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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행복을 선물하는
6곳의 가족 여행지

bySRT매거진

25인승 미니버스로 348일 동안 25개국163개 도시를 여행한 가족이 있다. 이름하여 빼빼가족. 길고 긴 대장정의 수장인 아빠, 최동익 작가는 여행에 행복을 더하는 마법은 가족이란 걸 경험했다. 그가 선정한 가족 여행지 6곳을 소개한다.

세계문화유산이 선사한 휴식 몬테네그로, 코토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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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토르는 마치 영화 '반지의 제왕'을 연상시키는 조각 같 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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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토르는 구시가지 전체가 유 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될 만큼 중세시대의 성곽과 건 물이 잘 보존되어 있다. 가만히 서서 아름다운 도시의 전경을 바라보고 있으면 금세 피로가 풀린다.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발칸반도! 유럽 대륙과 아시아 대륙을 연결하는 지정학적 위치로 오랫동안 저잣거리를 자임했고, 그렇다 보니 세계의 종교와 문화가 뒤섞여 ‘종교와 문명의 모자이크’라는 좋은 말과 ‘유럽의 화약고’라는 나쁜 말을 동시에 듣고 있는 곳이다. 이탈리아반도를 지나 슬로베니아와 크로아티아의 아드리아 바닷가 길을 따라 내려온 우리 가족은 아드리아 내해 깊숙한 곳에 숨겨놓은 ‘유럽의 별장’이라 불리는 몬테네그로의 ‘코토르’에서 여행을 잠시 멈췄다. 세상 처음 마주하는 이 매혹적인 우리 집 정원을 버리고 떠날 용기가 없었다. 움직이는 우리 집을 주차하여 문만 열면 그곳이 우리 집 정원인데, 오늘 우리 집 정원은 검은색 바위 가득한 장엄한 산에 둘러싸인 푸르디푸른 옥빛바다 아드리아다. 질곡의 현대사 덕분에 유럽인들조차 잘 접할 수 없었던 이곳은 아직도 중세 어느 시간대에 멈춘 듯하다.

백야에 울려 퍼진 작은 음악회 핀란드, 코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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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도 해가 지지 않는 백야 현상을 경험할 수 있는 핀란드. 5월부터 8월까지 낮의 길이가 19시간이니 올여름 떠나기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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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버스를 타고 잠시 돗자리를 깔고 휴식을 취하는 최동익 작가의 자녀들. 드넓은 세상이야말로 아이들에겐 최고의 스승이다.

광활한 대륙 러시아 1만2000㎞가량을 관통하여 도착한 나라 핀란드. 최고의 복지국가로 대변되고 있지만 우리가 본 핀란드는 청빈 그 자체다. 몰고 다니는 승용차 내부는 여타의 너덜너덜한 부착물 없이 간결하고, 걸어 다니는 사람, 벤치에 앉은 사람의 옷과 장신구 가방은 본연의 기능 이외의 치렁치렁함이 없다. 여염집 아낙의 얼굴이 아니라 종갓집 종부의 화장기 없는 민낯을 보는 듯하다. 스웨덴과 핀란드 사이의 바다 보트니아만을 따라 북극권으로 가다 핀란드 중부 지방에 있는 작은 도시 코콜라를 만났을 때 였다. 캠핑장에서 저녁을 해 먹고도 해가 지지 않는 백야가 신기해 멍하니 하얀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우리 가족에게 캠핑장 주인이 다가왔다. 그는 “멀리서 온 당신 가족을 위해 작은 공연을 준비했습니다, 같이 가시죠”라며 우리를 이끌었다. 캠핑장 주인장의 손에 이끌려 도착한 작은 식당에는 이 마을 3인조 혼성 연주그룹이 우리가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 가족을 위한 작은 음악회, 우리 가족만을 위한 축제를 열어준 것이다. 북극권이 바라보이는 라플란드 지역 한여름 백야에 울려 퍼진 핀란드 전통음악회 선물을 생각할 때면 여행이 끝난 지금도 입가에 미소가 맴돈다.

세상에서 가장 큰 안주, 그리고 보드카 러시아, 바이칼 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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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로만 6시간 넘게 걸리는 시베리아 대평원. 그러나 차를 타고 달리는 이 길이 외롭지 않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드넓은 초원과 소 떼들이 여행자의 심심함을 달래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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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스한 선홍빛을 띠는 바이칼 호수의 석양은 어느 각도에서 바라봐도 한 폭의 그림이다.

시베리아 대평원을 한 달 넘게 달려 마주한 바이칼 호수. ‘시베리아의 푸른 눈’, ‘성스러운 바다’ 등으로 불리는 이 호수의 광활함은 실로 놀라운 풍광이었다. 대한민국 영토의 1/3 크기를 자랑하는 바이칼 호수는 지구상에 있는 민물의 20%를 담은 거대한 자연의 선물이다. 맑은 가을날 두 팔을 벌려 바닥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았을 때의 그 공허한 크기와 맑음이 바이칼 호수를 가늠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석양이 내려앉은 바이칼 호수 한편에 미니버스를 정박하고 저녁을 준비할 때 낯선 현지인이 몇 마리의 생선과 보드카를 들고 찾아왔다. 자신을 어부라고 소개한 그는 여행객인 우리 가족에게 이곳에서만 잡히는 물고기 ‘오물’과 그 지방에서 생산하는 보드카를 선물로 주려 방문한 것이었다. 감사한 마음에 그와 함께 모닥불 가에 앉아 보드카를 기울였다. 이때 어부는 잔을 기울일 때마다 손가락으로 술을 찍어 하늘에 한 번, 바이칼 호수에 한 번 튕기는 재미있는 모습을 연출했다. 알고 보니 모든 자연에 감사하는 마음을 담은 바이칼 사람들의 예법이었다. 기분 탓이었을까? 가족과 바이칼 어부와 함께 바라본 타오르는 석양은 불꽃 축제의 그것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화려하게 다가왔다. 자연만이 연출 가능한 단 하나의 불꽃축제, 바이칼호의 석양!

자연을 향한 찬미, 잊히지 않는 감동 스페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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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 야곱의 유해가 발견되고 유명해진 곳으로 유럽에서 가장 큰 순례 성당으로 알려진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엄청난 영향력 때문인지 이곳의 이름을 딴 도시까지 세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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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자의 길로 유명한 산티아고는 예수의 열두 제자 중 한 명인 야곱(야고보)을 칭하는 스페인식 이름이다. 세계 3대 성지 중 한 곳답게 많은 관광객이 이곳의 명소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를 방문한다.

북유럽의 핀란드, 스웨덴 덴마크를 통과하여 유럽대평원에 자리한 독일과 프랑스 남부까지 달려온 우리 가족 앞에 ‘피레네’라 불리는 거대한 산맥이 프랑스와 스페인을 가로막고 있다. 저 거대한 산맥을 넘으면 자연, 지형, 음식, 사람의 모양새가 바뀔 것이다. 국경을 넘었다고 자연과 문화가 바뀌는 것이 아니라 큰 산맥과 큰 강을 넘어야 나라의 이름과 상관없이 그 모든 것이 바뀐다는 사실을 매일 집을 조금씩 움직이는 노마드(Nomad)의 여행에서 체득하게 되었다. 피레네 산맥을 넘어 마주한 이베리아반도는 유럽의 지형과 문화가 아니다. 그 다른 산야에 배낭 메고 묵묵히 걸어가는 사람들의 행렬이 경이로움을 넘어 숭고해 보인다. 스페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까지 이어진 순례길 약 800㎞를 걸어가고 있는 사람들이다. 무거운 배낭을 메고 40여 일을 걸어간다? 어떤 이에게는 ‘쓸데없는 짓’으로 보일지 모른다. 순례객들의 종착지에서는 그 여행객들을 축하하기 위해 ‘향로 미사’ 의식을 거행한다. 고색창연한 성당 천장의 거대한 향로가 움직이기 시작하고 웅장한 파이프 오르간의 울림과 수녀님의 청아한 목소리가 성당 가득 퍼지면, 그곳에 모인 순례객 모두는 눈시울을 붉힌다. 그 ‘쓸데없는 짓’을 한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감동의 눈물이다.

형제의 나라여, 이 밤을 밝혀다오 터키, 이스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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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탄불은 오랜 시간 상업과 문화 교류의 요충지 역할을 했다. 여전히 도시 곳곳엔 클래식한 건축물과 거리의 풍경이 과거 큰 번영을 누린 이곳을 눈으로 느끼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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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아시아와 유럽을 이어주는 보스포루스교는 밤에 보면 그 아름다움을 더욱 만끽할 수 있다.

발칸반도 끝자락에 위치한 터키의 최대도시 이스탄불은 도시 한가운데로 지중해와 흑해를 연결하는 보스포루스해협이 흐르고 있다. 보스포루스해협을 기준으로 유럽 대륙과 아시아 대륙을 구분하는 이스탄불은 양 대륙에 걸쳐 있는 모양새다. 발칸반도 끝자락의 이스탄불 북쪽 지역은 유럽 대륙, 보스포루스해협 건너 있는 남쪽 이스탄불은 아시아 대륙이다. 그리스도교를 믿었던 동로마제국의 마지막 수도 콘스탄티노플이 유럽대륙 쪽 이스탄불이었고, 이슬람을 믿었던 오스만제국이 아시아 대륙 쪽 이스탄불이다. 함께할 수 없었던 동로마제국과 오스만제국의 영광과 상처, 양대 일신교를 믿었던 사람들의 아픈 역사 또한 고스란히 간직한 지붕 없는 박물관이 이스탄불이다. 한국에서 출발하여 유럽을 거쳐 아시아로 가고 있는 우리 가족은 두 대륙을 연결하고 있는 보스포루스교를 건너기 위해 발칸반도 쪽 보스포루스교에 도착했는데 그날이 우연히도 12월 31 일, 한 해의 마지막 날 밤이었다. 보스포루스해협을 우리 집 마당 삼아 있었던 그날 밤 자정, 성대한 불꽃이 온 이스탄불 하늘을 수놓았다. 우리가 달려온 유럽의 이스탄불에서, 달려갈 건너편 아시아 대륙의 이스탄불에도 내일이면 아시아로 돌아갈 우리 가족을 위한 한판 불꽃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고국의 향수를 느끼며, 한 걸음 키르기스스탄, 비슈케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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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미니버스를 타고 세계일주를 하는 빼빼가족. 그들에게 여행은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축제와도 같은 최고 의 선물이다.

페르시아 문명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이란을 거쳐 옛 실크로드를 따라 도착한 키르기스스탄의 수도 비슈케크. 중국의 신장위구르자 치구와 국경을 접한 키르기스스탄은 카자흐스탄의 알마티, 우즈베키스탄의 부하라, 사마르칸트 등과 함께 동서양을 잇는 실크로드의 번영을 함께 누렸던 도시다. 우리가족이 중국을 통해 한국으로 가기 위해 도착한 비슈케크는 마침 이 나라 최대의 명절 ‘노루즈’가 한창이었다. 페르시아어로 ‘노(now)’는 ‘새로운(new)’이라는 의미이며 ‘루즈’는 ‘날’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즉 ‘노루즈’는 새해 첫날로 우리의 설이다. 우리가 음력 1월1 일을 한 해의 시작으로 보는 반면 페르시아제국 영토에 속해 있었던 나라들은 춘분(3월 21일)을 한 해의 시작으로 본다. 이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새해맞이 축제는 우리의 옛 설날 모습과 비슷하다. 가족 친지가 모두 모여 조상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깨끗한 설빔을 입고 동네 마당에 모여 전통놀이를 하던 그때 그 모습이다. 여행은 계획을 가지고 출발하지만 여행을 시작하면 모든 것은 우연히 다가온다. 이국 땅에서 우리의 풍습과 유사한 새해맞이 축제를 또 우연히 마주했다. 우리나라와 문화가 비슷해지고 있고, 날씨와 냄새가 비슷해지고 있다. 어느새 집이 가까워지는 것을 느낀다.

글·사진 최동익

<빼빼가족, 버스 몰고 세계여행>의 저자. 시각 디자인을 전공하고 전시 디자이너로 일하 던 최동익 작가는 일상에 지친 가족을 보다 깊게 이해하기 위 해 살고 있던 아파트를 팔고 세계 여행을 떠났다. 이후 작은 미 니버스로 1년간 유라시아 대륙을 돌며 경험한 수많은 사연과 사진을 담은 <빼빼가족, 버스 몰고 세계 여행>(빼빼가족, 북로 그컴퍼니)을 발간하고 베스트셀러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