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풍·폭우 속 버스 추락 19명 사상… 주택 무너져 70대 참변

[이슈]by 서울신문

표류 선박 인양하려던 60대 선장 숨져

전국 8개 권역에서 8093가구 한때 정전

중대본 공공·민간시설 피해 65건 집계

항공기 248편·100개 항로 여객선 ‘스톱’

국립공원 20곳 504개 탐방로 통행 제한

서울신문

비닐하우스 통째로 날아가고… - 제17호 태풍 ‘타파’의 영향권에 들며 전국에서 피해가 잇따른 가운데 22일 오후 전남 구례군 산동면의 비닐하우스가 통째로 강풍에 날아가 전신주에 걸려 있다.구례 연합뉴스

강풍과 폭우를 동반한 제17호 태풍 ‘타파’의 영향으로 22일 영호남, 제주 등 남부지역에 사상자가 발생하고 건물 붕괴, 침수 등 피해가 속출했다.


이날 부산경찰청 등에 따르면 태풍이 몰고 온 비구름대의 영향으로 비가 많이 내린 지난 21일 오후 10시 25분쯤 부산진구 부전동 한 2층 단독주택에서 벽 기둥이 붕괴했다. 이 사고로 1층에 살던 A(72·여)씨가 미처 빠져나오지 못하고 주택 잔해에 깔려 9시간여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이사를 하루 앞두고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전 6시쯤엔 부산 남구 대연동 한 공사장에 임시로 세운 가설물(비계)이 강풍에 쓰러지면서 전선을 건드렸다. 주변 200여 가구에 전기가 끊겨 한국전력공사가 긴급 복구 작업을 벌였다.


이보다 앞서 태풍의 직접 영향권에 든 제주시에선 화북동 삼화LH아파트 입구 사거리에 있는 신호등이 강풍에 꺾여 도로를 침범했고, 건입동의 전신주 한 곳이 크게 기울어 소방당국이 안전조치를 취했다. 서귀포시 서호동의 한 주택에서는 강한 바람으로 태양광 패널이 무너졌다. 이 밖에 제주에서는 농경지와 도로, 주택 등이 침수됐고 강풍으로 간판이 떨어져 나가거나 건물의 창문 등이 파손되는 등 크고 작은 피해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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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트는 좌초 - 제17호 태풍 ‘타파’의 영향권에 들며 전국에서 피해가 잇따른 가운데 22일 울산 동구 일산해수욕장 백사장에 요트 2척이 파도에 떠밀려 좌초해 있다. 울산 연합뉴스

전남에서는 오전 10시 50분쯤 목포시 석현동 한 교회의 외벽 벽돌 일부가 떨어져 B(55·여)씨가 머리를 다쳐 병원에 옮겨졌으나 의식이 없는 상태다. 곡성에서는 오후 2시 52분쯤 배드민턴 축제가 열리는 한 초등학교 체육관의 통유리가 강풍에 파손돼 4명이 다쳤으며 이 중 2명은 중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곳곳에서 빗길 교통사고도 이어졌다. 대구에서는 오후 3시 55분쯤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동대구분기점 진출입로에서 포항을 출발해 동대구로 가던 시외버스 1대가 빗길에 미끄러지며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도로 옆 10m 아래로 추락했다. 이 사고로 승객 1명이 숨졌고 18명이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오전 8시쯤엔 경남 김해터널 인근 남해고속도로에서 승용차와 6t 화물차가 부딪히는 빗길사고로 화물차 운전자(49)가 사망했다.


오후 1시 15분쯤엔 울산시 울주군 온산항 유화 부두에서 선장 C(66)씨가 표류중인 자신의 배(연락선)를 인양하려고 해경 경비함을 타고 가는 도중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져 숨졌다.


태풍 영향으로 하늘과 바닷길 일부도 통제됐다. 제주·김해·김포·인천·청주·대구·울산·광주·여수 등 공항 11곳의 항공기 248편이 결항됐다. 김해공항에서는 79편의 항공기가 결항했다. 여객선은 목포~제주, 모슬포~마라도 등 100개 항로 166척의 발이 묶였다. 경남 거가대교와 신안 천사대교도 이날 강풍에 의한 통행제한이 이뤄졌다. 지리산과 한라산 등 국립공원 20곳의 탐방로 504개의 통행도 제한됐다.


‘타파’가 북상하면서 대전과 충남지역에서도 가로수가 쓰러지거나 간판이 흔들리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충남소방본부에는 이처럼 가로수가 쓰러지거나 간판이 흔들린다는 신고가 48건, 대전소방본부에는 12건이 접수됐다. 강원지역도 점차 영향권에 접어들면서 피해가 발생했다.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이날 오후 7시 현재 시설물 피해가 공공시설 50건, 민간시설 15건 등 모두 65건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공공시설은 가로등, 교통표지판, 신호등 등 파손이 27건, 도로침수가 22건이다. 민간시설은 주택 4동과 농경지 6000㎡가 침수됐다. 어선 1척, 요트 2척이 좌초됐고 통선 2척이 해상에 표류했다. 부산·울산 662가구, 경남 746가구, 광주·전남 1942가구, 경북 1059가구, 제주 3345가구 등 전국 8개 권역에서 8093가구가 한때 정전됐다.


태풍이 빠르게 북동진하면서 이날 늦은 밤부터 대구·경북은 점차 태풍의 영향권에서 벗어났다. 기상청은 봉화평지·문경·의성·영주·안동·예천·상주·김천·칠곡·성주·고령·군위·구미 등에 내려진 태풍경보를 오후 11시 10분에 해제했다. 대구·경북에는 23일 오전까지 5~20㎜가 더 내리면서 비는 잦아들 것으로 예보했다.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대전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서울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2019.09.23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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