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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싼건 안 돼요”, “유효기간 지났어요”… 모바일 상품권 불편 여전

by세계일보

선물로 각광받는 모바일 상품권…규정 제각각 소비자 혼란 가중

“싼건 안 돼요”, “유효기간 지났어

회사원 이모(43)씨는 지난 1월 지인에게서 1만7000원 상당의 커피와 케이크를 교환할 수 있는 모바일 상품권을 생일선물로 받았다. 이후 동료와 함께 해당 카페에 들른 이씨는 취향에 맞춰 1만5000원어치 상품을 골랐고 모바일 상품권을 제시했다. 하지만 카페 직원은 주문한 금액이 상품권 금액보다 적다며 추가 주문을 권유했다. 이씨는 “일반 백화점 상품권도 잔액을 환불해주는 데 모바일 상품권이라 안 된다니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차액을 맞추기 위해 필요 없는 상품을 강요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A씨도 지난해 7월 대형 마트에서 10만원을 결제할 수 있는 모바일 상품권을 선물 받았다. 그는 상품권을 선물 받은 직후 마트에서 4만4800원을 사용했고, 추후 사용하기 위해 잔액 5만5200원을 남겼다. 그는 뒤늦게 상품권에 명시된 3개월가량의 유효기간이 지났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해당 상품권 판매처에 기간연장을 요청했지만 업체는 거절하면서 잔액 환급도 해주지 않았다. 불합리하다고 판단한 A씨는 현재 한국소비자원에 피해사례를 접수했다.

유효기간 고작 3개월?…상당수 소비자 환불규정 몰라

휴대전화 터치 몇 번으로 간편하게 선물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카카오 선물하기와 기프티콘 등 모바일 상품권의 사용이 늘고 있다. 모바일 상품권 시장은 2017년 기준 1조원대 규모로 성장했는데 이용 불편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반 상품권처럼 최대 5년간 일정부분 환불이나 사용이 가능한 사실을 제대로 안내하지 않아 이를 모르는 소비자들은 보통 3개월 정도인 유효기간이 지났을 경우 그냥 내버려기도 한다. 이렇게 쌓인 모바일 상품권의 미청구액은 수백억원에 달한다.


14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카카오 선물하기, 기프티콘, 기프티쇼 등 모바일 상품권 관련 상담은 2015년 115건에서 2016년 165건, 2017년 103건, 지난해 74건으로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이중 ‘환불거부’와 ‘유효기간’에 관련한 민원이 상당수다.

“싼건 안 돼요”, “유효기간 지났어

모바일 상품권은 크게 ‘상품형’과 ‘금액형’으로 나뉜다. 판매 업체들은 상품형 상품권의 경우 유효기간을 대부분 3개월로, 금액형의 경우 사용처에 따라 3개월에서 1년 수준으로 설정하고 있다. 이는 기본 5년으로 명시하고 있는 백화점 상품권에 비해 다소 짧은 기간이다. 다만 모바일 상품권의 유효기간은 연장을 요청할 수 있고, 상품권 금액의 90%를 5년 이내 환불받을 수 있지만 이를 모르는 소비자가 많다. 일부 업체는 유효기간을 연장하라는 메시지를 전송하지만, 연장 여부를 알리지 않는 업체도 상당했다.


소비자원이 2017년 발표한 ‘모바일 상품권 구매 및 사용경험’ 설문조사 결과 500명의 소비자 중 390명(78%)이 유효기간 만료 후 모바일 상품권의 미 사용금액을 환불받을 수 있음을 ‘몰랐다’고 답했다. 지인으로부터 받은 모바일 상품권의 유효기간을 보고 결국 사용하지 못했다는 김모(32)씨는 “다른 일을 하다보면 (상품권의 존재를) 잊어버리고 방치하다 사용하지 못하곤 한다”며 “문자나 이미지 파일로 온 기프티콘은 유효기간이 지난 뒤 보고 삭제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사이 모바일 상품권의 미청구액은 수백억원대가 쌓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주요 5개사 모바일상품권의 미청구액은 304억원을 넘었다. 발급한 지 5년이 지나면 상법상 모바일 상품권을 환불받을 수 없게 되는데 올해 소멸하는 액수만 94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잔액 환불 어려운 상품형 모바일 상품권

모바일 상품권의 상품 전달 기준이 제각각이라 혼란과 불편을 겪는 사례도 적지 않다. 특히 상품형 상품권의 경우 상품권 가격에 못 미치는 상품을 구매할 때 어떤 곳은 이에 따른 차액을 돌려받을 수 있었지만 일부 업체는 차액을 돌려주지 않고 있다. 상품권에 명시된 구매 약관도 제각각이다. 일부 업체는 ‘동일 가격 이상의 타 음료로 교환 가능’이란 문구가 있었지만 일부는 교환, 환불 사항을 구매처에 문의하라고만 명시했다.


한 유명 카페 관계자는 잔액 환급에 대해 “업체가 모여 합의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신유형 상품권 표준약관’에 따라 상품형 상품권은 명시된 상품만 받을 수 있다”며 “잔액 환불은 어렵고 동일하거나 더 높은 가격의 상품에 한해 고객 서비스차원에서 교환해주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유형 상품권 표준약관’에 따르면 금액형 모바일 상품권의 경우 상품권 금액의 60%이상 사용 후 잔액을 환불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상품권 상품권은 기재된 물품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만 규정할 뿐 잔액 환급에 대한 내용은 명시돼 있지 않다.


상품권 구입 후 최초 유효기간 이내에는 환불 권리가 구매자에게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모바일로 상품권을 선물 명목 등으로 건네받은 사람은 최초 유효기간이 지난 뒤에야 환불요청이 가능하다. 유효기간 내에는 선물한 사람에 한해 100% 금액을 환불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상품권을 선물 받은 사람이 사기 원하는 상품이 없을 경우 환불해서 다른 상품을 사려 해도 한동안 그럴 수 없다.

모바일 상품권 규정에 대한 홍보 필요

“싼건 안 돼요”, “유효기간 지났어

전문가들은 모바일 상품권 규정에 대한 홍보가 더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모바일 상품권의 경우 환불, 교환 등 일반 상품권과 다른 부분이 있어 약관을 꼼꼼히 읽어봐야 하지만 앱이나 이미지 형태로 오는 상품권 특성상 이를 확인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소비자연맹 정지연 사무총장은 통화에서 “모바일 상품권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반면 (상품권을) 사용하려고 하면 유효기간이 지나고 환불에 따른 불편함도 있어 사업자 편의적인 발상에서 운영되고 있는 느낌을 받는다”며 “무조건 환불을 해줘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통상 3개월인 유효기간을 늘리고 환불에 대한 안내를 제대로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