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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최현태 기자의 여행홀릭

꽃보다 알자스 콜마르 만화속으로 걸어가다

by세계일보

알록달록 동화 속 세상···“로맨스를 부탁해”

하울의 움직는 성 배경이 된 알자스 콜마르 쁘띠 베니스

천년역사 올드타운···파스텔톤 전통가욱 옹기종기

골목골목 예쁨 뿜뿜···길을 잃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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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자스 콜마르 쁘띠베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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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자스 콜마르 쁘띠베니스

아멜 선생은 수업을 마치며 칠판에 쓴다. ‘프랑스 만세’. 일제강점기 우리말을 빼앗기고 이름마저 일본이름으로 창씨개명을 강요당한 민족의 아픈 추억을 떠올리게 만드는 동질감 때문일까. 학창시절, 교과서에 실렸던 소설의 마지막 장면은 우리를 울컥하게 만들었다. 프랑스 작가 알퐁스 도데Alphonse Daudet·1840~1897)의 단편 소설 ‘마지막 수업’. 작가가 그리는 배경은 프랑스-프로이센 전쟁(보불전쟁)이 끝난 1871년 프랑스 동북부 알자스(Alsace)의 한 마을이다. 프로이센의 압도적인 승리로 파리가 함락돼 독일제국이 탄생하고 프랑스는 프랑크푸르트 강화조약에 따라 알자스-로렌 영토를 독일에 내어준다. 일본처럼 점령자들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모국어를 빼앗는 일. 마지막 프랑스어 수업을 마친 알자스 작은 마을 학교의 아멜 선생과 소년 프란츠의 심정이 어땠을까.

하울의 움직이는 성, 만화속으로 걸어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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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자스 콜마르 올드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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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자스 콜마르 올드타운

그렇다고 일본의 보복 무역으로 반일감정이 극으로 치닫는 요즘이어서 여름 휴가 여행지를 알자스로 선택한 것은 아니다. 프랑스행 비행기표를 예매한 것은 이미 3개월 전. 이유는 따로 있다.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의 ‘하울의 움직이는 성’ 때문이다. 주인공 소피가 하울의 손에 이끌려 하늘을 나는 장면을 잊지 못한다. 히사이시 조(Hisaishi Joe) 피아노 곡 ‘인생의 회전목마’가 흐르는데 선율이 너무 좋아 오랫동안 휴대전화 컬러링으로 사용했을 정도다. 이때 등장하는 알록달록한 동화속 풍경의 마을이 바로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 콜마르(Colmar)다. 알자스 여행자들의 노트에 버킷리스트 1순위로 적히는 곳. 콜마르의 ‘쁘띠 베니스(La Petite Venise)’는 평생 잊지 못할 감동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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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자스 콜마르 셩드 막쓰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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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자스 콜마르 셩드 막쓰공원 회전목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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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자스 콜마르 셩드 막쓰공원 분수

콜마르 역에서 천천히 걸어도 15분 정도면 닿는다. 여행지의 느낌을 고스란히 간직하려면 걷는 것이 가장 좋은데 거리가 적당하다. 특히 지나는 길에 셩드 막쓰공원(Parc du Champ de Mars)에서 잠시 쉬워가자. 아름드리 나무들이 여행자들에게 힐링을 선사하는 고즈넉한 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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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자스 콜마르 올드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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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타운으로 접어들면 1000년 넘는 역사를 지닌 로맨틱한 풍경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목재 골조가 외관으로 드러나는 독특한 전통 건축 기법인 콜롱바주 양식의 건물들이 끊임없이 이어지는데 다양한 파스텔톤의 색감과 꽃 장식이 치장돼 하울의 움직이는 성 속 풍경 그대로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콜마르에 머물면서 감동을 받아 풍경을 그대로 작품에 담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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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자스 콜마르 와인스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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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자스 콜마르 쁘띠베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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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자스 콜마르 쁘띠베니스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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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자스 콜마르 쁘띠베니스

걷다가 관광객들이 카메라 셔터를 누르느라 정신 없는 곳을 찾았다면 그곳이 바로 쁘띠 베니스다. 로슈(Lauch) 강을 따라 알록달록 예쁜 집들이 애니메이션 속으로 들어온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로슈강은 와인으르도 유명한 알자스의 와인들을 실어나르는 작은 운하로 사용됐던 것으로 아주 작은 나룻배를 타고 콜마를 시내를 둘러 볼 수 있다. 쁘띠베니스 주변에는 와인을 마실수 있는 와인 스터브(Winestub) 등 맛집들이 널려있으니 걷다가 어떤 곳을 들어가더라도 실패할 확률은 거의 없다.

프랑스에서 만나는 자유의 여신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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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마르 자유의 여신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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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톨디 자유의 여신상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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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톨디

콜마르 시내를 걷다 보면 바닥 곳곳에 박혀 있는 황금빛 직삼각형을 발견한다. 자세히 보니 자유의 여신상이 그려져 있다. 뿐만 아니다. 교차로에서도 자유의 여신상을 만난다. 미국 뉴욕항 리버티섬에 있어야 할 이 조각상이 왜 콜마르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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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톨디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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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정부가 1886년 미국에 선물한 자유의 여신상을 만든 천재 조각가이자 건축가 프레데릭 오귀스트 바르톨디(Frederic Auguste Bartholdi) 고향이 바로 콜마르이기 때문이다. 바르톨디가 태어난 메르샹 거리(rue des Marchands)에는 그가 태어나고 살던 18세기의 저택이 있는데 미망인이 기증해 1992년부터 바르톨디 박물관으로 꾸며졌다. 그림, 판화, 자유의 여신상 스케치, 조각상 등 바르톨디의 유작을 통해 그의 천재성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으니 바르톨디 박물관은 반드시 들러야 한다. 정원에 있는 ‘지구를 떠받치는 위대한 사람들’과 입구 르네상스 양식 정문도 그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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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톨디 박물관 자유의 여신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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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톨디 박물관 르 마티르 모데른

프랑스인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벨포르의 사자’, 인간에 불을 훔쳐다 준 프로메테우스가 제우스가 내린 벌로 독수리에 간을 쪼아 먹히는 르 마티르 모데른(Le Martyr Moderne)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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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Maison des Te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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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Maison des Tetes

테트가를 걸으면 106개 머리와 그로테스크한 마스크로 장식된 라 메 종 데 테트(La Maison des Tetes·머리의 집) 앞에서 멈추게 된다. 1609년 지어진 건물로 과거 와인거래소로 쓰였다고 한다. 지붕 맨 꼭대기에 와인잔을 들고 선 남자의 조각상이 바로 바르톨디가 1902년 만든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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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Maison des Tetes 레스토랑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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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Maison des Tetes 레스토랑 메뉴

이 건물의 1층은 레스토랑으로 바르톨디를 느끼며 알자스의 미식을 맛볼 수 있다. 예약은 필수. 양배추를 절여 발효한 슈크르트를 추천한다. 세계 3대 미식으로 꼽히는 푸아그라도 먹어보자. 알자스가 바로 푸아그라의 고향이기 때문이다. 소고기, 양고기, 돼지고기에 화이트 와인, 감자, 양파 등을 넣고 익힌 요리인 베크오프, 훈제 돼지고기에 크림, 양파 등을 넣고 오븐에 구운 파이 타르트 플랑베 등도 알자스의 전통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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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토랑을 나와 쁘띠 베니스 쪽으로 걷다보면 아름다운 성당 건물을 만난다. 콜마르 생 마르탱 교회 (Saint Martin Collegiate church)다. 콜마르 도미니크회 성당(Église des Dominicains de Colmar)과 함께 중세의 중요한 교회로 꼽히는 1234년에 시작돼 14세기 중반에 건축이 끝난 콜마르에서 가장 거대한 중세 교회다. 매 시간 아름다운 종이 울리니 걷다 지치면 종소리를 들어며 잠시 쉬어 가자.

예수의 고통을 그대로 담은 이젠하임 제단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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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자스 콜마르 운터린덴 박물관 이젠하임 제단화

박물관 투어는 가이드가 없으면 지루할 수 있다. 하지만 운터린덴 박물관은 꼭 들러야 한다. 시간이 없다면 딱 한 작품만이라도 감상하자. 마티아스 그뤼네발트(1472~1528)의 ‘이젠하임 제단화’다. 예배 때 사용하는 대형 제단화인데 양 옆을 접고 펼 수 있으며 그때마다 그림이 달라진다. 온몸이 창에 찔려 끔찍한 상처를 당한 채 십자가에 못박혀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예수 그리스도가 리얼하게 묘사돼 있다. 의자에 앉아 한참을 바라보고 있자니 고통이 온몸으로 전해진다. 미켈란젤로의 ‘시스티나성당 벽화’에 견줄 만한 작품으로 평가돼 알자스의 명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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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자스 콜마르 운터린덴 박물관 이젠하임 제단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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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자스 콜마르 운터린덴 박물관 2층에서 바라본 이젠하임 제단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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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박물관 2층으로 올라가서 내려다봐야 그 규모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13세기에 지어진 건물은 원래 옛 도미니크회 수도원 건물이었으며 19세기부터 박물관으로 사용됐는데 중세 후기와 르네상스 초기를 아우르는 서양 종교의 걸작들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피카소의 작품도 만날 수 있다.

알자스 콜마르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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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자스 콜마르로 가는 TER

독일과 스위스 국경지대인 알자스 콜마르로 가는 길은 다양하다. 파리 동역에서 테제베를 타면 알자스 스트라스부르역을 거쳐 콜마르에 닿는다. 파리 샤를 드골공항에서 가려면 스트라스부르까지는 테제베로 이동한 뒤 TER로 갈아타고 콜마르로 가야하는데 환승 시간이 잘 맞으면 2시간 30∼40분 정도 걸린다. 스위스를 묶어서 여행한다면 바젤역에서 TER를 타면 44분 만에 콜마르에 도달한다. 스마트폰 구글맵으로 검색하면 경로를 쉽게 찾을 수 있고 테제베와 TER는 OUI.sncf 앱을 내려받아 신용카드를 동록하면 쉽게 행선지를 검색해 예약할 수 있다. 미리 할수록 가격이 저렴하니 서두르면 돈을 번다.

여행자가 가장 먼저 할 일은 동선짜기와 숙소. 콜마르역 주변의 호텔을 강추한다. 다른 도시로 이동하기 편리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무거워지는 캐리어를 끌고 다니며 지치는 수고를 덜어준다. 역을 나서자마자 2차선 도로를 건너면 있는 베스트 웨스턴 그랜드 호텔 브리스톨이 여행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운터린덴 박물관 입구 맞은편에 있는 콜마르 관광안내소에서 여행에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또 근처에는 콜마르 시내를 쉽게 둘러볼 수 있는 꼬마관광열차 승강장도 있으니 걷기 귀찮다면 이용해 보자.


콜마르=글·사진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