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 가기

[ 푸드 ] 안젤라의 푸드트립

볼로냐에는 볼로네제
스파게티가 없다?

by세계일보

야성의 스테이크 ‘겉바속촉’ 육즙 ‘팡팡’

피렌체의 명물 티본 두툼 비주얼에 ‘깜짝’

이탈리아 사람이라면 ‘1일 1젤라또’는 상식


1인당 매년 약 28kg의 파스타를 먹는 나라. 르네상스 요리의 요람이자 문화가 탄생한 곳. 바로 이탈리아다. 지난 컬럼에서는 이탈리아 사람들의 식전문화인 아페르티보와 이탈리아의 국기를 상징하는 피자 마르게리따 피자를 살펴보았다. 안젤라의 열번째 푸드트립은 이탈리아 사람들의 소울푸드 파스타와 스테이크다.

#볼로냐에는 볼로네제 스파게티가 없다?

볼로냐 기차역에 도착하자마자 택시를 잡아 호텔로 이동하였다. 40대 정도로 보이는 이탈리아 남자 기사였는데 능숙한 영어실력으로 이탈리아에 와 본 적이 있는지, 볼로냐에는 왜 왔는지, 볼로냐에 대해서 무엇을 아는지 등 여러가지 질문을 던졌다. 그래서 이탈리아는 이번이 세번째고, 볼로냐에는 맛있는 음식이 많다고 들어서 일부로 찾아왔고, 볼로냐 음식을 한국에서도 먹어봤다라고 자신있게 이야기했다. 바로 볼로네제 스파게티라고!' 그러자 택시기사가 허허허 너털웃음을 지으며 꽤 많은 관광객들이 볼로네제 스파게티 이야기를 하는데, 사실 볼로냐에는 볼로네제 스파게티가 없다고 말했다.

볼로냐에는 볼로네제 스파게티가 없다?

볼로네제는 볼로냐 소스라는 뜻이고, 스파게티는 파스타의 한 종류로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는 중간 두께의 면을 뜻한다. 볼로냐 소스는 이탈리아 말로 라구 알라 볼로네제 (Ragu alla bolognese)로 다진 소고기와 신선한 토마토, 당근, 양파,샐러리 등의 채소와 와인을 오랫동안 천천히 끓여 만든 걸쭉한 고기 소스다. 여기서 이 소스는 볼로냐에서 만들어진 것은 맞는데, 볼로냐 사람들은 스파게티가 아닌 탈리아텔레(Tagliatelle)와 함께 먹는다.


그 이유는 볼레네제 소스는 다진고기가 있는 걸쭉한 소스이기 때문에 얇고 건조한 스파게티면보다 탈리아텔레처럼 8mm 이상의 넓고 촉촉한 면과 같이 먹어야 더 맛있게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2차 대전 이후에 탈리아텔레 알라 볼로네제를 맛본 미군과 영국군이 고국에 돌아가서도 그 맛을 잊지 못해 현지에서 조달가능한 스파게티면으로 만들어 먹어서 볼로네제 스파게티라는게 알려졌다는 일화도 있지만 실상 볼로냐에는 볼로네제 스파게티가 없다는 흥미로운 정보를 습득했다.

#낭만의 도시 피렌체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비스테카 알라 피오렌티나

볼로냐에는 볼로네제 스파게티가 없다?

영화 ‘냉정과 열정사이’에서 준세이와 아오이가 사랑의 이야기를 속삭인다. “피렌체의 두오모는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는 곳으로 연인들의 성지래. 언젠가 함께 올라가 주겠니? 10년 후... 약속해 줄래?”. 영화때문인지 내 머릿 속에 피렌체는 낭만과 사랑이 넘치는 도시였다. 실제로 피렌체에 와보니 로맨틱한 분위기는 물론 골목마다 역사가 숨쉬고 있었고, 예술이 녹아있었다.


하지만 그런 피렌체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음식은 두툼하고 야성적인 비주얼의 티본 스테이크다. 이탈리아말로 비스테카 알라 피오렌티나(Bistecca alla Fiorentina)라고 하며, 피렌체에 가면 꼭 먹어야하는 음식 중 하나다.

볼로냐에는 볼로네제 스파게티가 없다?

내가 간 곳은 피렌체에서 30년간 살았던 현지인 친구가 한 달전부터 예약을 해서 잡은 레스토랑(Ristorante Buca Dellorafo) 으로 골목 중간에 있었고, 입구는 교도소 같이 생겼지만 한 층 내려가보니 지글지글 소리와 함께 고소한 고기 냄새가 가득한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자리에 앉아 주변 테이블을 살펴보니 약속이라도 한 듯 모두 같은 메뉴를 먹고 있었다.일단 비스테카 알라 피오렌티나라는 이름을 쓰기 위해선 이탈리아산 소고기 키아니나 (Chianina) 품종을 써야한다. 그 위에 올리브유를 충분히 바르고, 육안으로 피가 비치는 상태까지 숯불로 굽는다. 이를 알 상게(Al sangue)라고 하는데, 겉은 탄 것처럼 보이지만 속은 촉촉해서 겉은 바삭 속은 촉촉함의 끝을 경험할 수 있다. 특히 굵은 소금을 위에 뿌려서 소금도 같이 입 안에서 부서지며 감칠맛이 터져나온다.

볼로냐에는 볼로네제 스파게티가 없다?
볼로냐에는 볼로네제 스파게티가 없다?

원래 이 요리는 수백년 전에 명절에나 맛볼 수 있는 진귀한 음식이었다. 그러다 나라가 번성하면서 고기 소비가 눈에 띄게 늘어났고, 다양한 품종을 이용해 피렌체식 스테이크를 만들어 먹는데 오리지널 비스테카 알라 피오렌티나는 반드시 키아니나 품종을 사용해야 한다.

#이탈리아에선 1일 1젤라또

볼로냐에는 볼로네제 스파게티가 없다?

파스타, 피자만큼 이탈리아 사람들이 자부심을 가지는 음식이 바로 젤라또다. 9세기 사라센인이 과일즙을 얼리는 기술을 이탈리아 시칠리아에 들여오면서부터 시작됐다. 쌀, 우유, 초콜릿, 헤이즐넛과 같은 재료부터 자몽, 오렌지, 딸기, 라즈베리 등의 과일, 달걀노른자와 달콤한 마살라 와인을 크림처럼 섞어만든 차발리오네, 그라파를 넣은 젤라또 등 끝없이 다양한 맛을 만날 수 있다. 젤라또 전문점을 젤라테리에(Gelaterie) 라고 하는데, 제철 과일과 신선한 현지 식재료를 사용해야 진정한 이탈리안 젤라또라고 할 수 있다.

볼로냐에는 볼로네제 스파게티가 없다?

이탈리아 현지인들과 함께 3박 4일을 보낸 적이 있는데, 밤 12시까지 오픈하는 젤라또 전문점이 정말 많았고, 아무리 술에 취해도 젤라또는 먹고 자야한다며 어떻게 해서든지 매장에 가거나 테이크아웃 박스에 젤라또를 넣어 집에 가지고 와서 먹었던 기억이 있다. 배는 너무 부른데 왜 자기 전까지 젤라또를 먹냐고 물으니 대답은 간단했다. “We are Italian”.


김유경 푸드디렉터 foodie.angela@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