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 가기

[ 푸드 ] 핵ZONE맛집

'치떨며 먹는 새해 첫 냉면'
냉면은 원래 겨울음식

by스포츠서울

냉면은 원래 겨울 음식이다. 예전엔 냉장고가 없었으니 당연하잖나. 여름 음식이 아니다. 달달한 겨울 무로 담근 동치미도 없고 심지어 메밀도 없다. 늦여름 초가을에 꽃을 피우는 메밀은 겨울에야 겨우 먹을 수 있다.햇메밀가루를 반죽해 국수틀로 뽑아놓고 장독에서 살얼음 설설 낀 동치미 국물을 퍼다가 말아먹은 것이 냉면이다. 이가 서로 딱딱 부딪힐 정도로 추운 날 먹어야 제맛이다. 비로소 제 맛이 든 평양냉면을 찾아먹을 때다. 그리고 요즘 냉면집은 줄도 안서니 금상첨화다.

 

서울의 냉면집 중엔 노포가 많다. 다행히 분위기도 건물도 대부분 그대로다. 맛도 그닥 변하지 않아 언제 가도 반갑다. 가게 밖은 영하의 한파지만 따뜻한 면수 한 모금으로 입술을 축이고 동그랗게 모아 쪼록 빨면 그 맛에 정말 더이상 아쉬울 것이 없다. 아! ‘冷麵’이라 쓴 빨간 깃발은 다시 한번 보고싶다.

'치떨며 먹는 새해 첫 냉면' 냉면은

오류동 ‘평양냉면’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서울 오류동 ‘평양냉면’

서울 오류동 주택가 골목에 자리한 이 집은 1972년부터 영업을 시작해 3대째 가업을 잇고있는 평양냉면집이다. 여의도 정인면옥의 뿌리가 바로 이 집이다. 일반 가정집을 개조한 식당 안은 노포임을 증명이라도 하듯 근대화되기 전 옛 서울의 풍경을 담은 사진이 걸려있다.

 

자리에 앉자 뜨끈한 육수를 한잔 내어놓는다. 후추의 매콤함이 느껴지는 육수는 담백하며 제법 간간하다. 또한 감칠맛이 살아있어 입에 척 붙는다. 대부분의 평양냉면집이 그렇듯 이 집도 주문과 동시에 즉석해서 면을 뽑는다. 그래서 시간이 좀 걸린다.

 

잠시 후 받아 든 평양냉면엔 맑은 육수에 메밀면, 그 위에 절인 오이와 편육 그리고 삶은 달걀 반쪽이 올려져 있다. 냉면 육수맛은 새콤한 동치미 맛과 함께 담백함이 느껴지는 맛으로 결코 밍밍하진 않다. 간 또한 동치미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짭조름한 맛이 느껴진다. 메일향을 가득 품은 면은 육수와 어우러져 부드럽게 넘어간다. 이 집은 맛도 맛이지만 가성비가 값이다. 여기에 양도 푸짐하다.

  • 평양냉면 7000원, 평양비빔 7000원
  • '치떨며 먹는 새해 첫 냉면' 냉면은

    합정동 동무밥상 ‘북한냉면(평양냉면)’

    서울 합정동 ‘동무밥상’

    합정역 인근 골목 안쪽에 북한냉면집 ‘동무밥상’이 자리하고 있다. 오랜 전통을 상징하는 노포가 아닌 골목 안에 자리한 아담하고 깔끔한 가게다. 평양냉면을 대표하는 평양 ‘옥류관’ 출신 셰프가 북한식 레시피 그대로 만든 ‘인민의 맛’이다.

     

    가게 내부는 4인용 테이블 3개, 2인용 2개가 전부로 서두르지 않으면 기다림은 필수다. 두꺼운 방짜유기에 담겨 나온 평양냉면은 얇게 썬 오이와 식초에 절인 무, 배, 편육, 삶은 달걀이 고명으로 올려져 나온다.

     

    닭고기, 소고기, 돼지고기로 우려낸 맑은 육수는 깔끔하며 살짝 새콤함이 느껴진다. 굵고 탱탱한 면은 부드러운 식감이 일품이다. 특히 통 들깨를 넣은 냉면은 톡톡 터지는 독특한 식감과 함께 입안 가득 고소함을 전해준다.

  • 북한냉면(평양냉면) 1만원, 냉면곱배기 1만2000원
  • '치떨며 먹는 새해 첫 냉면' 냉면은

    상암동 배꼽집. 고깃집인데 평양냉면의 수준이 전문점 못지않다.

    서울 상암동 배꼽집

    고깃집으로 유명한 집인데 냉면도 맛좋다. 방송사와 미디어 기업들이 많이 몰린 상암동 DMC엔 냉면 마니아들이 많지만 정작 평양냉면집이 별로 없어 여름부터 대부분 이 집이 책임진다.


    여느 냉면 전문집보다 국물은 다소 진한 편. 비교하자면 우래옥의 것을 연상케 한다. 오래만에 맛본 냉면 국물이 참으로 시원하고 고소하다. 얇게 썬 돼지고기와 쇠고기 수육 서너장을 ‘꾸미’로 얹었다. 면발이 좋다. 삶기도 적당하고 메밀향도 전문점 못잖다. 얇게 썰어낸 배와 물김치, 무 등 고명까지도 전혀 어색하지 않으니 ‘고깃집 냉면’이라 격하해서 불러선 안된다. 냉면이 주된 메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듯 하다.육수를 잘내는 집이 보통 그렇듯 갈비탕과 차돌된장 등 다른 국물요리도 맛이 좋다. 주물럭이나 돼지고기와 함께 점심 세트로도 파는데 고기는 냉면의 맛의 시너지를 내는 최고의 콤비다.

  • 평양냉면 9000원
  • '치떨며 먹는 새해 첫 냉면' 냉면은

    양대창전문점 청춘구락부의 메밀순면 평양냉면

    서울 마포 청춘구락부

    맞다. 양대창으로 일산을 평정한 그집이다. 몇년 전 마포에도 직영점을 내 괜한 인근 직장인들을 줄 세우고 있다. 올 여름 꿩육수 순메밀 냉면을 도입해 인기를 모았다. 수 십번 국물 간도 맞추고 즉석에서 생면을 뽑기 위해 제면기도 들였다.


    육수의 제왕이라는 꿩과 고깃덩이를 넣어 낸 육수에 조선 간장으로 간을 맞췄다. 얇게 썰어낸 계란 지단과 오이절임, 찢어서 올린 닭고기 등 고명 하나하나에 정성이 깃들었다. 양대창을 실컷 먹고난 후 시원하고 담백한 육수부터 한 사발 벌컥벌컥 들이키고 나면 더욱 냉면을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순면이지만 조금 굵게 뽑아 제법 씹는 맛도 있다. 씹을 때마다 입안 그득 퍼져나는 메밀향은 ‘왜 순면이어야 하는가’를 알려주는 한 겨울의 향기다.


    끝내기처럼 냉면을 주문했지만 먹다보니 기름기의 느끼함이 싹 가셔 대창을 더 주문하게 된다. 몇번 반복하다보면 처음부터 마무리 냉면을 믿고 좀더 무리해서 고기를 먹게된다. 잘나가는 양대창집에 갑자기 평양냉면을 들인 것은 고기를 더 팔기 위함 임을 깨달았다. 아! 그렇구나.

  • 순메밀 평양냉면 1만1000원, 들기름 메밀순면 1만1000원
  • '치떨며 먹는 새해 첫 냉면' 냉면은

    경기도 고양시 장항동 ‘대동관’의 평양냉면. 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경기도 고양시 장항동 ‘대동관’

    경기도 고양시로 향하는 강변북로를 타다 장항 IC로 빠진 후 지하차도를 건너자마자 바로 우회전 하면 인근에 대동관이라는 평양냉면 전문집이 있다. 9년 전에 개업한 대동관 평양냉면의 특징은 면에 있다. 다른 업소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메밀가루가 아닌 메밀 원곡을 직접 도정한 것을 식탁위에 올려놓아 맛과 향기가 진하다. 가루 상태는 산화되기 쉽기 때문에 맛과 향기를 잃기 쉽지만 원곡을 도정한 것은 그만큼 신선도가 높기 때문이다. 메밀가루와 원곡의 가격차는 10배 이상일 정도로 원곡은 고급식자재다.


    메밀에 소량의 전분을 넣어 만든 면발은 약간 굵지만 워낙 부드러워 가위질이 따로 필요 없을 정도다. 육수는 양지와 사태살, 차돌 등을 3시간 정도 끓여 식힌 뒤 기름을 걷어내고 광목천에 다시 받쳐내 투명하게 만드는데 느끼하지 않은 맑은 맛이 일품이다. 평양냉면 고유의 옛스런 방식을 고집해 만들기 때문에 ‘특색이 없는 것이 특징’인 것이 대동관 냉면이다. 담백함이 100%다. 메밀에 함유된 루틴이 고혈압에 특효이고 조미료 없이 만들어 지는 깔끔함과 담백한 맛에 지긋하신 어르신들은 물론 20대부터 50대 까지 전 연령층에서 인기가 높다.


    냉면과 함께 놓여 지는 반찬 또한 대동관의 별미다. 무는 조미료를 전혀 쓰지 않고 일주일 정도 숙성한 동치미를 내놓는다. 동치미 특유의 깊은 맛이 기분을 좋게 만드는 정성스런 반찬이다. 김치 또한 3개월 정도 숙성된 묵은지를 내놓기 때문에 면을 먹은 후 김치를 입에 담으면 개운함이 절로 느껴진다.

  • 평양냉면 10000원,. 비빔냉면 10000원
  • '치떨며 먹는 새해 첫 냉면' 냉면은

    정동 ‘광화문국밥’ 냉면.

    서울 정동 ‘광화문국밥’

    서울 정동 광화문 이면골목에 자리잡은 신흥맛집으로 박찬일 셰프의 음식철학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올해 초 문을 열었는데 영업을 시작한지 채 1년도 되지 않아 블루리본서베이에 신흥맛집으로 이름을 올렸을 정도로 그 맛을 인정받았다. 음식점 이름은 광화문국밥이지만 국밥 못지 않게 인기를 끄는 음식이 바로 평양냉면이다.


    평양냉면 만큼 진입장벽이 높은 음식도 드물다. 손꼽히는 명문파가 아니면 신흥맛집이 자리를 잡기 어렵다. 그만큼 평양냉면 마니아들의 입맛은 까다롭기가 하늘을 찌른다. 박찬일 셰프의 깐깐한 손맛이 그런 까다로운 평양냉면 마니아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다. 광화문국밥의 평양냉면은 계란지단이 살포시 올라앉은 것이 특징. 쇠고기 편육, 돼지고기 편육 위에 얇게 채썬 계란지단이 화려함을 더한다. 고명을 밀어놓고 국물을 한 숟가락 뜨면 슴슴하면서도 느끼함이 전혀 없이 시원한 육수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중면 정도의 면은 찰기 또한 중간 정도다. 툭툭 끊어지지도 그렇다고 쫄깃하지도 않고 적당하다. 비용을 조금 더 추가하면 메밀 함량이 더 높은 순면을 즐길 수 있다. 순면은 맛이 더 고소한 것이 특징. 한 그릇 다 먹고 나면 새로운 평양냉면 맛집을 발굴했다는 뿌듯함까지 생기는 집이다.

  • 냉면 9500원, 순면 11000원
  • 글·사진=스포츠서울 이주상·이우석·황철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