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돌 만 국민음식… 외국인들도 ‘kimbab 사랑’

[푸드]by 세계일보

김밥과 김
신라시대 정월 대보름 때 먹은 ‘복쌈’서 유래설
K-푸드로 각광… 日 ‘마키’와 혼동 안되게 해야
염산처리 하지 않는 ‘무산김’ 웰빙김으로 인기

세계일보

외국인들에게 이전에 한국음식을 먹어본 적이 있느냐고 물어보면 항상 나오는 대답이 김치, 비빔밥, 떡볶이, 김밥, 불고기다. 한국을 방문한 적이 없는 외국인도 그들이 살고 있는 지역의 코리아타운이나 한국인 친구가 만들어줬던 음식으로 이들 음식을 꼽는다. 세계 최대의 스트리밍 서비스 유튜브에 ‘Kimbap’을 치면 700만 조회수를 훌쩍 뛰어넘는 김밥 레시피부터 광장시장에서 꼭 먹어야 하는 음식 중 하나로 마약김밥 리뷰 영상 등 다양한 콘텐츠를 만날 수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 김밥을 우리는 언제부터 먹었을까. 안젤라의 마흔두번째 푸드트립은 김밥과 김이다.

#김밥의 역사는 언제부터일까

따뜻한 봄이 되면 이유 없이 가슴이 뛰기 시작했고, 봄바람을 타고 온 꽃향기가 코끝을 어루만졌다. 돗자리 하나와 은박지에 쌓인 김밥 한두 줄이면 언제 어디서든 소풍을 즐겼다. 친구들과 소풍을 가면 이름은 같은 김밥이지만 집집마다 재료와 크기, 맛, 모양이 모두 달라 서로 비교해가며 나눠먹는 재미도 소풍의 묘미였다. 그렇다면 우린 김밥을 언제부터 먹어왔을까. 1281년 승려 일연이 편찬한 ‘삼국유사’를 보면 신라시대부터 김을 ‘해의(海衣, 바다의 옷)’라고 부르며 먹기 시작했다. 정월대보름에는 밥과 볶은 취나물을 배춧잎이나 김으로 싼 ‘복쌈’을 먹어왔다고 기록되어 있다. 조선 말기의 조리서 ‘시의전서’를 살펴보면 ‘채취한 김을 손으로 문질러 잡티를 제거하고, 소반 위에 펴 놓고 꿩 깃털로 기름을 바르고 소금을 뿌려 재운 후 구워서 네모 반듯하게 잘라 담고 꼬치에 꽂는다’고 기록돼 있다. 이는 현재 우리가 즐겨먹는 조미김과 매우 유사하며, 이 김을 이용해 김쌈을 해먹었다는 기록을 찾을 수 있다. 최근 김을 대량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김밥은 분식점 고정메뉴가 되었고, 프랜차이즈 김밥 전문점을 시작으로 전국 모든 편의점에는 삼각김밥이 빼곡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을 벗어나면 김밥이라는 이름보다는 마키라는 이름으로 인식되어 있다. 요즘은 코리아타운에 가면 웬만한 한국음식을 다 먹을 수 있지만, 그 전에는 중식이나 일식, 베트남 쌀국수집이 대부분이라 한식이 알려져 있지 않았다. 당시 수많은 미국의 스시바에서는 밥 위에 날생선을 올린 음식은 ‘스시’, 검은색 마른 김으로 밥을 싼 음식은 ‘마키’라고 부르기 시작하면서 김으로 싼 요리는 모두 ‘마키’ 또는 ‘노리마키’로 통칭해버렸다. 김밥의 유래는 일본의 마키에서 유래되었다는 설도 있고, 신라시대부터 먹었던 복쌈에서 유래되었다는 한국 유래설이 있지만 김을 먼저 먹은 것은 우리나라라는 기록 때문에 김밥의 역사는 한국이 더 오래된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다만, 단무지나 우엉 등 일본의 식재료를 넣어 먹으며 발전했기 때문에 한국과 일본은 서로 자극을 주며 각자의 개성을 살린 김밥을 유지해왔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과거보다 K푸드가 ‘힙한’ 음식으로 위상이 올라가고 있기 때문에 우리 고유의 김밥이 일본 마키의 한 장르로 기억되지 않도록 김밥의 영문 표기법이나 만드는법 등을 제대로 정립해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세계인에게 알려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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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주목받는 염산처리 하지 않은 무산김

기록에 따르면 조선 인조 18년인 1640년경 광양 태인도에서 김여익 선생이 김 양식을 하기 시작했다. 이는 일본이 김 양식을 시작한 1683년보다 반세기 앞선 역사다. 광양 태인도의 김시식지는 전라남도 기념물 제113호인데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김을 양식한 김여익 선생을 모신 영모재와 함께 김 역사관이 있다. 광양은 섬진강의 민물과 광양만의 바닷물이 만나는 곳이어서 김의 맛과 향이 뛰어나기로 유명했다. 김을 양식하는 가장 전통적인 방식은 섶을 뭉치에 묶어 갯바닥에 꽂아 놓고 민물과 썰물 때 섶에 붙은 김을 채취하는 ‘섶양식’에서 대나무발에 양식하는 방식, 그물발 지주식 양식, 노출 부류식, 무노출 부류식 등으로 발전했다.


그런데 김이 생산되는 방식을 살펴보니 조금은 불편한 진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바로 산처리를 한다는 것이다. 김이 양식되는 동안 파래, 규조류 등 이물질이 붙어 김 성장을 방해하기 때문에 김의 잡조(雜藻)를 제거하고, 병해방제, 성장촉진 등을 위해 보통 산처리를 한다. 이렇게 하면 김의 윤기와 색, 바삭함이 더 좋아지고, 단시간에 더 많은 생산량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식용이 가능한 염산이라도 우리가 먹는 김에 산처리를 했다는 사실 자체에 거부감을 느끼는 소비자가 많다. 이 때문에 산처리를 하지 않은 무산김이 요즘 인기다. 농산물로 따지면 무농약과 같다. 장흥이 대표적이다. 이곳의 김 양식 어가는 190여곳인데 대부분 부유식으로 양식하며, 유기산이나 무기산을 쓰지 않는 대신 바다에 떠 있는 김발을 수시로 뒤집어 공기 중에 노출해 잡조를 제거하고, 병해를 방제한다. 산을 뿌리는 것보다 인력과 기름값이 더 들어 가격은 비싸지만 건강한 음식이라는 가치가 소비자들의 선택에 더 많은 영향을 끼치며 무산김에 대한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의 대표 식재료인 만큼 세계인들에게 자신있게 소개할 수 있고, 또 ‘노리(Nori)’가 아닌 ‘김(Gim)’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질 수 있도록 김 양식 어민들과 소비자들이 함께 노력해야 할 필요가 있다.


김유경 푸드디렉터 foodie.angela@gmail.com

2020.02.18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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