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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해외여행 중 비데에 대한 비대한 경험

by스포츠서울

해외여행 중 비데에 대한 비대한 경험

해외여행 중 낯선 화장실 문화는 사람을 당황하게 만든다. 일부 유럽(아랍)권 비데는 둘로 나뉘어 있어 사용하기에 부담스럽지만 요령을 익히면 쉽다. 그림은 삼성갤럭시노트9으로 그렸다. 중앙 왼쪽부분이 빈 것은 애초 불량품이라서 그렇다.

해외여행 중 자잘한 이야기 하나. 유럽 일부 국가나 아랍권 국가의 호텔 화장실에 가면 보통 변기가 두 개다. 사실 하나는 비데(Bidet)다. 비데는 원래 여성의 청결용 기기로 개발됐으나 지금은 화장실 용까지 포함한 복합기로 널리 퍼졌다. 프린터와 복사기가 같이 있는 사무용 복합기를 연상하면 된다. 그래서 변기와 따로 구분되어 있는 ‘유럽형(아랍형) 비데’는 우리에게 굉장히 낯설다.


우리나라 초창기 해외 패키지 여행객 중엔 비데를 ‘낮은 세면대’정도로 여기고 엎드려 세면을 하거나 시장에서 사온 과일을 씻어 먹은 이들도 꽤 있다고 한다.(과일이 두리안이었더라면 별 상관없을 듯)


아랍권에선 용변 후 손으로 씻거나 물로 마무릴 하니 이런 비데가 꽤 유용하다. 하지만 습관이 되지않으면 어려운 것도 사실다. 용변 후 1m 정도 떨어진 곳으로 날다람쥐처럼 넘어가야 한다. 게다가 정확히 착륙해야 한다. 변기 위에선 최대한 움직이지 말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성장한 나로선 도저히 용기가 나지 않는 과업이며 도전이다.


“넘나드는 순간 말라버리진 않을까”, “전날 부추나 콩나물을 먹었다면 긴꼬리 원숭이가 되어 크래용칠을 하는게 아닐까” 등 별의별 노파심이 앞선다. 수박씨를 흩날리며 호텔 화장실을 뛰어다니는 날다람쥐라니…. 생각만해도 부끄럽다.


아예 화장실에 휴지가 없는 나라도 있어, 무조건 수십 번 이상 이용하다보니 요령이 생겼다.(이래서 여행은 학교라 부른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쌓은 노하우를 알려주겠다. 공짜로.

해외여행 중 비데에 대한 비대한 경험

오른쪽이 비데. 굉장히 보폭을 넓게 뛴 다음, 270도 돌려서 착륙해야 한다.

양변기 왼쪽에 비데가 있는 경우(보통은 그렇다), 양변기에 앉아 볼 일을 마친 후, 오른발을 교차해 왼쪽 발과 함께 나란히 놓는다. 오른 어깨를 뒤집어 물을 내림과 동시에 왼발을 최대한 멀리 뻗어 비데의 중간에 댄다. 발차기를 하듯 힘차게 뻗으며 엉덩이를 들고 일어선다. 왼발이 닿음과 동시에 오른발을 왼발에 갖다 붙인다. 이러면 엉덩이는 자연스레 비데에 착륙한다. 여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채 1초도 안걸리니 마를 염려는 없다.(만약에 말라버리면 평소 수압과 수량으로는 어림도 없다.)


착석과 동시에 바로 물을 틀어야 한다. 이때 주의사항은 수온과 수압이다. 수도 레버는 온 냉 두 종류를 모두 갖춘게 있는데, 허리를 돌려 동시에 비슷하게 틀어야 수온이 알맞다. 잘못해서 온수 레버만 돌리다간 ‘막창찜’ 신세가 될 수 있고, 너무도 강한 수압이 되면 입으로 물이 역류하게 되는 최악의 경우도 생긴다.


위치 조절도 굉장히 중요하다. 운(기술)이 나쁘다면 강력한 용출수가 범람(?)해, 등줄기를 따라 용솟음치게 된다. 자신이 없으면 차라리 화장지를 가져달라 하거나, 간지럽더라도 차라리 샤워기를 이용하는게 낫다.

 

스포츠서울 이우석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