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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드 ] 핵ZONE맛집

'3000원 육개장, 2000원 짜장면'
가격에 '깜짝' 맛보면 '심쿵'

by스포츠서울

뭐하나 챙겨 먹으려해도 덜컥 겁부터 나는 것이 요즘 세상 물가다. 특히 경제규모에 비해 화폐 단위가 너무 커 리디노미네이션(화폐단위 개혁)이 필요한 우리나라의 경우 뭐 하나 찾아봐도 몇천에서 만 단위까지 눈에 든다. 외국인들이 한국에 와서 메뉴판을 보고 짐짓 놀라는 대목이다.

 

하지만 또 찾아보면 과연 이게 남는 장사인가 싶을 정도로 저렴하고 푸짐한 음식들도 있다. 푸짐하고 뜨끈한 국물의 육개장을 3000원에 팔기도 하고, 먹고 나면 든든해지는 국밥과 칼국수를 단돈 2000원만 받기도 한다.

 

높디높은 가격표의 대도시 서울 속, 얄팍한 천 원짜리 두석장 들고 배불리 한 끼를 먹을 수 있는 서울·수도권 지역의 식당들을 소개한다.

2000원 우거짓 국

'3000원 육개장, 2000원 짜장

서울 종로 낙원상가 ‘원조 소문난집 국밥전문’ 얼큰우거지해장국 2000원 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원조 소문난집 국밥전문’은 서울 종로 낙원상가 인근에 위치한 식당이다. 무려 70년 전통의 노포다. 주인인 권영희(71)씨는 “시어머니 때부터 해서 70년이 됐어요. 나는 48년 동안 일했지. 물가가 올라서 3년 전부터 500원 오른 2000원에 팔아요”라고 말했다.

 

식당의 메뉴는 한 종류. ‘얼큰 우거짓국’ 뿐이다. 큰솥에 두부와 여러 채소를 넣어 오랜 시간 우려낸다. 남녀노소 누구나 편하게 먹을 수 있는 맛깔스런 국에 흰쌀밥, 깍두기가 메뉴의 전부다. 가격은 2000원. 1500원 씩 받던 가격을 3년 전에 올렸다.

 

국민MC 송해가 맛에 반해 일주일에 두 서번 찾을 정도로 자주 이용해 ‘송해의 집’이라는 애칭도 얻었다. 한 손님이 400원이 모자란다며 울상을 짓자 이내 1600원만 받고 웃음깃든 인사로 마무리한 권영희 사장은 “종업원들에게 줄 월급은 나와요. 많이 벌면 뭐해. 사람들에게 싸고 맛있는 거 많이 팔면 좋지”하며 커다란 국자를 저었다.

 

  1. 가격=우거짓국 2000원

3000원 짜장면

'3000원 육개장, 2000원 짜장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 장사부면가 짜장면 3000원 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에 위치한 중국집 ‘장사부면가’ 인근은 서민들이 즐겨 찾는 촌으로 여러 잡화 가게가 빼곡이 있다. 식당 대표메뉴는 짜장면으로 가격이 3000원이다. 맛은 짜장 특유의 짭조름한 맛이 일품이고 면 또한 쫄깃하고 부드럽다. 주인은 요리경력 16년의 베테랑으로 수타 전문 주방장 출신이다.

 

주인은 “남는 것은 별로 없지만 베푸는 마음으로 팔죠. 많은 손님이 즐겁게 한 그릇 비우는 것을 보면 흐뭇해요”라며 수더분한 표정으로 말했다. 손님의 대부분은 인근 동네에 사는 단골 손님들이다. 주인이 얼굴을 모르는 사람은 100명중 1명 정도라고. 주인은 “한 500원 정도 남을까요? 저렴해야 손님들이 자주 오잖아요” 하며 웃었다.

 

  1. 가격=짜장면 3000원

3000원 칼국수

'3000원 육개장, 2000원 짜장

망원시장 홍두깨 손칼국수는 진한 멸치육수와 탱탱한 면발이 일품이다.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서울의 핫플레이스 ‘망리단 길’로 통하는 서울 망원시장 위치한 홍두깨 칼국수는 저렴한 가격과 푸짐한 양으로 소문난 맛집이다. 요새는 외국인 관광객들도 찾는 세계적인(?) 맛집이다. 이 집의 인기 메뉴는 칼국수다. 가격은 단돈 3000원. 하지만 값이 저렴하다고 해서 맛도 그저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푸짐한 양은 기본 진한 멸치육수의 감칠맛은 그야말로 일품이다.

 

밀가루를 직접 반죽하고 숙성과정을 거쳐 일일이 손으로 밀고 칼로 썰어 칼국수 면과 수제비를 완성한다. 김가루와 참깨를 솔솔 뿌린 칼국수는 입에 착 감기는 진한 육수와 탱탱하고 쫄깃한 칼국수 면발이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칼국수 면은 먹는 내내 퍼지지 않고 쫄깃한 식감이 그대로 유지된다. 이 집은 칼국수뿐만 아니라 수제비를 비롯해 칼국수와 수제비를 동시에 맛볼 수 있는 칼제비도 인기 메뉴다.

 

  1. 가격=손칼국수 3000원, 손수제비 3500원

2000원 짜장면

'3000원 육개장, 2000원 짜장

밀가루 반죽에 부추를 갈아 넣어 면색깔이 온통 초록색인 강남식당 짜장면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서울 신월동 ‘강남식당 짜장전문’는 믿기지 않는 가격 단돈 2000원에 짜장면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이름은 강남식당이지만 강남구가 아닌 양천구 신월동 신영전통시장 인근에 자리했다. ‘강남식당 짜장전문’이라는 커다란 간판과 달리 실내는 테이블 4개와 좌식 테이블 5개의 아담한 식당이다.

 

이른 저녁 시간에 찾은 탓인지 식당 안은 아이와 함께 식사하는 가족 한 팀이 전부다. 일부러 인기척을 하니 주방 안에서 서둘러 손님을 맞는다. 이 집은 안주인이다.

 

잠시 후 테이블 위에 오른 짜장면을 비비려 젓가락을 휘저으니 면색깔이 희한하게도 녹색이다. 알고 보니 혈액순환에 부추가 좋다 해서 반죽에 부추를 넣어서 면을 뽑는단다. 짜장은 길게 채썬 감자와 양파, 돼지고기가 알맞게 들어있다. 짜장은 일반 짜장면집에 비해 단맛이 좀 덜한 옛날짜장 맛으로 양은 푸짐하지 않지만 가격을 생각하면 불평할 수 없는 양이다. 8년 동안 2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을 고수하고 있는 이유를 안주인에게 묻자 “이 동네(신월동)가 서민들이 모여 사는 동네잖아요. 주방장인 남편과 둘이 운영하기 때문에 따로 인건비가 들지 않아 운영은 돼요”라며 빙그레 웃었다.

 

  1. 가격=짜장면 2000원, 짬뽕 3500원, 매운 탕수육 8000원

3000원 단팥죽

'3000원 육개장, 2000원 짜장

‘팥선생 박수자’의 호박죽과 단팥죽(왼쪽), 새알심팥죽(오른쪽) 이 모두가 각각 3000원씩으로 만원을 내면 천원을 신권으로 거슬러 준다.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경기도 안양시 비산동 ‘팥선생 박수자’는 안양종합운동장 인근 상가 1층에 자리했다. 이 집은 모든 식재료를 국내산만 고집한다. 그러면서도 믿기 힘든 착한 가격으로 소문난 건강 맛집이다. 가게에 들어서자 정갈하게 정리된 주방에서 반가이 손님을 맞이한다. 이 집의 주인장 ‘박수자’씨다. 가게 한켠에 쌓여있는 늙은 호박과 팥 포대가 눈에 들어온다. 국산 팥과 해남에서 공수해 온 늙은 호박이다.

 

새알심팥죽과 호박죽, 단팥죽을 동시에 주문했다. 그래 봤자 1만원도 안되는 가격이다. 밥알과 새알심이 총총히 박혀있는 새알심팥죽은 걸쭉하고 진한 팥죽으로 금세 속이 든든해지며 건강해지는 느낌이다. 호박죽은 섬유소 파괴를 최소화하기 위해 삶은 호박을 손으로 일일이 으깨서 만든다. 여기에 멥쌀과 찹쌀을 적당히 갈아 넣어 완성한 호박죽 위에 삶은 통팥을 소담스레 올렸다. 호박 특유의 단내가 향기롭다. 마지막으로 계핏가루와 잣이 고명으로 올려져 나온 단팥죽은 최소한의 설탕을 사용해 한 그릇을 다 비울 때까지 물리지 않는 건강한 맛이다. 여기에 주인장이 직접 담은 시원한 나박김치 국물을 들이켜면 화룡점정이다.

 

정성과 정직함으로 만들어낸 음식에 값싼 돈을 지불하려니 왠지 머쓱하다. “국산 팥이 비쌀 텐데요?”라는 물음에, 주인장은 “좋은 음식을 이웃과 나눠 먹으면 좋잖아요”라고 말하며 오히려 달달한 호박식혜 한 컵을 내밀며 활짝 웃는다.

 

  1. 가격=단팥죽 3000원, 새알심팥죽·호박죽 (소)3000원, (대)5000원

3000원 육개장

'3000원 육개장, 2000원 짜장

돈정포원 3000원 짜리 육개장.

서울 부심의 전형적 옛 모습을 오롯이 간직하고 있는 영등포 재래시장. 시장 안에는 많은 맛집이 있어 인근 주민 들 뿐 아니라 경기도 서남부권에서 온 중장년층들이 몰린다. 시장 입구에 위치한 식당 ‘돈정포원’은 저렴한 가격에 식사뿐 아니라 술 한잔까지 즐길 수 있는 곳이라 늘 문전성시를 이룬다.

 

얼큰하고 푸짐한 육개장이 한그릇에 3000원, 콩나물 비빔밥은 2000원을 받는다. 믿기지 않는 가격과 양을 자랑하는 육개장은 쇠고기와 고사리, 무청 시래기, 대파 등 들어갈 건 모두 제대로 다 들었다. 매콤한 국물도 시원하고 밥도 한 그릇 고봉밥으로 쌓아 준다. 손이 커 푸짐하게 담아준 김치 맛도 일품이다.

 

생양파와 풋고추도 한 대접 내준다. 아삭한 콩나물에 참기름 향 고소한 양념장(고추장을 달래도 준다)을 썩썩 비벼먹는 콩나물비빔밥은 불과 천 원짜리 두 장으로 맛볼 수 있다.

 

술 안주는 더하다. 피조개, 오돌뼈, 쭈꾸미초장, 제육볶음, 오징어 초장은 5000원, 시원한 백합탕은 6000원을 받는다. 머리 고기와 두부김치는 3000원이다. 1만원이 넘는 것은 도루묵탕, 생굴무침, 굴전, 과메기, 홍어회, 육회 등 고급안주밖에 없다. 서넛이 식사를 겸해 푸짐한 안주와 함께 소주를 마시고 3만원도 안 내고 일어설 수 있다.

 

  1. 가격=육개장 3000원, 콩나물비빔밥 2000원

 

글·사진=스포츠서울 이주상·이우석·황철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