 도축 전 수 개월 동안 삼림 지대에 풀어놓고 도토리를 먹인 토종 이베리아 돼지를 통해 생산된다. 까다롭게 생산된 만큼 1킬로에 100유로에 달한다. 하지만 이 햄이 인기를 얻으면서 제대로 이런 조건을 지킨 상태에서 돼지를 기르는 생산업체들이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스페인 서부에서 이 햄을 생산하고 있는 프란시스코 에스파라고는 “물건은 별로 없는 데 수요는 많으니 각종 속임수가 횡행하고 있다”며 “이를 테면 도축 전 일부 업자들은 돼지들에게 도토리를 주지 않고 일반 사료를 주지만 삼림 지대에 방목했다는 이유만으로 검사를 통과하고 있다”고 말했다.


1년에 21kg의 돼지를 소비하는 스페인 사람들의 돼지 사랑엔 역사적 배경이 있다. 로마의 역사가들이 칭찬하면서 유명세를 얻게 된 스페인 햄은 고트족이 지배하면서 더욱 시민들이 애용하는 음식이 됐다. 특히 무슬림이 이베리아 반도를 점령하면서 스페인에서 햄은 기독교인들이 이슬람에 저항하는 상징이 됐다.


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2018.08.20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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