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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나는 떠난다 소확행 여행

bySRT매거진

행복의 기준이 저마다 다르듯, 여행자의 목적도 제각각이다. 여기 ‘딱 하나’에 꽂혀서 고집스럽게 여행해온 이들처럼.

나는 떠난다 소확행 여행

별이 빛나는 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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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2012년 아프리카를 홀로 여행했어요. 이집트 사막 한가운데서 잠을 청했죠. 별들이 밤하늘을 뒤덮었고, 자연스럽게 카메라를 꺼내서 찍기 시작했어요. 그때부터 별을 따라다니고 있습니다. 신비하달까요. 몇 시간을 봐도 질리지 않고 황홀합니다. 근심 걱정도 사라지고요. 특히나 은하수를 바라볼 때의 그 황홀경이란! 고개를 푹 숙이고 스마트폰을 보면 절대 느낄 수 없는 감각이죠.

 

WHERE

가장 인상 깊은 곳은 볼리비아 우유니 소금사막이에요. 별을 찍으려고 소금사막 한가운데에 있는 소금호텔 앞에서 5시간을 기다렸는데, 호텔 주인이 오지 않더라고요. 그렇게 해가 지고 사막에 번개가 치기 시작했어요. 수십 번을 연달아. 마침 촬영 장비도 있었겠다, 운 좋게 사막에 번개가 치는 특별한 사진을 찍을 수 있었죠. 호텔에 체크인을 하고 자정부터 2시간 간격으로 일어나 날씨를 살폈는데 비가 계속 오는 거예요. 마침내 새벽 4시, 비가 그치고 하늘이 열리고 별이 쏟아지기 시작했어요. 별이 너무 많아서 어디가 은하수인지 모를 만큼.

 

WHY

여행을 통해서 얻는 게 정말 많아요. 다양한 문화를 겪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면서 시야가 많이 넓어졌어요. 인생의 갈림길에 섰을 때 여행을 떠나면 가야 할 길이 보였고요. 조만간 아이슬란드에 갈 예정이에요. 일전에 날씨가 나빠서 오로라와 은하수를 못 담았거든요. 투르크메니스탄의 ‘지옥의 불구덩이’에서도 별을 담아보고 싶어요.

손성주 

여행을 좋아하는 노마드(Nomad)이자 프랑스 파리를 중심으로 ‘셔터프레소’를 운영하는 상업사진가. 아프리카, 남미 등 오지로 떠나 별을 쫓아 그 흔적을 남기고 있다.

책들이 머무는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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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어릴 적부터 책을 좋아했어요. 아직도 그때 다녔던 헌책방이 기억에 생생한데, 용돈을 받으면 바로 달려가 책방 바닥에 앉아 하루 종일 책을 보곤 했습니다. 서점이나 도서관 같은 책이 있는 공간에 가면 일단 설레어요. 좋아하는 책이 있느냐, 책을 많이 읽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에요. 책에 둘러싸여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벅차오르는 느낌이 들거든요.

 

WHERE

시칠리아의 팔레르모라는 도시에서 있었던 일이에요. 안경 쓴 중년 남자가 주인이었는데 나무 사다리를 놓고 먼지가 쌓인 책 3권을 꺼내왔어요. 하나는 유명한 존 그리샴의 책이었고, 하나는 그림책이었어요. 나머지 한 권이 마이클 뮤쇼(Michael Mewshaw)의 <Playing Away>라는 이탈리아 여행기였거든요. 1988년 초판본이더라고요. 이탈리아에서 미국인이 쓴 이탈리아 여행기를 만난 게 신기해서 그 책을 구입했어요. 무려 2유로에! 그러곤 시칠리아 유명 사진작가의 책을 덤으로 받았죠. 헌책방에서 할 수 있는 가장 헌책방스러운 경험이었어요.

 

WHY

누군가가 정해놓은 기준에 따라 여행하는 것과 본인이 선택해서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과의 차이는 생각보다 엄청나죠. 언젠가 영국 헤이온와이에 가보려 해요. 작은 탄광촌이 리처드 부스라는 청년이 나타나면서 대변신을 합니다. 마을의 고성, 소방서, 극장, 창고 등을 모두 책방으로 개조해요. 매년 10만 명이 찾는, 책과 서점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천국 같은 여행지예요.

윤정인

책방에 가는 것을 즐겨하는 여행자. 여행 다니며 글 쓰다 여행 작가가 됐고, 책방을 여행하다 <책들이 머무는 공간으로의 여행>이란 책방 탐방책까지 쓰게 됐다.

한 줄기 햇살같은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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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2009년 1월 새벽 3시, 런던에서 잠을 깼습니다. 장거리 근무 후유증인 다리 통증 때문인지, 외로워서인지, 도통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결국 첫 기차를 타고 몬머스 커피로 향했고, 이렇게 제 커피 여행이 시작됐습니다. 알면 알수록 재미있는 커피를 기내 서비스에 적용해보고 싶었고, 회사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기내 바리스타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커피를 먼저 좋아한 건 와이프였지만, 의외로 깊은 인연이 되었네요.

 

WHERE

지난해 교토를 다시 다녀왔습니다. 교토에는 일본 스페셜티 커피의 어머니, 유코 여사의 ‘타임스클럽’이 있습니다. 직접 만난 유코 여사는 유명세에 비해 놀랄 정도로 소박하고 상대방을 배려해주는 분이었습니다. 매장의 품성과 커피의 지향점이 아름답고 섬세한 커피를 발굴하는 유코 여사를 똑 닮았더군요. 개인적으로는 런던의 커피를 참 좋아합니다. 런던 출신 마지막 세계챔피언 귈림 데이비스의 ‘프루프락’의 청명한 에스프레소, 세계 최고의 로스터리 스‘ 퀘어마일 커피’, 플랫화이트의 성지 소호의 ‘플랫화이트’까지 런던에는 쟁쟁한 매장이 많습니다.

 

WHY

커피를 찾아다니는 여행이 꼭 그렇게 멋지지는 않습니다. 이방인이라 냉대받거나 궂은 날씨에 길 잃기가 부지기수, 어쩌다 만나는 멋진 커피 한 잔에 다시 바보가 될 뿐입니다. 그래도 낯선 도시에서 한 번 정도 소신껏 본인의 길을 걸어보는 건 어떨까요. 여러분의 인생에 한 줄기 햇살처럼 반짝이는 커피 한 잔의 행복이 함께하기를.

심재범

아시아나항공 선임사무장. 세계 최초로 기내에서 스페셜티 커피를 서비스한 아시아나항공 바리스타그룹의 그룹장이자 <카페마실>, <동경커피>의 저자이기도 하다.

진행 이현화 글·사진 손성주, 심재범, 윤정인