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비걸 "꾸미지 않는 나, 돈은 적게 벌어도 지금이 행복해"

[라이프]by 스포츠서울

"수입은 줄었지만, 지금이 더 행복해요."


약 50만 구독자를 보유한 구(舊) 뷰티 크리에이터 밤비걸(27·본명 심정현). "내가 유튜브 생활을 하는 것이 행복한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유튜브를 떠났던 그가 '진짜' 행복한 라이프스타일 크리에이터가 돼서 돌아왔다.


비 온 뒤 날이 갠 8월 어느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한 카페를 찾았다. 온도가 아주 높진 않지만 습한 날씨에 숨을 헐떡이며 카페 계단을 올랐다. 카페 문을 열자 차가우리만큼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흘러나와 막힌 숨통이 탁 트였다. "아 살았다"라고 한 마디 내뱉으며 정신을 차리자 환한 미소로 나를 반기는 한 20대 청년이 눈에 들어왔다.


밤비걸은 더운 날씨에 항의라도 하는 듯 하얀 민무늬 면티에 얇은 치마를 입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얇은 선크림과 틴트만 발려있었다. 헤어 스타일링으로 유명세를 얻게 된 뷰티 크리에이터라는 과거가 무색하게 머리카락도 그저 질끈 묶여있었다. 그의 수수한 외모에 '내가 아는 밤비걸 맞아?'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한때는 진한 화장과 짱짱한 헤어 세팅, 최신 유행 의상·구두·가방·액세서리로 무장했던 밤비걸은 고려대와 강남에서 가장 핫한 플레이스를 거닐었다. '구독자 50만, 조회수 150만' '고려대 엄친딸' '미인대회 출신' '뷰티 크리에이터' '패셔니스타' 그를 수식하던 표현들은 밤비걸을 부러움의 대상으로 만들었고 그의 가치를 높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반대로 그가 원치 않는 무거운 왕관을 씌워줬다. 점점 늘어가는 인기와 관심은 '더 인기 있어야 해' '항상 예쁜 모습을 보여줘야 해'라는 부담감이 됐고, 밤비걸을 지치게 했다. 결국 2018년 1월경 밤비걸은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원 진학과 함께 잠정 휴식기를 가지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2018년 6월, 약 반년의 휴식기를 가졌던 밤비걸은 뷰티 크리에이터 대신 라이프스타일 크리에이터로의 새 출발을 알렸다. 그는 복귀 영상에서 "나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더 멋진 모습, 더 예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꾸미고 가꿨던 적이 많았던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화장하는 시간을 많이 줄였다"며 "그 시간을 10분이라도 나에게 쓰고 있다. 나만을 위한 시간을 10분이라도 더 쓰는 것이 더 큰 행복을 준다"고 설명했다.


라이프스타일 크리에이터로서 밤비걸은 메이크업, 헤어제품, 패션아이템 대신 책 리뷰, 잠옷·침구류 소개, 일상 공개 등을 통해 구독자들에게 새롭게 다가가고 있다. 영상 속 밤비걸의 메이크업은 나날이 옅어진다. 그리고 화려한 색조 화장과 컬러렌즈에 가려졌던 그의 생기 넘치는 눈빛과 안정적인 표정은 다시금 구독자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사소한 일상 이야기와 가벼운 농담으로 분위기를 띄우던 밤비걸은 인터뷰를 시작하자 이내 진지한 태도를 보였다. 함께 농담을 던지던 기자도 점점 밤비걸의 진중한 모습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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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뷰티 크리에이터에서 라이프스타일 크리에이터로 변경한 이유는 뭔가.


'이너뷰티'라는 말도 있지만, 한국에서 뷰티 크리에이터라는 직업은 주로 메이크업과 관련된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유튜브를 처음 시작했던 20대 초반에는 메이크업이 내게도 재미있는 일과 중 하나였다. 하지만 나이를 먹으며 점차 자연스러움에 대해 더 의미를 두게 되었다.


요즘은 어떻게 하면 예쁘게 보일지를 고민하는 것보다는, 내가 어떻게 하면 더 편안하게 살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다. 일상생활에서도 이제는 메이크업보다는 인테리어나 운동에 더 관심이 간다. 나의 주된 관심사가 변한 만큼 자연스럽게 콘텐츠의 방향성도 전환하게 됐다.


Q. 뷰티 크리에이터에서 라이프스타일 크리에이터로 변경하기 전 반년간의 휴식기를 가졌던데, 이유는?


표면적으로는 대학원이 주된 이유였지만, 사실은 유튜브를 하면서 많이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것 같다.


Q. 어떤 점이 주로 힘들었나?


아무래도 크리에이터라는 직업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직업이다. 크리에이터에게는 조회수나 구독자수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나를 던져서라도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충족시켜주고, 인기를 얻기 위해 애쓰고 싶은 유혹을 많이 받았다.


처음에는 분명 내가 즐거운 콘텐츠가 중심이었다면, 인기를 얻으면 얻을수록 사람들이 내게서 무엇을 보고 싶어하는지를 더 신경 쓰게 되더라. 나를 잃어버리는 느낌이 들었다. 비단 유튜브 속이 아니라 인스타그램에서도 나는 사람들에게 관심받고 사랑받기 위해 애쓰는 사람이 된 것 같았다.


Q. 휴식기 동안 어떤 시간을 보냈나?


다시 '심정현'이라는 사람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찾는 여정이었다. 심리상담센터에서 상담을 받기 시작했고, 지금도 꾸준히 다니고 있다. 대학원을 다니면서는 평소 크리에이터라는 직업을 하면서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아, 그리고 유튜브를 그만두고 난 이후의 이야기에 관해 책을 쓰기 시작했다.


Q. 반대로 유튜브 크리에이터를 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꼈던 순간, 경험은?


보람을 느꼈던 순간은, 구독자분들이 외로웠던 때에 위로를 받았다는 메시지나 댓글이 가장 보람된다. '내가 세상에 정말 좋은 영향력을 끼치고 있구나' '내가 이런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의미 없는 일은 아니구나'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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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아름다움을 놓는 것이 어렵진 않았는지. 화장하지 않아도 예뻐서 가능했던 게 아니었을까.


한번 놓아버리고 나니 그다음은 쉬웠지만, 그 마음을 먹기까지는 어려웠다. 처음에는 화장을 하지 않은 내 모습이 칙칙해 보이기도 해서 부끄러웠던 적도 많았다. 남들은 아무도 몰라도, 나만 아는 (웃음) 그런 차이인 것 같다.


지금도 종종 옛날 사진을 보면 풀 메이크업을 한 모습이 예쁘고 스타일리쉬해보여서 부러울 때도 있지만, 이제는 아침마다 1시간 넘게 화장할 자신이 없다. 신념이라고 포장하기보다는, 아무래도 귀찮음이 더 커진 것 같다.


Q. 라이프스타일 크리에이터로 바꾸고 조회수·구독자수의 차이가 있는지.


조회수는 오르락 내리락 한다. 구독자수도 오래 쉬었기 때문에 많이 줄었다. 하지만 콘텐츠를 만들면서 더 마음이 편안해진 것 같다. 아무래도 요즘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콘텐츠가 진짜로 내가 원해서 만드는 것인가에 대한 것이어서 그렇다.


Q. 구독자 및 주변인의 반응이 궁금하다.


오랜만에 유튜브에 복귀했을 때 가장 감동했던 것은 구독자분들의 응원이었다. 콘텐츠의 방향성을 전환한 것도 주류 콘텐츠를 만들지 않는 것도 모두 응원해주시고 따뜻한 댓글들을 많이 남겨주셨다. 수익은 예전에 비해 말할 것도 없이 줄었지만, 마음만은 더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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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원점으로 돌아가서 유튜브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어렸을 적부터 쇼핑호스트가 나의 꿈이었다. 하지만 쇼핑호스트는 어린 나이에는 쉽게 진입하기 힘든 직업이었고, 나는 그때 20대 초반이었다. 방송 경력을 쌓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다. 그때의 나는 화장을 하고 머리를 만지는 것에 관심이 많았고, 그런 내 모습을 취미처럼 블로그와 유튜브에서 영상으로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런 콘텐츠가 당시에는 많지 않았던 터라 내 생각보다 사람들의 반응은 좋았고, 사람들의 반응에 신이 나서 콘텐츠를 하나 두 개씩 더 만들다 보니 지금까지 오게 되었다.


Q. 그렇다면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영상은? 그리고 이유는?


다이소 헤어롤 리뷰 영상이다. 조회수도 잘 나왔고, 가장 내가 열정이 넘쳐 보인다. 그 영상 속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웃고 있는 나를 보면 마음 한 켠이 묘하다. 그리고 실제로도 영상을 볼 때마다 빵빵 터진다. 무척이나 재미있는 영상이다. 지루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면 꼭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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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평소 혼자 있을 때 무얼 하며 시간을 보내는지


유튜브 속 콘텐츠 홍수가 즐거울 때도 있지만, 정신없게 느껴질 때도 종종 있다. 그럴 때는 책을 읽는 것이 도움이 된다. 평소에는 넷플릭스를 보거나 필라테스를 한다.


Q. 책도 쓰고, 경영대학원에 진학하고, 꽃꽂이도 배우고, 자체 신발·의류 제작도 하는 등 다양한 도전을 하고 있는데, 다음에 하고 싶은 도전이 있다면?


평소에 흥도 많고 춤추는 것을 좋아한다. 유튜브에 춤추는 영상을 올려보고 싶은 욕심이 있다. 배워서 춘다기보다는 그냥…막춤? 나의 춤 추는 모습을 보고 구독자분들께서 충격을 받으실까 봐 걱정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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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유튜브 크리에이터로서의 미래 계획과 인간 심정현으로서의 인생 계획이 궁금하다.


계획이라… 거창하게 말하자면 유튜브를 통해 '밤비걸'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어보고 싶다. 요즘은 내가 평소에 입고 싶었던 디자인의 옷들을 직접 만들어보는 것에 도전했는데, 다음에도 내가 평소에 생각했던 것들을 만들어내고 그것들이 내 아이덴티티를 담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하지만 말은 이렇게 해도, '하루하루 이렇게 이것저것 하다 보면 어떻게든 되겠지' 라는 당당하지만 약간은 불안한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


Q. 마지막으로 유튜브 크리에이터를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부탁한다.


크리에이터는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은 직업이다. 촬영과 편집하는 시간을 더하면 온종일 말 한마디 없이 카메라, 컴퓨터와 씨름해야 할 때도 잦다. 그래서 크리에이터를 시작하기 전에 가장 먼저 준비해야 하는 것은 좋은 스펙의 카메라나 조명이 아니라 어느 때에도 내 편을 들어줄 수 있는 친구인 것 같다. 힘든 시기에도 외로운 시기에도 버틸 수 있는 큰 힘이 될 것이다.



스포츠서울 조효정기자

사진 | 조효정 기자, 밤비걸 유튜브 페이지, 밤비걸 인스타그램

2021.02.08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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