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문재인도 못한 '민정수석→법무장관' 가능할까

[이슈]by 세계일보

盧대통령, 2006년 文수석의 법무장관 기용 적극 검토 / 김근태, "국민 생각은 그렇지 않아" 공개적으로 반박 / 임기 말 극심한 레임덕 속에 '文법무장관 카드' 포기 / 대통령 인기 높고 與가 원내 1당인 지금은 상황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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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법무부 장관으로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고 본다. 하지만 국민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지금으로부터 거의 13년 전인 2006년 8월 당시 여당이던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이 던진 이 말은 정치권에 커다란 파장을 몰고 왔다. ‘법무부 장관으로 가장 적합한 인물’로 거론된 이는 다름아닌 문재인 현 대통령이다.


바로 문 대통령이 노무현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일하던 시절 새 법무장관 후보 물망에 올랐을 때의 일이다. 그때는 정권 4년차로 노 대통령의 ‘레임덕’이 이미 본격화한 뒤였다. 문재인정부 청와대의 조국 민정수석이 차기 법무장관 후보로 유력하게 검토되는 지금과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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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 그는 2006년 8월 문재인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 차기 법무부 장관 물망에 오르자 공개적으로 반대, 청와대와 여당 간에 간극이 생겨났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盧대통령, 2006년 文수석의 법무장관 기용 적극 검토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조 수석이 박상기 현 장관에 이은 문재인정부의 두번째 법무장관 후보로 지명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이것이 현실화하면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의 형법학 교수를 지낸 박상기 현 장관에 이어 또 형법학자 출신 법무장관이 탄생하게 된다.


조 수석은 울산대 법학과, 동국대 법대를 거쳐 2001년부터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에서 형사법을 가르치다 2017년 5월 문재인정부 출범과 동시에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옮겼다. 이후 검찰 인사 물갈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 검·경 수사권 조정 등 사법개혁 과제 추진을 총괄해왔다.


그가 새 법무장관 후보 물망에 오른 현 상황은 노무현정부 시절인 2006년과 너무 닮아 기시감이 느껴질 정도다. 당시에도 청와대는 문재인 민정수석을 차기 법무장관으로 내각에 보내는 방안을 적극 검토했다. 하지만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등 야권의 거센 반발로 불발에 그쳤다. 문 수석은 법무장관 대신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옮겨 노 대통령을 계속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것으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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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0월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등산복 차림으로 북악산 숙정문 정자 위에 올라 문재인 민정수석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임기 말 극심한 레임덕 속에서 '文법무장관 카드' 포기

지금과 뭐가, 어떻게 달랐던 것일까. 2006년에는 여당마저 민정수석의 법무장관 이동에 강하게 제동을 걸고 나섰다는 점이 핵심이다. 서두에 소개한 김근태 의장 발언이 가장 대표적이었다.


“개인적으로는 법무장관에 적합한 인물이라고 보지만 국민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는 김 의장의 공개적 반박에 노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진은 그야말로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당시는 노 대통령의 ‘레임덕’이 이미 심각할 정도였다는 점이 의문을 푸는 열쇠다. 한 여당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문재인 법무장관 반대’를 역설하며 “국민들은 같은 인물이 청와대와 내각을 끊임없이 오가는 ‘회전문 인사’에 염증을 느끼고 있다”고 말하는 등 거침없이 청와대를 공격하기도 했다.


열린우리당은 2006년 5·31 지방선거에서 전국 16개 광역자치단체장 중 전북지사 딱 한 자리만 얻을 정도로 참패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서울시장(오세훈), 경기지사(김문수), 인천시장(안상수) 등 12개 광역자치단체장을 휩쓰는 대승을 거뒀다. 1년 앞으로 다가온 2007년 대선도 여당이 필패할 것이란 예상이 파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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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왼쪽)이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조 수석은 박 장관 뒤를 이을 새 법무부 장관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된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대통령 인기 높고 與가 원내 1당인 지금은 상황 달라

그로부터 13년이 지난 지금은 전혀 딴판이다. 2006년 당시 인기가 바닥으로 떨어졌던 노무현 전 대통령과 달리 문재인 현 대통령은 집권 3년차임에도 50%에 가까운 비교적 높은 지지율을 누리고 있다.


여기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비록 과반수는 아니지만 당당한 원내 1당이다.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일부 야당의 도움만 있으면 원내 과반수 확보가 얼마든지 가능하다.


가장 최근에 치러진 전국 단위 선거인 지난해 6·13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17개 광역자치단체장 중 경북지사, 대구시장, 제주지사 3자리만 빼고 전부 석권하는 기염을 토했다. ‘레임덕’ 상황이 전혀 아닌 것이다.


굳이 비교하자면 2011년 이명박(MB) 대통령이 권재진 민정수석을 새 법무장관에 기용했을 때와 상황이 더 비슷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당시에도 야당을 중심으로 “대통령 측근이 검찰을 지휘하는 법무장관에 오르면 수사의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해칠 수 있다”는 비토(veto)가 거셌다. 하지만 국회 과반수를 장악한 한나라당의 지원에 힘입어 MB는 장관 임명을 강행했고, 권 장관은 MB 임기가 끝날 때까지 법무부를 맡아 장악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2019.06.26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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