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품은 섬

[여행]by SRT매거진
봄을 품은 섬

불어오는 바람에게서 갯내음 섞인 꽃향기가 묻어난다. 어디서 뒹굴다 왔는지 참을 수 없는 싱그러움을 발산하는 바람. 어디서 왔는지 물어도 녀석은 쉽게 입을 열지 않는다. 살랑거리며 지나가는 바람을 몰래 따라가니 발 닿은 곳이 섬이다. 봄과 함께 꽁꽁 얼었던 땅이 풀리고 바닷길은 순해진다. 보석처럼 반짝거리는 섬, 그녀를 찾아 떠난다.

“여행이란 계절마다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는 것이다.”

봄이 오면 제일 먼저 하는 일, 그것은 바로 섬으로 떠날 준비를 하는 것이다. 얼음처럼 차가운 세상을 ‘봄’스럽게 만드느라 분주한 것은 홍매화도 개나리도 아니다. 여행을 좋아하는 뚜벅이에게는 바다이고 섬이다. 보통 육지의 봄소식을 먼저 접하다 보니 봄향기 가득한 섬에 대해 사람들은 잘 모른다. 지구의 육지 면적이 30%, 바다 면적이 70%라 하지 않는가. 바다가 따뜻해지고 섬에 아지랑이 피어날때 비로소 육지에도 봄이 찾아온다. 봄을 기다리는 성급한 여행자들에게 섬이 정답인 것이다. 봄이 오면 바다는 갓 시집온 새색시처럼 순해지고 대지에 피는 꽃과 함께 섬 가득 싱그러움이 묻어난다. 지구상에 똑같은 사람이 없듯 똑같은 여행도 없다. 여행을 하는 이유도 수천 가지지만 뚜벅이의 여행 배낭 속에는 언제나 섬이 있다. 섬은 또 다른 세상으로 들어가는 문이요, 새로운 미지의 세계요, 언제나 쉴 수 있는 아지트 같은 곳이다. 그렇게 섬은 내게 들어와 ‘그녀’가 되었다.

애도, 쑥향 가득한 비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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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고흥 나로도에 가면 그녀가 있다. 사람들은 그녀를 애도라 부른다. 김상현, 고채훈 부부와 30여 명의 마을 주민이 함께 만들어가는 전남 제1호 민간 정원이자 아름다운 공동체 마을이 있는 섬으로 쑥 애(艾), 섬 도(島) 자를 쓰고, 요즘은 ‘힐링파크 쑥섬쑥섬’으로도 유명하다. 갈매기카페를 시작으로 탐방로를 따라 걸으면 ‘헐떡길’이라는 가파른 길이 나오고, 이곳을 올라서야 애도의 가장 매력 있는 원시 난대림이 등장한다. 숲을 지나 환희의 언덕에 오르자 푸른 바다 절경이 냅다 달려든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봄을 알리는 수선화와 삼색제비꽃, 천리향, 아이리스 등 야생화 천국이 펼쳐진다. 처녀 총각들이 보름달 밤 음식을 먹고 노래를 불렀다는 산포바위, 신선 놀이터였던 신선대, 사랑의 돌담길 등 모든 게 환상적이다. 쑥섬에 가면 아픈 마음이 쑤욱(!) 치료되고 힘이 솟는다고 하니 애도로 가야 할 또 하나의 이유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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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전남 고흥군 봉래면 사양리 : 나로도수협 앞에서 사양호를 타고 애도까지 5분 소요 (매월 20일 휴무)
  2. 추천 코스 : 애도선착장 → 갈매기카페 → 난대 원시림 → 환희의 언덕 → 몬당길 → 우주정원 → 수국길 → 사랑의 돌담길 → 동백길 → 우끄터리 → 쌍우물 → 동백길 → 애도선착장(총2km)

통영 대매물도, 해품길을 따라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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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저 멀리 푸른 바다 한가운데 자태 고운 임이 있다. 빛과 바람, 창조의 신비를 간직한 에덴동산의 하와 같은 그녀는 대매물도다. 넓이 2.4㎢, 해안선 길이 약 8km의 섬으로 소매물도의 인기에 가려져 있지만 그 아름다운 속살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엄지손가락을 세워 보일 만큼 비경을 간직하고 있다. 맑고 순수한 그녀를 향한 기대가 탄성으로 바뀌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대매물도 당금마을에 도착하면 섬의 산과 마을, 해안을 차례차례 둘러볼 수 있는 바다백리길 ‘해품길’이 펼쳐진다. 대매물도의 최고봉인 장군봉과 아름다운 전망대, 비록 폐교는 되었지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조망이 있는 매물도 분교 등 구석구석 볼거리가 가득해 트레킹 내내 콧노래가 절로 난다. 나는 아담, 그녀는 하와. 벚꽃 피고 산수유 피는 봄에 그녀와의 만남을 다시 주선해본다.

봄을 품은 섬
  1. 경남 통영시 한산면 : 통영항여객선터미널에서 대매물도까지 1시간 30분 소요
  2. 추천 코스 : 당금항 → 해금강 → 전망대 → 매물도 → 분교 → 당금마을 → 전망대 → 대항마을 → 갈림길 → 장군봉 → 등대섬 → 전망대 → 꼬돌개 → 대항마을(대항항) → 당금항 (총 6.8km)

하화도, 꽃을 품은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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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의 365개 섬 중 푸른 바다 위 비밀의 화원이 펼쳐지는 섬. 그녀의 이름은 꽃섬이다. 꽃섬은 두 개가 있는데, 위에 있는 꽃섬이 상화도, 아래에 있는 꽃섬이 하화도이고, 현재 하화도 에는 30명 남짓의 주민이 거주한다. 꽃섬이 꽃섬인 이유는 이름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사시사철 이름 모를 야생화가 피어나기 때문. 특히 봄에는 동백꽃과 섬모초, 진달래, 유채꽃이 섬 전체에 만발해 천하제일 비경을 만들어 섬에 닿기도 전부터 봄을 느끼게 한다. 하화도 에는 섬 전체를 트레킹할 수 있도록 해안 둘레길이 마련되어 있고, 섬의 끄트머리 절벽에 길이 100m, 높이 65m, 폭 1.5m의 현수교 ‘하화도 꽃섬다리’가 놓여 아찔한 체험까지 가능하 다. 추운 겨울을 털어버릴 봄 여행지를 고민 중이라면 꽃섬 하화도가 결코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 될 것이다.

봄을 품은 섬
  1. 전남 여수시 화정면 하화리 : 여수연안 여객선 터미널에서 하화도까지 1시간 30분 소요
  2. 추천 코스 : 하화도선착장 → 휴게정자 → 순넘밭넘 → 구절초공원 → 큰산전망대 → 깻넘전망대 → 큰굴삼거리 → 막산전망대 → 큰굴삼거리 → 애림민 → 야생화공원 → 하화도선착장 (총 5.7km)

통영 우도, 그녀를 만난 건 행운이었다

봄을 품은 섬

통영으로부터 26㎞ 떨어진 조그마한 섬. 여객터미널에 내리자마자 강정길을 따라 붉은 동백 나무 숲으로 들어가고 이어서 용강 전망대에 오르면 남해 비경과 푸른 바다를 품은 반하도, 연화도와 마주한다. 걸음을 재촉해 고메길이라는 숲길을 걷다 보면 몽돌해수욕장과 큰마을을 거쳐 작은마을까지 섬 전체를 아우르게 된다. 작고 귀엽게 생긴 그녀의 이름은 우도. 섬의 형상이 통영 미륵산에서 내려다보면 소가 누워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 붙은 이름이다. 너무 아름다워 발걸음 옮기기 버거웠던 그곳은 비렁길과 데크길이 적절하게 놓여 트레킹하기 좋다. 우도 명물로 불리는 구멍섬은 놓치지 말아야 할 볼거리다. 오랜 세월 바람과 파도가 만들 어낸 예술작품으로 자연의 신비를 제대로 느끼게 한다. 붉은 동백과 노란 유채꽃, 평화로운 새소리가 유혹하는 섬. 우도는 누구라도 홀딱 빠져버릴 만하기에 ‘홀딱섬’으로 부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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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경남 통영시 욕지면 연화리 : 통영항여객선터미널에서 우도까지 1시간 소요
  2. 추천 코스 : 우도선착장 → 강정길 → 반하도 → 강정길 → 고메길 → 몽돌해수욕장(구멍섬, 목섬) → 큰마을 → 작은마을 → 선착장 (총 5.7km)

글・사진 문명길

2018.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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