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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너도나도 '한국의 아마존'…허상일까 실제일까?

by세계일보

"상장 21년만에 시가총액 1조 달러 돌파!"


최근 아마존이 업계의 뜨거운 화두로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시총 1조 달러에 도달에 38년이 걸린 애플의 기록을 무려 17년이나 앞당겼습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 삼성전자 시가총액이 3000억 달러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아마존의 위세는 이른바 '넘사벽(넘어설 수 없는 사차원의 벽)' 수준입니다. 아마존이 애플을 추월하는 건 이제 시간문제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입니다. 시총 2조원을 처음으로 넘어설 주인공으로 다수의 사람들이 아마존을 지목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최근 ‘한국의 아마존’을 표방하는 국내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정보통신(IT)기업부터 유통업체에 이르기까지 그 범주도 넓고 다양합니다. 그렇다면 아마존은 어떻게 전세계 워너비(wannabe) 기업이 됐을까요? 국내 어떤 기업이 ‘한국의 아마존’이라는 호칭에 걸맞은 잠재력과 비전을 지니고 있을까요? 아마존의 성공방정식과 국내 기업들의 도전사례에 대해 심층적으로 살펴보았습니다.

너도나도 '한국의 아마존'…허상일까

1995년 미국 시애틀에서 인터넷서점으로 시작한 아마존은 단순 도서 주문·배송 서비스를 넘어 전세계 재화 및 서비스를 유통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연구개발(R&D) 비용만 해도 25조원 이상으로 전세계 1위를 기록했다. 이는 한국 정부 전체 R&D 집행 예산(19조4000억원)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이처럼 아마존이 독보적인 기업으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인 비결로 전문가들은 △플라이휠(Fly Wheel) 전략 △물류 혁신 △IT 역량 등을 꼽는다.

아마존 성공 3요소 '가격' '물류' '기술'

플라이휠 전략은 아마존 기업서비스 임원을 지낸 존 로스만(John Rossman)의 저서 ‘아마존 웨이(아마존 특유의 방식)’에서 가장 먼저 언급될 정도로 중요한 아마존 경영의 핵심이다. 플라이휠은 동력 없이 관성만으로 회전운동을 하는 자동차 부품이다. 처음에는 엄청난 추진력이 필요하지만, 한번 가속도가 붙으면 알아서 돌아간다. 가격에 집중한 이 전략은 2000년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저스가 임원들 앞에서 냅킨에 '가격을 낮춰 고객을 모은다→고객이 늘면 물건을 팔려는 판매자들이 많아진다→규모가 커지면 고정비용이 낮아지고 효율성이 높아진다→효율성이 높아지면 가격을 더 낮출 수 있다'는 내용의 그림을 그리면서 시작됐다. 이를 본 임원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창업 이후 쌓인 적자로 회사 방향성에 대해 의구심을 가졌는데, 베저스가 추구하는 전략을 명확하게 이해했기 때문. 플라이휠의 돌고 도는 각 단계를 이어주는 고리는 고객경험이다. 이는 고객들이 아마존의 생태계 안에 계속 머물도록 하는 것 중 하나다. 아마존은 2005년 유료 멤버십 서비스 ‘아마존 프라임’을 출시하면서 이 전략을 본격 실행했다. 아마존은 지속적으로 적자를 내면서도 가격에 대한 재투자를 이어왔다. 창업 20년만인 2015년 2분기가 돼서야 처음 흑자 전환에 성공했을 정도다.


물류 경쟁력도 지금의 아마존을 있게 한 중요 요인 중 하나다. 아마존은 축구장 20개 크기의 물류센터 50개를 곳곳에 두고 있다. 자체 배송용 비행기도 40대 이상이다. 최근 드론(무인기) 배송 등 새로운 물류혁신 실험도 진행하고 있다. 판매자와 소비자 사이를 연결하는 기존 연계 기반 이커머스 사업방식을 깨고, 판매자 물건을 직접 구매해 소비자 주문과 동시에 이를 배송하는 직매입 전략을 본격적으로 도입한 것도 아마존이다. 아마존은 물류 혁신을 통해 미국 가구 52%를 유료 서비스인 아마존 프라임 고객으로 끌어들였다. 유료회원 형식으로 락인(lock-in·특정기술에의 종속)된 고객들의 재구매도 규모의 경제를 가능케 했다.

너도나도 '한국의 아마존'…허상일까

IT 역량도 현재 아마존의 영업이익과 미래 발전 가능성을 담보하고 있다는 평이다. ‘아마존웹서비스 클라우드 보안 역량 인증(AWS Security Competency)’의 글로벌 점유율은 40%에 달한다. MS, 구글, IBM 등 주요 IT기업 점유율 총합(23%)의 2배에 달할 정도다. 아마존은 AWS의 안정적인 수익 창출을 기반으로 가격 및 물류시스템에 아낌없이 투자할 수 있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분야에서도 구글과 함께 AI플랫폼 시장점유율 90%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아마존 AI스피커 알렉사(Alexa)는 2만대 이상의 전자기기와 연동된 상태다.


한국에서는 아마존의 3대 필요·충분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기업은 없다보니 '한국의 아마존'은 허상에 가깝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각 요소들을 하나씩 대입하면 아마존과 비슷한 전략과 잠재력을 지닌 기업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로켓배송' 쿠팡, 물류 혁신 가능성은?

쿠팡은 국내 이커머스 업계에서 자타공인 아마존 시스템을 가장 많이 도입한 기업으로 회자되곤 한다. 실제 조직구성, 면접절차, 인사시스템 등 아마존 특유의 시스템을 벤치마킹한 흔적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쿠팡의 대표 서비스 '로켓배송'은 아마존의 물류혁신과 궤를 같이 한다. 로켓배송은 기존 연계 판매 방식이 대세였던 한국에서 직접 상품을 구입해 판매하는 직매입 방식을 대입해 화제를 모았다. 주문 직후 물류창고에 보관된 제품을 배송해 빠른 배송이 가능하다. ‘저녁 늦게 주문해도 내일까지 배송한다’는 로켓배송은 착한 일자리 창출이라는 호평을 얻은 쿠팡맨 채용과 함께 고객들의 큰 지지를 얻었다. 최근 도입한 쿠팡 플렉스도 아마존 플렉스를 벤치마킹한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이를 통해 쿠팡은 국내 이커머스 매출 1위를 지키고 있다. 로켓배송을 통해 쌓은 물류경험과 고객 데이터도 쿠팡의 독보적인 경쟁력으로 손꼽히고 있다.

너도나도 '한국의 아마존'…허상일까

일각에서는 시장점유율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도 있다. 쿠팡의 지난해 거래액은 5조원대로 추정된다. 전체 온라인쇼핑 거래액 78조원의 6.4% 수준이다. 물류·택배 서비스가 거미줄처럼 촘촘해 일반 택배 서비스도 대부분 2~3일 내 배송되는 한국시장의 특수성도 쿠팡이 고전하는 원인 중 하나라는 분석도 있다. 올 여름 혹서기 로켓배송 지연이 심심치 않게 이뤄진 점, 쿠팡맨의 노동강도 및 처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점 등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삼성전자·네이버, 플랫폼 주도권 전이 가능할까?

IT 역량이나 기업 규모, 플랫폼 지배력에서는 삼성전자와 네이버가 '한국의 아마존' 위치에 근접해있다.

너도나도 '한국의 아마존'…허상일까

삼성전자는 글로벌 1위 모바일 디바이스 기업이자 반도체 등 부품 분야 절대적인 강자다. '빅스비(Bixby)'라는 AI 서비스와 삼성페이를 갤럭시 시리즈에 우선 탑재할 수 있다는 점도 큰 경쟁력이다. 다만 IT 생태계에서 제조업 기반 기업이 성공한 전례가 없고,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아직 시장을 선도할만한 이렇다 할 역량을 보여주지 못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포털 공룡' 네이버는 국내 무대라는 조건 아래 아마존과 가장 비슷한 기업이다. 국내 포털시장 절대강자의 위상을 앞세워 영향력을 점차 확장하고 있다는 것도 주목할만한 성과다. 네이버쇼핑 가격검색 생태계에는 지마켓, 옥션, 11번가, 위메프, 티몬 등 사실상 쿠팡을 제외한 굵직한 이커머스 기업이 이미 입점해있다. 네이버 쇼핑의 지난해 거래액은 7조원 규모로 추산되는데 이는 쿠팡(5조원), 위메프(4조원)을 크게 앞서는 수치다. 네이버는 국내 간편결제시장에서도 네이버페이를 통해 주도권을 강화하고 있다. 프랑스 내 최대 AI연구소 제록스리서치센터(현 네이버랩스)를 인수하는 등 AI 역량도 비약적인 발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압도적 한국어 DB와 자료처리 경험이 있어 적어도 국내에서만큼은 글로벌 기업과 경쟁해 볼만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마존 AWS와 같은 네이버 클라우드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위메프 "하나도 둘도 셋도 OO"

위메프는 아마존의 플라이휠 전략을 국내 현실에 알맞게 적용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 초 공개한 ‘눈덩이 효과’(Snowball Effect)가 그 주인공이다. 이는 눈덩이가 한번 구르기 시작하면 그 속도나 부피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위메프는 가격에 판매수익을 그대로 투입해 소비자와 파트너를 모으고, 이를 기반으로 더 큰 수익을 창출해 이를 다시 가격에 재투자하는 순환구조를 만들어 가고 있다.


실제 위메프는 '특가'라는 일반명사를 위메프만의 고유명사화 하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매달 월과 일을 숫자가 겹치는 특가데이, 투데이특가, 심야특가 등 다양한 최저가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최근 인터넷 최저가보다 최소 20% 이상 가격이 저렴한 ‘히든프라이스’ 등을 통해 가격경쟁력을 갖춘 딜을 끊임없이 내놓아 호평을 받고 있다. 각종 데이터도 이같은 평가를 뒷받침하고 있다. 2016년 7월 2500억원이었던 월 거래액은 지난해 7월 4000억원, 올해 7월 5000억원 이상으로 급증했다. 이커머스 업계 '꿈의 매출'이라 할 수 있는 1억원을 돌파한 딜도 올해 들어 8월까지 1478건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배 이상 성장한 수치다.

너도나도 '한국의 아마존'…허상일까

위메프는 민간 기업 최초로 포괄임금제를 깜짝 폐지해 업계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지난 6월 포괄임금제를 폐지한 위메프 임직원의 야근 시간이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초과근로에 따른 수당 지급액은 3배 이상 늘어났다. 위메프는 6월 한달간 전체 임직원들의 근무시간 및 급여 내용 등을 분석한 결과, 임직원 1인당 평균 초과근무시간이 지난 5월 9.82시간에서 5.46시간으로 44.4% 감소했다고 밝혔다. 초과근무가 감소하며 위메프 구내식당 및 연계 식당 석식 이용자 수도 5월 4064명에서 2104명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야근으로 인해 자정 이후 퇴근하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안전귀가’(야근택시) 이용자 수도 602명에서 220명으로 감소했다. 위메프는 앞으로 임직원 추가근무가 더욱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