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무진기행 순천만

[여행]by 에스제이 진
끝나지 않은 무진기행 순천만

조그만 항구 도시인 ‘무진’은 안개로 유명하다. 이 안개가 어찌나 유명한지 무진의 아침은 밤사이에 진주해 온 적군들처럼 안개가 무진을 삥 둘러싸고 있다고도 했다. 안개로 그렇게 유명한 도시가 있다니! 그렇다. 바로 김승옥의 소설 『무진기행(霧津紀行)』의 가상의 도시 ‘무진’이다. 무진은 지금의 순천만을 가리킨다. 온통 갈대숲 천지인 순천만은 안개가 끼었다 걷혔다 하며 오늘 아침에도 백만 대군과의 사투를 벌였다. 살다보면 코앞에 서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진한 안개가 몰려와 있는 것 같은 막막함을 느낄 때가 있다. 어쩌면 우리 인생은 평생을 앞이 보이지 않는 안개 속을 걷는 것일지도 모른다. 안개를 걷어낼 수 있는 건 오로지 바람과 태양뿐. 하지만 인간의 힘으로 도저히 어쩌지 못한다. 굳이 피할게 뭐람. 안개 속에 숨으면 그만이고 그러다 다시 안개 걷히면 저절로 보이는 것이 아니던가. 산다는 건 그런 것이다.

끝나지 않은 무진기행 순천만

순천만자연생태공원의 입구를 지나면 고대하던 갈대군락지가 등장한다.

끝나지 않은 무진기행 순천만

순천만에 간다면 여자뿐만이 아닌 남녀노소의 마음이 갈대가 된다.

겨울여행의 백미, 순천만을 걷다

안개도시 무진을 마음에 품고 도착한 순천만. 어느새 안개는 걷혔고 끝도 보이지 않는 갯벌에는 빽빽한 갈대밭이 안개가 떠난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다. 순천만은 행정구역상 전라남도 순천시와 고흥군, 여수시로 둘러싸여 있으며 길게 뻗은 고흥반도와 여수반도로 에워싸인 큰 만을 순천만이라 칭하기도 한다. 약 680여만 평의 광활한 갯벌과 약 160여만 평에 달하는 거대한 갈대 군락이 순천만에 드넓게 펼쳐져 있다. 한마디로 엄청 넓다. 바람이라도 불라치면 갈대들이 이리저리 휘날리며 쉭쉭쉭 바람소리를 낸다. 그러다 어느 순간 갈색 빛의 갈대들은 은빛 물결로 출렁이며 춤을 추기 시작한다. 앞도 보이지 않는 안개 대신 금빛, 은빛 물결 출렁이는 한 겨울의 순천만. 갈대밭 사이로 걷는 사람들이 마치 영화 속의 한 장면을 옮겨다 놓은 듯 황홀하다. 모든 것은 아스라하고 안개 걷히면 사라질 풍경인양 마음은 서두르는데 발걸음은 자꾸만 더디 가라한다.

끝나지 않은 무진기행 순천만

(왼쪽) 갈대숲을 걷는 한 쌍의 커플 (오른쪽) 내년에도 오고싶게끔 만드는 순천만의 풍경

Tip! 순천만 입구에서 갈대군락을 지나 용산 전망대까지 도보로 왕복 약 2시간여가 걸린다. 천만 입구에 위치한 순천만 쉼터를 제외하면 환경보호를 위해 먹을 곳을 파는 곳은 없다. 여름이면 반드시 물을 챙기자.

끝나지 않은 무진기행 순천만

용산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순천만의 간조기

순천만 둥근 갈대군락, 100번을 봐야

금빛 물결이 넘실대는 갈대밭을 사이를 지나 순천만을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용산 전망대로 향했다. 용산전망대 입구에 걸린 안내판 하나. ‘용산전망대에 올라 순천만 낙조와 함께 둥근 갈대군락을 보셨나요? 그러지 않고 순천만을 보았다 말하지 마십시오. 앞으로 99번 이상 보고나서 순천만을 보았다고 말하십시오.’ 라고 적고 있었다. 실로 대단한 자신감이다. 하지만 순천만은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다. 순천만의 용산전망대에서 둥근 갈대군락 너머로 노을 지는 풍경이 2015년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에 선정됐으니 말이다. 숨이 가슴에 턱턱 차오를 만큼 걷고 나서야 도착한 용산전망대에서 드넓은 순천만을 바라본다. 순천만의 얼굴인 S자형 수로는 가히 압권이다. 간조기에 드러난 갯벌과 어우러지는 둥근 갈대군락은 내셔널 지오그래피National Geography에서나 보던 풍경이지 않은가. 어느덧 저녁 해가 뉘엿뉘엿. 갯벌은 마치 맑은 안개가 들어찬 느낌이다. 덕분에 온통 붉은 색으로 물드는 순천만의 낙조는 보기 힘들겠다. 어떠랴. 내일은 또 내일의 태양이 뜨는 것이고 나에게는 아직 99번의 순천만이 남아 있다.

순천만 자연생태공원

입장요금 : 성인(19세~64세) 7,000원 청소년.군인(13세~18세) 5,000원 어린이(6세~12세) 3,000원 

매표시간 : 1월~2월과 11월~12월 / 08:00~17:00 / 3~4월과 9~10월 08:00~18:00 / 5~8월 08:00~19:00 (관람시간은 08:00~일몰시까지)

주소 : 전남 순천시 순천만길 513-2(대대동) 

전화 : 061-749-6052 

홈페이지: http://www.suncheonbay.go.kr/


Tip! 순천만자연생태공원은 생태 환경 보존을 위해 2015년 4월 1일부터 공원입장 사전예약제를 시행하고 있다. 1일 예약인원 1만 명으로 사전예약을 하지 않으면 입장이 제한됨으로 방문 1일전까지 인터넷으로 사전 예약신청을 해야 한다. 전화예약은 불가능하다. 단, 공원 입장객이 10,000명 미만일 경우 현장접수를 통해 입장 할 수 있다.


TIP! 순천만 국가정원을 함께 돌아보기를 원한다면 통합권을 구매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밖에도 순천만에는 자연생태관, 순천만천문대, 자연소리체험관 등의 시설이 있으며 동행체험프로그램이 있으니 홈페이지를 참고하자. 

끝나지 않은 무진기행 순천만

배를 타고 누비는 순천만은 데크길에서 바라볼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끝나지 않은 무진기행 순천만

(왼쪽) 순천만의 물살을 가르는 생태체험선 (오른쪽) 철새들은 올해도 어김없이 따스한 남도를 찾았다.

S라인 따라 구석구석 순천만 선상투어

갈대밭을 따라 순천만 안으로 걸었다면 이제 드넓은 갯벌에 펼쳐진 갈대군락과 더불어 다양한 철새까지 볼 수 있는 순천만 선상투어를 해볼 차례다. 순천만과 관련된 해박한 지식을 전해주는 해설사가 함께하니 아는 만큼 보인다고 순천만이 훨씬 더 친근하게 다가온다. 순천만 S라인을 따라 배로 이동하다보면 갈대들이 해양 생물인양 순천만의 모든 것이 새롭다. 올해도 어김없이 먼 길을 날아와 순천만에 자리 잡은 수많은 겨울 철새들의 분주함은 한가롭고 평화롭다. 전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만큼 천연기념물인 흑두루미의 개체수가 증가하고 다양한 생명체를 키워내는 순천만. 1년 365일 하루도 똑같지 않은 자연 앞에 생태수도 순천이 보내는 눈물겨운 노력에 순천만은 응답하고 있었다.

순천만 생태체험선

운항거리 : 왕복 6km

운항시간 : 왕복 약 35분 (운항시간은 홈페이지 참조할 것.) 

운항코스 : 대대선착장~순천만 S자 갯골~대대선착장

운항요금 : 대인 7,000원 청소년(14세~18세) 3,000원 어린이(5세~13세) 2,000원 

주의사항 : 사전예약은 받지 않으며 현장매표로 탑승가능. 기상악화(폭풍우, 안개, 호우 등)에 따라 사전 예고 없이 변경될 수 있으니 사전확인 필수. 

문의사항 : 생태체험선 매표소 061-749-4059

에디터 정해경 포토그래퍼 정해경

2016.01.08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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