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고유정 극단적인 인명경시 살인"…사형선고 가능할까?

[이슈]by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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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제주 전남편 살해 사건'의 피의자 고유정(36)이 구속된 이후 재판에 넘겨지면서 앞으로 법정에서 다뤄질 쟁점에 세인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재판에서는 고씨의 계획적 범행 여부에 대한 검찰과 변호인의 치열한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고씨에 대한 사형을 요구하는 여론이 커지는 상황에서 국민적 법 감정이나 국민 정서에 부합한 형벌이 내려질 수 있을 지 주목된다.

고유정 사형 요구하는 목소리 커져…'국민 법감정' 맞는 형벌 내려질 가능성은?

이번 재판의 가장 큰 쟁점은 전남편을 살해한 고유정의 범행이 우발적이었는지 아니면 계획적이었는지 여부다.


고씨는 경찰 수사에서부터 줄곧 "전남편인 강씨가 성폭행하려고 해 이에 대항하는 과정에서 살해하게 된 것"이라며 우발적 범행임을 주장하고 있다.


고씨 측은 자신의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범행과정에서 다친 것으로 보이는 오른손에 대해 법원에 증거보전신청을 했다.


전남편이 성폭행하려 하자 대항하는 과정에서 오른손이 다쳤다는 것을 재판과정에서 입증하기 위한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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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자신의 살인혐의를 인정하면서도 피해자인 전남편에게 귀책 사유가 있는 등 범행에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다고 주장하며 최대한 양형을 줄여보려는 의도로 보인다.


또한 수사당국이 사건 발생 1개월이 지나도록 피해자의 시신을 찾지 못하면서 '시신 없는 살인사건'이 됐다는 점도 고씨 측에는 유리한 정황이다.


부검을 통해 구체적인 범행 수법과 사인을 밝히는 것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시신 없는 살인사건' 고유정에 유리한 정황…檢 "강력 처벌할 것"

검찰은 고유정의 범행을 '극단적인 인명경시 살인'으로 규정하고 강력하게 처벌한다는 방침이다.


피해자의 DNA가 발견된 흉기 등 증거물이 총 89점에 달하고, 계획적 범행임을 증명할 여러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수사당국은 고씨가 전남편과 자녀의 첫 면접교섭일이 지정된 면접교섭 재판 다음 날인 5월 10일부터 보름간 범행을 계획한 정황도 드러났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한 "고씨의 오른손과 복부, 팔 등에 생긴 상처 등에 대해 방어흔으로 보고 있지 않으며 일부는 자해흔 또는 공격흔으로 보인다"며 고씨 측의 우발적 범행 주장을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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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씨의 오른손에 생긴 상처는 칼로 전남편을 찌르며 공격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상처라는 것이다.


4년 전 경기도 화성시에서 발생한 일명 '육절기 살인사건' 등 이전에도 시신을 찾지 못한 살인사건이 여러 차례 발생했지만, 범행동기와 계획범행임이 명백할 경우 법원은 범인에게 무기징역과 같은 중형을 선고했다.


권범 변호사는 "범행 동기와 수법이 법원에서 입증된다면, 전남편을 살해한 범행 외에도 사체 유기와 손괴 등 범행 후 정황이 매우 잔혹하고 계획적이어서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높다"며 "고씨가 반성의 기미도 보이지 않을 경우 최고 사형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권 변호사는 그러면서 "고유정이 주장하는 우발적 범행이 모두 받아들여 진다고 할 때 집행유예 처벌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현재로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살인범죄에 대한 법원의 양형기준은 범행동기에 따라 △참작동기 살인 4∼6년(가중될 경우 5∼8년) △보통동기 살인 10∼16년(〃 15년 이상 또는 무기 이상) △비난동기 살인 15∼20년(〃 18년 이상 또는 무기 이상) △중대범죄 결합 살인 20년 이상 또는 무기(〃 25년 이상 또는 무기 이상) △극단적 인명 경시 살인 23년 이상 또는 무기(〃 무기 이상) 등으로 나뉜다.

법조계 "반성의 기미도 보이지 않을 경우 최고 사형도 가능"

그렇다면 실제로 고유정에 대한 사형선고가 가능할까.


고유정을 법정 최고형인 사형에 처해 달라며 피해자 유족이 올린 청와대 국민청원이 지난달 23일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다.


지난달 7일 '불쌍한 우리 형님을 찾아주시고, 살인범 ***의 사형을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된 지 17일만이었다.


잔혹한 고씨의 범행이 국민적 공분을 사면서 여론이 형성되더니 인터넷상에선 댓글 등을 통해 갑론을박 사형제 논란이 일기도 했다.


법무부 등에 따르면 현재 사형 판결을 확정받고 국내 교정시설에 수용된 미집행 사형수는 61명(군인 4명 포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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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최근 판결이 확정된 사형수는 2014년 육군 22사단 일반전초(GOP)에서 총기를 난사해 동료 5명을 살해한 임모(27)씨다. 대법원은 2016년 2월 임씨에게 사형을 선고한 고등군사법원의 판결을 확정했다.


민간인 중에서 마지막으로 사형선고를 확정받은 이는 전 여자친구의 집을 찾아가 부모를 잔인하게 살해한 20대 대학생 장모(29)씨였다. 대법원은 2015년 8월 사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연쇄살인범 유영철과 강호순도 2005년과 2009년 각각 사형을 확정받고 수용돼 있다.


1심에서 사형이 선고되더라도 상급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된 경우도 있다.


중학생 딸의 친구를 성추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어금니 아빠' 이영학(37)은 지난해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지만, 2심에서 감형돼 3심에서 무기징역형을 확정받았다.


2012년 발생한 수원 토막 살인사건의 오원춘(48)도 마찬가지였다. 사형을 선고한 1심과 달리 항소심을 거쳐 대법원은 무기징역형을 확정했다.

가석방 불가능한 종신형 도입 필요하다는 시각도

우리나라는 1997년 12월 30일 23명의 사형을 집행한 뒤 이후 20년 넘게 사형집행을 하지 않은 실질적인 사형제 폐지 국가다.


10년 이상 사형을 집행하지 않으면 국제사면위원회 기준에 따라 '실질적 사형제 폐지 국가'로 분류된다.


사형제 폐지를 둘러싼 논란도 뜨겁다.


한국법제연구원이 발표한 2015년 국민 법의식 조사에서 응답자의 65%가 사형제 폐지에 반대했으며, 34.2%가 찬성했다.


국가인권위가 지난해 사형제 폐지를 약속하는 내용의 국제규약에 가입하라고 권고했지만, 정부는 올해 국민 여론과 법 감정 등을 고려해 불수용 의사를 밝혔다.


사형제도에 대한 찬반양론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사형집행을 재개하기는 어렵다는 게 법조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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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사형 대신 무기징역을 선고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법원 안팎에선 가석방이 불가능한 종신형 도입의 필요성이 제기되기도 한다.


현재 무기징역 피고인은 감형과 가석방 대상이 될 수 있어 '사회로부터의 완벽한 격리'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2019.07.02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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